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IT 기술 융합, 미디어 공유를 이루다


▲ N스크린 서비스는 다양한 단말기에서 콘텐츠를 공유하는 서비스를 말한다(출처 : LG유플러스)

[컴퓨터월드]

TV가 점유하던 영상 콘텐츠, 원하는 기기에서 원하는 때 즐기다

스포츠 마니아인 B씨에게 10월은 ‘가을 야구’가 무엇보다 최우선인 달이다. 그러나 B씨는 휴일에 IPTV로 야구 중계를 보던 중 갑작스러운 친구의 호출이 와도 불평하지 않는다.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을 통해 이동 중에도 계속 야구 중계를 관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퇴근이 늦어지거나 야근이 있는 날에도 B씨의 야구사랑은 계속된다. 지하철, 심지어는 회사 화장실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짬짬이 스포츠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이 B씨의 낙이다.

이처럼 기존에는 TV에서만 즐길 수 있던 실시간 동영상 콘텐츠를 PC,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네트워크 가능한 다양한 기기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를 ‘N스크린’ 서비스라 한다. B씨의 10월은 N스크린이 있어 더욱 풍성했다. B씨는 더 아늑한 경기 관람을 위해 조만간 태블릿PC를 구입할 예정이다.

한편 드라마 마니아인 C씨는 최근 업무 일정이 빡빡해 한 시간 진득하게 드라마를 보기가 힘들다. 그런 C씨 역시 N스크린 서비스에 푹 빠져 있다. N스크린 서비스를 이용하면 자택 TV, PC, 스마트폰 등 가릴 것 없이 손에 잡히는 기기로 드라마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타 기기에서 보던 시점을 그대로 이어서 다른 기기에서 재생할 수도 있다.

‘구름’ 위의 콘텐츠, 미디어 사업의 꿈 ‘공유’ 실현

N스크린의 ‘N’은 다수의 단말기, 그리고 네트워크(Network)를 의미한다. 즉 N스크린 서비스는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단말기에서 콘텐츠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N스크린 서비스로 기기 간 콘텐츠를 공유하는 데에는 추가적인 비용, 기술적 장애가 없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 N스크린 서비스 전략(출처 : 정보통신학회)

본래 N스크린의 대상은 영상물뿐 아니라 음악/게임/개인정보/문서작업물까지 포괄적이었으나, 최근에는 영상 콘텐츠의 기기 간 공유를 의미하는 용어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N스크린의 개념은 이미 오래전에 등장했다. 미국의 통신사업자 AT&T가 시도한 ‘3 스크린 플레이 서비스(3 Screen-play Service)’가 N스크린의 시초다. AT&T는 TV, PC, 휴대전화를 인터넷으로 연결해 콘텐츠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다. 그 이후인 2009년에는 기기 간 콘텐츠 공유를 실현할 서비스/기술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단말기 사양 부족, 콘텐츠 확보 미비, 데이터 스토리지 문제 등에 부딪혀 N스크린 서비스는 제대로 실현되지 못했다.

그러다 2011년 들어 N스크린 서비스는 다시금 비전 있는 미래 기술로 각광받게 됐다. 스마트폰의 대중화가 완연해진데다, 스마트TV 역시 가열하게 개발됨에 따라 앞서 세 가지 문제점 중 ‘단말기 사양’ 부분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영상 콘텐츠 사업 분야에서 N스크린에 대한 주목도가 상승해 ‘콘텐츠 미비’의 문제점 역시 어느 정도 수그러졌다.

하지만 여전히 ‘데이터 스토리지’의 문제가 남아 있었다. 기기들이 콘텐츠를 자유롭게 공유하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네트워크로 접근 가능한 한 지점에 저장돼야 하는데, 이를 속 시원하게 실현할 뚜렷한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 클라우드 컴퓨팅의 N스크린 개념도(출처 : 정보통신학회)

그러다 현대에 와서 클라우드 컴퓨팅이 마지막 문제의 ‘속 시원한’ 해법이 됐다. 단일 기기가 사유하고 있던 데이터를 ‘구름’ 위에 띄움으로써 사용자 중심 환경을 창출한 클라우드 컴퓨팅은 N스크린 서비스의 대중화를 견인할 가장 강력한 동인으로 간주됐다.

기술만 준비된다면, N스크린 서비스에 대한 시장 요구는 걱정할 것이 못 된다. 2012년 런던올림픽 당시 관련 영상 콘텐츠를 가장 많이 소비했던 기기는 TV가 아닌 스마트폰/PC였다. 이는 TV를 영상 콘텐츠의 주 제공기기로 여기던 인식의 변화를 시사할 뿐 아니라, 고성능 모바일기기 보급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영상 콘텐츠를 자유롭게 즐기길 원하는 소비 경향 역시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이러한 사용자의 요구에 신속하게 부응하기 위해 국내 이동통신사/방송사/영상 콘텐츠 기업들은 각각 N스크린 서비스를 출시, 사용자 확보에 매진하고 있다. 케이블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의 ‘티빙’ 서비스는 400만명(2012년 기준)이라는 가장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아울러 이통3사 SKT/KT/LGU+ 역시 ‘호핀’, ‘올레tv나우’, ‘U+HDtv’라는 N스크린 서비스를 내놨다. 지상파 방송사가 연합해 ‘푹’이라는 N스크린 서비스를 내놓기도 했다. 2012년 국내 N스크린 서비스 가입자는 1,000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 사업자 중심 ‘반쪽자리 공유’, 수익 창출 가능할까

국내 N스크린 서비스 열풍은 2012년 고조됐다가 다시금 사그라진 듯 보인다. N스크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이통사/방송사가 아직 ‘흑자’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통사/방송사 등 N스크린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디어 사업자들은 N스크린 서비스를 통해 유료 콘텐츠 매출 상승을 노리고 있다. N스크린 서비스를 활용함으로써 자사의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유료 콘텐츠 구매가 증가, 매출이 상승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2013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네트워크를 통해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하는 소비자 중 유료 콘텐츠를 구입해봤다는 소비자는 전체의 5.6%로 매우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N스크린 가입자 중 유료 회원 비중 역시 5%(2012년 기준)라는 비슷한 수준을 나타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를 활용해 이통사/방송사의 N스크린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용 애플리케이션 설치 등 부수적인 조건이 필요하다. 이는 기기 간 콘텐츠 공유를 실현하는 데 기술적 장애가 없어야 한다는 N스크린의 기본 개념과 상충하는 부분이다.

즉 현재 국내 N스크린 서비스는 서비스 제공자를 중심으로 제공자가 확보한 콘텐츠를 제공자가 지원하는 기기 내에서 공유할 수 있다는 ‘반쪽 공유’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미디어 사업자가 제공하는 N스크린 서비스의 제약은 N스크린 서비스를 이동통신, 인터넷, 유선방송 서비스의 ‘부가서비스’에 머물게 한다는 한계를 낳는다. N스크린 서비스가 방송/통신 업계의 부가서비스로 남는다면 N스크린이 미래 멀티미디어 산업의 핵심 먹거리로 성장할 것이란 전망은 아무래도 어폐가 있다.

HTML5·OTT, 웹 중심의 심리스(seamless)한 미디어 공유 실현

지난 10월 16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는 ‘스크린 간 웹 콘텐츠 이동 및 결합 기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웹상의 인터넷강의 자료, 유튜브(YouTube) 동영상, 뮤직비디오 등을 손쉽게 다른 기기로 보낼 수 있는 기술이다.

 


▲ ETRI가 '스크린 간 웹 콘텐츠 이동 및 결합 기술'을 개발했다.(출처 : ETRI)

‘스크린 간 웹 콘텐츠 이동 및 결합 기술’은 HTML5를 이용한 기술이라는 데 큰 위미가 있다.

HTML5는 웹 문서를 제작하는 데 쓰이는 기본 프로그래밍 언어 HTML(Hypertext Markup Language)의 최신 규격으로, 액티브X/플래시/실버라이트/자바FX 등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도 웹 브라우저상에서 음악·동영상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HTML5를 활용하면 OS에 제약받지 않는 웹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다. 따라서 HTML5에 기반을 둔 N스크린 기술의 개발은 N스크린 서비스의 중심을 미디어 사업자가 아닌 웹으로 옮길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기기나 OS, 전용 동영상 재생 프로그램 설치 여부에 구애받지 않는 영상 콘텐츠의 공유를 실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아울러 OTT(Over-the-top)의 부상 역시 웹 중심 영상 콘텐츠의 소비 활성화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OTT는 유튜브, 넷플릭스(Netflix)와 같은 온라인 영상 서비스를 말한다.

대부분 스마트기기 사용자는 OTT를 통해 영상 콘텐츠를 소비한다. OTT 서비스는 스마트기기의 대중화에 따라 기존 영상 서비스 시장을 흡수하는 저력을 갖게 됐다.

전문가들은 지상파, 케이블, 위성으로 나뉘어 있던 영상 서비스 시장 구도에 OTT가 추가됐고, OTT가 점차 기존 영상 방식을 흡수하리라 전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OTT 시장이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연평균 30.1%의 성장률을 보이며 영상 시장 전체의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시류에 따라 전통적인 영상 시장은 OTT의 도전에 대응할 방법을 고심하고 있지만, 이통사의 경우 오히려 OTT를 기회로 활용하며 동반 성장을 꾀하고 있다. OTT와의 협업을 통해 IPTV 및 향후 블루 오션으로 주목되는 모바일TV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할 콘텐츠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OTT 시장의 성장은 웹 기반 영상 콘텐츠의 소비를 촉진할 것이다. 여기에 HTML5 기반 N스크린 기술이 더해진다면 소비자들은 웹을 중심으로 더욱 자유롭게 영상 콘텐츠 공유를 실현할 수 있다.

 

가트너는 2014년 이후 정보기술 트랜드로 ‘퍼스널 클라우드’를 언급했다. “서비스는 디바이스로부터 강력한 이전 움직임을 나타낼 것”이라는 게 핵심 골자다. 디바이스는 더 이상 서비스를 사유하지 못한다. 서비스는 다양한 기기 안에서 자유롭게 공유될 것이다.

그러한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 환경은 오래도록 인류가 염원하던 것이었으나 좀체 실현되지 않았다. 그러나 모바일, 클라우드에 이어 차세대 웹 서비스까지, 미래 ICT를 이끌겠다는 핵심 키워드가 모이자 비로소 N스크린의 대중화가 실현될 저변이 마련됐다. 차세대 ICT 키워드가 융합함으로써 멀티미디어 시장에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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