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명 NHN 엔터테인먼트, 법학박사


▲ 김윤명 NHN 엔터테인먼트, 법학박사



 

[컴퓨터월드] 오픈소스가 갖는 철학적 의미는 상업화된 소프트웨어보다 누구나 자유로운 이용과 배포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처음 컴퓨터가 보급되었을 때에 많은 SW는 컴퓨터에 번들로 제공되었다. 그러던 것이 하드웨어와 분리되고 독자적인 개발 및 보급 체계를 갖추면서 지금과 같은 독점화된 상용 SW환경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상용화 정책도 최근 애플이 OS와 오피스 프로그램의 공개를 선언함으로써 회귀될 수 있다는 바램도 가져본다.

인터넷을 통해서 보다 적극적으로 잉여를 나눌 수 있는 것이 인터넷의 혁신으로 볼 수 있다면, 오픈소스를 통해서 SW와 이에 담겨진 경험을 나눈다는 것은 또 다른 혁신의 모습이라고 하겠다. 이러한 나눔은 경험의 나눔이고 지식의 나눔이지만, SW 자체도 이제는 소유가 아닌 접속을 통해서 나눌 수 있다고 하겠다.

저작권법은 인터넷이나 오프라인을 통해서 저작물을 배포할 때에 복제권, 배포권 또는 공중송신권의 침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이용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처럼 유형물이나 파일을 공유하는 것이 아닌 특정 서버에 접속하여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함으로 이용 당 비용을 지불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오픈소스는 보다 자유로운 이용이 가능하다면, 접속이란 접근의 시대를 뛰어넘는 것일 수도 있다.

오픈소스는 공개된 소스코드로 일종의 개작행위를 통해서 2차적 저작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구조이다. 그러한 점에서 오픈소스는 저작권에 기반을 둔 조건부 라이선스로 GPL(GNU General Public License)과 같은 라이선스 조건에 합당하게 이용할 경우에 오픈소스의 철학을 담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약, 개작한 프로그램이 공개되지 않을 경우에는 개발자는 저작권 침해를 포함하여, 라이선스 위반에 따른 법적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 갑이라는 SW 개발업체가 A라는 오픈소스를 이용하여 A+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였고, 갑에서 퇴사한 사람이 을이라는 회사를 차려 A++이라는 프로그램을 제작해 영업비밀 침해를 다툰 사건이 있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갑과 을은 자유소프트웨어재단(FSF)에 소스코드는 자유롭게 쓸수 있기 때문에 독점적으로 이용이 가능하다고 탄원서를 요청했다. 이는 오픈소스에 대한 철학이 부재에 나온 것으로 당연히 FSF는 이를 거부했고 양사에 대해 소스코드의 공개를 요구하였다. 양사는 FSF의 요구를 따르게 되었으나, 쌍방의 소송은 대법원까지 진행되고 대법원은 개작으로 만들어진 소스코드 및 프로그램은 영업비밀 및 2차적 저작물로서 보호된다는 판단을 내렸다. 본 사건에서 GPL이 소송 당사자에는 “어떤 구속력이 있다 할 수 없으므로”독자적인 보호를 인정하게 되었다(대법원 2009.2.12. 선고 2006도8369 판결). 그러나 대법원은 GPL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라, 소송의 당사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갑과 을의 소송에서 인용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만약 FSF와 갑 또는 을이 소송의 당사자였다면 당연하게 GPL은 인정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갑과 을은 GPL 위반에 따른 저작권 침해 및 라이선스 위반에 따른 법적 책임을 부담했을 것이다.

이처럼 일부지만 오픈소스를 무임승차(free riding)하는 사례도 발견되곤 한다. 이는 개발환경이 열악한 이유도 있겠지만, 그만큼 오픈소스가 유혹적이라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적인 분쟁은 회사나 개발자 본인에게도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에 이겨내는 수밖에 없다. 회사에서도 이러한 정책을 명확하게 수립하여 개발자에게 제시해야할 것이다. 공유경제는 나눔이지만, 적어도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낼 때에만 가능하다고 본다. 그리고 타인의 것이 아무리 훌륭하더라도, 타인의 것을 나누는 것은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문화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개발자가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고, 그렇게 만들어진 결과물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기업이나 정부가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오픈소스의 철학이 제품의 개발이나 설계에도 적용되고 있다. 인터넷 기업들의 자유로운 공개 API 정책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공유는 저작권 침해를 이끌어내는 것이 아닌 보다 자유롭게 자신의 것을 만들어가는 환경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오픈소스도 일종의 문화이기 때문에 정부정책은 문화를 마련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것이지 실제 내용을 만들어내도록 이끌어내는 의도적인 문화정책은 소프트웨어의 자생력을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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