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자원 공유로 손쉬운 협업 체제 구축

 


▲ 클라우드 렌더링 기술로 제작된 영화 '미스터고'

[컴퓨터월드] 지난 7월 17일, 야구하는 고릴라를 다룬 영화 ‘미스터 고’가 개봉했다. 허영만 화백이 지난 1985년 만화잡지 ‘보물섬’에 연재했던 만화 ‘제7구단’을 영화화한 것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주인공인 고릴라 링링. 실제 고릴라가 야구를 할 수는 없지만 영화에서는 고릴라 몸에 나있는 털 한 올 한 올마저 생생하게 움직이며 마치 실물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만화라는 상상 속에서만 등장했던 ‘링링’은 28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영화 속에서 재현된 것이다.

물론 실제 고릴라가 촬영을 한 것은 아니다. 사람이 고릴라의 움직임을 재현했으며, 그 위에 CG(컴퓨터 그래픽)를 입혀 고릴라의 형상을 만들어낸 것. 그러나 딱 봐도 CG라는 느낌이 들었던 이전까지의 영화들과는 달리 ‘미스터 고’는 정말 살아있는 고릴라가 뛰어다니고 야구하는 것 같은 느낌을 들게 했다.

이런 CG 구현이 가능했던 것은 바로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슈퍼컴퓨터를 활용했기 때문. ‘미스터 고’는 영화 전체 분량의 90% 이상이 CG로 구성됐을 만큼 많은 컴퓨터 자원이 사용됐다.

국내 영화에서 사용되던 CG 기술 자체는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3D 이미지에 사실감을 주기 위해 컴퓨터로 계산된 이미지를 덧입히는 ‘렌더링’ 작업에 반드시 필요한 슈퍼컴퓨터 인프라가 부족해 해외 시설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았다. ‘미스터 고’와 같이 고난이도의 컴퓨터그래픽을 해외 전문 스튜디오에 의뢰할 경우 막대한 자본이 소요된다.

제작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 기업이 구축한 클라우드 렌더팜 서비스를 활용했다. 클라우드 기반이기에 영화 제작사나 특수효과 전문기업은 매번 컴퓨팅 자원을 구축할 필요가 없고, 필요할 때마다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등 컴퓨팅 인프라를 임대하여 사용할 수 있다. 또 렌더링 작업 중 추가 자원이 필요할 경우 또 다시 앞선 과정을 되풀이하며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던 문제점도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영화 제작사는 클라우드 렌더팜 서비스를 통해 “미스터 고의 주인공 고릴라 링링을 구현하기 위한 과정에서 해외 컴퓨터 그래픽 전문 스튜디오가 700~1000억 원 가량 요구했던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국내 기술로 해결해 비용을 크게 절감했으며, 1년가량 예상됐던 작업 기간도 5개월로 단축했다”고 밝혔다.

 

클라우드의 기본 개념, 공유

전통적인 컴퓨팅 환경은 개인 또는 기업이 자체적인 컴퓨팅 자원을 보유하고, 그에 필요한 소프트웨어 등을 설치하여 활용하는 형태였다. 그러나 인터넷 환경이 발전하면서 저장 공간이나 소프트웨어 등을 웹상에 두고 필요할 때마다 활용하는 클라우드 형태로 점차 진화해왔다.

 


▲ 클라우드 컴퓨팅 도식도

앞서 영화 ‘미스터 고’ 제작사례와 같이 클라우드 서비스는 산업 전반에 걸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하드웨어적인 컴퓨팅 자원을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특정 소프트웨어의 사용, 또는 저장 공간 사용 등 다양한 방식이 존재한다.

지난 2008년 미국 하버드 법대 로렌스 레식 교수가 ‘공유 경제’라는 말을 사용한 이후부터 이미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서 공유하며 사용하는 협업소비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효율성과 비용 절감이라는 측면에서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서비스에 포함된 기본 개념도 협업 소비, 즉 공유다. 기 구축된 자원을 필요할 때마다 빌려서 사용하는데, 이는 특정 기업만이 사용하는 것이 아닌 누구나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많이 필요하면 많이 빌리고, 적게 필요하면 적게 빌려서 사용한 만큼만 금액을 지불하면 되는 종량제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전처럼 기업이 모든 장비를 갖추고 활용해야 할 필요가 없다. 즉, 장비 구입과 유지보수, 그리고 해당 장비를 둘 공간 등에 대한 부담으로부터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들로 인해 점차 클라우드만을 전문으로 서비스하는 기업들도 등장하고 있으며,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여 업무에 활용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업무에 적용함으로써 새롭게 등장한 것도 있다. 바로 스마트워크 환경이다. 사무실에서 자신의 PC를 활용해 업무를 처리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인터넷만 연결되어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업무를 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또한 저장한 자료도 개인 PC가 아닌 웹상에 있기 때문에 업무 관계자들 모두 손쉽게 공유할 수 있는 협업 환경 체제도 갖춰지고 있다. 

이처럼 클라우드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공유 경제의 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콜센터 씬 클라이언트, 클라우드 오피스 등 활용분야 다양

지난 10월 17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클라우드 다스(DaaS: Desktop as a Service) 시스템 및 단말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 ETRI가 개발한 씬클라이언트

ETRI가 개발에 성공한 클라우드 다스(DaaS) 기술은 자신의 데스크톱 PC를 인터넷 기반에 두고 언제 어디서든 사용이 가능하게 해 개인용 PC 환경을 데이터센터에 두고 이용하는 것을 말한다. 사용자의 데스크톱을 서비스하는 것으로 ‘인터넷 안의 내 PC’ 구현도 가능하다.

사용자는 기존 PC나 노트북에 소프트웨어를 설치해서 이용이 가능하고 사무실에서는 단말장치인 씬 클라이언트(Thin Client)를 사용하면 된다. 씬 클라이언트를 켜면 로그인을 통해 사용이 가능하다. 이를 통해 두 대 이상 PC로 업무를 봐야해야 했던 콜센터에서는 씬 클라이언트 환경 구축으로 상담원 업무 공간 확보뿐만 아니라 통합된 정보 공유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어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클라우드 기술을 이용한 또 다른 사례로 클라우드 오피스 프로그램이 있다. 오피스 프로그램은 전통적인 설치형 패키지 프로그램이었으나, 최근 들어 스마트워크 환경 구축의 일환으로 점차 클라우드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업용 클라우드 오피스 서비스 ‘오피스365’를 출시했다. 오피스365는 오피스 프로그램 이외에도 온라인상 문서 작업이 가능한 오피스 웹 앱과 메시징 서비스, 사내 협업사이트,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클라우드 기반 협업 솔루션을 표방하고 있다.

또 한 개의 사용자 라이선스로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등 다양한 디바이스를 10개까지 지원해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볼 수 있는 스마트워크 트렌드도 반영했다.

한글과컴퓨터도 ‘씽크프리’를 통해 기업용 클라우드 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씽크프리는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 웹상에서 문서작업을 할 수 있으며, PC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협업 환경을 지원한다.

 


▲ 클라우드 오피스 '네이버 오피스'

이밖에도 네이버가 클라우드 오피스 ‘네이버 오피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구글도 협업 지원 클라우드 오피스 서비스 ‘구글 드라이브’를 제공하고 있다.

 

클라우드, 과연 믿을만한가?

클라우드 서비스가 이처럼 기업 내 비용 절감 및 협업 환경 제공이라는 긍정적인 부분들을 가지고 있지만, 반대로 클라우드 환경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바로 보안 문제다.

우리나라는 올해 큰 보안 사고들을 겪었다. 3.20 전산대란과 6.25 사이버테러, 그리고 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이상 징후가 감지됐던 10.25 디도스 공격 등 크고 작은 문제들이 끊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이처럼 보안 이슈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클라우드 서비스가 보안에 대한 해법으로 제시되기도 한다. 컴퓨팅 자원을 클라우드 전문 사업자가 관리하기 때문에 개인이나 기업에서 관리하는 것보다 더욱 믿을 수 있다는 것.

물론 클라우드 전문 사업자가 개인이나 기업보다 관리적인 측면에서 더 효율적이고 잘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기에 꼭 안전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 최근 해커들은 개인이나 기업보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데이터센터를 향해 칼끝을 노리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개인용 PC나 기업 서버에 저장된 파일이 보안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 사용자가 관리할 수 있는 부분이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 나오는 장면처럼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개인 PC가 보안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사용자의 관리 소홀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클라우드에 저장된 데이터에 관해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내 손을 떠나서 다른 사람에게 맡겨놓은 것과 같다. 모든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가 각자 보안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또 안전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들려오는 소식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지난 10월 어도비가, 9월엔 보다폰이, 3월에 에버노트가 해킹돼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일어났고, 2012년엔 드롭박스가, 2011년엔 아마존 EC2가 외부 공격을 받아 서비스 장애를 겪었다. 특히 기밀정보를 담고 있는 파일들을 클라우드에 저장했을 경우 해킹으로 인한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나?

비록 보안 문제가 발생 시 그 피해가 크다는 문제가 있지만, 클라우드 컴퓨팅 방식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서비스로 제공되는 분야도 앞서 ETRI가 개발한 데스크톱(DaaS)뿐만 아니라 인프라(IaaS), 플랫폼(PaaS), 그리고 소프트웨어(SaaS)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확대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향후 클라우드 서비스가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는 전망들도 나오고 있다.

 


▲ 연평균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트래픽 성장률(출처 : 시스코)

지난 10월, 미래창조과학부는 정보화 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하는 국가기관은 예산 절감 차원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도입을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해당 법 추진 배경으로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인터넷 기반 신규 서비스 창출과 IT 환경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산업분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부는 이런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의 육성 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클라우드 산업발전을 저해하는 기존 규제를 개선하고, 이용자가 안전하게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 10월 글로벌 통신장비기업 시스코는 2017년에 이르러 클라우드 서비스로 인한 트래픽이 데이터센터 전체 트래픽의 3분의 2를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시스코는 보고서를 통해 2017년에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트래픽이 2012년 대비 3배 증가한 7.7 제타바이트(zettabytes, 1 제타바이트=10억 테라바이트)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즉, 107조 시간의 음악 스트리밍, 19조 시간의 웹 기반 회의 진행, 8조 시간의 온라인 HD 비디오 스트리밍에 달하는 대용량의 데이터가 한 해 동안 만들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시스코는 이런 대용량 데이터센터 트래픽 중 클라우드 트래픽이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 2012년부터 2017년까지 35%의 연평균 성장율(CAGR)을 보이며, 2012년에는 1.2 제타바이트 수준이었다면 2017년에는 5.3 제타바이트까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즉, 전 세계 클라우드 트래픽은 2012년 대비 4.5배가량 늘어나 전 세계 데이터센터 트래픽의 3분의 2를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데이터센터 트래픽은 엔드유저의 직접적인 활동이 아닌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 컴퓨팅 워크로드에 의해 주로 발생될 것으로 전망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데이터센터 트래픽의 7%가 데이터 복제 및 소프트웨어/시스템 업데이트에 따른 데이터센터 간 소통에 의해, 나머지 76%는 데이터센터 내에서 각각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주요 트래픽 발생원인으로는 가상환경에서의 데이터 저장, 생성 및 개발 등을 꼽았다.

여러 사례들을 종합해봤을 때 클라우드는 현재뿐만 아니라 미래에도 산업계 전반에 걸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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