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자산운용사 높은 투자가치에 대거 참여…수도권 집중현상 문제로 떠올라

[컴퓨터월드]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황금기가 계속되고 있다. IDC는 국내 IT 산업이 태동한 1960년대부터 2020년대에 들어선 오늘날까지 수많은 기술 트렌드의 기반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클라우드,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등 신기술 기반의 인프라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가치 역시 급상승하고 있다. 많은 컴퓨팅 자원을 요구하는 신기술과 실시간으로 생산되는 데이터를 활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IDC 건립 붐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투자가치가 높다’는 판단에 따라 증권‧자산운용사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과열 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황금기를 누리고 있는 IDC의 최근 동향에 대해 조명해봤다.


국내 IT 산업 태동부터 함께한 IDC

인터넷데이터센터(IDC)의 역사는 국내 IT 산업이 처음 생겨난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IDC는 특정 기관 간의 데이터 공유를 위해 존재했다. 장비로는 메인프레임이 사용됐고, 미국 국방부에서 기관 정보 공유를 지원하기 위해 개발한 컴퓨터 연동망인 ‘알파넷(ARPANET)’ 등의 기술이 적용됐다. IDC는 국립연구소 및 삼성그룹 종합 전산실(1976년)과 같이 극소수의 기업에서만 전산실 형태로 구축됐다.

이후 1980년대 정보화 바람이 불면서 전산실 개념으로 기업들이 소규모의 IDC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PC와 TCP/IP, 간이망 관리 프로토콜1(SNMP1) 등의 장비와 기술이 적용됐다.

지금과 같은 형태의 IDC가 구축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들어서면서부터다.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컴퓨팅+네트워크를 집적하고 연결한 형태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대에는 정보자원의 규모가 커지고, 고도화되면서 스마트 디바이스와 ADSL 등의 장비를 활용한 IDC가 등장했다.

현재는 정보자원을 가상화하고 유동화해 컴퓨팅 자원을 서비스형으로 제공할 수 있는 대용량의 IDC로 고도화됐다. 여기에는 클라우드 컴퓨팅부터 5G 등을 위한 장비와 신기술이 접목됐다.

특히 대규모·고품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도 등장했다. 메모리 중심 컴퓨팅이 요구되는 AI 서비스, 저지연이 요구되는 에지 컴퓨팅, 복수 개의 클라우드 컴퓨팅을 활용하는 멀티 클라우드 등 신기술에 대한 수요에 대응하고자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IDC에는 안정적으로 고성능의 컴퓨팅 자원을 제공하기 위해 많은 전력과 공조 등의 시설이 마련되고 있다. IDC는 일반적으로 상면시설(서버실), 전원시설(UPS/배터리/전기실), 공조시설(기계실), OP룸 등으로 구성돼있다. 건축 측면에서는 내진 설계, 대침수 설계, 방호 설계, 보안 설계 등이 갖춰져야 하며, 전력 인프라 측면에서는 수전 이원화, UPS 이중화, 발전기 등 정전되더라도 전원공급이 끊어지지 않도록 시설이 구축돼야 한다. 아울러 항온설비, 냉방설비를 통한 서버실 24시간 통합제어 시스템 등 공조 인프라도 요구된다. 소방방재 인프라 역시 중요하다. 비상시 또는 재해 시 고객의 시스템 및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화재 예방, 화재 탐지, 소화 설비 시스템 등을 구축해야 한다.


클라우드, 데이터의 디지털 발전소

최근 IDC가 주목받고 있는 것은 바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신기술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기 때문이다. IDC는 기존 소규모 전산실과는 달리 빅데이터를 수집, 저장, 분석할 수 있는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며, AI 모델을 훈련할 수 있는 환경에 적합하다.

디지털리얼티 김재원 한국지사장은 “데이터는 모든 곳에서 생성되고 있다. 2025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매일 463엑사바이트(EB, Exabyte)의 데이터가 생성될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 펜데믹 기간 동안 일상 생활의 변화로 인한 데이터 수요가 증가한 데다 AI, 암호화, 클라우드 게임 등과 같은 데이터 수요 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기업들의 데이터 의존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데이터를 수용하고 수집, 저장, 분석해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IDC가 각광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현대사회 디지털 발전소로 ICT 기술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은 IDC (출처: KDCC)

IDC가 새로운 ICT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높은 유연성(High Flexibility)과 밀도(High Density) 또 관리 최적화(Management Optimization)를 갖춰야 한다. 과거와 달리 현재에는 비즈니스 진행 과정에서 기업들이 요구하는 컴퓨팅 자원이 수시로 변한다. 때문에 신속하게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를 확장, 증설할 수 있도록 유연성을 갖춰야 하며, 단위 공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장비를 고집적해 효율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또한 IT 장비와 전력, 공조시설을 자동화된 도구로 관리해야 인력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IDC는 ‘업타임 인스티튜드(Uptime Institute)’ 사에서 성능과 안정성 등을 기준으로 정의한 IDC의 티어에 따라 구분된다. 67개국에서 IDC 티어 인증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업타임 인스티튜드(Uptime Institute)’ 사에서 성능과 안정성 등을 기준으로 ‘티어1’, ‘티어2’, ‘티어3’, ‘티어4’로 구분하고 있다.

국내 민간기업 소유 IDC의 대부분은 티어3이며, 공공 및 금융기관이 보유한 IDC의 경우 티어4인 것으로 알려진다. 데이터센터연합회 관계자는 “티어를 높일 경우 에너지 효율은 떨어지게 된다. 티어를 높여 안정성을 강화하면 여기에 사용되는 에너지양이 늘게 되고 에너지 효율은 줄어들게 된다. IDC 목적에 맞게 적정 티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요 확대에 따른 IDC 건립 붐

현재 국내 주요 IDC 사업자는 크게 기간통신사업자(통신사)와 비기간통신사업자(비통신사)로 나뉜다. 통신사의 대표주자인 KT의 경우 목동에 1, 2센터, 분당, 강남, 여의도, 용산, 남구로 등 14곳에 IDC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경우 평촌, 상암, 가산, 서초 1, 2, 논현, 안양 등 13곳에, SK브로드밴드는 가산, 서초, 일산 1, 2, 분당 등 5곳에 센터를 두고 있다.

IDC 수명 주기 (출처: KDCC)

비통신사로 분류되며, 국내 클라우드 대표 기업으로 알려진 네이버클라우드는 춘천, 세종(착공)에, NHN클라우드는 판교, 김해(착공), 광주 등에 IDC를 보유하고 있거나 짓고 있다. 이 외에도 시스템통합(SI) 기업인 삼성SDS가 상암, 수원, 춘천, 구미, 동탄(건설 중) 등 5곳에, LG CNS는 상암, 가산, 인천, 부산 등 4곳에, SK(주) C&C는 대덕, 보라매, 판교 등 3곳에, 롯데정보통신은 가산, 대전, 용인 1, 2등 4곳에 IDC를 두고 있다.

세종텔레콤은 분당에 IDC를 두고 있으며 에퀴닉스와 디지털리얼티는 각각 상암에 IDC를 두고 있는데 고양과 김포에 각각 추가 건립하고 있다.

최근 IDC를 건립하는 비통신사가 늘어나고 있다. 클라우드가 일반화 되면서 IDC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로 IDC는 국내 클라우드 보급률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KDI 경제정보센터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 기업의 클라우드 보급률은 12.2%로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IDC 매출을 종합한 자료를 보면 연평균 9.7%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클라우드 보급률이 늘어남에 따라 IDC 관련 매출도 함께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클라우드, 네이버클라우드, KT클라우드, NHN클라우드, 가비아 등 CSP들은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제공하는 서비스가 다양해지면서 더 많은 컴퓨팅 전산 자원이 필요하게 됐다.

국내 CSP를 제외하곤 타 클라우드 기업들은 대부분 IDC를 임차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 CSP 기업 관계자는 “고객의 클라우드 사용량이 5년 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전산 자원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 당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국내 대부분 CSP들은 최소 1개 이상의 IDC를 추가로 건립한다는 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의 자료와 신한금융투자의 자료에 따르면, AWS는 목동과 일산, 용인, 평촌 등 4곳의 IDC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MS의 경우 평촌, 김해, 목동, 용산, 부산(자체 구축) 등 5곳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으며, 구글은 평촌, 가산, 용산 등 3곳에 위치한 IDC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오라클은 목동과 춘천에 있는 IDC를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IBM의 경우 판교에 위치한 SK(주) C&C의 IDC를 임대해 사용했지만, 최근 일본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글로벌 CSP들은 직접 IDC를 건립하는 방향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에서 클라우드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던 글로벌 기업들은 클라우드 및 IDC 성장 잠재력이 높은 국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에 IDC를 건립하는 등 투자를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 MS는 부산에 직접 IDC를 건립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의 국내 IDC센터 건립은 우리나라를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한 거점으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기존 일본이나 싱가포르, 홍콩 등에 IDC를 건립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으나 지진, 정치 상항 등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가 적합하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연합회 관계자는 “홍콩의 경우 중국과의 정치적인 위험요인이 존재한다. 또 싱가포르도 면적이 적어 IDC 규모나 수가 제한적이며, 일본의 경우 전기요금이 한국보다 비싸고 지진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중국은 정치적인 이유로 자국의 CSP를 적극적으로 키워주는 정책을 펴고 있어 타 CSP의 IDC가 자리하기에는 많은 제약 사항이 존재한다”면서, “한국의 경우 이러한 모든 요인을 피할 수 있다. 그렇기에 미국의 부동산 기업이 한국에 IDC를 적극적으로 짓고 있다. 실제로 디지털리얼티는 상암에 IDC 1센터를 건립했고, 현재 김포에 IDC 2센터 건립에 돌입한 상황이다. 에퀴닉스는 서울에 2개의 데이터센터를 착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언론보도, 공시자료를 종합한 신규 개발 예정 IDC

이 외에도 2025년까지 10여개에 달하는 IDC가 국내에 착공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경기도 안양에 LG유플러스, GS건설-액티스(영국계 사모펀드)-파빌리온자산운용, 다우기술, 효성-STT가 IDC를 착공할 예정이며, 과천에 가비아-KINX, 영등포에 액티스, 양재동에 KTCT, 새만금에 SK에너지가, 시화에 엔쓰리엔(N3N)이 IDC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퍼시픽자산운용이 발주하고 LG CNS와 현대건설이 죽전에 건설 중인 ‘퍼시픽써니데이터센터’의 경우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와 신한금융투자로부터 8,280억 원을 투자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투자·자산운용사, IDC 건립 활발…지자체-CSP 협력도

국내 IDC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기업 중 눈에 띄는 기업군이 있다. 바로 투자‧자산운용사다. 실제로 2019년부터 이지스자산운용, 코람코자산신탁, 코람코자산운용, 파빌리온자산운용, 와이드크릭자산운용, 신한대체투자운용, 스마일게이트자산운용 등이 데이터센터연합회 회원사로 새롭게 참여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적게는 4천억 원부터 많게는 5천억 원까지 투입하며 IDC를 짓고 있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하남 풍산동에 IDC를 짓고 있으며, 코람코자산신탁은 가산에 IDC를 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퍼시픽자산운용은 죽전에 IDC를 건설하고 있다.

이들 투자, 자산운용사의 IDC 건립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이들 기업은 막대한 자본력을 토대로 IDC 운영기업(LG CNS 및 KT 등)과 IDC 건설 시행사, IDC 솔루션사 등과 합작해 건물을 짓고 있다”면서, “IDC 건물을 짓는데 만 통상 4~5천억 원이, IT 장비까지 들어갈 경우 7~8천억 원이 소요된다. 투자, 자산운용사가 이러한 엄청난 금액을 투입해 IDC를 짓는다는 것은 IDC에 대한 투자 가치가 그만큼 높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금융투자사들은 IDC 건설이 마무리되면 KT, LG CNS 등 전문사에 IDC 운영을 위탁할 것”이라면서, “이러한 신규 사업자들의 진입은 기존 사업자들에게는 위협이다. 기존 IDC 운영사와 신규 IDC 운영사 간 고객 확보를 위한 경쟁이 심화될 수 있으며, 기존 업체들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고객을 유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자체와 CSP 간의 협력도 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자체와 CSP 간 협력이 정부의 공공부문 클라우드 전환에 대한 기조가 반영된 결과라고 주장한다. 현재 행정안전부는 ‘2022년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활용모델 적용을 위한 지자체 시범사업’을 추진, 지역별로 IDC를 확보하고 있다.

이와 관련, KT클라우드 측은 “지자체는 주변 공공기관에서 필요한 컴퓨팅 자원을 제공을 목적으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CDC, Cloud DataCenter)를 건립하고 있다”면서, “이를 통해 공공기관 및 지역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지역사회 경제 활성화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등 경제적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KT클라우드는 행안부의 이번 사업으로 제주특별자치도, 경상북도와 협력해 IDC를 건립하고 있다. KT클라우드는 행안부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활용모델 적용을 위한 지자체 시범사업’에 1순위로 선정돼 제주도의 ‘민간 클라우드 전환사업’ 수행기업이 선정됐다. 제주도는 2025년까지 4년간 총 346억 원을 투입해 제주도, 행정시 및 지방공기업 340여 곳의 정보시스템을 민간 클라우드 센터로 통합·전환한다.

또 KT클라우드는 1,160억 원을 투자해 경북도청 신도시에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건립도 추진한다. 이번 협력으로 경북도에 생산 유발액 1,170억 원, 부가가치유발액 509억 원, 유발취업자 1,243명 등 경제적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NHN클라우드는 올해 준공을 목표로 ‘광주 국가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NHN클라우드 측은 “광주 국가 AI 데이터센터는 네트워크 품질 신뢰성 및 접근성, 망중립 데이터센터, 확장가능 공간 확보, 낮은 전력 비용 및 친환경 등이 특징이다. AI 센터답게 88.5페타플롭스(PF) 연산 능력과 107페타바이트(PB) 저장능력을 갖추게 될 광주 센터는 세계 10위권 규모로 완공될 것”이라면서, “이 센터를 기반으로 IT인프라 뿐만 아니라 지역 성장과 상생을 위해 아카데미를 비롯한 연구개발 센터 갖출 계획이다. 이를 통해 CSP 본분을 다하고, 일자리 창출과 인재 양성을 지원해 지역 클라우드 생태계 저변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지자체의 IDC 건립에 대해 디지털리얼티 김재원 지사장은 “국내 공공 분야에서는 디지털 경제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공공 클라우드 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11개 이상의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면서, “제안 및 입찰에는 다양한 연구 활동, 디지털 혁신 및 클라우드 센터 지원을 위한 조직 개편, 클라우드 센터를 위한 경험 많은 컴퓨팅 시설 운영 리소스 확보, 컨설팅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데이터센터 지역별 현황 (출처: 한국데이터통신연합회)


연결성 강조한 통신망 중립 IDC 각광

최근 많은 IDC 관련 기업들은 ‘통신망 중립(Carrier Neutral)’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캐리어 호텔(Carrier Hotel)이라고 불리는 통신망 중립 데이터센터는 다수의 통신망이 직접 연결된 IDC로, 고객이 유연하게 회선을 선택하고 직접 연결을 구성할 수 있다. 이는 단일 통신사에 통신 회선을 의지해야 하는 기존 통신사 IDC에 비해 고객에게 다양한 회선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통신망 중립 IDC는 여러 통신망과의 연결뿐만 아니라 통신망 간의 데이터 교환 허브인 ‘인터넷 익스체인지(IX, Internet Exchange)’ 등과 연결하고, 사업자가 운영하는 타 데이터센터와 직접 연결하며 서비스를 차별화하고 있다.

특히 통신망 중립 IDC 내부에는 MMR(Meet Me Room)이라 불리는 별도의 공간도 마련돼있다. MMR은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센터에 입주한 고객들 간 솔루션을 직접 연결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직접 연결되는 MMR에는 외부망 연계 시 속도와 비용, 보안 이슈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도 접목되고 있다. 또한 통신망 중립 IDC는 입주 고객의 서버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CSP) 간의 직접 연결 서비스도 제공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IDC 입주 고객 서버와 CSP 서비스를 직접 연결하는 형태를 ‘클라우드 온-램프(Cloud On-Ramp)’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국내 주요 IDC 사업자들은 ‘연결성’을 강조하고 있다. KT는 용산 IDC를 개소하면서, 용산-목동-강남-분당의 자사 데이터센터를 연결했는데 데이터센터 간 네트워크 경로를 8개로 다양화해 연결성을 강조한다.

2021년에 준공된 SK브로드밴드의 가산 데이터센터는 비즈니스 초기부터 통신망 중립 IDC를 표방하며 다양한 네트워크 연결성, IDC 내 MMR과 해외 연결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우기도 했다. 국내 진출한 해외 IDC 사업자들도 마찬가지로 연결성을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리얼티는 올해 1월 준공된 상암 IDC가 국내 모든 통신사업자와 연결되는 진정한 의미 통신망 중립이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각 지역의 IDC 간, 또는 클라우드와 클라우드 사이 네트워크 연결을 유연하게 제공하는 별도의 서비스를 서비스형 네트워크(NaaS)로 제공하고 있다”면서, “에퀴닉스는 ‘에퀴닉스 클라우드 익스체인지 패브릭(Fabric)’, 디지털리얼티는 플랫폼디지털(PlatformDIGITAL) 포트폴리오 중 ‘서비스패브릭(ServiceFabric)’이라는 이름의 서비스를 각각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적 운영·관리 고도화 기술 접목

IDC에는 친환경적으로 운영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술도 접목되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요건에 부합하는 IDC 운영,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국내 IDC 관련 기업들도 친환경적으로 운영, 관리하기 위해 냉방 효율화와 설비 자동화 등에 AI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데이터센터연합회 관계자는 “IDC 인프라(HW) 및 인프라를 관리하는 SW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은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최근에는 운영과 관리 영역에 AI가 적용되기 시작했다”면서, “일례로 한 기업은 IDC 운영을 효율화하기 위해 2년간 AI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렇게 개발한 솔루션으로 서버실 내 기류가 특정 부분에 도달하지 못하는 문제점을 해결했다. AI 기반 솔루션으로 IDC 서버실 내부 기류 시뮬레이션을 구동하며, 기류 정체존을 찾아냈고, 완화할 수 있었다. 1년에 4~50개의 IDC를 방문하는데, 대부분의 IDC에서 현재 운영 효율성과 에너지 절감 등을 솔루션으로 해결하고자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가장 많은 IDC를 보유한 KT클라우드는 ‘지능형 운영 플랫폼(DIMS)’을 도입해 서버 반출, 출입 관리, 작업‧장애 처리 등 기존 수기로 관리해온 다양한 기능들을 자동화했다. 또한 IDC 내 온‧습도를 자동으로 제어하는 ‘AI IDC 오퍼레이터’를 자체 개발했고, KT 목동 IDC 2센터에 시범 적용했으며 수도권 IDC에 순차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AI IDC 오퍼레이터는 IDC 내 온도, 습도 데이터를 AI가 수집·분석해 자동으로 시설들을 제어해 수동으로 개별 장치를 조절하는 기존 방식에 비해 전력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스마트 캐비닛 화면 (출처: 한산씨엔에스)

이 외에도 데이터센터 솔루션 및 컨설팅 전문기업인 한산씨엔에스의 경우 에머슨네트워크파워의 ‘스마트솔루션(SmartSolutions)’ 포트폴리오를 공급하고 있다. 이 중 ‘스마트캐비닛(SmartCabinet)’을 공급하며 IDC 운영, 관리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스마트캐비닛’은 전력, 온도관리, 랙, 전원분배, 인프라 관리와 감시를 패키지화해 제공하는 솔루션이다. 기존 복잡한 컴퓨터 룸을 만들 필요 없이 시스템을 설치할 수 있다. 별도의 상면 공간을 낭비하지 않고, 운영 자동화를 통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 밀집 현상, 지방으로 분산될 것”

IDC를 두고 최근 수도권에 밀집돼있어 문제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실제 2022년 6월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IDC는 146개다. 이 중 수도권 지역에 86개(59%)가 몰려 있다. 이어 강원‧충청권 19%(28개), 경상권 15%(22개), 전라권 7%(10개) 순이다. 아울러 향후 2025년까지 지어질 IDC의 수를 더하면 수도권 밀집 비율이 대략 90%에 달할 것이라는 예상도 존재한다.

한 IDC 기업 관계자는 “과거에는 IDC 간 이격거리가 10km로 제한돼있었다. 최근 40Km로 확대됐으나 큰 의미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서울에서 40Km 떨어진 지역이 경기도 강화, 오산, 이천 등이다. 이격거리를 늘려도 수도권에 IDC가 밀집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력을 대규모로 사용하는 시설은 지방으로 분산하고자 ‘에너지합리화법’을 제안했지만, 과도한 규제 사항이라는 이유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최근 IDC가 수도권에 밀집되고 있다는 이슈가 떠오르니 다시금 재점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IDC를 수도권 외곽으로 분산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서울과 수도권은 IDC 부지 확보가 어렵고, 임대료 또한 비싸기에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면서, “특히 서울 근교에 있는 IDC에 막대한 전력을 공급하는 것도 향후 문제가 될 수 있다. IDC는 일반적으로 정전에 대비해 각기 다른 2개의 변전소로부터 전력선을 이중화한다. 하지만 현재 서울 및 수도권의 변전소 여유 용량은 서울 북부 및 경기 북부 외에는 없다. 변전소 증설이 불가능할 경우 전력 공급 문제로 인해 IDC를 건설할 수 없다는 의미다. 실제로 한전에서 변전소를 짓기 위해서는 타당성 검토부터 건립까지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까지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에퀴닉스와 디지털리얼티는 상암에 첫 IDC를 짓고 다음 IDC를 경기 외각인 고양과 김포에 건설하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IDC로 연결성을 확보할 수 있는 ‘허브’로 만든 후 외곽에 대용량 상면 임대가 가능한 IDC를 연결하는 구조다.

지방으로 IDC가 분산될 기미가 보이자 지자체에서는 IDC 유치전에 돌입했다. 데이터센터연합회 한 관계자는 “IDC는 입지 조건이 복잡하지 않다. 건설 후에는 운영을 자동화해 구동하기에 상주 인력도 적다. 쉽게 말해 역세권일 필요가 없고, 해당 지방의 외곽에 위치해도 상관없다는 얘기다”라면서, “지방에서도 이러한 특성을 파악하고, 홍보 및 영업에 나섰다. 실제로 각 도 및 시가 보유한 특장점을 앞세워 IDC 유치전을 벌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지자체에서 IDC 유치전을 벌이는 이유는 결국 지방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통상 지방에 IDC가 건립될 경우 외각에 위치하게 되지만 그래도 지방에 IDC가 건립되면 낙수효과로 인해 지방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이렇게 IDC가 지방에 설립되면 지자체는 가령 ‘네이버 IDC가 있는 지방 IT 클러스터’ 등 홍보하며 새로운 경제 활동을 추진할 것이다. 그렇기에 적극적으로 IDC를 유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에서 IDC 유치를 추진하고 있지만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이름이 있는 빅테크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자체들이 IDC자체를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경기부양 효과 및 마케팅 효과만 기대하고 이들 이름있는 빅테크 기업만을 원하는데, 이러한 지자체 관계자들의 인식 개선도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군산시와 새만금개발청이 ‘수산태양광발전 IDC’를 제안했고, SK에너지가 여기에 참여했다. 또한 부산광역시도 ‘수소연료전지 접목 IDC 클러스터’를 구축한다고 밝혔으며, 강원도에서는 ‘소양강 심층수를 이용한 냉각 IDC 클러스터’를, 인천광역시는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한 IDC 클러스터’ 등을 내세우며 영업을 시작했다. 현재 이들 시‧도‧청과 많은 기업이 활발하게 논의하고는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결과는 없는 상황이다.

수소연료전지를 접목한 IDC 클러스터, 심층수를 이용한 냉각 IDC 클러스터 등은 실증되지 않아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이다.

현재 인천광역시의 LNG를 이용한 IDC 클러스터만 과제로 구체화됐다. LNG를 이용한 IDC 클러스터는 LNG에서 발생하는 차가운 냉기를 버리지 않고, 재사용하는 개념이다. LNG는 흔히 헤어스프레이에 들어있는데, 헤어스프레이를 사용하면 통이 차가워진다. 이를 응용해 공기를 차갑게 만드는 LNG를 버리지 않고 라디에이터로 전달해 찬공기로 만들어 냉각에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이들 지자체가 제안한 방식이 실현된다면 환경 이슈와 지방 경기 부양 효과 등 다양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5년간 연평균 약 10% 성장 전망

데이터센터연합회 측 관계자와 국내 IDC 기업 및 관련 기업의 복수 관계자들 주장을 종합하면 2019년 기준 민간 IDC 매출액은 약 2조 7,066억 원이었다. 2020년에는 2조 9,000억 원, 2021년에는 3조 2,500억 원 정도로 추정된다. 내년까지 새롭게 구축될 예정인 민간 IDC는 대략 10곳이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하면 IDC는 향후 5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특히 클라우드와 인공지능 그리고 빅데이터 등 현재 IT 시장 흐름을 보면 그 기반 인프라인 IDC와 관련된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 확실시 된다.

실제 데이터센터연합회는 IDC 관련 매출액이 연평균 9.7%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시장조사기업 KRG의 보고서에 나타난 데이터센터 수요(용량)는 연평균 16%씩 증가하고 있다. 이외에 애리즈톤(Arizton)은 국내 IDC 시장이 2026년가지 연평균 7.72%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며 시너지 앤 스트럭처(Synergy And Structure)의 리서치 분석가들은 한국 코로케이션 시장이 향후 5년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디지털리얼티 김재원 한국지사장은 IDC 성장을 주도하는 요인으로 한국 경제의 빠른 디지털화와 정부가 주도하는 디지털플랫폼 정부, 글로벌 기업 및 CSP의 국내 시장 진출 강화 등을 꼽았다.

김 지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데이터, AI, 암호화, 클라우드 등과 같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신기술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주도했던 디지털플랫폼 정부 구축 의지 및 디지털 뉴딜 기조가 한국 경제의 빠른 디지털화를 촉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 간 글로벌 기업과 CSP의 국내 시장 진출도 늘어났다. 국내 IDC와 관련된 시장은 향후 5년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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