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곤 우분투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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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월드]

전체는 부분의 합을 능가한다.

최동원이란 불세출의 투수가 보여준 거대한 드라마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았던 1984년, 미국의 어느 대학교에서 근무하던 리처드 스톨만(Richard Matthew Stallman)은 GNU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GNU 프로젝트의 목적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 구성된 유닉스(Unix) 운영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사용자가 운영체제를 개선할 수 있도록 소스코드까지 공개하는 것이 목표였다. 모든 하지만 운영체제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커널(Kernel)은 끝끝내 완성되지 못했다. 자동차의 엔진(engine)에 비견되는 커널이 빠진 채 차체와 내장재를 모두 만들어 낸 상황인 것이다. 차를 운행할 수 없는 것처럼 커널이 빠진 운영체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편, 우리에겐 자일리톨(xylitol)로 유명한 핀란드의 헬싱키에 위치한 헬싱키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던 대학원생인 리누스 토발즈(Linus Benedict Torvalds)란 학생은 작은 불만이 있었다. 그의 불만은

당시 컴퓨터 교육용으로 사용되던 미닉스(MINIX)의 기능이 풍족하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더구나 미닉스를 만든 타네바움(Andrew Tanenbaum)이 다른 사람이 함부로 미닉스를 개조하지 못하도록 제한을 두었기 때문에 불편함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면 더 목이 마를텐데 리누스는 타는 목마름을 견딜 수 없었는지 스스로 운영체제를 만들 결심을 하고 운영체제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는 커널을 만들었다. 자신이 만든 커널에 ‘리눅스’란 이름도 붙여줬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운영체제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커널의 소스코드를 포함해서 1991년 9월 17일 세상에 공개한다. 지금도 리눅스 커널 소스는 공개되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 그냥 재미로 시작한 리눅스 프로젝트는 전 세계 개발자들의 대가 없는 기여를 양분 삼아 세상에서 가장 막강하고 가장 다양한 곳에 사용되는 운영체제로 성장했고, 또 성장하고 있다.

소스가 공개된 두 프로젝트가 합쳐서 만들어낸 시너지 효과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오픈소스(Open Source)라는 새로운 시장(Market)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기존의 소프트웨어 업계가 만든 비즈니스 영역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시장을 만들어 냈다. 또한 새로운 시장의 탄생은 오픈소스라는 개발 문화를 정착시켰다. 리눅스가 가져다 준 가장 큰 영향력은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고, 기존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문화를 제시했다는 점이다.

 

오픈소스, IT역사를 다시 쓰다

많은 개발자들이 리눅스를 분석하고 개선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개발자는 개선한 내용을 다른 사람들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된 소스코드를 공개하였다. 물론 맥주 한 잔 정도는 같이 할 동료를 얻을 수 있지만(Beer-ware license), 소스코드를 공개할 때 아무런 대가나 보수도 없다.

GNU 프로젝트와 리눅스 커널의 결합이 가져다 준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서 사용하던 유닉스를 서서히 대체해 나가기 시작했다. x86 서버(Server)라는 전혀 다른 형태의 서버 시장을 만들었다. 소스코드가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손쉽게 수정이 가능했고, 이런 이점은 다양한 하드웨어에 손쉽게 적용할 수 있는 유연함을 제공했다. 서버에서 시작된 리눅스 열풍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거쳐서 새로 출시되는 대부분의 모바일 플랫폼에 리눅스가 채택되는 결과를 만들었다. 이 모든 결과는 소스코드가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오픈소스가 IT의 역사를 다시 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던 것은 공개된 소스코드가 아니라 소스코드를 손쉽게 개작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개발자들의 이러한 행동양태를 ‘오픈소스 운동’이라 불렀다. 리눅스는 오픈소스라는 양분을 섭취하며 x86 서버 시장에서 자신의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x86 서버 시장에서 유닉스에 비해서 리눅스는 무료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운 아파치 프로젝트(Apache Project)를 필두로, 다양한 오픈소스 프로젝트와 협업(collaboration)이 서버 시장을 무섭게 잠식하기 시작했다.

2001년 미국의 컴퓨터 제조사인 애플은 MP3 플레이어 아이팟(iPod)을 판매하기 시작한다. 돌아온 탕아 스티븐 잡스에 의해서 시작된 애플의 미디어 허브(Media Hub) 전략의 일환인 아이팟은 전문가의 예상을 보란 듯이 뒤엎고 소비자 시장에서 멋진 성공을 거둔다. 성공의 가장 큰 이유는 아이튠즈(iTunes) 때문이었다.

MP3를 앨범 단위가 아니라 곡 단위로 구매가 가능하다는 점과 함께 불법 MP3가 아니라 손쉽게 대가를 지불하며 사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아이팟은 엄청난 히트를 기록한다.

스티브 잡스가 만든 애플의 가장 소중한 유산인 아이튠즈를 기반으로 2007년 아이폰(iPhone) 출시와 함께 애플은 모바일 생태계 전략을 위한 플랫폼(platform)을 제시한다.

애플이 제시한 플랫폼의 핵심은 아이튠즈의 콘텐츠(contents)를 쉽게 소비할 수 있도록 개발자와 소비자에게 동일한 콘텐츠 소비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기존의 운영체제인 OS X를 개선하여 모바일(Mobile) 제품에는 iOS를 탑재, 하드웨어(Hardware)는 애플에서 생산 및 공급을 담당, 콘텐츠 소비를 도와줄 각종 소프트웨어 개발환경인 Xcode를 제공한다. 애플의 ‘모바일 플랫폼(Mobile Platform)’전략은 스마트폰(Smartphone)이란 새로운 포지셔닝(Positioning)을 만들어 냈으며, 가장 혁신적인 제품의 이미지를 애플이 획득한다.

애플이 만들어 낸, 모바일 플랫폼에 대응하기 위해서 선택한 대안책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안드로이드(Android)이다. 애플의 플랫폼이 자사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근간으로 아이튠즈의 콘텐츠를 가장 완벽하게 소비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성했다면, 구글은 자사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아닌, 오픈된 하드웨어와 오픈된 소프트웨어로 구글이란 검색창을 통해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생태계를 제시하였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모두 공개되어 있으며, 누구나 개선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은 스마트폰의 폭발적인 증가를 가져왔다.

구글의 모바일 플랫폼인 안드로이드의 운영체제 커널로 리눅스가 채택되고, 다양한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안드로이드의 프로젝트에 편입된다. 오폰소스의 이점을 살려서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고, 저렴한 가격에 소프트웨어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면서 리눅스는 IT업계의 스타로 발돋움 했다.

리눅스는 전 세계 9억대의 안드로이드 폰에 탑재되어있다. 단순하게 안드로이드만 놓고 봐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운영체제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그냥 재미로 시작한 리눅스는 모바일 플랫폼의 최전방에 서 있다.

삼성과 인텔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타이젠(Tizen), PC와 모바일 환경의 통합을 꿈꾸는 우분투포폰(Ubutnu for Phone), 웹 브라우저 기반의 운영체제를 지향하는 파이어폭스 폰(Firefox phone) 등, 현재 진행되는 모바일 플랫폼 전략의 핵심 소프트웨어인 커널을 리눅스가 담당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소프트웨어도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활용 한다는 점에서 오픈소스가 가진 영향력과 범용성을 엿볼 수 있다. 물론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안정적이고 강력한 성능도 한 몫 하고 있다.

 

지금의 우리는···

IT기업에서 오픈소스를 활용하는 부분이 더욱더 커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오픈소스의 대명사인 리눅스와 안드로이드는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오픈소스와 인연이 없을 것으로 착각하는 애플에서도 LLVM을 채택하고 있다. 심지어 마이크로소프트의 CTO였던 레이오지(Ray Ozzie)기 마이크로소프트의 최대 적은 ‘오픈소스’라 했던 것을 생각해 본다면 오픈소스가 가진 철학과 파급력에 대해서 좀 더 깊은 고민과 성찰이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 기존에 존재하는 오픈소스를 단순하게 활용하는 수준이 아니라 오픈소스 생태계를 꾸려나갈 수 있는 역량과 실력을 배양해야 한다. 오픈소스 생태계를 구성하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기업 후원을 통한 오픈소스 프로젝트 지원도 분명히 필요하지만, 오픈소스 생태계에 필요한 것은 양질의 코드와 다양한 아이디어라 할 수 있다. 근시안적인 방법이 아니라 오픈소스가 가진 철학과 방법에 대한 깊은 성찰과 동시에 IT 기술에 대한 순도 높은 지원과 확산만이 IT 생태계에서 살아남는 가장 최선이며 근본적인 방법이다.

다음 세대 모바일이라 불리는 웨어러블(wearable computer)을 비롯한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 사물지능통신(Machine to Machine, M2M) 프로젝트의 대부분도 오픈소스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깊게 생각하여 오픈소스에 대한 정직한 인식과 지원을 확대해 나갈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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