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모 대통령 과학기술특별보좌관






박찬모(73세) 대통령 과학기술특별보좌관. 그는 정치인도, 한나라당 당원도 아니다. 그런데도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주의, 즉 실천을 중요시 하는 점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고 박 특보는 답한다. 그렇다. 박 특보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몸소 실천하는 과학자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과학기술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발 벗고 나선다.

역대 정부 치고 과학기술과 관련된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 이하인 경우가 더 많았다. 말만 앞세워 흉내만 내고 임기가 끝나면 제대로 결실을 거둔 경우가 드물었다는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중복 및 반복되는 정책들이 포장만 달리해 제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박 특보는 이명박 대통령을 그 어느 지도자들보다 과학기술 정책공약을 실현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 믿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한편, 박 특보는 평양과학기술대학교 설립에 사비 5천 만 원을 기증했다. 통일이 될 경우 남북 문화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 'IT를 포함한 과학'이라는 소신 때문이라고 한다. 그의 실천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 특보는 IT를 가장 잘 아는 이명박 대통령 측근 가운데 한 사람이다. 국내 IT 산업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방향성마저 잃어버리고 있는 것 같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요성을 그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 특보에게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정치인도, 한나라당원도 아니다
"내가 해야만 할 역할과 책임은 대통령과 정부에 과학기술 공약을 상기시켜, 실현되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박 특보는 역대 정부들이 국가경제 및 국민 생활 발전에 가장 중요한 것이 과학기술임을 알면서도 정책만 남발하는 경향이 짙었고, 그것을 실현 및 구현시키는 데는 상당히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박 특보는 그래서 이를 상기시켜 실현되도록 노력하는 게 책무라고 취임소감을 밝혔다.

박 특보는 "이명박 대통령께서 과학기술이 중요한데,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과학기술계 출신이 아니어서 과학기술을 위해 많은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해 와 과학기술계가 정말 아무도 없다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바로 승낙을 했다"고 과학기술특별보좌관 선임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과학기술특별보좌관 자리는 비상근직이다. 일을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수 있다. 박 특보가 어떤 마음으로 임하느냐에 따라 과학기술계의 발전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박 특보는 발로 뛰는 인물로 평가되는 만큼 그에게 희망을 거는 시선이 뜨겁다. 특히 몇 년 째 불황을 겪고 있는 소프트웨어 업계는 더욱 그렇다. 박 특보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요성을 그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식경제부가 소프트웨어 산업 관련 업무를 과장에게 맡기고 있고(정보통신부에서는 국장이 관장), 행정부와 청와대에는 과학기술인이 거의 없다"면서, "과기특보의 책임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함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박 특보와의 일문일답이다.

-대통령과학기술특별보좌관이라는 직책은 어떤 역할과 책임, 그리고 권한을 갖는지요.
▶새로 생긴 직책이라 책임과 권한이 문서화 된 것은 없습니다. 비상근에 조직도 없기 때문에 크게 기대하기는 힘들겠으나 과학기술계와 대통령 그리고 정부와의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가능한 대로 원로과학자, 연구원, 대학교수 등 과학기술계 인사들을 많이 만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사실 관계를 파악해 대통령에게 전달할 것입니다.
특히 과학기술 공약이 지켜지도록 정부 관계기관을 적극 독려할 것입니다.

"청와대와 정부에 과학기술인 너무 적다"
-이명박 대통령의 과학기술 공약 가운데 특보께서 가장 관심을 갖는 부분은 무엇인지요.
▶2012년까지 국가연구개발비를 GDP 대비 5%까지 끌어올리고, 기초과학의 투자 비중을 50%까지 확대한다는 공약에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IT를 포함한 과학기술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청와대에 과학기술 정책을 입안한 사람들이 거의 들어가 있지 않아 걱정이 됐습니다. 특히 취임 직후 얼마 안 돼 쇠고기파동, 고유가와 환율 등으로 인해 지금은 과학기술 관련 업무를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입니다.

대통령께서는 정보통신부를 해체시키면서 소프트웨어 관련 업무를 지식경제부로 넘겨 더 활성화시키기를 기대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뜻이 잘 전달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관련 업무를 국장급이 아닌 과장에게 맡겼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됩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소프트웨어는 우리나라 경제를 이끌어 갈 중요한 산업 가운데 하나라고 봅니다. 과학의 날에 소프트웨어 부문상이 없었다는 것도 잘 이해를 못하겠습니다.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사가 고용한 인력이 약 7만 명이고, 연매출은 약 500억 달러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처럼 소프트웨어는 고용 창출효과와 돈을 벌 수 있는 산업이라고 봅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우수한 인재들이 많은 곳은 더욱 그렇습니다.

R&D, GDP의 5%까지 끌어올릴 것
-정치인도 아닌데, 이명박 대통령 선거 캠프에서 선대위원장직을 맡았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아주 단순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주의, 즉 실천을 중요시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포스텍 총장시절에 정부는 각종 좋은 정책을 많이 발표했으나 실천이 잘 안 됐습니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을 설립하겠다고 했지만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럴듯한 말만 앞세우고, 실천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호감을 갖지 않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특보님의 당초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평가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사실 저는 행정부와 청와대에 과학기술인들이 많이 들어가기를 기대 했었습니다. 대통령 잘못은 아니지만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과학기술인이 한 명도 당선되지 않은 것은 매우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특별보좌관님은 전산을 전공했고, 국내 최고의 공과대학인 포항공과대학교 총장까지 역임한 바 있어 이명박 대통령이 정보통신산업 발전을 위해 중용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대통령과학기술특별보좌관이라는 직책이 그런 역할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특보의 직책은 정보통신에 직결된 것은 아니지만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고, 필요할 경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봅니다. 현재 정보통신부에서 관할하던 일이 지경부, 방통위, 문광부로 분산되어 예산 등 조정에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소프트웨어 산업부문이 국장급에서 과장급으로 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실용주의 때문, MB 지원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 왔던 국내 IT산업이 최근 몇 년째 경기불황과 맞물려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정보통신부가 해체된 이후 IT 산업은 중심을 잃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유비쿼터스 사회에서는 IT가 매우 중요하며 융합기술도 IT기반으로 되어야 하다고 봅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좋은 두뇌와 창의력만 있으면 크게 발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게임 산업은 우리나라 경제발전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정통부 해체는 다소 무리였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체신부를 정보통신부로 개명할 때 일조를 했고, 그 후 진대제 장관 시절 여러 가지 자문을 한 사람으로서 정통부가 셋으로 갈라지는 것에 대해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러나 새 정부의 조직 축소화는 찬성했습니다. 대통령께서 종래 산자부가 하던 많은 역할은 일반 기업이 하게 하고 지경부는 소프트웨어, 중소기업 등 정부의 지원을 필요로 하는 분야를 강조하시겠다고 해서 거기에 동의 했습니다. 앞으로 대통령께서 구사 하셨던 대로 되리라 믿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산업은 상당히 중요한데, 대학과 대학교에는 학생들이 잘 지원하지 않을 만큼 3D 업종으로 전락했다고 합니다. 해결 방법은 없을까요.
▶내가 1973년도에 한국과학원에 와서 봉직하던 시절, 과학기술부 정보산업국에 가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역설했습니다. 당시 미국과 일본이 CAD 소프트웨어 전쟁을 벌일 때였고, 관료들은 소프트웨어는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된다고 믿었습니다. '과학의 날'에도 소프트웨어 분야 상은 없었습니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장족의 발전을 한 셈이지만 아직도 멀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어진 문제를 푸는 힘(practice)은 있는데 추상하는 힘이 부족(abstraction)하다고 봅니다. 학생들은 머리 쓰는 것을 싫어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누군가 게임 프로그램 등으로 거부(巨富)가 되어 스타가 생기면 학생들의 생각이 달라지리라 봅니다.

SW는 중요한 산업
-MB 정부는 IT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이나 방향이 분명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특보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IT의 중요성을 잘 알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에 대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면 정부 부처의 하부 기관이 아닌 대통령 직속 기관,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진흥청'과 같은 별도의 특별 기관을 설립하는 등의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지적입니다.
▶글쎄요. 거기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소프트웨어 산업에 종사하는 인력들이 공동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의견을 모아야만 하는데, 잘 안 뭉치는 경향이 있습니다.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좋은 제안을 많이 해 정책에 반영시킬 수 있도록 여론을 형성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평양과기대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배경이 궁금합니다.
▶1990년 7월, 중국 교육성이 세계은행과 함께 추진하는 지방대학육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연변대학에 가서 1개월 간 컴퓨터 강의와 컴퓨터공학과 신설 등에 대한 타당성을 조사한 바 있습니다.
그 기간에 국제현대물리워크숍이 연변대학에서 있었고, 그 워크숍에 참석한 북한 과학원의 여철기 교수를 만나 북한의 IT가 매우 낙후된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 이후부터 북한의 IT에 관한 연구를 하게 되었고, 2000년 9월에 김책공대와 평양정보센터에서 특강을 하고 2001년 4월에는 평양정보센터와 공동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2001년 김진경 연변과기대 총장이 평양과기대 설립을 위한 제안서 작성을 할 때 IT분야 자문을 했습니다. 2005년 12월에는 공동 설립위원장으로 위촉돼 설립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평양과기대의 교육이념은 실용성, 창의성, 국제성이며 지식산업복합단지가 있는 것이 북한의 타 대학과 다른 점입니다. 현재 건물은 다 지었으며 광케이블도 모두 연결됐으나 상수도 건설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내년 4월에 대학원생 150명을 뽑아 개학을 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떤 일에 매진할 계획이신지요.
▶우리나라 과학기술(IT 포함) 발전에 매진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평양과기대를 포스텍과 같이 만들고 싶습니다. 평양과기대가 문을 열면 강의도 할 예정입니다.

한편, 박 특보는 중국을 이끌고 있는 현 후진타오 주석이나 장쩌민 전 주석 등이 모두 공대 출신이고, 이들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인들이 정치에 참여하면 안 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공대 출신들이 정치에 많이 참여해야만 과학기술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여 강조했다.

박 특보는 특별한 공무가 아니면 지하철이나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할 만큼 검소한 생활과 몸소 실천하는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IT인들이 그에게 희망을 거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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