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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전자문서 활성화, 무엇이 필요한가산업 특성 고려한 정책적 지원 필요

[컴퓨터월드] 종이를 전자문서로 대체하는 ‘페이퍼리스’ 시대의 막이 열리고 있다. 전자문서를 활용하면 상당한 양을 차지하던 종이문서의 양을 줄일 수 있으며, 이는 곧 보관 및 관리가 용이하다는 이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모바일 시대를 맞이하며 언제 어디서나 업무를 볼 수 있는 스마트워크 환경이 구축되면서, 종이문서보다 전자문서가 업무 생산성 및 효율성에서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부 역시 이런 추세를 맞아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기본법(전자문서법)을 준비하고, 전자문서를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공인전자문서센터와 전자문서 유통을 위한 공인전자주소까지 마련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처럼 페이퍼리스 시대를 위한 준비들이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전자문서 시스템은 활성화되기는커녕 여러 비판을 받으며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정책적인 지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전자문서 산업은 활성화되지 못하는가? 전자문서 산업계를 찾아가 겪고 있는 당면 과제는 무엇인지 알아봤다.

전자문서, 기록 기술의 결정체
인류의 역사는 기록을 통해 이어져 왔다. 동굴의 벽화나 거북이의 등뼈에서부터 파피루스를 거쳐 종이에 이르기까지 기록매체 또한 발전해왔다. 과거의 지식을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전하는 방법들은 여러 가지가 존재하지만 기록만큼 정확함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구전의 경우 사람을 거치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내용이 조금씩 변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구전이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곳은 활자와 종이가 발명되기 이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것들에 대해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종이야말로 기록매체의 최종단계일까? 그렇지 않다. 전자문서가 등장하면서 종이도 점차 그 지위를 내어주고 있다.

전자문서는 그동안 종이가 갖고 있던 특징들을 이어받았으며, 종이가 갖고 있던 단점도 극복했다. 전자문서 역시 종이문서처럼 생성-유통-보관-폐기의 단계가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변색되거나 삭아서 없어져버리는 종이와는 달리,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거나 없어지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뿐만 아니라 수백 장의 종이문서를 보관하려면 넓은 공간이 필요하지만, 전자문서는 그보다 훨씬 적은 공간에 더 많은 문서들을 보관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종합해보면 전자문서는 그동안 이어져왔던 기록 기술의 결정체라고도 볼 수 있다.

전자문서 사용 점차 확대돼
보험 계약을 하기 위해 약관이 적힌 종이 대신 전자패드에 서명하며, 각종 증빙 서류도 출력해서 제출하는 것 대신 이메일을 통해 편하게 전달할 수 있다. 전자문서는 이처럼 일상에서 쉽게 보고 접할 수 있는 것으로 결코 복잡한 개념이 아니다.

전자문서에 대한 정의를 우선 살펴보자. 전자문서법 제2조를 보면 ‘전자문서란 정보처리시스템에 의하여 전자적 형태로 작성, 송신·수신 또는 저장된 정보를 말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우리가 일상생활에 주고받는 이메일도 전자문서에 해당한다.

정보통신기술(ICT) 발달과 정보량의 증가로 인해 전자문서 사용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전자문서의 종류를 보면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 우리나라 전자문서 활용 사례

우선 전자문서는 의사소통 수단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업무에 대한 내용을 전달하거나 협업을 위한 의사전달 도구로, 이메일이나 메신저 등이 그것이다. 이는 단순히 종이문서를 대체하는 수단이 아닌, 업무 생산성과 효율적인 협업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점차 인식되고 있다.

기업 생산성을 위해서도 전자문서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온라인 환경에서 스마트기기를 활용해 의사소통과 협업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룹웨어나 문서작성도구, 원격회의 솔루션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는 최근 스마트워크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핵심 전제조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전자문서는 전자무역, 전자계약, 온라인쇼핑 등 온라인상에서 재화나 용역을 주고받는 전자상거래 전 과정을 디지털로 처리하는 용도로도 사용되고 있다.

전자문서가 가진 또 하나의 특징으로는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전자정부와 전자세금계산서, 공인전자문서센터, 공인전자주소 등에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정부 주도의 전자문서 확산정책에 기인한 것으로, 전자문서를 활용하고 있는 다른 나라들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ICT산업과 뗄 수 없는 전자문서산업
전자문서는 그동안 종이의 단순 대체재 또는 기업 내부용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점차 모바일 환경으로 업무 영역이 이동함에 따라 비즈니스의 핵심 도구로서 인식되고 있다. 그리하여 공공이나 금융 등 특정 산업영역과 일부 대기업에서는 문서관리 혁신을 통해 전자문서 중심으로 업무를 이행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자문서산업의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발간한 ‘2013년 전자문서 산업통계 및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우리나라 전자문서산업 시장 규모는 약 5조 4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조 단위가 넘어가는 상당히 큰 산업 규모다.

   
 

집계된 전자문서산업의 범위를 보면 ‘전자적인 형태로 표현된 모든 유형의 자료·정보·지식·콘텐츠를 다루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 및 하드웨어 등의 산업과, 제도에 따른 공적인 전자문서 서비스’까지 포함돼 있다. 굉장히 광범위하다. 그 범위를 풀이해보면 반드시 전자문서산업을 위해 필요한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들도 함께 집계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전자문서를 보관하기 위한 스토리지도 집계에서는 전자문서산업으로 분류돼 포함됐지만, 실제로 해당 스토리지가 꼭 전자문서산업에 사용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전자문서 생성 솔루션 같은 경우 오로지 전자문서산업에만 사용되기 때문에 이는 중요 전자문서산업의 고유영역에 포함된다. 이는 결국 전자문서산업이 ICT산업과도 떼려야 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전자문서산업 시장 규모는 ICT영역과 중첩된 부분도 이중으로 산정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전자문서산업 시장 규모는 훨씬 작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ICT산업과 전자문서산업의 상관관계

시장 규모, 더 키울 필요 있어
전자문서산업을 주도하는 기업들의 대부분은 중소 소프트웨어 개발 기업들이다. 그렇다보니 전자문서를 주로 활용하는 고객들-공공, 은행, 대기업 등-의 문서업무 혁신을 주도할 역량과 규모 등이 부족한 실정이다.

또한 협소한 국내시장을 탈피해 해외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움직임들도 있다. 국내 금융권에서의 전자문서 성공사례(전자청약 등)를 중심으로 관련 솔루션 기업들이 해외진출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주목할 만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는 NIPA가 집계한 전자문서산업 규모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많다. 실제로 업계에 몸담고 있는 체감과 너무나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ICT산업과 중첩된 부분을 제외하고, 순전히 전자문서 솔루션만 놓고 보면 실제 규모는 잘해봐야 백억 원대에 불과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전자문서 솔루션 사업을 하는 곳은 한국전자문서산업협회로 등록된 회원사를 기준으로 할 때 101개 기업이다. 만약, 업계 관계자의 말처럼 시장 규모가 백억 원대에 불과하다면 101개 기업들은 평균 1억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셈이 된다. 말 그대로 열악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전자문서산업을 더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 전자정부 시스템은 3년 연속 국제연합(UN) 평가 1위를 달성했을 정도로 잘 갖춰져 있다. 전자정부는 전자문서를 활용하는 시스템으로, 정부 역시 전자문서산업을 활성화시키고자 노력해왔다. 실제로 관련 산업이 성장할 수 있게 전자문서법을 개정하고 있으며, 전자문서를 보관할 수 있는 공인전자문서센터와 전자문서를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인 공인전자주소까지 마련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전자문서산업을 키우기에는 충분치 않다.

전자문서엔 신뢰성 확보가 ‘필수’
전자문서산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재 업계가 어떤 문제점에 처해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우선 전자문서산업은 문서생명주기에 따라 사업 영역이 구분돼 있다. 즉, 전자문서를 생성하는 사업과 전자문서를 유통하는 사업, 그리고 전자문서를 보관하고 관리하는 사업이 각각 존재한다. 그렇다보니 각 사업 영역에 맞는 적절한 지원방안이 나오지 않는 이상, 전자문서업계가 쉽게 활성화되기는 어려운 것이다.

우선 생성 영역에서 살펴보면, 업계는 전자문서 생성에 대한 신뢰성 확보와 작성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쉽게 말해 만들어진 전자문서가 원본으로 인정될 수 있어야 하니, 그것을 증빙해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종이문서가 갖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원본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각종 계약서나 증명서에서 원본의 진위는 상당히 중요하다. 원본은 실제적으로 존재하는 단 하나이며, 생성될 당시의 효력이 폐기 시까지 발생하는 강력한 기능을 한다.

그러나 전자문서의 경우 이러한 원본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 0과 1의 디지털적인 조합이 이를 시각적으로 표현해주는 도구와 결합돼 우리 눈으로 보일 뿐이지, 실재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전자문서 특성상 파일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복제가 쉬우며, 누군가가 중간에 수정하더라도 그것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 일반 전자문서와 신뢰 전자문서 구분

이처럼 전자문서가 원본으로 인정되고 활용되기 위하서는 무결성과 불변경성, 위변조 검증 등을 확보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표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PDF나 이미지파일 등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익 모델 넓혀야
전자문서 생성 영역은 크게 두 가지 사업 분야로 나뉜다. 종이문서를 전자화하는 전자문서화와 처음부터 전자문서로 만들어진(Born Digital) 전자서식이다.

이 중 활발한 것은 전자화문서 사업이다. 관련 업체들은 기존에 만들어진 종이문서들을 스캐닝하여 전자화문서로 변환하는 전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기업들은 드문 편이다. 그러다보니 사업 기회는 적고, 업체들은 적은 사업 기회를 잡기 위해 저가 수주와 같은 출혈경쟁을 벌인다. 또, 불법 재하청 구조로도 이어져 업계 수익 저하가 심화되고 있다.

또 다른 분야인 전자서식은 ‘전자문서→종이문서출력→전자화문서변환’이라는 과정을 생략한 전자문서 서비스 모델로 보험업계 전반에 걸쳐 전자청약이 보급되는 등 최근 전자문서 확산을 주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전자문서 신뢰성 확보 문제 등과 관련된 기준의 부재로 타 분야로 확산은 더딘 상황이다. 그나마 전자서식이 보험업계에 널리 보급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난 2012년 보험업법 시행령이 개정되고, ‘전자서명을 통한 보험계약 체결 시 전자문서 작성 및 관리기준’이 마련됐기 때문이며,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정책적 지원이 좀 더 마련되기를 바라고 있다.

또한, 전자문서 관리 영역도 마찬가지다. 전자문서를 관리하는 핵심 솔루션들(ECM, BPM, ERP, GW 등)은 기업 경쟁력 향상의 핵심 도구로 인식되고 있으나, ICT시장의 침체와 과당 경쟁에 의한 저가 수주, 그로 인한 수익성 저하와 기술 재투자 기회 축소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 이는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산업 전체가 겪고 있는 문제와 동일한 부분이다.

특히 전자문서 관리 솔루션 시장은 외산 솔루션들이 대기업 등 큰 고객들을 선점하고 있으며, 협소한 중소고객을 대상으로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내 시장보다 해외시장 진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업체의 영세성과 전문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이마저도 쉽지 않다.

비즈니스 모델은 시장 자율에
전자문서산업이 크게는 ICT산업에 속하기는 하지만 기술과 정책, 그리고 비즈니스 모델이 결합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는 기업 및 국가의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핵심 기반 도구라는 측면에서 전자문서산업 지원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실제로 정부는 전자문서 확산을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반하는 시장 충돌 정책으로 인해 전자문서산업 발전을 위축시킨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전자문서 솔루션 업체들이 자료관 솔루션을 개발해 지자체를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하고 있던 중, 국가기록원이 독자적으로 솔루션을 개발하고 무상 배포함으로써 관련 업계를 무너뜨렸으며, 국세청 역시 솔루션 업체들이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던 전자세금계선서 사업에 대국민 서비스를 이유로 뛰어들어 e세로 서비스를 무상 제공하고 있다.

업계 역시 이런 것들에 대해 항변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업체의 영세성으로 인한 사업 지속 가능성 여부를 고려했다”는 것과 “대국민 서비스 때문”이라는 이유뿐이었다. 그로 인해 가뜩이나 성장하기 위해 몸부림치던 전자문서산업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전자문서 생명주기 고려해야
정부가 전자문서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한 것 중 하나가 공인전자문서센터다. 공인전자문서센터는 전자문서의 보관 또는 증명, 그 밖의 전자문서 관련 업무를 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전자문서의 내용 및 송·수신 여부 등을 증명해주는 신뢰할 수 있는 제3기관(Trusted Third Party, TTP)인 것이다.

   
▲ 공인전자문서센터의 역할(출처: KTNET)

지난 2007년부터 한국무역정보통신(KTNET)이 국내 1호 사업자로 지정되면서 처음 공인전자문서센터 사업을 시작했으며, LG CNS, 하나INS, 코스콤, 한국정보인증, 더존비즈온 등도 뒤이어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공인전자문서센터에 보관하는 전자문서가 없다. 왜 그런 것일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비용 문제다. 기존 종이문서를 전자문서로 변환하는 것도 비용이 들며, 또 그것을 공인전자문서센터에 보관하는 것 역시 비용이 든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익을 높이기 위해 비용을 줄이려 하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사항이 아니라면 공인전자문서센터를 굳이 이용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업들이 정보자산을 외부에 위탁하기를 꺼린다는 점이다. 기업들은 종이문서와 전자문서 구분할 것 없이 자신들의 모든 문서를 고스란히 갖고 있다. 그리고 아무리 중요하지 않은 문서라 할지라도 외부에 쉽게 노출시키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전자문서를 공인전자문서센터에 보관하는 것 역시 생각도 하지 못할 일이다.

업계는 전자문서의 확산을 위해서는 생성→유통→보관과 같이 전자문서 생명주기의 순서대로 정책이 추진돼야 하지만, 오히려 보관(공인전자문서센터)→유통(공인전자주소)과 같이 역순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정책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강조한다.

공인전자주소, 유통 플랫폼 이미지 강화 필요
전자문서가 활용되면서 조금씩 종이문서를 대체하고는 있었지만, 여전히 종이문서와 혼용되면서 종이문서의 출력·인쇄, 유통, 보관에 따른 문제가 존재했다. 무엇보다 전자문서가 법적 효력을 지니지 못해 다시 종이문서로 출력해 우편과 인편 등으로 유통해야 한다는 점은 전자문서 활성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었다.

이에 정부는 ‘전자거래기본법’을 지난 2012년 6월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으로 개정하며, 공인전자주소 제도 및 공인전자문서중계자 지정 제도를 도입해 전자문서를 안전하게 유통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공인전자주소다.

일반인들에게 샵(#)메일로 친숙한 공인전자주소는 전자문서의 취약한 유통 부분을 담당하기 위해 만들어진 유통 플랫폼이다. 주로 기업 간 문서 유통을 담당해줄 것으로 기대했지만, 기반 여건이 성숙되지 않아 지지부진한 상황에 빠져버렸다.

이렇게 된 상황은 공인전자문서센터처럼 만들어놨지만 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무엇보다 일반인들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인한다. 막상 가입하려고 하면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며, 지금껏 편하게 사용해온 이메일을 두고 굳이 새로운 것을 써야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공인전자주소가 외면 받은 이유는 또 있다. 기존 이메일과 연동이 되지 않으며, 공인전자주소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사용료를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공인전자주소 이용 시 본인인증 수단으로 공인인증서, 휴대전화, 대면 인증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이 인증을 위해서 액티브엑스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 결과 공인전자주소는 2014년 9월 기준 가입된 계정이 14만 9,124개에 불과할 정도로 저조한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이에 업계는 공인전자주소라는 공식 명칭을 사용하지 않고 브랜드명인 ‘샵메일’을 마케팅으로 활용한 것은 신뢰할 수 있는 전자문서 유통체계를 이메일과 경쟁하는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역효과를 초래했다고 보고 있다.

전자문서 생성 사업부터 키워라
전자문서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자문서다. 전자문서가 있어야 유통이 되고 보관도 할 수 있다. 물고기가 없는 물에서 낚시를 해봐야 잡히는 것은 없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업계에서는 전자문서 생성 사업 영역을 키우기 위해서 DPO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는 종이문서를 단순히 스캐닝해서 전자화문서로 만드는 것들이 대부분이지만, 해외사례를 참조하면 충분히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최근 주목할 만한 사례로는 명함 관리 앱 서비스가 있다. 아직까지 명함은 종이로 인쇄돼 유통되고 있다. 명함이 적은 숫자일 때는 관리하는데 문제가 없지만, 비즈니스를 하면서 수많은 명함들을 모으게 되면 보관하고 관리하는 일 역시 만만하게 볼 수 없다. 다양한 명함들이 섞여있는 가운데 특정한 명함을 찾으려고 하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 DPO 사례로 볼 수 있는 명함 관리 앱 서비스

이런 상황에서 명함 관리 앱 서비스는 명함들을 스캐닝해서 스마트폰 앱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준다. 아무리 많은 명함이더라도 스마트폰 하나면 모두 보관할 수 있으며, 원하는 명함을 검색 한 번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즉, 관리와 보관을 한 번에 해결해주는 부가가치 높은 사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전자문서, 안전하게 이용 가능해
전자문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들을 전환하는 것 역시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전자문서를 안전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신뢰성을 확보하는 기준과 절차가 아직 미흡한 것도 있지만, 보안상 안전하지 못하다는 이유도 있다. 최근 사이버 공격에 사용되는 악성코드가 PDF나 DOC와 같은 전자문서 파일로 위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같은 사람들의 우려를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구더기 무섭다고 장 못 담그랴. 전자문서 솔루션 업계는 이런 보안 위험들이 전자문서 자체에서 오는 위험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박미경 포시에스 부사장은 “전자문서는 생성단계에서부터 보안적인 요소가 들어다. 전자문서 작성 완료 시점에는 문서 인증 및 보안을 위하 타임스탬프와 DRM 등이 함께 들어간다. 전자문서를 활용하는 모바일 기기에도 모바일 관리 솔루션(MDM)이 탑재되고 있으며, 전자서식의 경우 단말기 자체에 저장되지 않는다. 전자문서로 위장한 악성코드의 경우 위협적이지만, 충분히 IT 시스템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기업 정보를 외부에 맡길 수 없다는 인식도 변해야 한다. 이는 최근 IT업계에 불고 있는 클라우드 바람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클라우드 시스템은 그 종류와 성격에 따라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퍼블릭 클라우드, 그리고 그 둘을 혼용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가 있다. 이 중 퍼블릭 클라우드나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를 이용한다면 이미 외부에 데이터를 맡기는 것이 된다.

공인전자문서센터도 이와 마찬가지다. 클라우드 시스템에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이나 데이터를 올리듯이 공인전자문서센터에도 기업들의 전자문서를 올릴 수 있다. 어떻게 보면 형태나 방식 모두 유사한 부분이다.

사실 기업들이 클라우드에 대한 거부감을 줄인 것도 최근의 일이다. 그전까지 기업의 데이터를 외부에 맡긴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 업계에서는 공인전자문서센터도 당장은 힘들겠지만, 클라우드처럼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물론 시간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공인전자문서센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바꾸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발상의 전환으로 공인전자주소 이용률 높인다
공인전자주소는 이메일의 편리성과 전자문서 교환 시스템(EDI)의 보안성을 갖춘 전자문서 유통 플랫폼으로, 전자문서 유통의 안정성 및 증거력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찾지 않는다는 이유는 굳이 이메일이 있는데 쓸 필요가 없기 때문이며, 공인전자주소 가입자가 적기 때문에 활용할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공인전자주소는 우리나라만의 독자적인 규격으로 인해 해외에서도 쓸 수 없는 ‘갈라파고스적인 제도’라는 비판도 많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실제 이에 쓰인 기술들은 ‘xml’과 ‘https’ 등 어디서든 사용하고 있는 것들이다. 다만 메시지 구조가 특별한 기술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구조에 맞는 메시지를 생성하고 운용하는 솔루션들이 별도로 필요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이제호 KTNET 차장은 “이메일 클라이언트에 플러그인 형태로 공인전자주소를 이용할 수 있게 하면 접근성이 좋아져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라고 밝혔다. 공인전자주소가 전용 클라이언트나 전용 사이트를 이용해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하면 이용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가 벤치마킹한 독일의 데메일 클라이언트에 플러그인 형태 구조만 갖추더라도 갈라파고스라는 얘기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라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함을 설명했다.

약간의 규제는 산업 성장 탄력 붙여
전자문서산업을 활성화시키려면 정책적인 뒷받침이 꼭 필요하다는 것은 업계 관계자 모두가 입을 모으는 부분이다. 이미 보험업계에서 볼 수 있듯이 정책이 뒷받침되면 산업 성장에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규제 철폐를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강제하는 사항이 필요하다. 나쁘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부분에서다. 예를 들면 기존 프로세스가 비리 등 문제가 있었던 곳이라면, 그런 부분에 의무적으로 사용토록 함으로써 미연에 비리를 방지할 수 있고 좋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보급이 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곳에 제도나 기술이 적용되는 것이 우선이다. 특정 목적에 의해서 귀찮지만 필요하다는 강제적인 부분이 없지 않고서는 늘어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공공은 행정자치부가, 민간은 미래창조과학부가 담당하는 부분들이 많다. 그러나 산업이 발전하려면 공공과 민간 할 것 없이 모든 분야에 통용되는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자문서산업, 충분히 키울 수 있어
지금까지 전자문서산업과 관련해서는 공인전자주소나 공인전자문서센터와 같이 여론의 뭇매를 맞는 경우들이 많았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생력을 갖기 위한 노력들을 하고 있으며, 그것을 위해 도와달라는 목소리를 내왔다. 산업에 대해 이해도를 높이고 관심 있게 지켜봐달라는 업계의 목소리를 듣는다면 어렵게만 여겨졌던 시장 상황도 충분히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더 가까이 다가가서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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