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중심의 ‘스마트 병원’ 구축, 시간·장소 제한 없이 신속한 협업 가능

시간,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일하는 ‘스마트 워크(smart work)’ 시대가 도래 했다. 스마트 워크는 사무실 개념을 탈피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효율적으로 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하는 미래지향적인 업무환경이다.

대표적으로 집에서 업무를 보는 ‘재택근무’, 스마트폰·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외부에서 일하는 ‘모바일 오피스’, 집이나 업무 현장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스마트 워크플레이스’(Smart Workplace) 등 세 가지 새로운 업무 형태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동안 외국계 기업을 중심으로 도입됐던 스마트 워크는 국내 많은 대기업으로 확산됐고, 최근에는 중소기업까지 스며들고 있다. 정부도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스마트 워크에 관심을 가지면서 스마트 워크를 국가전략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직원의 30%가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도 일할 수 있게 만든다는 방침이다.

건강, 생명과 직결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 역시 예외 없이 스마트 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스마트 워크를 접목한 의료기관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인들에게도 쉽고 편리한 업무환경을 만들어 주고, 환자 중심의 진료 서비스를 확대 제공하는 ‘스마트 병원’을 역할을 한다. 의료기관의 스마트 워크 구축으로 스마트 병원에서 어떤 서비스들이 이뤄지고 있는지 알아본다. 

의료계에도 ‘스마트 워크’ 바람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다양한 스마트 기기가 등장하면서 각 사무실마다 스마트 워크 구축 붐이 일고 있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사무실 개념을 탈피한 스마트오피스와 스마트 워크 환경을 도입하고 있고,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스마트 워크 환경 도입을 위해 17년 만에 사옥을 대치동에서 광화문으로 이동시키기도 했다.

많은 직장인이 외근이나 출장 때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이용해 회사 업무를 본다. 전자결재를 도입해 종이 없는 사무실을 구축하는 곳도 늘었고, 집에서 먼 회사까지 출근하기보다, 집 근처 가까운 곳에 있는 스마트 워크플레이스로 출근해 업무를 처리하는 직장인도 많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으로 시간과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스마트 워크 바람은 의료계에도 불어 닥쳤다. 모바일기기에 접속해 환자의 검사 결과를 확인하고 처방전달시스템(OCS), 전자의무기록(EMR)을 통해 처방하는 것은 물론 간호 기록지 등 업무도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게 됐다.

▲ 한림대의료원의 ‘스마트 리포맥스’


이는 지난 2010년 4월 한림대의료원이 국내 의료계에서 처음으로 모든 모바일 OS에서 사용 가능한 스마트폰용 모바일 병원 시스템인 ‘스마트 리포맥스’를 선보인 이후 가능해졌다. 한림대의료원을 시작으로 분당서울대병원, 삼성의료원, 세브란스병원, 길병원 등 대형병원이 잇따라 대기업과 손잡고 모바일시스템을 오픈하면서 스마트 워크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의료기관의 스마트 워크는 실시간으로 입원, 수술, 외래 환자의 검사 결과와 처방내역, 진료의뢰, 회신 등 컨설트 내역 등을 파악해 빠른 진료 및 대응이 가능해졌다. 스마트 워크 솔루션 개발 초기에는 모바일 기기를 통해 OCS나 EMR 기록을 입력하거나 조회하는 게 불가능했고, MRI와 CT 등 검사결과의 해상도가 떨어지는 등 데스크톱에서 사용하는 솔루션보다 만족도와 사용률이 낮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사파리, 오페라, 파이어 폭스, 익스플로러 등 모바일 웹 브라우저와의 호환성이 뛰어나고, 안드로이드, 아이폰 등과 같은 운영체제에 상관없이 구동이 가능한 솔루션들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경과기록지, 입원 및 수술기록지·퇴원요약지 조회, 처방 등을 모바일 기기로 할 수 있게 됐고, MRI, CT 등 검사결과를 기존보다 높은 해상도로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 워크 첫 단계는 ‘페이퍼리스’

이밖에도 간호정보조사지와 임상관찰기록지 조회가 가능하고, 간호기록지, 중환자기록지 등을 조회할 수 있다. 아울러 혼동하기 쉬운 의학용어 DB와 교직원 정보를 조회할 수도 있고, 검색과 함께 문자메시지 및 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도 걸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유연하게 업무가 가능한 스마트 워크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종이 문서중심으로 업무가 진행됐던 기존 방식이 아닌 종이가 없는 ‘페이퍼리스’ 업무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국내 한 대학병원 의료정보팀 팀장은 이같이 스마트 워크가 구현되기 위해 특히 의료기관에서 페이퍼리스 업무 환경을 갖추는 게 첫 단계라고 말했다.

스마트 워크 구축을 위해 종이 문서를 대체할 수 있는 전자문서를 도입하면 종이문서의 비효율성과 비생산성을 보완해 스마트 워크를 위한 환경을 완성할 수 있다. 또 전자문서는 종이문서 업무와 비교해 분실 위험을 줄일 수 있고, 보관할 공간에도 제한이 없다. 아울러 종이문서의 전자문서 전환은 시간과 비용 뿐 아니라 환경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기술로 꼽히고 있다.

하지만 종이 문서중심의 기업문화는 아직 스마트 업무 환경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최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전자문서 이용률은 2012년 38.2%에서 2013년 43.1%로 증가했지만, 대외 거래·서비스 업무 분야에 사용되는 문서 중 30.2% 가량이 여전히 종이문서로 유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직까지 민간 부문에서의 전자문서 활용 비율은 높지 않고, 종이문서를 단순히 디지털화한다고 해서 효과를 낼 수는 없다.

의료인-환자 상호 커뮤니케이션 가능

업계에서는 전자문서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관련 솔루션과 더불어 종이문서와 동일한 법적 효력에 대한 보안, 홍보 등 다양한 부문의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IT기술과 모바일 기기의 발달은 스마트 워크의 확산을 촉진시키고 있다”며 “전자문서는 종이문서가 가진 비생산성을 극복하고, 편리하고 비용절감 가능한 업무 방식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기관에서 이뤄지는 스마트 워크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인과 환자의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한다. 스마트 워크로 인해 의료진들은 실시간으로 환자의 정보를 알 수 있어 의료사고나 업무 중복을 줄일 수 있다.

또 환자는 일방적으로 의료 서비스만을 받는 게 아니라 의료행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의사와 환자가 동등하게 커뮤니케이션 하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이에 의료인과 환자의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국내 주요병원들은 물론 최근에는 동네의원까지 스마트 워크 구현에 집중하고 있다.

▲ ‘스마트 베스트케어’를 운영하고 있는 서울대병원(사진=서울대병원)


서울대병원은 클라우드 컴퓨팅을 병원업무에 도입해 스마트 워크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의료진들은 아이패드 등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병원진료정보시스템에 접속해 전자의무기록이나 영상정보관리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의료진들 사이의 의견교환이나 환자의 이동시 원만한 진료기록 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진료상황에 대해 설명할 때도 간단히 모바일기기를 활용하며, 회의 시에도 기기를 이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대병원은 ‘스마트 병원’의 시작을 위해 전자의무기록(EMR)을 모바일로 연계한 스마트폰 기반의 의료지원 시스템인 ‘스마트 베스트케어’를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 베스트 케어는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이 진료에 필요한 환자리스트, 의료정보, 간호정보, 검사결과 및 임상관찰기록 등 의료정보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보다 간편하고, 손쉽게 조회할 수 있도록 제공하며 이들 의료정보를 의료진이 회진 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병원에서 이동 중에도 환자의 정보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고, 응급실 환자정보, 타과의뢰, 중환자 간호기록 등에 대한 실시간 조회를 통해 응급상황에서의 신속한 진료와 조치가 가능해졌다. 또 스마트 베스트케어 앱은 서울대병원 의료진에 한해서만 설치가 가능하도록 적용해 보안과 편의성을 강화했다. 보안시스템이 높은 금융서비스와 동급의 보안솔루션 적용해 환자 의료정보 관리에 만전을 다했다.

서울대병원 의료정보센터 관계자는 “앞으로 다양한 기기를 적용하고 더 많은 의료정보를 담을 수 있도록 고도화 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스마트 병원에 대한 의료진, 환자의 기대가 높아진 만큼 보안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강북삼성병원의 ‘닥터스마트’를 활용하는 모습


강북삼성병원 역시 모바일기기를 활용해 의사들이 환자와 의료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게 했다. 회진 시에도 차트 없이 처방이력·의료영상 등 기록을 손쉽게 조회할 수 있다. 또 환자나 보호자도 X-ray 등 진료정보를 병실에서 모바일기기를 이용해 간단히 설명들을 수 있다.

모바일 기기로 활용할 수 있는 EMR 솔루션

강북삼성병원은 삼성전자 갤럭시탭을 기반으로 ‘닥터스마트’ 솔루션을 운영하고 있다. 닥터스마트는 삼성전자 모바일 EMR 솔루션으로 강북삼성병원의 의료정보시스템과 연동해 갤럭시탭을 통해 의사들이 환자와 의료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게 해준다.

닥터스마트를 통해 강북삼성병원은 스마트 병원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의료진들은 닥터스마트를 활용해 회진 시 갤럭시탭 10.1의 넓은 화면으로 처방이력, 의료영상 등 환자의 기본정보를 간편하고 손쉽게 조회할 수 있어 효과적인 의료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환자들도 MRI, X-ray 등 의료정보들을 병실에서 직접 보며 의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진료 만족도가 높다.

또 닥터스마트가 탑재된 갤럭시탭을 통해 사내 메신저, 임직원 검색 등 스마트 오피스를 구현할 수 있고, 의료진들에게 학술 자료, 의료지침서 등을 실시간으로 열람하는 등 다양한 의료 지원 서비스가 제공된다.
강북삼성병원 관계자는 “태블릿 PC 기반의 닥터 스마트 솔루션은 업무 프로세스 간소화로 병원 운영과 의료진 업무의 효율성을 증대시킨다”며 “환자와 의료진의 실질적인 니즈를 반영해 닥터스마트 솔루션의 기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환자 편의를 위한 스마트 병원 솔루션

▲ 길병원 모바일 PHR 서비스 ‘유케어노트’

가천대 길병원은 암환자의 편의를 위한 스마트 병원 구현을 위해 환자 맞춤형 서비스인 암 전문 코디네이터 시스템을 도입했다. 환자의 모든 치료 절차와 계획을 도와주는 20여명의 암 전문 코디네이터 제도는 암 환자들에게 가족 같은 병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로 평가받고 있다.

길병원 암센터는 디지털기기를 치료와 관리 등에 이용해 환자 중심의 질병 관리를 가능하게 했다. 길병원 U헬스케어센터가 개발한 암 환자 전용 ‘개인건강기록(PHR)’ 서비스 ‘유케어노트’는 암 환자가 자신의 의무기록을 언제 어디서나 확인할 수 있다. 암 환자는 문의사항이 있을 경우 유케어노트를 이용해 코디네이터 상담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진료가 끝난 후에도 환자들은 집에서 스마트기기로 운동, 영양, 치료 등에 대한 정보를 코디네이터 등 의료진과 주고받을 수 있다.

또 의료진은 이 솔루션을 이용해 환자를 관리할 수 있어 환자와 의료진 간의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다. 아울러 재가 암 환자들은 자신의 진료 기록을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열람할 수 있어 암 관리를 한결 수월하게 받을 수 있다.

▲ 한림대의료원 ‘고객가이드 앱’


한림대의료원은 외래환자뿐만 아니라 입원 환자와 협력병원 의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한림대의료원 ‘고객가이드 앱’을 개설했다. 한림대 의료원 고객가이드 앱은 푸시 메시지 전송기법을 탑재해 외래 및 입원 환자에게 외래·검사예약 정보와 진료 대기시간 안내 등 고객전용 알림 사항을 제공하고 진료이력, 복약정보, 진료비 내역 등 다양한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조회할 수 있다.

이 앱은 대학병원을 이용하는 외래 환자들이 겪어야 하는 긴 진료 대기시간에 대한 불만도 해소할 수 있다. 이 앱을 설치하면 ‘MY 한림’ 메뉴에서 진료대기 순서를 알려줘 진료까지 대기 시간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바로 알 수 있다. MY 한림에는 진료대기 순서 안내 외에도 외래 진료예약 안내·검사예약 안내 메시지를 쉽게 조회할 수 있다. 또 진료이력, 진료비 조회, 복약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진료이력에서는 언제 무슨과에서 진료를 받았는지 알 수 있고, 진료비 조회에서는 외래·입원 진료이력을 표시해 진료비 조회를 원하는 날짜를 누르면 상세한 진료비 내역을 볼 수 있다.

입원환자의 경우 의사의 회진 정보도 미리 알 수 있고, 식이정보, 복약정보, 중간예상진료비, 입원생활안내, 진료이력,퇴원 후 진료안내 정보도 확인할 수 있다. 이 앱에는 협력병원 의사를 위한 기능도 포함됐다. 앱을 설치한 협력병원 의사는 의뢰환자의 진료 결과 회신내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의료기관은 질병을 치료하는 본연의 업무 외에 비급여 항목을 늘리는 등 무한경쟁시대에 진입해있다. 이에 대형병원은 물론 동네의원들도 모바일시스템을 오픈하면서 스마트 병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의료기관의 스마트 워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고 있다.

의료기관이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전자문서, 스마트 워크 솔루션을 도입한다고 해서 스마트 병원이 바로 열리는 건 아니다. 모바일 기기를 이용해 환자의 진료 기록을 관리하고 처방하는 것은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이 있는 등 해결해야 할 사항이 많다.

스마트해지는 시대의 요구에 따라 스마트 병원에 대한 환자와 의료인의 욕구는 높아지고 있다. 스마트 병원은 의료와 IT 기술이 합쳐진 삶의 질 향상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지만,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일인 만큼 도입을 고려하는 의료기관 입장에서 신중한 절차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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