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IS 먹통으로 대기업 참여 제한 문제 재점화
발주기관 전문성 갖추고 충분한 사업 기간·비용 보장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마련해야

[컴퓨터월드] 교육부의 4세대 교육행정 정보시스템 ‘나이스(NEIS)’가 6월 21일 개통, 접속자가 몰리면서 시스템 오류가 이어지자 공공SW 사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있었던 EBS 온라인 클래스 접속 장애와 백신접종예약시스템 먹통 사태때도 이슈가 됐던 주장이다. 특히 올해 들어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혁신단에서 대기업 참여 제한 문제를 혁신 과제로 선정하면서 업계에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마침 이번에 발생한 나이스 사건으로 주장에 한층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그러나 공공SW사업 대기업 참여 문제는 IT산업 발전과 생태계 조성을 뒷받침해온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무부처로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해봐야 한다. 혼란 속 비난에 힘입은 섣부른 제도 개선이 대한민국 IT산업의 생태계를 크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공공 SW 사업, 대기업 참여가 정답일까?

공공 소프트웨어(SW) 분야는 바람 잘 날이 없다. 허구한 날 케케묵은 논쟁이 되풀이된다. 저가낙찰 문제, 유지관리요율 등 정당한 대가 지불에 관한 이슈부터 과업 변경, 원격지 개발 등 다양한 주제들이 포진해 있고 돌아가며 화제가 된다. 최근에는 불씨가 꺼져가는 것처럼 보이던 주제에 다시금 불이 붙어 업계가 논란이다. 바로 대기업의 공공 SW 사업 참여 제한 문제다.

지난 2013년 SW산업진흥법 시행 이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하 대기업)의 공공 SW 사업 참여가 전면 금지됨에 따라 해당 분야는 중소·중견 기업들의 터전이 됐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대기업들은 공공 시장으로 되돌아오기 위한 기회를 엿보고 있다.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는 2015년경부터 클라우드, 빅데이터 등 신기술 분야에 한해 예외를 인정하면서 완화되기 시작했고, 2020년 말에는 SW진흥법으로의 명칭 개정과 함께 하도급 참여 또는 수급 지분에 제한을 둔 부분인정제를 도입, 국방·외교·치안·전력 등 국가안보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사업 등에 대기업 참여를 허용하면서 대기업들이 점차 시장을 독식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SW산업진흥법이 SW진흥법으로 명칭이 바뀌긴 했지만, 결국 이 법은 여전히 대기업의 공공 SW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것을 기본으로 두고 있다는 점을 상기해봐야 한다. 즉 단순히 정보시스템들을 문제없이 잘 굴러가도록 하기 위해 만든 법이 아니라, 대한민국 SW 산업의 생태계를 대기업 위주가 아닌 중견·중소기업까지 골고루 성장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기 위한 것을 대의로 삼고 있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대기업들은 지난 10여 년간 기회만 나면 공공 SW 사업에서의 대기업 참여 제한을 완화시키고자 노력해왔고, 매년 주무부처와 업계 전문가들의 반대 속에 시도는 실패 아닌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는 가운데 최근 개통한 교육부의 4세대 국가 종합 교육행정 정보시스템 ‘나이스(NEIS)’를 두고 다시금 대기업 참여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21일 개통 이후 문제들이 발생하면서 ‘먹통’ 논란에 휘말리자 마치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대기업의 편을 든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사업 역량 문제 제기하지만…“대기업이라고 다른가?”

나이스는 교육(행정)기관의 교육행정 업무 전반을 전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구축한 종합 교육행정 정보시스템이다. 전국 초·중등학교, 교육행정기관, 대학·전문대학의 교무, 학사, 인사, 급여 등 44개 단위 업무가 나이스에서 처리된다. 이용자 수도 학생과 교직원을 합쳐 약 600만 명에 이른다.

지난 2011년 구축된 기존 3세대 나이스 시스템은 이제 10여 년이 지나면서 인프라 노후화로 인한 장애 발생이 빈번해져 유지보수에 어려움이 따르는 상황이었다. 뿐만 아니라 미래 교육 실현을 위한 교육정책의 변화와 에듀테크를 활용한 교수학습 혁신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면 개편이 요구됐다.

이에 교육부는 학생 성장 중심의 데이터 기반 교육정책 수립 및 교육 활동을 지원하고, 최신 기술을 적용해 사용자 친화적인 업무환경을 제공하고자 4세대 나이스 시스템 구축을 추진했으며, 쌍용정보통신 컨소시엄이 해당 사업을 수주해 시스템을 구축했다.

나이스 홈페이지
나이스 홈페이지

문제는 지난 21일 나이스 시스템 개통 이후 이용자가 몰리면서 접속 지연 혹은 접속 불가 현상이 이어졌고, 그로 인해 학교 일선에서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교사와 교직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는 점이다. 설상가상으로 다른 학교의 문항정보표가 인쇄되는 오류까지 발생하면서 교육부와 사업 수행사에 대한 비판은 커져가고만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쉽게 ‘예견된 일’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중견기업의 사업 수행 역량에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애초에 대기업이 사업을 주도했으면 이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대기업 참여 제한 제도를 하루빨리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사실은 제대로 따져보면 대기업들도 그동안 차질 없이 원활한 시스템 개발, 운영을 해왔느냐는 비판에서 자유롭기가 어렵다는 게 문제다.

실제 삼성SDS의 공공 SW사업 복귀작으로 평가받았던 기획재정부의 차세대 예산회계시스템 ‘디브레인(dBrain)’ 구축 사업만 해도 시스템 개통 일주일 만에 전산장애가 발생해 대기업, 금융기관 등 원천징수의무자의 원천징수납부액 납부에 차질이 생겨 사상 초유의 납부 연기 결정이 내려졌다. 최근에는 우체국 차세대 금융시스템의 개통이 올해 1월에서 5월로 연기되고, 첫날 오류로 인해 속도 저하 및 인증 장애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다. 

IT서비스 업계에 오래 몸담은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많은 대규모 차세대 시스템들이 개통 이후 예기치 못한 오류들을 맞닥뜨렸고, 발주기관과 개발사가 긴밀하게 협력해 이러한 오류들을 수정하고 시스템을 안정화하는 작업을 해왔다. 개통 이후 쏟아져 나오는 오류에 대한 수정은 복잡하고 민감한 작업이라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는 대기업들도 공통적으로 겪는 문제로, 과연 그때도 지금처럼 대기업들의 사업 역량에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거나 오류가 예고된 것이었다고 지적했었는지 솔직히 궁금하다”고 해당 의견들을 비판했다.


발주기관 전문성과 충분한 사업 기간·비용 보장이 중요

지난 몇 년간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비대면 IT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IT 업종에도 이른바 ‘호황기’가 찾아왔다. 그러나 공공 SW 사업에서만큼은 여전히 열악한 사업 대가 구조, 특정 분야로의 인력 쏠림 현상 등으로 인해 상당수의 대형 사업들이 예정된 기간 내 프로젝트를 종료하지 못하는 등의 난항을 겪었다.

특히 보건복지부가 추진한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프로젝트에서는 주사업자인 LG CNS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계약 해지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업계에서 논란이 됐다. 공식적으로는 LG CNS가 상세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있지만 사업 수행사가 중도에 사업을 포기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향후 공공 SW 사업에 큰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기업 참여 제한 문제가 논란으로 떠오른 지금 상황에서 복기해볼만한 문제가 있다. 바로 그동안 공공 SW 사업들이 난항을 겪을 때마다 구원투수를 자처하며 공공 SW 사업에 헌신하는 듯한 이미지를 쌓아온 것이 LG CNS였다는 점이다.

2020년 4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 때 발생한 EBS 온라인 클래스 접속 장애 문제가 발생하자 LG CNS가 “국가와 학생들을 위한 일”이라며 어떠한 대가도 없이 자사 인력들을 급파해 시스템 안정화를 도왔다는 기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올라왔다.

또한 이듬해인 2021년 여름 코로나19 백신예약시스템 접속 불안정 사태 때도 아키텍처 최적화 관련 인력을 급파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히면서 곳곳에서 “공공사업에 참여도 못하고 있지만 국가의 요청을 받으면 무상으로 긴급 이슈를 해결하는 게 대기업이다”라는 기사가 쏟아지며 공공 SW사업에 대기업 참여 제한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코로나19 백신예약시스템 먹통 당시 LG CNS 관련 기사들
코로나19 백신예약시스템 먹통 당시 LG CNS 관련 기사들

IT서비스 업계는 이처럼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자세로 공공 SW 사업에 임했던 LG CNS가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프로젝트에서는 수익성 문제 앞에서 어쩔 수 없는 하나의 기업일 뿐이라는 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심지어 LG CNS 측이 컨소시엄으로 함께 했던 중소기업들에게 사업의 문제를 떠넘기다시피 하는 자세를 보이기도 하면서, 공공 SW 사업에서 대기업이 왜 퇴출됐는지를 업계에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는 비판을 하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실제로 코로나19 백신예약시스템 문제를 해결한 것에는 접종기관의 예약가능시간과 관련한 응답속도를 크게 개선한 LG CNS의 공도 있지만,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면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과 같은 정부기관부터 네이버, 카카오, LG CNS, 통신3사와 같은 대기업은 물론이고 이번 나이스 주관사업자인 쌍용정보통신과 같은 중견기업, 그리고 이글로벌시스템, 와탭랩스, 에스티씨랩, 제이드크로스, 데이터헤븐, 시스템어소시에이츠 등 중소기업까지 각 분야의 기술력을 갖춘 다양한 기업들이 활약했음을 알 수 있다.

즉 LG CNS가 그간 보여준 행보와 때마침 동시에 쏟아져 나왔던 대기업 참여 제한 완화에 대한 기사들을 묶어 생각해본다면, 결국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슈에 숟가락을 얹은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하기가 어렵다는 게 많은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2011년 3세대 나이스 사업을 담당했던 삼성SDS는 시스템 구축 이후 성적 오류 사태가 발생하자 100억 원대의 추가 비용을 들여 시스템을 보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공공 부문 일부에 남아 있는 대기업 선호 분위기 역시 이런 측면을 기대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나이스 먹통 사태에서 발주기관인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책임 역시 크다는 사실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이미 삼성SDS는 2013년경 저가 수주 경쟁 심화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이유로 공공 SW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그때나 지금이나 공공 SW 사업에서의 부족한 발주기관 전문성과 과업 변경 문제, 낮은 사업비 등 제값받기 관련 문제 등이 여전한 만큼 정부·공공기관 역시 반성해야 한다.


“중견·중소 IT기업에게는 충분한 기회가 더 필요”

이번 나이스 사업의 주사업자인 쌍용정보통신 측은 “일단 시스템 오류에 무한한 책임을 통감하며, 교육부와 협의해 시스템 안정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일반 국민들은 혈세 수천억 원이 들어간 시스템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세금 낭비라는 지적을 한다. 하지만 잠깐의 오류가 전체의 가치를 제로(0)로 만들 수는 없다. 업계에도 고충은 있다. 공공 SW사업에서 넉넉한 기간과 자금을 보장받고 사업하는 경우는 없다. 그렇기에 오류의 발생과 수정은 완성된 시스템을 향한 과정일 수 있다. 사업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노하우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오류가 발생하는 것은 대기업이 주도하나 중견·중소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시스템 개발을 포기하지 않고 완성해 냄으로써 만회할 수 있다.

이번 나이스 먹통 사건으로 인해 고개를 든 공공 SW 사업에 대기업 참여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과연 정답일지에 대해서는 좀 더 많은 생각과 고려가 있어야 한다. 중견·중소 IT기업에게는 아직까지 공공시장에서 충분한 기회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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