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상품화 자금 미흡, 상품화 부진 / 21세기-거대 내수시장 및 정부 육성 의지, 고속성장 지속

 

[컴퓨터월드] 한국과 중국의 ICT산업 경쟁력 격차가 급격하게 좁혀지고 있다. 중국의 추격이 심상치 않은 단계에 왔고, 방심하다가 중국에 역전을 당하거나 이미 추월당한 상황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근 중국 ICT산업은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정부의 지원과 기술 개발 등 적극적인 육성의지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과거 국내 ICT기업들이 소니, 파나소닉 등으로 대표되는 일본 기업을 누르고 세계시장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처럼 중국 ICT기업들은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을 향해 거센 도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샤오미, 화웨이, ZTE 등 중국 스마트폰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제품이었지만 지난 해 3분기 샤오미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4위를 차지하며 애플, 삼성 등 하드웨어로서의 스마트폰의 주도권을 쥐던 기업들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한 해 동안 진행된 각종 글로벌 전자·ICT전시회에서 UHD, 퀀텀닷 등 기술을 한국이나 일본 기업보다 먼저 혹은 많은 제품을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텐센트(Tencent), 알리바바(Alibaba), 바이두(Baidu) 등 중국의 3대 인터넷기업의 시가총액은 400조 원 가량으로 구글(365조 원) 페이스북(152조 원) 아마존(146조 원) 등 미국 3대 인터넷기업의 시가총액 663조 원의 절반을 훌쩍 넘으며 중국 기업의 위상을 세계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렇듯 중국 ICT산업은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년 전인 1995년 1월 당시 본지는 중국의 컴퓨터 산업과 응용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중국 전자공업부 컴퓨터 및 정보화국의 첸충 부국장의 방한을 계기로 중국의 ICT산업 현황과 중국 ICT산업이 당면한 문제, 향후 전망 등을 들어보았다. 당시 첸충 부국장과 주고받은 이야기를 통해 중국 ICT산업이 지금과 같이 빠른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을 분석 및 국내의 사례와 비교해보고, 국내 ICT업계에서 갖춰야 할 자세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 화웨이, ZTE, 샤오미 등 중국 스마트폰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지난 50여 년 동안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글로벌 ICT시장은 주로 미국이 지배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 소프트웨어 및 ICT산업은 전 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할 만큼 글로벌 소프트웨어에서 시장 지배력이 매우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국 등 ICT시장의 주변국이었던 국가들도 ICT시장의 글로벌화로 진전하고 있다. 중국의 소프트웨어 및 ICT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위상이 열위에 있었지만 지금은 미래 글로벌 소프트웨어 및 ICT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은 그동안 세계의 공장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국가경제에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았다. ICT시장에서도 하드웨어의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반면 소프트웨어 시장은 중국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었다.

이에 중국 정부는 그동안 제조부문, 하드웨어에 집중돼온 산업정책을 수정해 이제는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전반적인 ICT 서비스로의 전환을 위한 정책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제조업 발전을 위해 기술선도국가를 추격 및 모방하는 전략을 추구했듯 소프트웨어 등 ICT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타국의 성공전략을 벤치마킹하고 자국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상품화 부진했던 중국 ICT시장

1995년 1월 당시 본지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첸충 중국 전자공업부 컴퓨터 및 정보화국 부국장은 90년대 중반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ICT제품의 상품화가 매우 부진한 점이 중국 ICT시장이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언급했다.

소프트웨어 시장의 경우 초기 시장형성 시기에 외산 소프트웨어가 시장을 대거 점유하는 현상이 벌어졌고, 이미 개발이 완료된 소프트웨어의 경우 상품화가 지연된 틈을 타 홍콩, 대만 업체들이 해당 기술을 저가로 도입해 상품화시켜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는 것이다. 그때서야 중국 업체들은 외국 업체의 자금을 끌어들여 부랴부랴 상품을 내놓는 대응책을 내놓았다.

당시 중국은 모든 산업 분야에서 자금을 갈구하고 있었지만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ICT산업은 우선순위 투자 대상에서 밀려나 상품화가 부진했다는 게 첸충 부국장의 설명이다. 이같은 현실 때문에 중국은 당시 풍부한 자금력을 지닌 해외 업체와의 협력관계 수립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움직임을 보였다.

21세기, 소프트웨어로 발전방향 전환

중국 ICT산업이 전 분야로 성장하기 시작한 시기는 21세기로 볼 수 있다. 21세기 들어 글로벌 경제는 산업 경제에서 서비스 경제로 전환됐고, 선진국은 이미 서비스 경제 중심의 산업 구조를 구축했다. 당시 대부분의 선진국은 서비스업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했고, 제조업을 대신해 경제 발전을 이끄는 주요 역량으로 자리매김했다. 반면 중국은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으로 중국 전체 경제에서 서비스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불과해 7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유럽과는 대조적이었다.

이에 중국은 국가 경제가 지식기반 경제로 빠르게 전환하기 위해 서비스 부문의 선진화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중국은 강력한 제조업 중심의 성장전략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뒤쳐져 있던 서비스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ICT서비스 산업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추진했다.

중국 정부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을 독려하고 지원하기 위해 2002년 ▲소프트웨어산업 및 집적 전자회로 산업 발전 장려 정책 ▲소프트웨어 산업발전을 위한 행동강령 ▲컴퓨터 소프트웨어 보호 조례 등 정책을 내놓는 등 정책적 지원 체계를 갖춰나갔다. 이어 첨단산업 5개년 발전전략 중 20개 중점 추진항목에 소프트웨어를 포함시켰다. 또 최근까지 20개 대형 SW기업과 SW 전문가 80만명 육성, 100개 SW 브랜드 개발 등 세계시장 점유율 3%를 목표로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쳐오고 있다.

자국 내 소프트웨어 시장에 대해서는 강력한 수요견인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수입대체에 초점을 맞춘 국산품 우선구매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행보는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과 소프트웨어 기업이 국제 시장을 개척하는 데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이처럼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 추진으로 중국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ICT수출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2000년대 들어 최근까지 중국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연평균 30% 이상의 빠른 속도로 성장했고, 인터넷 응용 소프트웨어, 기업관리 소프트웨어, 재무관리 소프트웨어 등 영역에서 두드러진 약진을 보이고 있다.

▲ 샤오미는 지난해 3분기 스마트폰 출하량 전 세계 4위를 기록했다.

커져가는 중국 ICT산업

소프트웨어 외에도 최근 중국 ICT기업들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의지를 바탕으로 고속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ICT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중장기 ICT정책은 물론 ICT산업별 특화된 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향후 이들 경쟁력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중국 ICT기업들의 글로벌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IDC에 따르면 중국 ICT시장은 하드웨어 분야를 중심으로 점진적으로 확대돼 지난해(2014년) 기준 2071억 달러로 세계 ICT시장(2조 985억 달러)의 9.9%를 차지하며, 2013년 대비 13.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면 국내의 경우 전 세계 ICT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로 2013년 대비 성장률은 6.0% 하락될 전망이다. 이에 국내 ICT산업을 위협하며 ICT강국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는 중국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 및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까지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됐던 스마트폰 시장도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이 거대 내수시장 및 저가폰 전략으로 빠르게 성장하며 국내 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A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샤오미의 경우 지난해 3분기 1510만 대의 스마트폰을 출하해 전 세계 점유율 5.1%를 기록, 4.9%를 기록한 LG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 상위 4위에 진입했다. 또 레노버의 경우에도 지난해 2분기 가격대별 스마트폰 판매량 집계 결과 저가폰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중국 인터넷 사업자들은 거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힘을 비축한 후, 글로벌 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트위터, 구글, 아이폰, 페이스북을 일컫는 ‘TGIF’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인터넷 기업들이 선도해 왔던 글로벌 인터넷 시장이 현재는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일컫는 ‘BAT(Baidu, Alibaba, Tencent)’를 필두로 중국 인터넷 사업자들이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BAT는 규모면에서 글로벌 메이저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자사 플랫폼 역량 강화를 통해 중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 시장까지 영향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BAT 사업자들은 모바일 인터넷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해 모바일 플랫폼을 확장중이고, 기존의 인터넷 시장을 넘어 소비자 생활의 모든 채널을 아우르는 O2O(Online-To-Offline) 시장 경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해외상장이라는 방식을 통해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획득한 막강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M&A를 실시해 글로벌화 및 경쟁력을 확장하고 있다.

▲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를 일컫는 'BAT'가 글로벌 인터넷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 ICT업계가 나아갈 방향은

이처럼 ICT산업은 중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 급성장하는 ICT산업을 기반으로 투자가 투자를 부르는 선순환구조가 정착될 것으로 전망된다.중국 ICT산업의 성장과 발전은 더 이상 ICT 후발국이 아닌 경쟁국으로서 국내 ICT산업에게 주는 압박감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국내 ICT업계는 중국의 ICT기술추격에 대한 현실적인 R&D 대응 전략 수립이 필요한 상황이다. ICT유망분야에 대한 한국과 중국 간 R&D 협력 모델을 창안해 중국 거대시장 진출 및 공동 표준 대응을 통한 전 세계 ICT시장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 또 선택과 집중을 통해 현재 우리가 확보하고 있는 최첨단 과학기술 분야에 대해 독자적인 질적 발전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즉, 경쟁과 협력을 통해 국내 ICT산업이 발전하고 중국에 뒤처지지 않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 관계자는 이를 위해 ICT산업의 구조적 경쟁력을 강화해야한다고 밝혔다. 국내 ICT산업의 대기업 집중현상을 방지하고 다양한 기업이 자생적으로 경쟁력으로 키울 수 있는 ICT생태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것. 아울러 이 관계자는 “중국 인터넷기업의 한국 ICT생태계 자본잠식 위험에 대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의 글로벌 인터넷 기업들은 전략적 기업인수와 지분매입을 주요 해외진출 전략으로 삼고 있는데 거대한 자본규모를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이 한국 ICT생태계의 새로운 포식자로 등장함에 있어 벤처캐피탈 시스템 강화, 중소 콘텐츠기업 경쟁력 강화시스템 및 지원책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밖에도 양국 규제의 불균형 해소를 위한 지속적 노력이 있어야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기업들의 한국 진출 사례는 증가하고 있지만 동종 업종의 국내 기업들은 중국으로의 진출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온라인게임을 제외한 ICT분야에서 해외 기업들의 중국 진입은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에 국내 기업들은 중국의 규제에 막혀 현지 합자 법인이나 사무소의 형태로만 진출하거나 인허가 문제로 인해 실질적인 사업을 벌이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최근 중국은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ICT산업이 내수시장과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 의지를 기반으로 고속성장을 지속하고 있고, 향후 글로벌 ICT시장에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ICT의 후발주자였던 중국에게 거대한 내수시장이 있었기 때문에 고속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을 부정할 수 없지만 이를 마냥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국내 시장도 성장을 위한 똑똑한 정책, 그리고 경쟁과 협력을 통해 ICT산업이 뒤처지지 않도록 경쟁력 복원 및 재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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