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재화로서의 데이터에 대한 접근 방법

박민지 데이터거래사 개인정보관리사(CPPG), 법학박사(경찰대학)

2025-05-31     박민지
                                                                     박민지 데이터거래사

現 한국정보통신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現 한국국제협력단(KOICA) 기술평가위원
現 인공지능산업법학회 홍보이사
前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데이터안전정책과 전문연구원
前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스마트치안지능센터 연구원

[컴퓨터월드]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데이터 활용은 일상이 됐다. 금융 플랫폼이 우리의 결제 습관, 소비 성향, 관심 분야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화된 카드 상품이나 할인 혜택을 자동 추천하고, 스마트폰 등 개인 디바이스에 내장된 온디바이스 AI는 인터넷 연결 없이도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는 어느새 각자의 디지털 비서인 AI 에이전트와 일상을 공유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이 가능하게 된 저변에는 경제적 재화로서의 ‘데이터’가 있다.

데이터의 활용이 다른 산업 발전의 촉매 역할을 하고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체계를 디지털 경제(Data Economy)라고 한다. 2011년 가트너에서 작성한 보고서에서 전통적인 IT 영역인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주도하는 경제가 아니라 데이터의 경제적 측면이 새로운 경쟁의 우위를 가져오는 시대의 일부로서 최초로 정의한 바 있다.

데이터 경제의 형성요인 (출처=이글루코퍼레이션, 한국판 뉴딜로 알아보는 데이터 시대의 활용방안 및 전망(2021))

우리는 이미 데이터를 획득하고 가공해 경제주체 간 이전하는 일련의 행위를 통해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경제적 부가가치 형성을 통해 경제활동의 자원으로 이용하고 있다. 데이터 경제에서의 데이터는 그 자체가 상품으로 유통되는 하나의 재화로 작동하는 동시에, 디지털 세계에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생산요소의 성격을 갖는다. 다시 말하면, 데이터는 서비스 이용자가 참여해 만드는 공공재 성격을 띤 특수한 자산으로 데이터 보유 기업과 비보유 기업간의 불균형 해소와 함께 데이터 노동에 따른 수익배분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결국은 일반적인 배타적인 소비재로서의 재화와는 근본적인 성격부터 다르다.

데이터 경제는 대규모 데이터에 기반해 분석 역량을 갖춘 기업이 이를 활용하여 타 산업 분야로 쉽게 진출할 수 있다. 데이터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수직적인 계열화와 타 산업으로 진출가능성이 그 어떤 경제시스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하다. 데이터 자산은 그 막대한 영향력으로 보다 쉽게 독과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의 왜곡이 없는 진정한 데이터 경제를 표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공정가치을 필두로 하는 데이터거래를 위한 법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데이터 자산의 영향력 확대는 데이터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 공유와 활용을 위한 접근권 차원의 데이터 중립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담론을 이끌고 있다.

EU는 공식적으로 데이터 중립성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지만 데이터 중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령을 제정해나가고 있다.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이 보유한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 강화를 위한 Digital Service Act(2020), 디지털 플랫폼 시장의 경쟁 활성화와 시장 지배력 제한을 위한 Digital Market Act(2020), 소비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 데이터 보유자가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할 것을 명시한 Data Act(2022) 제정이 바로 그것이다. EU는 공공은 물론 민간이 보유한 데이터에 대해서도 접근권과 이용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의 동향을 살펴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는 2021년 ‘데이터 산업진흥 및 이용촉진에 관한 기본법’을 제정(2022.4.20.시행)함에 따라 2023년 3월에는 기술보증기금, ㈜나이스디앤비, 신용보증기금,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을 데이터가치평가기관으로 지정하고 2023년부터 현재까지 600여 명에 이르는 데이터거래사를 선정하는 등 데이터 집중을 완화할 수 있도록 데이터거래 그 자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구조와 조직을 구현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도 데이터의 최초 공급자인 정보주체 개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보장에 대해 침해에 대한 소극적인 보호에서 나아가 적극적인 이권보장 및 데이터지배력 완화를위해 개인정보전송요구권(이른바 마이데이터)를 도입해 데이터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마이데이터 전송체계도 (출처=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도안내(마이데이터))

한편 가명정보 개념을 도입해 2021년부터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활용하는 문화가 사례 확산을 통해 안착될 수 있도록 현장의 생생한 데이터 활용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매년 가명정보 결합 선도사례를 선정해 부처 간 데이터 교류의 벽을 허물기 위한 절차를 마련하는 등 적극 지원해왔다.

데이터 경제는 이미 직접적인 데이터 거래 시장과 데이터의 기제를 활용해 경제 활동을 하는 간접적인 시장으로서 형성돼 있다. 데이터 법제의 발전단계를 살펴보면 제1단계로서 데이터와 관련한 정보 주체를 보호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 단계에서는 정보주체의 헌법상 기본권에서 기인한 인격권적 권리를 중요하게 바라봤다. 제2단계에서는 정보 주체를 보호함과 동시에 지능정보기술의 사회적 수용에 필요한 데이터 활용을 위한 가능성 부여를 위한 방편을 찾는 시도가 이어졌다. 이것이 바로 위에서 설명한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제 개선 노력이다. 그리고 이제 그 제3단계로서 데이터 이용과 거래를 위한 질서에 대한 규율이 필요하다.

가명정보 결합 절차 (출처=개인정보보호위원회, 가명정보처리 가이드라인)

여기에서는 데이터 거래의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 확충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데이터 경제가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하는 규범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데이터가 하나의 재화로서 경제 활동의 대상인 동시에 종래 민법상의 물건이나 종래 통상적인 경제행위의 대상이 되는 서비스에 비해 독특한 성격을 갖기 때문에 경쟁법제가 전통적으로 취해 왔던 시장 획정 방법 혹은 시장지배적 지위의 존재 및 남용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먼저 데이터라는 재화의 특징을 고려할 때 시장 획정시 데이터를 직접 거래 대상으로 설정해 기준을 삼기보다는 데이터를 매개로 해 이루어지는 경제행위를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적절하다.

다음으로 데이터를 실질적으로 점유하고 있지 못하는 경제주체들을 위한 데이터 접근권 개념을 통해 데이터 집중을 완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규범적 차원이 아닌 거버넌스 관점에서 데이터 공유를 위한 자율적인 거버넌스를 구축해, 개별 경제주체들이 데이터를 활발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여건과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데이터를 이용한 기술과 서비스의 개발이 위축되지 않도록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 데이터 규제 법제의 발전을 모색하는 이유는 시장에서 데이터를 널리 그리고 공정하게 이용함으로써 데이터가 가지는 경제적 가치를 극대화하고자 함이다. 따라서 데이터에 대한 독점규제 혹은 데이터를 둘러싼 재산권의 행사를 제한하는 규제가 데이터의 활용을 위축시키지 않도록 하는 배려도 필요하다.
 

참고문헌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2025), 2024 데이터산업 백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데이터 가치평가 안내서(2024)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데이터 경제 활성화 추진과제」 관계부처 합동 발표(2023)
정용찬, 데이터 경제와 데이터 중립성, KISDI Premium Report(2022).
김덕현, 데이터 경제의 범위와 추진전략 고찰(2020). 월간SW중심사회.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데이터 경제 활성화를 위한 이슈와 쟁점(2020)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데이터경제 시대에 부응하는 경제규제법제 개선방안연구(기본연구 20-03)(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