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간 통신, 데이터의 사유를 풀다


▲ 블루투스는 무선헤드셋 등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출처 : 뱅앤울룹슨)

[컴퓨터월드]

기기 간 데이터 공유, 새로운 사용자 경험 창출

업무 회의에 발표자로 참석한 A씨는 노트북으로 작업한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앉은 자리에서 빔 프로젝터로 띄운다. 업무 시간에는 태블릿 PC로 리서치 자료를 확인한 후, 태블릿 PC를 프린트에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 출력하고, 외근 중 만난 거래처 사람의 스마트폰으로 해당 자료를 직접 전달한다. 또한 휴일에 들른 미술관에서는 태그에 스마트폰을 접촉하는 방법만으로 티켓을 구매하거나 진열된 작품 정보를 음성 데이터로 제공받는다.

이러한 모습이 근거리 무선통신을 이용한 사례다. 근거리 무선통신이란 별도의 케이블, 통신장비 없이 기기 간 직접 데이터 통신을 실현하는 기술 표준을 말한다. 블루투스(Bluetooth), 와이파이 다이렉트(Wi-Fi Direct), NFC(Near Field Communication) 등이 이에 속한다.

근거리 무선통신은 단일기기에 활용이 종속적이었던 데이터를 기기 간 편리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전자기기 시장에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창출하고 있다.

‘블루투스’, 기기 간 데이터 공유 대중화 불러

블루투스는 이를 지원하는 이어폰, 키보드 등 주변기기와 하드에어를 선 없이 연결, 기기 간 직접 데이터를 주고받도록 지원하는 기술 표준이다. 주로 10m 정도의 짧은 거리에서 사용된다.

블루투스 기술은 1998년 에릭슨, 노키아, IBM, 도시바, 인텔 등으로 구성된 ‘블루투스 SIG(Special Interest Group)’를 통해 본격적으로 개발됐다. 2010년 기준 전 세계 회원사가 13,000여 개에 이르러, 이제는 대부분 휴대용 전자기기에 탑재돼 있다.

초창기 블루투스의 전송속도는 1Mbps에 불과했으나 2009년 출시된 3.0 버전은 최대 24Mbps까지 올라갔다. 2010년에는 블루투스 3.0과 같은 수준의 속도를 제공하면서 일반적인 코인 배터리로도 수년간 블루투스 기능을 쓸 수 있도록 소비전력까지 한껏 낮춘 블루투스 4.0이 등장했다.

이러한 저전력 연결 실현은 블루투스의 가장 큰 장점이다. 휴대용 주변기기의 경우 배터리 지속시간이 사용자 편의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더불어 블루투스 기술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어 휴대용 전자기기-무선 주변기기 간 데이터 공유를 대중화했다.

‘와이파이 다이렉트’, 연결을 넘어 콘텐츠의 공유로

2010년 발표된 와이파이 다이렉트 역시 무선 공유기 등 별도의 AP 장비 없이도 기기 간 직접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한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이다.

 


▲ 스마트폰에 NFC 기능이 적극 탑재되면서, NFC 기반 서비스가 연이어 출시되고 있다.(출처 : 젤리코스터)

와이파이 다이렉트는 최대 300Mbps가 넘는 빠른 속도를 제공한다. 이는 HD 영화 한 편을 3분 만에, 노래 한 곡을 2초 만에 공유할 수 있는 속도다.

와이파이 다이렉트는 근거리 무선통신을 단순한 와이어리스 실현에서 ‘콘텐츠의 공유’로 확장시켰다. 블루투스 등 기존 근거리 무선통신에서는 어려웠던 대용량 파일의 공유를 가능케 한 것이다.

이러한 강점은 와이파이 다이렉트라는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이 다양한 멀티미디어 기기에 적용되는 원동력이 됐다. 일례로 와이파이 다이렉트를 지원하는 디지털 카메라가 지속해서 출시되고 있다. 해당 카메라는 와이파이 다이렉트를 지원하는 스마트폰, 태블릿 PC와 직접 사진 파일을 공유할 수 있다.

와이파이 다이렉트는 현재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폰에 적용돼 있다. 애플 역시 지난 9월 공개한 iOS 7를 통해 블루투스와 와이파이 다이렉트를 접목한 기술 ‘에어드롭’을 선보이기도 했다.

 

무선태그 기술 ‘NFC’, 접촉만으로 데이터 공유

NFC는 전파를 이용해 정보를 인식하는 무선태그 기술(RFID)의 일종이다. NFC 태그가 장착된 기기는 접촉만으로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다.

 


▲ NFC 프린터를 활용하면 스마트폰 접촉만으로 문서, 사진을 출력할 수 있다.

NFC는 블루투스, 와이파이 다이렉트와 달리 기기 간 통신 여부를 설정하지 않아도 데이터 주고받기가 가능해 훨씬 직관적이다. 10cm 이내라는 짧은 거리에서 통신이 이루어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보안도 우수하다.

NFC 기능은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에 적극 탑재되기 시작하면서 차세대 근거리 무선통신으로 주목받게 됐다. 가트너는 2011년 NFC 탑재 모바일 기기가 1억 5,240만대로 집계됐으며, 2015년에는 그 수가 27억 6,339만대로 늘어나 전체 모바일기기의 85.9%가 NFC를 탑재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모바일기기에 탑재된 NFC는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이는 교통카드처럼 정해진 용도에만 한정적으로 태그 기술을 사용하는 것과 큰 차이가 있다.

지난 10일 ‘2013 한국전자전’에서 삼성은 NFC 기술을 적용한 프린터를 선보였다. 이는 스마트폰에 연동 앱을 구동한 후 스마트폰을 접촉하면 별도의 절차 없이 간단하게 인쇄가 가능한 제품이다. NFC 프린트를 활용하면 무선랜 구동이나 유선 연결이 필요 없다. 문서, 그림 데이터가 NFC 태그를 통해 기기 간 직접 공유되기 때문이다.

한편 LG전자 스마트TV에는 NFC를 활용한 미러링(Mirroring) 기술이 탑재돼 있다. 사용자는 스마트TV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는 것만으로 별도 네트워크 연결이나 앱 구동이 필요 없이 TV 스크린 화면을 그대로 스마트폰에 옮길 수 있다.

이처럼 NFC는 기기 간 더욱 직관적이고 간편한 데이터 공유를 가능케 함으로써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사용자 환경을 제공한다. 소위 ‘백색가전’ 분야의 업체들은 BYOD 시대에 걸맞은 사용자 경험 및 새로운 시장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술로 NFC 기능에 주목하고 있다. 이렇게 NFC는 데이터 공유를 스마트폰, PC, 디지털 제품 뿐 아니라 가전의 영역까지 확장하고 있다.

 

기기 간 통신, 사물인터넷 시대 앞당겨

블루투스SIG는 블루투스 4.0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블루투스가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 언급했다.

 


▲ 모든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사물인터넷’이란 ‘M2M(Machine to Machine)’ 기술의 발전된 형태다. M2M이 기기 간 직접 데이터 통신 자체를 의미한다면, 사물인터넷은 모든 사물에 센서, 통신 기술을 부과해 정보를 공유하고 그 정보를 토대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기존의 M2M은 기기 간 데이터 공유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면, 사물인터넷은 기기 간 데이터 공유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움직임을 말한다.

앞서 언급한 블루투스, 와이파이 다이렉트, NFC의 활용은 M2M의 단계다. 그러나 M2M이 스마트기기 뿐 아니라 모든 사물 간 데이터 공유로 확장되면 사물인터넷의 기반이 다져진다. 우리는 기기 간 데이터 공유가 산업 환경 전반에 새로운 국면을 제시할 경계선에 서 있는 셈이다.

30년 전 한국에 인터넷을 들여와 ‘인터넷 대부’라 불리는 전길남 카이스트 교수는 “지금까지의 변화는 예측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사물이 인터넷에 연결되고, IP 주소의 개수가 수십억 단위에서 조 단위로 늘어나게 되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지는 예측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단일기기가 사유하던 데이터가 기기 간 자유롭게 공유되는 것. 이는 단순히 사용자 편의를 극대화시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는 기기로 대비되는 사용자 인지 내 데이터의 가치를 점차 사용자의 인지 너머로 확장시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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