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찬웅 한국델켐(주) 대표이사 사장





정찬웅(56세) 한국델켐 대표이사 사장. 그는 국내 CAM(Computer Aided Manufacturing) 분야의 대부이자 효시로 불린다. CAM과 관련 국내에서는 거의 모든 것을 정 사장이 주도해 왔기 때문이다. 즉, 그는 CAM이 무엇인지에 대한 기초 지식에서부터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적용시켜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지 등에 이르기까지 CAM과 관련 거의 모든 것을 정립시킨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다. 고속가공, 현장형 가공 등을 개발했고, 카피밀링 공법과 같은 3차원 CAM도 정 사장이 국내 처음으로 디지털화시켰다. 금형과 관련 국내 제조업체들이 그의 도움을 받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 마디로 정 사장과 이들 제조업체들은 생사를 함께하며 성장해 온 것이다. 정 사장을 금형 제조업체들의 산증인이자 살아있는 역사라고 평가하고 있고, 한국델켐과 고객이 '갑'과 '을'이 아닌 함께 살아가는 동반자 관계로 형성된 이유가 바로 이런데 있다. 이에 의견을 달리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국델켐은 지난 1990년 5월 설립, 20여년 째 단 한 해도 적자를 내 본 적이 없을 만큼 기반이 튼튼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해 오고 있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들과 함께 성장했기 때문이라는 게 주변 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특히 정 사장의 '정도경영'은 직원들로부터의 신뢰가 두텁다. 그래서인지 한국델켐의 직원들은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이 강하고 자신감과 활기가 넘쳐흐르는 분위기이다. 정 사장은 회사 통장이 몇 개인지도 잘 모를 만큼 직원들을 믿고 맡기고 있다고 한다. 한국델켐이 올해와 같이 어려운 때도 흑자를 예상하고 있고, 국내 최고의 CAM 전문기업으로 인정받는 이유가 바로 이런데 있었음을 알 수 있게 됐다. 한국델켐은 지난 2004년 '산업기술진흥유공자' 포상사업으로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여년 한 우물만 판 전문 엔지니어
"CEO라기보다 전문 엔지니어로 불리길 더 좋아합니다."
그렇다. 정찬웅 사장은 비록 한국델켐(주)이라는 기업을 경영하고 있지만 전문 엔지니어로 평생을 살아왔고, 또한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엔지니어는 기술을 개발하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드는 전문가로서 많으면 많을수록 기업이 활성화 될 수 있어 고용창출은 물론 국가 산업 및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는 정 사장의 인생철학 때문일 것이다. 정 사장이 엔지니어로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정 사장은 1954년 배고픈 시절에 태어났다. 가정형편 또한 넉넉하지 못했다. 때문에 철도공무원 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해 철도고등학교에 입학했고, 대학교(고려대학교) 역시 기계공학과를 지원했다. 대학교에서는 CAM을 전공했다. 그가 CAM을 전공할 당시 국내에서는 신학문이었다고 할 만큼 아주 초창기였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는 것을 가능하다고 보여주고, 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정 사장만의 시각으로 CAM을 전공한 것이다.

대학교 졸업 후 기업에 취직할 수도 있었지만 정 사장은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를 선택했다. 국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산업인력 양성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기계공고(7년)와 서울산업대학교(2년)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CAM에 대한 정 사장의 지식과 실력은 다른 교사들을 재교육시킬 만큼 인정을 받았다고 한다.

'만물박사'로 통한다
정 사장은 그러나 이론 위주의 교육만으로는 마치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져 만족할 수 없어 고민하던 중 CAD/CAM 소프트웨어를 국내에 공급하는 기업체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를받아 기업체로 옮겨 직접 산업 일선으로 뛰어든 것이다. CAM에 대한 보다 더 실제 경험, 즉 이론과 실질적으로 제조 현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얼마나,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고, 또 다른 방법을 개발할 수는 없는 것인지 등을 경험해 보기 위한 욕심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것이 올해로 25년째가 됐다.

한국델켐은 1990년 5월 설립했고, 올해로 창립 20년째이며, 국내 최고의 CAM 전문기업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국델켐은 설립 첫 해부터 흑자를 기록했고, 그 동안 단 한 해도 적자를 낸 적이 없다고 한다. 국내 기업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IMF 시기에는 오히려 더 많은 흑자를 기록해 직원들에게 가장 많은 상여금을 지급했다고 한다. 또한 IMF를 계기로 시장점유율 1위 기업으로 발돋움했다고 한다.

사실 한국델켐은 IMF 이전에 중상위 그룹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IMF를 맞아 오히려 고객들은 유지보수 계약을 체결해 주는 방식으로 더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다른 많은 경쟁사들이 어려움을 겪거나 폐업을 하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 것이다.

결국 한국델켐은 IMF 이후 국내 최고의 기업으로 우뚝 서게 됐다. 정 사장은 "한국델켐은 고객들에 의해 성장 발전했고, 고객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다른 기업들처럼 문을 닫았을 수도 있었다"고 고객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IMF 때 오히려 더 성장
실질적으로 한국델켐은 고객들과의 관계가 그 어느 기업보다 돈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델켐은 지난 1999년 자사 고객들의 모임인 UGC(User Group Conference)를 결성해 매년 컨퍼런스를 개최해 오고 있다. 올해도 오는 9월 개최할 예정인데, 이 컨퍼런스에는 약 1,000여명 이상이 참석할 정도로 성황을 이룬다고 한다. UGC는 마치 어느 시골 초등학교 운동회처럼 온 동네 사람들이 다 모여 잔치를 벌이듯 CAM 사용자들이 거의 다 참석한다고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전한다.

한국델켐은 정찬웅 사장을 포함해 3명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CAM시장이 막 열리는 시기였고, 고객들 역시 필요성을 느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고 한다.

정 사장은 이에 따라 기술력을 선도한다는 자부심으로 고객들을 일일이 직접 방문, 자사가 공급하는 CAM을 잘 활용하고 더 나아가 돈도 벌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독려했다고 한다.

정 사장은 특히 "고객이 만족해야만 내가 살 수 있다"는 철학으로 영업을 해 왔다고 한다. 정 사장은 이와 관련 "당시 고객을 방문했을 때 고객들이 일거리가 없어 놀고 있을 때가 가장 마음이 아팠다"며 "해오던 일만 할 생각하지 말고 다른 일들도 주문받아오라며, 만약 안 되는 일이 있으면 다 해결해 주겠다고 큰소리치면서 영업을 독려했다"고 당시 상황을 회고 했다.

최고의 CAM 기업으로 자리매김
또한 그는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 고객들이 해결 안 된다고 문제를 갖고 찾아 왔을 때가 가장 난감했지만, 그것을 해결해 주기 위해 밤을 새웠던 기억도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고객들의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해 주었다고 한다. 정 사장을 두고 '만물박사'라는 별명이 붙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한 관계자는 귀띔한다.

정 사장은 이처럼 고객을 단순히 제품을 파는 영업대상이 아니라 함께 성장 발전하는 파트너로 생각한 것이다. 정 사장의 노력과 열정은 결국 고객들을 감동시켰고, 생사를 같이할 수 있는 형제처럼 관계가 돈독해진 것이다. 한국델켐과 고객들이 '갑'과 '을'이 아닌 동반자로 성장해 왔고, 설립 이후 단 한 해도 적자를 내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런데 있었다. 올해와 같이 경기가 어려운 때도 흑자를 예상하고 있을 만큼 탄탄한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다음은 국내 최고의 CAM 전문가로 평가되는 정찬웅 사장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전반적인 사항에 대해 간략히 들어본다.

기업발전은 팀원들의 역할
특별한 성장비결이라도 있는지요.
▶ 제품이 아닌 기술을 판매하고, 고객과 함께 성장한다는 생각한 것이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습니다. 사실 CAM은 단순한 툴이 아닙니다. 프로그램을 짜고, 여기에 공학과 수학이 조합을 이뤄 나타나는 전문 기술입니다. 때문에 기술력을 선도하고, 산업 발전에 기여한다는 측면이 강합니다. 전문 엔지니어들이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직원들의 애사심이 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엇 때문인지요.
▶모든 책임은 본인들이 스스로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원래 '쟁이(엔지니어)'들은 다른 사람을 잘 믿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자기 손으로 해야만 마음을 놓는 경향이 있어 믿고 맡기면 스스로 책임을 지고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내가 다른 사람을 믿으면 상대방도 나를 믿어줄 것 아니겠습니까?
해서 모든 업무를 직원들에게 다 맡겼습니다. 물론 1년 이상의 시행착오 기간을 거쳤습니다. 사실 저는 회사 통장이 몇 개인지도 잘 모르고 있습니다.

몇 가지 경영원칙은 있습니다. 즉, ▲친인척 배제 ▲성과 위주의 공평한 수익분배 ▲직원들에게 권한 위임 ▲선입견만으로 판단 금지 등입니다. 특히 직원을 뽑을 때 면접의 초점을 가정환경에 두고 상세히 물어봅니다. 예를 들어 제사를 지내느냐, 누가 참석하느냐,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느냐? 등의 질문을 통해 주로 성장과정을 파악합니다.

성장과정이 좋아야만 회사 생활도 잘 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직원들의 성향이 비슷하고, 책임도 강하고, 자존심과 자긍심이 강한 인력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기업은 작든 크든 팀웍이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업을 하게 되면 공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기업이 개인 것이라고 생각하면 남아 있을 직원들이 없을 것입니다.

CEO는 회사가 망하지 않도록 하고, 발전시키는 것은 팀원들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올해도 흑자 예상
올해처럼 어려운 때에도 흑자를 예상하고 있다고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어려울 것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2010년 전반까지는 불황의 터널을 진입하는 단계라고 봅니다. 특히 한국델켐과 같이 수입을 해 판매하는 기업들은 고전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IMF 때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직원들의 월급을 삭감하는가 하면 회사 차량도 공적인 업무 외에는 운행하지 않는 등 모든 경비를 줄였었습니다. 그러나 3~4개월을 운영해 보았지만 영업매출이 줄어들지 않아 원래대로 정상화 시켰습니다. 오히려 그 해에 가장 많은 이익을 내 상여금도 많이 지급했습니다.

올해 역시 여러 가지 대비책을 세워 놓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큰 문제없이 영업매출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음을 경험한 바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새로운 도전을 한다고 생각하면 또 다른 기회가 올 것이라고 분명히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정찬웅 사장은 올해를 '창조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해'로 설정했다고 한다. 무형의 기술을 판매하는 기업으로서 창조적인 가치, 즉 돈이 되는 새로운 시장을 찾거나 찾아줘야만 한국델켐(주)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특정 분야이지만 산업과 국가경제 발전에 많은 보탬이 되었고, 직원들이 많은 돈을 벌었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는 게 정 사장의 간절한 희망이라고 한다. 전문 엔지니어로 영원히 기억되길 바라는 정찬웅 사장이 있는 한 한국델켐의 앞날은 밝고 맑은 날만 계속될 것이라는 확신을 얻게 됐다.

한편, 한국델켐은 지난 1992년 영국 Delcam사와 합작법인(Delcam 지분율 30%)을 설립, 이 회사의 CAD/CAM 솔루션을 국내에 독점 공급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캐너, 측정기, 3차원 모델링을 시제품으로 제작할 수 있는 3D 프린터, 그리고 맞춤형 CAD/CAM 솔루션 등에 이르기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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