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 ‘컴퓨터 전시회’ 컴덱스 최전성기…PC 대중화 ‘물살’ / 2014년 - 대세는 클라우드, 네트워크, 모빌리티로 이동

 

 

[컴퓨터월드] 1990년대는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시장이 호경기였다. 그 배경에는 컴퓨터 산업의 기술 혁명이 자리잡고 있었다. 당시 ‘컴퓨터’라는 단어가 갖는 의미는 가히 금맥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을 보유하고 있는 컴퓨터 산업에 종사한다는 것은 곧 부자가 될 거라는 의미처럼 통용됐다. 어마어마한 자본이 컴퓨터 산업에 모여들었다. 그 유명한 ‘창(windows)’을 달았다는 PC가 대중들에게 팔려나갔다. 인터넷의 보급은 컴퓨터 산업 그 이상의 정보통신(IT) 산업을 가장 확실한 미래 먹거리로 부상시켰다.

동시에 인터넷의 보급이 초창기였던 시대다. PC 사용자들을 ‘검은 화면(DOS)’에서 벗어나게 한 윈도우즈의 도입 붐이 일어나던 때다. IT 산업의 최신 기술들을 궁금해 하는 바이어들은 많았지만 정보를 얻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다.

이러한 당대 비즈니스맨의 애로사항에 대응, 전 세계적으로 위용을 떨치던 전시회가 있다. 바로 컴덱스다. 컴덱스는 세계 최대 규모의 컴퓨터 관련 제품 전시회로서 1990년대 최전성기를 맞았다. 컴덱스에 참석하면 컴퓨터와 관련된 모든 분야의 최신 기술과 비전을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20년 전 본지는 1994년 추계 컴덱스에 대한 특집 기사를 통해 당시 IT 업계의 최신 기술과 제품들을 소개했다. 빌 게이츠, 앤디 그로브 등 전설적인 IT 업계 인사들의 목소리도 담았다. 20년 전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진행된 세계 최대의 IT 쇼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돌아보고, 20년 간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는지 짚어 본다.

20년 전 업계 최고 제품은 “IBM 노트북”
MS·인텔, 생태계 조성 움직임 눈길

 

 

20년 전 본지에 따르면, 1994년 추계 컴덱스에는 30여개 국가에서 온 2천개 이상 IT 회사가 참여해 제품을 전시했다. 총 관람객 수는 19만명에 달했다. 당시 컴덱스는 그 위용이 최정점에 달해 있었다.

1994년 추계 컴덱스에서 최고의 제품으로 선정된 것은 IBM의 휴대용PC(노트북) 신제품 ‘싱크패드 755CD’다. 본지는 ‘싱크패드 755CD’가 내장형 CD-ROM 드라이브, 스테레오 스피커, 게임 포트 등을 갖추고 있으며 이전 제품보다 비디오와 TV 통합 기능이 강화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IBM 외에도 많은 회사들이 노트북 신제품을 1994년 추계 컴덱스에 전시했다. 본지는 1994년 추계 컴덱스의 HW 분야에서 노트북 제품의 기능 향상이 두드러진다고 강조했다.

 

 

또한 20년 전 본지를 통해 마이크로소프트(MS)의 운영체제(OS) ‘윈도우즈’ 시리즈에 대한 당시 업계의 반응을 엿볼 수 있었다. 1994년은 윈도우즈95가 출시된 해고, 그 전년에는 윈도우즈NT가 출시됐다.

본지는 1994년 추계 컴덱스에 참석한 수많은 SW 개발업체들이 “우리는 윈도우즈95를 구축하고 있다(We’re Building for Windows)”라는 표지를 내걸고 있다고 소개하며, MS가 IT 업계의 기술 주도권을 갖고 있다고 표현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윈도우즈NT 지원을 표방하고 있었고, 명백하게 표명하지 않더라도 멀티미디어 솔루션들은 거의 100% 윈도우즈 환경에서 운용되고 있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 외에도 본지는 인텔이 1994년 추계 컴덱스에서 ‘인텔 인사이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업체의 부스에서 도장을 받아오는 방문객에게 CD-ROM 타이틀을 증여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고 소개했다. 인텔 인사이드는 인텔 CPU를 탑재한 컴퓨터에 인텔 인사이드 로고를 부착하는 광고 마케팅 프로그램으로 1991년 시작됐다.

한편, 국내 업체들도 컴덱스 행사에 참가했다. 1992년 후부터 대한무역진흥공사는 컴덱스에 한국관 부스를 개설하고 국내 IT 업체의 참여를 지원한 바 있다. 1994년 추계 컴덱스에는 금성사(現 LG전자), 현대전자(現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이 참가했다.

IT 업계 리더로 꼽힌 MS·노벨·인텔 3인방
20년 전 당시, 그리고 현재

 

▲ 빌 게이츠


컴덱스는 기조연설자는 당대 IT 산업계의 리더들이 맡았다. 1994년 추계 컴덱스의 기조연설자는 빌 게이츠 MS 회장, 로버트 프랑켄버그 노벨 회장, 앤디 그로브 인텔 회장이었다.

빌 게이츠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는 유명 인사다. 빌 게이츠는 1995년부터 2007년까지, 그리고 2009년 포브스誌 선정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인물’ 1위에 선정됐다. MS는 1990년 윈도우즈 3.0을 시작으로 GUI(Graphic User Interface)를 도입한 PC OS를 대중화했다.

1994년 빌 게이츠는 추계 컴덱스 기조연설을 통해 “앞으로 10년 내 고속 디지털 통신이 완전히 일반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IT 기술의 혜택이 가장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로 전자 상거래, 대화형 통신, 공공 서비스, 교육 등을 꼽았다.

빌 게이츠는 2008년 MS를 떠나기까지 33년간 MS를 이끌었다. 1995년에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출시, 인터넷 대중화 시기에 웹 브라우저 시장을 평정했다. 현재는 2000년 설립한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기부 활동에 전념하고 있다.

 

▲ 로버트 프랑켄버그

로버트 프랑켄버그는 1994년 초 노벨社의 회장이 된 인물이다. 노벨은 당시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던 네트워크 OS ‘네트웨어’를 공급하는 네트워크 SW 회사다.

1994년 로버트 프랑켄버그는 기조연설을 통해 “네트워킹 없는 컴퓨터는 도로 없는 자동차와 같다”고 언급, 네트워크가 단순히 정보시스템과 컴퓨터 장비를 연결하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본지는 1994년 추계 컴덱스를 소개하면서 노벨을 IBM, MS, 인텔과 같은 ‘유명 업체’로 언급한 바 있다. 구글 全 CEO로 현재 IT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인물인 에릭 슈미트가 구글 합류 전에는 노벨 회장이었다.

그러나 1994년은 노벨이 전성기의 정점을 찍은 시기였던 모양이다. 로버트 프랑켄버그는 1996년 회장직에서 물러나는데, 이를 두고 당시 언론사들은 “최근 2년간 고전을 면치 못했던 로버트 프랑켄버그가 사임했다”고 묘사했다. 노벨은 2000년 SW 회사 어태치메이트에 인수됐다. 또한 2014년 IT 기업 마이크로포커스는 노벨을 포함한 어태치메이트 그룹을 인수했다.

 

▲ 앤디 그로브

앤디 그로브는 1968년 인텔 설립 당시 ‘세 번째 직원’으로 합류한 인물이다. 1987년부터 인텔 회장으로 부임했다. 인텔은 1971년 세계 최초의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내놓은 바 있다. 1993년에는 펜티엄 프로세서를 처음 출시했다.

1994년 앤디 그로브는 “3년 동안 거의 30배 가까이 컴퓨터의 가격 대 성능비가 상승했다”고 밝혔다. 또한 멀티미디어 및 통신 기술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펜티엄 프로세서가 이러한 기능을 구현할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앤디 그로브는 1998년까지 인텔 회장직을 맡았다. 인텔의 최고 성장기인 1990년대를 이끈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해당 기간 추진된 인텔 인사이드 프로그램은 반도체 회사인 인텔의 대중적인 인지도와 브랜드 가치를 효과적으로 제고시켰다. 이로써 1997년 인텔은 전 세계 PC칩 시장의 약 80%를 점유하게 된다.

20년 전 컴덱스의 주인공 IBM·MS·인텔
20년 후 ‘클라우드에 일제 주목’

 

▲ IBM은 최근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1994년 추계 컴덱스에서 가장 주목받은 기업은 IBM, MS, 인텔이다. IBM은 컴퓨터 기기 분야에서, MS는 컴퓨터 OS 분야에서, 인텔은 컴퓨터 칩 분야에서 선전하고 있었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20년 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것은 IBM이다. IBM은 1980년대 ‘IBM PC 5150’이라는 개인용 컴퓨터를 시장에 출시함으로써 업계에 ‘PC 시장’을 열었으며, 그 후속 모델인 IBM PC/AT는 개인용 컴퓨터 분야의 사실상 표준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1994년 추계 컴덱스의 최우수 제품으로 선정된 ‘싱크패드’ 역시 휴대용PC, 노트북 제품이다. 하지만 이제 IBM은 PC 사업부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IBM은 2004년 레노버에 PC 사업부문을 매각했다. 이어 2014년에는 x86 서버 사업부문도 레노버에게 매각했다. 메인프레임을 필두로 한 IBM의 ‘프리미엄 HW 전략’이 PC, 서버 시장에서는 제대로 힘을 쓰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에서다. PC, x86 서버 생산은 기술 수준이 평준화된 HW 부품을 조립해 공급하는 ‘화이트박스’ 형태로 정형화됐다. 해당 시장은 초고사양 HW와 전문적인 유지보수 서비스를 내용으로 하는 ‘프리미엄 전략’과 맞지 않는다.

IBM은 1990년대부터 주력 사업을 HW 제조업에서 IT 서비스업으로 전환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현재는 그러한 의지가 구체화됐다. IBM은 현재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클라우드, 인지컴퓨팅에 주력하고 있으며, 2013년 클라우드 전문 기업 소프트레이어를 인수했다. 해당 인수를 통해 IBM은 클라우드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보했다.

MS 역시 클라우드에 주력하고 있다. 아니, ‘역시’라기보다는 ‘앞서’다. MS는 현재 IT 업계에서 아마존, 구글과 함께 3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로 불리고 있다.

MS는 클라우드를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간주하는 클라우드 OS 전략을 펼치고 있다. MS는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IaaS)인 ‘MS 애저’를 필두로 한 클라우드 통합 플랫폼을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MS가 시장에 개별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200개 이상이다. 이 중에는 윈도우즈 시리즈와 더불어 오랜 기간 동안 MS의 ‘간판 스타’ 역할을 했던 사무용 SW ‘MS 오피스’의 클라우드 버전인 ‘오피스365’도 포함돼 있다.

인텔 역시 현재 클라우드와 관련된 전략을 펴고 있다. 인텔은 2014년 인텔 인사이드의 클라우드 버전인 ‘인텔 클라우드 테크놀로지’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인텔 클라우드 테크놀로지 프로그램은 인텔 기술 기반의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에 ‘인텔 클라우드 테크놀로지 제공’이라는 배지를 부여하는 내용이다. 예전 PC 시장에서 인텔 CPU가 탑재된 제품에 인텔 로고가 붙었다면, 이제 클라우드 시장에서는 인텔 기술 기반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인텔 배지가 붙는다. 이로써 인텔은 클라우드 시대에도 자사의 영향력을 공고히 하려 움직이고 있다.

 

▲ 인텔은 ‘인텔 인사이드’의 클라우드 버전인 ‘인텔 클라우드 테크놀로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컴덱스, PC 시장 침체 따라 2003년 막 내려
최근 핫한 IT 쇼? ‘CeBIT·CES·MWC’

한편, 당대의 IT 이슈를 한 자리에서 들여다볼 수 있었던 컴덱스는 이제 없다. 2003년 행사를 마지막으로 컴덱스는 막을 내렸다.

컴덱스의 부흥과 쇠퇴는 컴퓨터 산업의 역사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본래 컴덱스는 메인프레임 중심의 컴퓨터 전시회로 시작됐으나, 향후 PC·통신·SW 등 컴퓨터와 관련된 모든 분야를 다루는 전시회로 성장했다. 이는 중대형 컴퓨터 중심이었던 컴퓨터 산업이 개인용 컴퓨터 분야까지 확장되고, 나아가 컴퓨터 통신을 기반으로 한 정보통신(IT) 산업과 연결되는 과정과 같은 모양새다.

같은 맥락으로, 컴덱스는 컴퓨터 산업의 성장세 둔화에 따라 마지막을 맞이하게 됐다. PC를 구성하는 HW 기술이 상향평준화되고 범용화됨에 따라 2000년대 컴퓨터 시장은 침체기를 맞았다. 2001년 전 세계 PC 시장은 1985년 이래 처음으로 4%의 역성장세를 기록했다. 최근 동향을 보면, 2014년 3분기 전 세계 PC 시장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7% 축소됐다.

20년 전에는 컴퓨터 산업이 IT 산업 내에서 가장 ‘핫’한 기술의 첨탑이었다. IT의 중심에는 컴퓨터가 있었다. 하지만 20년 간 컴퓨터 기술은 충분한 성장을 이뤘고 일반화됐다. 컴퓨터 기기는 이제 ‘새로움’이 아닌 ‘기본’이다. 오늘날 IT 산업은 세분화됐고, 그 세분화된 가지들이 다양한 산업에 맞춤형의 가치를 제공하고자 다양한 형태로 융합되고 있다.

덧붙여, 현재 IT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전시회로는 ▲정보통신 기술 전시회 ‘하노버 국제 정보통신박람회(CeBIT)’ ▲전자제품 전시회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이동통신 산업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등이 있다.

CeBIT은 HW, 패키지 SW에 주력하던 컴덱스와 달리 유무선 네트워크, 이동통신, 멀티미디어 분야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컴덱스가 사양기를 맞이하던 1990년대 말 부상했다. 독일 하노버에서 매년 개최된다.

CES는 1967년 시작된 전시회로 컴덱스보다 더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다. 2000년대 들어 가전 등 일반 사용자용 전자제품에 최첨단 IT 기술들이 모이는 추세가 심화됐으며, 이에 따라 CES는 주요 IT 쇼로 부상하게 됐다.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매년 개최된다.

MWC는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가 주관하는 전시회다. 2000년대 말 전 세계적으로 ‘아이폰 쇼크’라는 스마트폰 붐이 일어난 후, 모바일 산업은 현재 전체 IT 산업 중에서 가장 혁신적인 움직임이 일어나는 분야로 자리매김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MWC의 규모 역시 매년 상승하고 있다. MWC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매년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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