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탁 LG디스플레이 업무혁신담당 CIO/상무





"전세계 기업들이 LG디스플레이를 IT 측면에서 벤치마킹하고 싶은 회사로 만들고 싶다." LG디스플레이 CIO인 현병탁 상무의 포부다. 글로벌 넘버원 기업을 지향하는 회사의 목표에 맞춰 세계 최상의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IT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현 상무의 이러한 꿈은 무르익고 있다. 지난 2007년 5월 디스플레이의 CIO로 부임하자마자 기존의 정보전략담당을 업무혁신담당으로 조직을 재편하고 전사적인 PI 활동과 더불어 방대한 규모의 7메가 프로젝트를 추진해 두드러진 결실을 거뒀다. 현 상무는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한국CIO포럼이 시상하는 '2008 제조부문 올해의 CIO상'을 수상했다. 현병탁 CIO를 만나 IT 철학과 LG디스플레이의 IT 전략 등을 들어봤다.







LG디스플레이의 CIO인 현병탁 상무는 1987년 그룹공채를 거쳐 LG전자 에어컨사업부로 입사했다. 에어컨 제품은 계절성 상품이어서 판매기회손실과 장기 악성재고라는 리스크를 극복하는 것이 핵심과제였다. 제품이 잘 팔릴 때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대응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재고를 줄이는 방안 마련이 필요했던 것. LG전자는 이런 문제의 극복 방안으로 1994년 '전사 Super A Skill'라는 과제로 'Flexible Production System'의 구축을 추진했다.

현 상무는 당시 '여름사나이'라는 팀을 이끌고, IT를 활용해 수요 예측과 사전 계획 등이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해 당당히 전사 대상을 받았다. 이것이 그가 IT와 처음 인연을 맺은 계기이다.

그 후 그는 1996년 LG전자가 ERP 패키지 시스템을 도입할 당시 창원사업본부의 대표 멤버로 전사 프로젝트에 참여해 1999년까지 국내 ERP 시스템 구축을 성공적으로 완료했으며, 2000년부터 추진된 해외법인 표준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에 3년간 참여했다. 이 프로젝트 과정에서 2005~6년에 중국지역 12개 생산법인을 싱글 인스턴스(Single instance)로 ERP 시스템을 통합 구축하는 성과를 일궈냈다.

2006년 하반기에 본사 GSI전략그룹을 맡아 LG전자 GSI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했으며, 2007년부터 LG디스플레이의 CIO를 맡고 있다.

'극한도전' 정신과 IT 전략 접목
현병탁 상무의 집무실에 들어서면 '극한도전'이라는 글귀가 담긴 액자가 눈에 들어온다. 그 글귀 밑에는 '열정과 실력, 팀워크로 정상에 도전합시다'라고 조그맣게 쓰여 있다.

현 상무는 "LG디스플레이 CEO 권영수 사장이 내건 회사경영의 슬로건이다. 극한도전 정신만 있으면 어떠한 악조건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뜻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다."고 설명한다.

"무턱대고 에베레스트산에 가는 것이 아니다. 산에 대한 전문성이 있어야 하며, 등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기상변화 등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이렇게 하려면 과학적 분석과 예측 능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일을 절대 혼자서는 할 수 없다. 멤버가 필요한 이유다. 그리고 멤버들끼리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열정이 필요하다."

이러한 극한도전이라는 경영전략이 IT 전략에는 어떻게 녹아 있을까?

현 상무는 "CIO 입장에서는 제로에 가까운 품질과 한치의 어김도 없는 납기 준수를 보장하고, 그러면서도 프로젝트 추진비용이나 향후 운영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도전과제를 안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디스플레이라는 장치산업의 특성을 들어 그 어느 때 보다 극한도전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2005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디스플레이 업계는 생산량이 곧 경쟁력이었다. 신규 공장의 건설이 거의 1년 반 주기로 진행됐으며, 해외 공장도 크게 확대됐다.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이에 따른 회사의 성장이 단기간에 진행되면서 시장의 조기 선점이 주요 화두였으며 IT는 적기 양산 대응이 주요 임무였다.

하지만, 이제는 시장성장의 둔화와 대만, 일본 등 경쟁업체의 참여로 고객이 요구하는 QCD(품질, 비용, 딜리버리) 만족이 해결되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경쟁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이러한 위기의 상황에서 살아 남으려면 장치 산업인 디스플레이의 특수성을 감안한 경쟁력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것은 바로 극한 생산성 확보를 통해 고객이 만족하는 품질과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IT는 이를 위해 공정의 무인화, 품질 이슈 및 설비 문제의 요소를 사전에 감지해 예방 관리할 수 있는 과학적 분석기법과 조기경보체제를 구축해 극한의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극한도전 성공사례 1호 '7메가 프로젝트'
그는 이같은 극한도전의 성공사례로 올해 1월에 오픈한 '7메가 프로젝트(7Mega Project)'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7메가 프로젝트는 ERP, MES, DW, MDM 등 7개의 기간계 시스템을 전면 재구축하는 내용의 전사적인 사업으로 PI 활동과 동시에 추진됐다.

업무 프로세스를 제대로 정의해 중복 업무를 없애고 이를 통해 낭비요소를 줄이며, 일부 수작업의 자동화로 정보의 오류 방지 등에 목적을 둔 이 프로젝트는 기존 프로세스의 AS-IS의 정의에서 출발해 프로세스 어셋 매니지먼트를 구축하고 이어 TO-BE 프로세스를 도출하는 과정으로 진행됐다.

7메가 프로젝트는 지난 2007년 5월부터 전사 업무 프로세스를 영업ㆍ생산ㆍ회계ㆍIT 등 14개 메가 프로세스로 분류하고 자산화를 수행했다. 30여명의 임원과 80여 명의 팀장 등 모든 임직원이 전사적으로 참여하여 1,200여개의 프로세스를 자산화했다. 또한 전사 기준정보를 표준화하고 통합관리(MDM)할 수 있는 체계를 비롯해 기간업무시스템인 ERP, MES 등을 GSI(Global Single Instance)로 재구축하여 글로벌 통합결산체제를 마련했으며 수작업 업무의 전산화로 관리효율을 혁신적으로 제고했다. 여기에다 EMS 등의 구축으로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리스크 요소를 사전에 감지해 예방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LG디스플레이가 이처럼 방대한 프로젝트의 수행에 걸린 기간은 1년 7개월이었으며, 현업과 개발인력 등 500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투입됐다. 올해 1월 1일에 오픈한 이 프로젝트는 일반적으로 3~4년이 걸리는 MDM 프로젝트를 단기간에 완료하는 등 전체 시스템의 구축 기간이 짧은 것도 눈길을 끌지만 무엇보다도 6시그마 수준의 품질을 보장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6시그마 수준의 무결점 시스템 운영
현병탁 상무는 "어느 프로젝트든지 오픈 이후에 일정 기간 동안 에러 발생이 적지 않다. 이는 엄청난 프로젝트의 비용과 품질 문제를 일으킨다. 그렇지만 7메가 프로젝트는 6시그마 수준의 무결점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것도 어느 회사보다 리소스를 적게 들였으며 프로젝트 기간동안 한번도 납기를 어기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있다"면서 바로 이런 점이 극한도전의 성공사례라고 강조했다.

현 상무는 이러한 성과를 거둔 요인으로 "TO-BE 모델에 맞춰 당초 수립한 프로젝트의 방향이 전혀 흔들림 없이 진행되었으며, CEO와 CFO 등 최고경영진의 이해와 협조로 혼자서 이끌기에는 벅찬 대형 프로젝트의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극한도전 정신으로 무장해 이러한 성과를 일궈낸 현 상무는 최근 경기침체에 따라 화두로 떠오른 '경제 불확실성 시대의 IT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IT의 일반적인 역할은 신속하고 정확한 경영정보를 적기에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당면하고 있는 글로벌 무한경쟁, 급변하는 시장경제에서 IT는 기업의 경영전략과 접목해 지속적인 경영혁신을 해나가는데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한다. IT가 강력한 경영혁신의 툴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는 얘기다."

현 상무가 LG디스플레이의 CIO로 부임하면서 기존 정보전략담당을 업무혁신담당으로 조직을 재편하고, PI 활동을 펼친 점은 이러한 관점과 일맥상통한다. 실제로 이러한 PI 활동의 결과는 업무 속도의 가속화, 경영 정보의 신속 정확, 비용의 혁신적 절감 등 3가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현 상무의 설명이다.

향후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영역에 역점
LG디스플레이는 PI와 7메가 프로젝트의 추진으로 업무 프로세스를 최적화했으며, 과학적인 분석과 리스크 관리가 가능한 체제를 갖췄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비즈니스 인텔리전스의 영역에 중점을 둔다는 전략이다.

현 상무는 2009년 IT 역점 사업에 대해 "올해 오픈한 MES를 국내외 전 공장에 확산 적용하고, R&D, 마케팅/영업 영역의 역량강화에 집중하며, 특히 IT운영 효율성의 극대화 방안으로 IT 거버넌스 및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의 최적화에도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어 "고객의 요구에 유연하고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 및 시스템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향후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면서 그 방안으로 "고객과의 협업을 강화할 수 있는 채널 확보와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SCM 역량확보에도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병탁 상무는 향후 목표에 대해 묻자 "오는 2011년까지 LG디스플레이를 IT 벤치마킹 최고 회사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넘버원 기업을 지향하는 회사의 목표에 걸맞게 세계 최상의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IT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얘기다. 이미 LG디스플레이가 7메가 프로젝트의 추진으로 거둔 대표적인 성과인 기간시스템의 글로벌 싱글 인스턴스 구축 등은 전 세계적으로도 충분히 벤치마킹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한편 LG디스플레이 업무혁신담당 조직은 올해 1월에 7메가 프로젝트가 완료됨에 따라 앞으로 조만간 비즈니스 운영 효율성과 IT거버넌스에 초점을 맞춰 조직개편을 단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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