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 이젠 기업 생존에 필수

[컴퓨터월드] 최근 기업 시장에 부는 바람은 협업이다. 단순한 양해협력각서(MOU) 체결부터 기업 연합체를 구성하기까지 그 모습도 가지각색이다. 이미 하나의 트렌드로 여겨질 정도로 기업 간 협력은 이제 더 이상 특정 기업들만의 사안이 아니게 됐다. 업계에서는 기업 간 협력이‘생존’을 위한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한다.

최근 몇 년 동안 IT 업계의 화두는 소모클로(소셜, 모바일, 클라우드)와 빅데이터였다. 이들의 등장은 이전까지 IT 기업들이 갖고 있던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게끔 만들었다. 빅데이터 하나만 두고 봤을 때도 생성되는 데이터의 형식이나 주기 등이 일정하지 않을뿐더러, 그 양도 매우 방대하기 때문에 특정 솔루션 하나로 처리할 수가 없다. 즉, ‘특정 기술에 대응하는 특정솔루션’이라는 전통적인 개념이 점차 희박해지고 있는 것.

소모클로와 빅데이터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들은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해답을 찾았다. 단순히 하나의 솔루션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여러 솔루션들을 융합해서 필요로 하는 기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각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력이나 솔루션의 차이가 있고, 또 시간과 예산이라는 문제도 있기 때문에 기업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기업들은 상호 협력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갈 수 있도록 협업 체제를 갖추게 됐다.

 

 


협업의 선결 조건은 개방과 신뢰

협업이 최근 기업 내 경쟁력과 효율성을 갖추기 위한 방안으로 대두되고 있지만, 이는 단지 어제 오늘 일어나고 있는 현상은 아니다. 협업의 시작은 원시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확인할 수 있다. 당시 인류는 자신의 몸집보다 훨씬 큰 동물을 잡기 위해 혼자가 아닌 집단으로 사냥을 했다. 이는 같은 노동력을 투입하더라도 토끼나 여우같은 작은 동물을 잡는 것보다는 코끼리 같은 큰 동물을 잡는 것이 훨씬 많은 식량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좀 더 가까운 과거를 찾아보면 우리나라에는 두레와 품앗이라는 전통적인 협업 방식이 있다. 모내기나 김매기와 같이 단시간에 대규모 노동력이 필요할 경우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일을 하였으며, 마을 내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했다. 오늘 고 서방네 집 모내기가 끝났으면 내일은 홍 서방네, 모레는 조 서방네 모내기로 이어졌다.

이런 협업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있다면 개방과 신뢰다. 모내기만 해도 마을 내 모내기 날짜에 대한 정보가 개방되어야 모내기 날짜가 겹치지 않는지, 만약 겹치면 일정을 어떻게 할 것인지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고 서방네 모내기에 홍 서방이 도와줬으면, 홍 서방네 모내기에 고 서방이 참여한다는 상호간신뢰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불신이 생겨 결국 모내기 일손을 구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협업을 추진하려는 기업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각 기업들은 자사가 현재 어떤 상태에 있으며 장점은 무엇이고 단점은 무엇인지, 또 경쟁사는 어디며 시장 점유율은 어느 정도인지를 공유하지 않으면 어떤 방식으로 협력을 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울 수 없다. 역시 마찬가지로 원활한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으면 서로를 신뢰하기 어렵다. 다른 속셈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과연 협업을 통해 우리 회사에 이득이 돌아올 수 있을지 끝없는 의구심을 품게 되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협업은 서로 믿음을 가지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유경제 대표모델 ‘협업 연합회’ 잇단 등장

많은 기업들이 협업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단순 사업 제휴가 아닌 각 솔루션 연동이라는 협업 체제를 갖춘 곳이 있어 눈길을 끈다. 빅데이터 솔루션을 공동으로 개발하기 위한 국산 전문 SW기업 모임 ‘싸이밸류 얼라이언스’가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처음 빅데이터 포럼으로 조직된 싸이밸류는 투비소프트, 와이즈넛, 야인소프트 등 빅데이터와 관련된 서로 다른 기술을 가진 13개사가 참여하고 있으며, 싸이밸류라는 공동 브랜드를 통해 빅데이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싸이밸류는 어플라이언스처럼 고객이 원하는 부분에 대한 통합적 솔루션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검색과 OLAP 분석을 필요로 한다면, 현재 검색 솔루션을 갖고 있는 와이즈넛과 OLAP 솔루션을 갖고 있는 야인소프트가 각 사의 제품을 연동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

그러나 실질적인 문제는 솔루션 연동 부분. 최근 많은 이슈가 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의 어플라이언스는 한 기업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생산 및 관리하기 때문에 연동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각기 다른 기업들이 가진 다른 솔루션을 연동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싸이밸류 회원사들은 각 사가 보유한 솔루션들을 인캡슐레이션(Encapsulation)화 하여 API를 연동하는 방법을 취했다. 다행이게도 이는 연동하기로 결정한 이후가 아닌 이전부터 각 사가 추진해왔던 바이기에 한층 수월한 부분이었다.

싸이밸류와 같은 협업 연합체들은 빅데이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부문에서도 등장하고 있다. 앤드와이즈를 필두로 하는 웹표준솔루션포럼, 날리지큐브가 주관하는 클라우드서비스포럼, 지티지가 이끌고 있는 소프트웨어 테스팅 기업 포럼 등 다양한 곳들이 존재한다.

이처럼 국내에서 협업 연합체가 발생하게 된 계기는 싸이밸류처럼 글로벌 기업들과 그들의 솔루션에 대항하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 및 최근 확산되고 있는 기업 간 상생 문화로 인한 영향도 크다.

정부는 중소SW기업 간 정보공유 및 네트워크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10년부터 전문중소SW기업포럼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매년 10개 내외의 포럼을 선발하여 포럼활동에 필요한 예산을 지원한다.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포럼은 참여업체 특성에 맞는 업체 간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고, 공동으로 사업을 수주하는 등 상생협력을 위한 활동을 하게 된다.

정부는 포럼 지원 사업으로 인해 비슷한 분야의 SW기업들이 모여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서로 논의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다는 것에 대해 의미를 두고 있으며, 포럼에 참석하고 있는 기업들도 개별 기업이 할 수 없는 일을 포럼을 통해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 시행된 개정SW산업진흥법으로 인해 대기업들이 공공시장 정보화사업에서 빠지게 되자 이를 위한 협업도 진행되고 있다. 규모의 한계 혹은 기술력의 부재로 인해 단독수주가 어려운 기업들은 컨소시엄을 이뤄 공동 입찰 및 수주를 진행하고 있다. 이전까지 중소기업들은 대기업 협력사 혹은 하도급으로 정보화사업에 참여하며 본래 받아야할 대금을 받지 못하는 등의 불공정 관행도 있었지만, 이제는 공동 협업이라는 동등한 위치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어 공정한 수익 배분을 기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생 문화 확산으로 인한 협력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대기업들은 상생 협력 생태계 구축을 표방하며 중소협력사들 지원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독과점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네이버는 지난 7월 말 상생협의체를 구성하고, 중소 콘텐츠 기업들과 벤처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펀드를 조성했다.

또한 중소협력사들과 함께 해외 진출을 추진함으로써 대기업 혼자 성장하는 것 대신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건전한 인터넷 생태계 활성화를 구축할 계획이다. 이처럼 기업 간 협업은 모자란 부분을 충족하고 좀 더 나은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진행됐던 것과 달리 생존을 위한, 그리고 상생을 위한 방안으로 점차 시행되고 있는 추세다.

 


협업 연합체의 그늘

이기종 간 연동, 맞춤형 솔루션 제공 등 협업으로 인한 장점들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반면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다. 바로 협업 연합체에 끼지 못한 기업들이다.

협업 연합체의 목표는 확고하다. 이익 추구다. 함께 하고 있는 만큼 자사뿐만 아니라 공동의 이익 추구도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고객사에서 특별한 요청이 없지 않은 이상 같은 연합체 소속 기업의 솔루션을 우선 사용한다.

a기능을 가진 솔루션을 A기업과 B기업이 동시에 보유하고 있을 때 A기업이 같은 협업 연합 소속이면 당연히 A기업 솔루션을 선택하는 것.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연합에 끼지 못한 B기업은 함께할 수 있는 다른 곳을 찾지 못할 경우 경쟁 시에 매번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단독 솔루션 경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다른 제품과 함께 필요한 경우 특히 그렇다. 연합 내에서도 특정 기업 제품은 꾸준히 수요가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곳도 존재할 수 있다. 즉, 특정 기업만 잘 되고 잘 되지 못하는 기업 간 격차가 발생하는 것이다.

싸이밸류 회장을 맡고 있는 김영현 투비소프트 전무는 “연합구성의 목적은 상생을 위한 것이지, 특정 기업을 배척하거나 특정 기업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힌다. 기업 간 협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라는 것. 무엇보다 공동의 이익을 위해 협력하는 만큼 어느 한 기업만이 잘 되는 것도 연합의 공동 브랜드가 잘 되는 것임을 이해해야 하며, 특정 기업이 같은 연합에 속해 있는 기업의 경쟁사와 함께 다른 사업에 참여해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협업 체계를 구축한 것도 각 기업별로 수익을 위한 것이니만큼 서로가 양해해야 하는 부분이다.

 


협업 위한 연합 구성 가속될 것

이처럼 기업 간 협업 모델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는 있지만, 국내 협업 환경은 아직 시작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기업들은 협력보다 자신들이 가진 솔루션만으로 승부하려는 경향이 있으며, 사회적으로도 협업체계를 업계 선도기업들이 아닌 후발기업들 간의 선택으로 보는 시각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협업은 대중소 기업을 가리지 않고 어느 기업이나 필요에 의해서 이뤄진다. 오히려 오라클, HP, 델,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을 보면 우리나라에서는 잘 이뤄지지 않는 M&A를 통한 방식으로 더욱 활발하게 협업 체계를 갖추며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하려면 그에 따른 R&D 비용이나 인력, 시간 등 필요로 하는 것이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협업을 통해 이 모든 것들을 극복할 수 있다. 내가 갖지 못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고, 다른 이가 갖지 못한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듯이 기업들에게 여러모로 유리한 점이 많다.

이제 기업 간 협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점점 무한경쟁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지금, 경쟁력을 갖추고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협업을 하는 기업들은 늘어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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