[커버스토리] 공공 클라우드 산업 ‘정체’…주무 부처별 정책 혼선 탓
업계, 어긋나는 공공 클라우드 사업 추진 지적 민간 ‘퍼블릭’ 클라우드 생태계 활성화 주문
[컴퓨터월드] 최근 국가정보원의 ‘다층보안체계(MLS)’ 적용 발표,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의 ‘민관협력형 클라우드 운영모델(PPP)’ 사업 추진 등으로 우리나라 클라우드 산업이 혼란을 겪고 있다. 주무 부처 간 손발 맞지 않는 클라우드 정책으로 인해 업계에서는 앞으로 3년을 이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제4차 클라우드컴퓨팅 기본계획(2025~2027)’에도 큰 기대감을 갖지 못하는 상황이다. 공공부문 클라우드 사업 추진 방향을 점검해 보고, 이에 대한 국내 클라우드 업계 전반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손발 맞지 않는 공공 클라우드 정책
공공부문 클라우드 정책을 관장하는 과기정통부, 행안부, 국정원 세 부처간 지속되는 ‘엇박자’로 국내 클라우드 업계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모든 부처가 민간 클라우드를 활성화한다고 하지만, 업계가 체감하는 실상은 다르다.
과기정통부는 ‘민간 클라우드 퍼스트’를 오랜 기간 내걸어 왔지만, 공공부문 민간 클라우드 이용률은 여전히 낮다. 행안부에서는 국정자원 대구센터 내 상면을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CSP)가 임대해 서비스하는 구축형 방식의 클라우드를 올해 본격 가동했으나, 충분한 확장성과 가용성이 보장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또 국정원에서는 새로운 보안체계인 MLS 적용 계획을 발표하면서 업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클라우드 업계 다수 관계자들은 “부처 간 손발 맞지 않는 정책을 제시함에 따라, 그나마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들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공공부문 클라우드 사업이 정체되고 있다. 사업자들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전환 수요가 있던 행정·공공기관들의 전환 의지도 꺾이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한다.
현재 국내 클라우드 업계는 시장 성장은커녕 당장 눈앞의 생존도 불확실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민간시장에서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클라우드 등 빅테크들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이미 시장을 선점했으며, 자본과 인력 등 모든 부분에서 국내 업체가 경쟁하기 어려운 실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클라우드 업계가 기댈 수 있는 영역은 공공분야 클라우드 시장의 개방이었다. 공공사업 수행으로 자금과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서비스 품질 개선을 위한 기술 투자와 인력 확충을 추진함으로써 생태계 활성화 및 해외 진출 모색을 기대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2021년경 정부의 본격적인 공공시장 개방 의지 표명 이후, 그동안 클라우드 보안인증(CSAP)이 개편되는 과정을 거쳤고 이 때문에 해외 사업자가 공공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낳았다. 더 큰 문제는 CSAP 상·중·하 모든 등급에 대한 실증도 늦어져 전환사업 속도가 더뎌졌다는 점이다. 현 정부는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를 출범하고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을 내세우게 되면서 행안부의 클라우드 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
실제 공공 클라우드 시장 개방이 선언된 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공공기관들의 클라우드 이용률은 낮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공공 내 민간 클라우드 이용률은 약 11.6%다.
여기에 더해 국정원에서도 클라우드 산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지는 새로운 사이버보안체계 MLS 도입을 발표하면서, 일부 기관들에서는 기존 CSAP 제도와의 불명확성을 느끼고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까지는 공공 클라우드 사업이 정지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보고 있다.
제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 발표…업계, 실효성에 의문
이 가운데 지난 10월 과기정통부는 2016년부터 3년을 주기로 수립해 온 제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계획에는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인프라인 클라우드 활성화에 대한 과기정통부의 주요 추진 과제와 방안이 담겼다.
해당 계획에서 과기정통부는 △클라우드 도입 전면화 △클라우드 경쟁력 제고 △클라우드 생태계 활성화 등을 3대 목표로 삼았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클라우드 시장을 연 10조 원 규모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먼저 클라우드 도입 전면화에는 클라우드 도입률이 낮은 공공·금융·교육 분야 등의 수요를 유도하기 위한 방안을 담았다. 특히 공공기관 평가에 클라우드 도입을 포함시키고, 민간 클라우드 발주 표준양식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기관들이 정보시스템 신규·재구축 단계에서부터 민간 클라우드와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이용을 권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금융 분야에서는 망분리 완화 기조를 계기로 한 금융권 내 민간 클라우드 이용 독려, 교육 부문에서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 확대 등을 통해 국내 민간 클라우드 이용률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어 국내 클라우드 경쟁력 제고와 관련해서는 국산 AI 반도체를 데이터센터에 적용하는 ‘K-클라우드 프로젝트’의 가속화와 이를 통한 AI 컴퓨팅 인프라 확대 지원을 담았다. 특히 민관이 합작하는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에도 나설 계획이다.
또 클라우드 생태계 활성화 방안으로는 AI 및 클라우드 분야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혜택 확대를 검토하고, 민간 중심 펀드와 ‘SaaS전환지원센터’ 구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IaaS뿐만 아니라 국내 클라우드 기반 SaaS 솔루션도 활성화하고, 클라우드 바우처 사업 규모도 키워 국내 클라우드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향상한다는 의지다.
업계에서는 이번 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이 침체된 공공 클라우드 시장을 부활시키는 역할을 하길 기대하는 한편, 실효성에는 의문을 드러내고 있다. 이는 그간 봐왔던 저조한 실행력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국내 클라우드 기업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지속적으로 공공부문 민간 클라우드 활용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두고 정책을 발표해 왔지만, 실제 이용률은 타 국가 대비 아직도 상당히 저조하다. 물론 이번 계획을 통해 좋은 성과를 기대하지만, 그간 기관들의 클라우드 전환은 물론 SaaS 전환·활성화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계획에 맞춰 목표가 달성될지 다소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더 크게 우려되는 점은 이번 4차 계획 수립 과정에 있어 과기정통부 이외의 중요 부처인 행안부나 국정원의 협조가 부족했다고 느낀 것이다. 국내 클라우드 산업을 바라보는 각자의 관점 차이로 인해 산업 성장에 힘을 하나로 뭉쳐야 하는 시급한 상황에서도 협력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덧붙였다.
2025~2027년을 이끌 제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이 계획에만 머무르지 않고 산업 성장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행안부와 국정원의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다고 업계는 입을 모으고 있다.
행안부 PPP 추진, 퍼블릭 클라우드 저해 우려 확산
국내 클라우드 산업 성장을 위해 연관 부처들이 힘을 하나로 합쳐야 한다는 지적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그러나 현 상황을 놓고 보면 주무 부처들은 각기 다른 클라우드 정책 방향성을 보이고 있다.
행안부의 국정자원 대구센터 PPP 모델 사업 추진이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에서는 해당 사업이 민간 퍼블릭 클라우드를 저해시킬 것이라는 우려 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더 나아가 공공기관들의 정부 데이터센터 선호 인식이 더욱 강해지고, 국내 CSP는 정부 데이터센터를 관리하는 사업자로 전락할 것이라는 근심이 커지고 있다.
행안부에서는 올해 국정자원 대구센터 전산실 상면 일부를 임대하는 구조로 PPP 모델 적용을 추진했다. CSAP 상등급에 속하는 공공 정보시스템을 민간 CSP가 운영하도록 하는 취지다. 해당 사업에는 KT클라우드, NHN클라우드, 삼성SDS 등이 참여했다. 임대한 상면에는 CSP들이 자체적으로 서버와 랙 등을 갖춰야 하고, 관리 인력도 배치해야 했다.
이에 대해 업계가 지적한 문제는 민간 CSP 자원풀이 인터넷망, 행정업무망, 공공업무망으로 물리적으로 분리되며 외부와의 망 연계도 철저하게 격리된다는 점이다. 민간 CSP 자체 시스템을 구축해 망 연계가 불가하기에 빠른 서비스 패치와 업데이트가 불가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한정된 대구센터 상면을 임대하기에 클라우드가 지닌 확장성과 가용성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CSAP 상등급에 해당되는 시스템을 정부 데이터센터로 모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공공기관들의 민간 CSP의 자체 퍼블릭 서비스 이용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현행 PPP 사업의 영향으로 향후 중등급, 하등급 시스템을 보유한 기관들도 CSP 클라우드보다 정부 데이터센터에 입점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민간 클라우드 퍼스트 기조에 반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대구센터 PPP 모델은 국내 업계가 기대하는 퍼블릭 클라우드 활성화가 아닌 명확하게 프라이빗 클라우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장기적으로 국내 클라우드 산업이 성장에 힘을 싣지 못하고, 공공에서도 유기적인 확장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클라우드 인프라에서 시스템을 운용하게 될 것 같아 근심이 크다”고 역설했다.
실제 기업들은 명확한 수요를 예보해 주지 못한 PPP 사업모델을 받아들이고 대구센터에 인프라를 구축했다. CSAP 상·중등급 시스템에 대한 기관들의 실증도 온전히 완료되지 않았다. 앞으로 발주될 사업을 선제적으로 확보한다는 목적이 있더라도, 기업들은 현재 손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유의미한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보다도 국내 클라우드 산업 다수 관계자들이 지적하듯, 퍼블릭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단순 인프라 운용·관리 회사로 전락하고 행정 시스템 사고에 대한 책임만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또 이에 대한 각종 관리·감독 규제 아래 놓일 가능성이 높다.
업계 한 실무자는 “PPP의 초기 취지는 말 그대로 민관협력형이지만 오히려 민간 클라우드의 입지가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실제 최근 많은 공공기관들의 클라우드 전환사업이 대구센터 입점으로 몰리는 경향도 나타난다. 민간 CSP들은 이전부터 자체 데이터센터에 공공 클라우드 존을 구축하는 등 보안 규제를 준수하는 투자를 충분히 해왔다. 하지만 행안부 주도의 PPP 사업이 확산되면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꼬집었다.
MLS 적용 발표…‘CSAP 유명무실론’ 대두
이런 상황에서 국정원은 지난 9월 데이터의 중요도에 따라 공공 운영 시스템을 △기밀(C, Classified) △민감(S, Sensitive) △공개(O, Open) 등 3등급으로 나누는 MLS 적용 로드맵을 발표했다. 기존 망분리 규제 완화와 공공부문 내 클라우드·AI 도입 확대라는 긍정적인 취지를 담았지만, 이 역시 클라우드 업계의 시장 위축 우려와 공공기관의 혼란을 키웠다. 현행 CSAP가 유명무실해진다는 목소리도 나올 정도다.
그동안 공공 클라우드 시장 진입을 위해 필요했던 주요 보안 요건은 CSAP였다. 공공 클라우드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많은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CSAP 취득과 유지에 힘을 쏟았다. 중소 소프트웨어(SW) 기업들도 정부 기조에 맞춰 SaaS 전환을 추진했고, 이와 함께 수억 원 이상이 드는 비용을 투자하고 긴 기간을 들여 인증을 획득해 왔다.
CSAP는 정보시스템을 업무 중요도에 따라 등급을 나눴다면, 앞으로 적용될 MLS는 데이터의 중요도에 따라 구분하는 방식이다.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20여 년간 케케묵은 보안 체계와 망분리 규제를 개선해, 공공·행정업무에도 신기술을 선도적으로 활용하게 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국내 업계는 현행 CSAP 제도에 맞춰 공공부문 사업을 준비해 왔기에 당혹스러움을 드러내고 있다. 또 클라우드 서비스 수요자인 기관들에서도 CSAP와 MLS를 혼동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국정원은 MLS는 망분리 차등을 위한 체계로서 클라우드 자체에 대한 보안인증인 CSAP가 완전 무용지물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부정하고 있다. 국정원은 올해 MLS 제도 추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내년 초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으로 알려진다. MLS 추진으로 과기정통부 주도의 CSAP 제도가 어떻게 재정비될지도 주목되고 있다.
그럼에도 업계의 불안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CSAP가 더 넓은 범주의 MLS에 포괄되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특히 국정원은 장차 공공부문에 국제 표준 암호화 알고리즘인 ‘AES’도 허용하기로 발표하면서, 해외 사업자들의 진입도 가능해졌다. 최근 CSAP 하등급 취득 완료 수순을 밟고 있는 해외 CSP들에게 공공시장 빗장이 풀리는 것을 넘어 전면 개방될 수 있는 것이다.
국정원은 MLS 시행에 앞서 올해 말까지 기업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내년 시행을 위해 제도를 보완할 계획이다. 명확한 사항들이 제시되기 전까지는 공공부문 클라우드 전환사업 자체가 상당 부분 멈추고 더뎌질 것으로 전망돼 업계는 큰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CSP 한 관계자는 “국정원에서는 MLS 등급 중 최상위 C등급을 제외한 S와 O등급에서 민간 클라우드 이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비췄다. 업계가 우려하는 바는 외국계 CSP들도 보안요건만 갖춘다면 중간 단계에 준하는 S등급에도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MLS 체계에서는 국내 리전만 있어도 사업이 가능한 논리적 망분리가 확대되는 이유에서다. 또 AES 암호화 모듈도 허용된다. CSAP 제도 아래에서는 논리적 망분리가 허용된 하등급에 대해서만 해외 사업자들에게 기회가 있었다면, MLS 하에서는 CSAP 중등급 해당되는 범위까지 사업 기회가 확장될 수 있다”고 짚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지금까지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을 종합하면 C등급에는 사실상 국정자원 대구센터 PPP와 같은 정부 데이터센터에서만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앞으로는 최상위 등급 시스템에 대한 사업에서는 구축형 클라우드 방식으로 사업을 해야 하고, 하위 등급 대상 사업에서는 민간 점유율을 확보한 해외 사업자들과 정면으로 겨뤄야 하는 부정적인 상황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첫발 뗀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상용 PaaS 활용 주목
정부 시스템의 90%를 2030년까지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전환한다는 정부 계획도 이제야 본격적으로 첫발을 뗐다. 올 4월 추진된 2024년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사업이 설계 컨설팅 단계를 마치고 지난달 발주된 것이다. 근로복지공단, 행안부 긴급신고공동관리센터, 한국연구재단 등 주요 기관 10개 시스템을 대상으로 약 500억 원이 투입돼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에 들어섰다.
사업 시작과 함께 행안부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사업 발주시 개발 및 운영을 일괄 발주하는 제도를 도입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또한 클라우드 네이티브 사업에 대한 세부 과업 대가산정 기준도 보완할 방침이다. 계약 방식을 유연화하는 한편, 개발 사업자가 시스템의 안정적인 관리도 책임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당초 계획보다 속도가 더디긴 했지만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사업의 물꼬가 트인 것은 국내 사업자들에겐 희소식이다. 국내 상용 PaaS 솔루션 기업들에게도 더 큰 사업 기회가 열렸다. 클라우드 네이티브의 핵심 기술인 PaaS 생태계를 활성화한다는 내용도 이번 제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에 포함됐다. 특히 공공부문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민간 주도의 상용 PaaS를 주축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업계 의견이 반영됐다.
다만 아직 몇 가지 선결과제가 남아있다. 현재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사업이 시스템 통합(SI) 방식으로 관행됐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행안부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사업에서는 SI 사업자가 용역 방식으로 사업과 수요기관에 맞춰 PaaS를 개발·구축하는 것이 통상적으로 이뤄졌다. 전문성을 갖춘 상용 PaaS 솔루션들이 분리 발주돼야 기관들에게 적극적인 기술지원이 제공될 수 있다. 정부 주도의 사업 외에도 장기적으로 PaaS 분리 발주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첨언했다.
부족한 예산 편성도 업계가 지적하는 주요 문제다. 2022년 공공 클라우드 전환사업의 집행예산은 1,786억 원이 책정됐지만,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의지를 표명한 지난해에는 대폭 감소한 342억 원, 올해는 740억 원 정도가 배정됐다. 내년 예산도 올해 규모와 비슷할 것으로 알려진다. 당초 계획된 예산보다 턱없이 부족한 액수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클라우드 업계 한 실무자는 “모든 사업의 핵심은 결국 예산이다. 충분한 예산이 뒷받침돼야 기관들도 자율적으로 클라우드 전환을 추진할 수 있다. 또한 기업들도 공공사업 예산을 확보해 기술력을 키우고, 인력을 양성할 수 있는 성장 구조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 2030년까지 공공 IT시스템 90% 이상을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전환하려면 지금보다 예산을 더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일된 산업 육성책과 지원 확대 필요”
업계에서는 과기정통부, 행안부, 국정원의 서로 다른 클라우드 정책 영향으로 공공 클라우드 시장은 아직도 굳게 닫혀 있다고 평가한다. 일각에서는 공공부문 클라우드 시장 활성화를 위해 통일된 산업 육성책과 더불어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현재 가장 큰 업계 화두는 MLS다. CSAP와 국가 데이터센터 입주 등 모든 클라우드 관련 영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MLS 가이드라인이 빠른 시일 내 제시돼야 한다고 본다. 우려되는 점은 국정원의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발표된다고 하더라도, 공공시장이 바로 열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도 기관도 충분한 준비가 안 돼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실제 공공 클라우드 사업은 길게는 2년 후에나 속도가 붙지 않을까 싶다. 존립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국내 CSP들이 버팀목을 장기간 잃을 수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 기조대로 공공에 민간 클라우드 활용을 독려한다면, 확장성과 가용성을 갖춘 퍼블릭 클라우드를 적극 장려해야 한다는 게 국내 CSP들의 주요 의견이다. 민관협력형이라는 명칭으로 국가 데이터센터 및 정부 주도 G-클라우드의 역할과 범위가 늘어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클라우드 산업이 자생력을 갖추려면 PPP 사업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사항들을 개선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환사업 기조하에서는 현실적으로 상등급 정보시스템 전환에는 PPP 방식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사업 의지를 상실하게 한다. 하위 등급 시스템 대상 사업에서는 향후 국내뿐 아니라 해외 CSP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제4차 클라우드 기본계획에 민간 클라우드 활용 성과가 기관평가로 반영된 것은 앞으로 기대해 볼 만하다. 그간 정부 데이터센터 선호도 대비 민간 클라우드 이용률은 저조했기 때문이다”라며 “국내 클라우드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라면 기관평가 반영에 더해, 민간 퍼블릭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기관에 더 다양한 혜택을 주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또 반대로 기업들에게도 적극적인 사업 참여를 북돋아 주고, 우수한 기술지원을 공공에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늘려야 할 필요가 있다. 우선적으로 현 PPP 모델의 문제점들을 업계 의견을 반영해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혼란을 빚은 국정원 MLS 전환이 발표되기 이전부터 국내 클라우드 업계는 지속적으로 손발 맞지 않는 행정을 비판해 왔다. 공공 클라우드 시장의 활성화에 힘을 하나로 합쳐야 하는 과기정통부, 행안부, 국정원 등 각 부처·기관들이 각각의 규제와 요구사항들을 내세우면서 커지고 있는 국내 업계의 부담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기업들은 “연관 부처들이 공공 클라우드 시장 생태계 확대와 국내 사업자들의 성장을 위해 한시 빨리 머리를 맞대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CSP를 보유한 국가는 미국과 중국 외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얼마 없다. 그간 어렵게 자생해온 국내 클라우드 기업들이 성장하고, AI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국가 주요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해 주무부처들이 업계 의견을 적극 청취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