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산업 20년 전] 2005년 안랩 창립 10주년, ‘100년 기업’ 새 도전

안철수 창업자 물러나고 김철수 부사장 CEO 선임, 세계 10대 보안 회사 목표

2025-03-31     권영석 기자
컴퓨터월드 2005년 4월호

[컴퓨터월드] 2005년, 안랩(전 안철수연구소)의 창업자 안철수 대표가 사임하고 김철수 부사장이 신임 사장 겸 CEO로 선임됐다. 창립 10주년을 맞은 안랩은 “100년 기업을 향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고 밝히며 △신시장 발굴 △신규사업 육성 △책임 경영 확립 △글로벌 역량 강화 등을 바탕으로 매출 500억 원을 달성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김철수 신임 사장은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세계 10대 보안 전문회사’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2005년 안랩 창립 10주년

2005년 안랩의 창립 10주년은 토종기업으로서 다국적 기업의 공세에 맞서 국내 보안 시장을 지켜낸 사례이자 국내 보안 산업의 역사를 이끌어왔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 다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시큐어소프트, 하우리 등 당시 대표 보안 업체들이 흔들리던 상황에서 기본과 원칙, 기업윤리를 지키며 성공했다는 점에서 기존 경영 관행을 극복한 성공모델로 평가받았다. 특히 회사 설립 당시 지식정보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왜곡된 시장 구조 속에서도 소프트웨어 사업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워킹 모델(Working Model)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소프트웨어 업계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는 게 당시 업계의 평가였다.

또한 안철수 전 대표는 신뢰감과 투명성이 부족했던 당시 사회경제적 구조하에서도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을 통해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철수 대표는 “공익과 이윤추구는 상반된 것이 아니라 양립할 수 있다. 이는 곧 안랩의 존재의의와 같다”며 안랩 대표로서 10년간 추구해 온 신념을 밝히기도 했다.

회사 설립 당시 3명으로 출발한 안랩은 2005년 300여 명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국내 보안 시장을 주도적으로 개척해 왔다. 10년 만에 매출액이 315억 원에 이르렀으며 국내 최초로 순수 패키지 소프트웨어 판매를 통해 순이익 106억 원을 돌파했다. 국내 안티바이러스 시장점유율도 65% 수준을 유지했다.

안랩은 일본·중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집중과 전략’을 통해 성과를 만들어 냈다. 민간 기업으로서 외교 사절 역할을 수행하고 보안 콘텐츠를 통한 정책 지원으로 보안업계의 한·중·일 베세토(BESETO) 라인을 구축했다.

한편 안랩의 창업 후 10년간 총 누적 매출은 약 1,352억 원이었다. 이는 당시 안랩의 대표 브랜드였던 ‘V3 프로 2004’ 패키지 제품을 223만 4천여 개 판매해야 달성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 안랩 측은 “이 수량만큼의 V3 패키지를 세로로 쌓으면 약 536킬로미터, 63빌딩 2,031개 또는 에베레스트산 60개를 합한 높이와 같다”고 말했다. 당시 본지는 이에 대해 안랩이 얼마나 많은 제품을 공급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고 평가했다.

(출처=컴퓨터월드 2005년 4월호)

전문경영인 체제로

안철수 안랩 창업자는 1988년 의사로 근무하던 중 본인의 컴퓨터에 침투한 바이러스를 잡기 위해 백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주변에 무료로 배포했다. 이후 프로그래밍에 몰두하기 시작해 낮에는 레지던트로서 밤에는 백신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생활했고, 1995년 안랩을 창립해 사장으로서 기업의 성장을 이끌어왔다. 이후 미국 보안기업 맥아피의 천만 달러 규모 인수 제의를 거절하고 코스닥 상장, 일본·중국 법인 설립, 휴대전화용 백신 개발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창립 10주년을 맞이했다.

반면 회사 운영에 전혀 어려움이 없던 안철수 사장이 돌연 CEO 자리를 스스로 넘긴다고 발표해 당시 신선한 감동과 충격을 안겨줬다. 대표 사임 후 이사회 의장으로서 주주·직원·고객 모두를 위한 투명한 선진 지배구조를 만들겠다는 그의 계획은 벤처기업의 모범적인 사례가 되기에 충분했다.

안철수 전 사장은 사임을 발표하며 “앞으로 이사회 의장으로 주주와 직원, 고객 모두를 위한 선진 지배구조를 만들고 회사의 큰 방향을 제시하는데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지난해부터 CEO와 COO의 성공적인 역할 분담 등을 비롯한 조직 운영, 개발 및 업무 프로세스, 해외사업에 대한 전반의 틀이 갖추어졌다고 느꼈다. 올해에도 지난해에 이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이어 나갈 것이라 확신한다”며 “지난 10년간 ‘우리 회사가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는가’와 ‘내가 이 조직에 적합한 사람인가’ 하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다. 앞으로는 직접 경영에 관여하는 회장이 아니라 이사회 의장으로 그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안철수 전 사장은 앞으로 노안이 오기 전 대학원에 들어가 학생으로서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는 것과 공부를 마친 후 안랩에서 필요로 하면 복귀할 수도 있지만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 등 사임 후 이루고 싶은 소망을 밝히기도 했다.

안철수 전 사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겪게 될 수 있는 여러 우려에 대해 “언젠가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리스크 요인일 뿐이며, 안랩은 한 사람에 좌우되지 않고 더 건강하고 건전한 기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향후 전문경영인 체제로서 안랩을 이끌게 된 김철수 신임 사장은 안랩에 합류하기 전 한국 IBM 이사, 브로드비전코리아 CEO 등을 거쳤으며 2002년 초 안철수연구소에 합류해 COO로서 회사 운영과 국내외 사업을 총괄했다.

김철수 부사장(왼쪽)과 안철수 전 사장 (출처=컴퓨터월드 2005년 4월호)

‘성장과 자율’을 키워드로

안랩은 2005년 창립 10주년을 맞아 ‘성장과 자율’을 모토로 △신시장 발굴 △신규사업 육성 △책임 경영 확립 △글로벌 역량 강화 등을 경영 방침으로 설정했다. 매출 목표는 500억 원이었다.

회사는 이를 위해 본격적인 보안 솔루션 서비스 사업 체제로서 기업의 위상을 재정립할 계획이었다. 중국·일본 현지의 시큐리티 대응센터, 고객 만족센터 확충과 국내 고객 만족센터의 시스템 정비, 시큐리티 대응센터 기능 강화 등의 인프라 정비를 통해 고객 서비스의 질을 높여 나갈 예정이었다.

또한 안랩은 기존 제품의 품질 향상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새로운 제품을 지속적으로 기획해 자체 연구개발에 힘쓰며, 해외를 포함한 개발 아웃소싱도 과감히 시도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강력하면서도 쓰기 쉬운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확보하겠다는 것이었다.

김철수 신임 사장은 “올해는 ‘성장과 자율’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 아래 우선 조직력을 더욱 튼튼히 다지고, 해외 시장 대응을 위해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우수한 인력을 확충하는 동시에 끊임없는 관리자·전문가 교육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나갈 것이다. 특히 일본, 중국, 동남아 등 해외 시장을 발판으로 다양한 전략적 제휴와 파트너십을 통한 세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고 2005년의 목표를 밝혔다.

“영속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

안랩은 2007년까지 매출을 1,000억 원대까지 끌어 올리고 2010년에는 2,500억 원을 달성, ‘글로벌 10대 보안 전문기업’으로 자리 잡는다는 목표를 세웠다. 제품과 서비스로 인해 급변하는 전산 환경과 그에 따른 사용자의 요구를 충족하고, 지식정보·위험 관리가 중요한 국민소득 2만 불 시대를 이끄는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구성원들이 핵심 가치를 진심으로 믿고 지속적으로 견지해 나가는 ‘영혼이 있는 기업’을 만들어 ‘영속하는 기업’으로 나아가겠다는 것이었다.

2005년 안랩은 ‘국가대표 10년, 글로벌 대표 100년’이라는 슬로건 아래 창립 1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철수 신임 사장은 “지난 10년간 안랩이 쌓아 온 역사와 핵심 가치를 계승해 세계 10대 보안 전문회사로의 도약을 위한 비전 달성에 열과 성을 다하겠다”고 신임 사장으로서 안랩의 비전 달성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안철수 전 사장은 보안 산업의 미래를 예상하며 “미국, 일본 등 고성장을 이루고 있는 해외시장에 비춰 봐도 앞으로의 보안 시장 환경은 좋을 것이다. 사회에 경찰이 있는 것처럼 사이버 세상에도 보안을 담당하는 곳이 필요하며 국가 내부적으로 반드시 보안 기술을 갖추어야 한다”면서 “기업들은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려워도 타협하지 않고 사명감과 보람을 끊임없이 의미 부여해야 결국 성공할 수 있다”고 안랩과 보안 산업 전체에 충고했다.

안랩 사옥 (출처=안랩)

2025년 안랩 창립 30주년

안랩은 국내 최초 백신 V3부터 AI 보안까지 범위를 넓히며 30년간 국내 사이버보안의 기준을 세워왔다.

2025년을 맞아 안랩은 창립 30주년 기념행사를 개최해 ‘월드클래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지난 3월 14일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개최된 행사는 안철수 전 사장, 강석균 대표 등 임직원들이 참석해 △안철수 창업자의 회고를 겸한 환영사 △강석균 대표 기념사 △안랩 히스토리 영상 상영 등의 세션을 진행했다.

안철수 전 사장은 환영사를 통해 안랩 창업 이전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고 안랩 설립 이전의 회고, 창업 초창기 시절 사연, 실리콘밸리와 환경이 비슷한 판교로 사옥 부지를 결정한 배경 등에 대해 얘기했다. 이어 “큰 방향으로 생각할 때 옳은 방향, 그게 결국은 언젠가는 결실을 맺는다. 모든 것들은 장기적으로 보고, 개인이나 기업만이 아니라 항상 사회를 생각하는 방향이 옳은 것”이라며 “30주년을 맞은 오늘 다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함께 사는 사회에 기여하는 초일류 기업’이 되어달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안랩 강석균 대표는 “안랩을 글로벌 누구와 경쟁해도 이길 수 있는 ‘월드클래스’ 기업으로 만들어 매출 3천억, 5천억을 넘어 1조 기업으로 도약하자”고 말했다.

안랩은 30주년을 맞아 다양한 연계 행사도 진행했다. 복지 포인트 기부 캠페인으로 임직원이 받은 복지 포인트의 일부를 기부해 모금액(300여만 원)을 밀알복지재단에 기부했다. 더불어 ‘300+300+300 기부’ 캠페인을 통해 소방가족희망나눔, 하트-하트재단, 참수리사랑 등 3개 단체에 기부금 총 900여만 원을 전달하는 행사를 진행했고, 매 분기 헌혈 행사를 진행해 임직원이 1년간 수혈한 혈액 팩과 모인 헌혈증서를 포함해 300개 이상 기증할 계획도 밝혔다. 회사는 이런 프로그램들을 통해 지속적으로 나눔의 가치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안랩은 연결재무제표를 통해 2024년 실적을 밝혔다. 매출액 2,606억 원, 영업이익 277억 원, 당기순이익 324억 원(별도 기준 매출액 2,330억 원, 영업이익 360억 원, 당기순이익 446억 원)으로 1995년에 비해 크게 성장했다. 안랩은 차세대 엔드포인트 위협 탐지·대응 솔루션 ‘안랩 EDR’과 차세대 위협 인텔리전스 플랫폼 ‘안랩 티아이피(TIP)’ 등이 높은 성장세를 보였고, 사우디아라비아 합작법인 ‘라킨(Rakeen)’의 초기 인프라 구축 등으로 인해 해외 매출이 발생한 것을 성장 원인으로 분석했다. 이는 안철수 전 사장 체제에서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 후 만 20년 만에 이뤄낸 성과였다.

2,000억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해온 안랩은 그동안 △보안 관제 및 컨설팅 서비스 확장 △7.7 디도스 대란 극복 기여 △평창 올림픽 개최 기여 △보안 업무 효율화 플랫폼 출시 등 보안 업체로서 다양한 기록을 세워 왔다. 또한 안랩은 현재 새 먹거리로 중동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는 강석균 대표가 제시한 월드클래스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에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