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올해 치열한 각축전 예상

[컴퓨터월드] 클라우드가 IT 업계에 트렌드로 떠오른 지 몇 년이 지났다. 클라우드라는 단어는 더 이상 센세이셔널하지 않다. 그래서 지금이 클라우드를 이야기하기 좋은 시기다. 클라우드가 먼 미래의 청사진이 아닌, 현재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방법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이 현재 ‘혁신 단계(innovation stage)’에 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클라우드로 혁신을 해보겠다고 나섰던 업계의 트렌디세터들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비로소 안정기를 찾았다. 사용자들은 클라우드를 추상적인 개념에서 보다 실제적인 수단으로 이해하게 됐고, 공급자들은 비즈니스 모델을 견고하게 다졌다. 사용자와 공급자 모두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을 취하고 있는 2015년, 클라우드는 사용자의 혁신을 제고하고 IT 공급업체의 판도를 가르는 데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클라우드는 IT를 제품이 아닌 서비스로 만들었다. 이로써 IT의 구조를 바꾸었다. 또한 클라우드는 IT 소유권에 대한 새로운 기준, 특히 정보보호에 대한 새로운 도전과제를 제시했으며, 클라우드 관련 시장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클라우드는 국가적인 신성장동력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클라우드는 단순히 특정 분야의 신기술이 아닌 IT 업계 전체를 아우르는 패러다임이다. 클라우드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어떤 이슈와 움직임이 있는지 짚어보고, 이를 바탕으로 2015년 클라우드 생태계를 예측해 본다.

 

클라우드라는 용어가 업계에서 본격적으로 얘기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전후다. 인터넷을 통해 컴퓨팅 자원을 소유하지 않고 임대해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출현하면서, 인터넷으로 연결된 컴퓨팅 자원을 ‘구름’으로 표현하는 용어가 업계에 통용되기 시작했다. 처음 클라우드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은 2008년보다 더 전으로, 학계에서는 인터넷 초기 시절부터 클라우드라는 용어가 사용됐다고 보고 있다. 

클라우드를 논의하기에 앞서 클라우드와 관련해 업계에서 거론되고 있는 용어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클라우드는 IT 업계를 변화시킬 중요한 터닝 포인트로 오래 전부터 거론돼 왔지만, 실제 클라우드의 확산은 업계의 예측보다 다소 더디게 진행됐다. 그러는 사이 업계별로, 사용자별로 클라우드에 대한 이해의 수준에 차이가 발생했다. 클라우드라는 용어로 표현할 수 있는 기술과 형태도 다양해졌다. 클라우드라는 용어는 모든 형태를 포괄할 수 있지만, A라는 형태의 클라우드와 B라는 형태의 클라우드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클라우드라는 용어만으로는 부족하다.

미국국립표준기술원은 클라우드의 종류, 특성을 ‘서비스 모델(Delivery Model)’과 ‘배치 모델(Deployment Model)’로 구분한 바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 모델은 ▲IaaS(Infrastructure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인프라) ▲SaaS(Software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 ▲PaaS(Platform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플랫폼) 등이다. 해당 분류는 클라우드가 사용자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IaaS는 서버·스토리지·네트워크 등의 인프라를, SaaS는 소프트웨어를, PaaS는 소프트웨어 개발·테스트·구축 환경을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들을 묶어 ‘서비스로서의 IT(IT as a Servcie)’로 표현하기도 한다. 

클라우드 배치 모델은 ▲퍼블릭 클라우드(Public Cloud) ▲프라이빗 클라우드(Private Cloud) ▲하이브리드 클라우드(Hybrid Cloud) 등으로 구분된다. 해당 분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가 어떤 형태나 목적으로 구성됐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인프라가 특정 대상에 초점을 두지 않고 범용적으로 구성됐다면 퍼블릭 클라우드이고, 특정 대상을 위해 폐쇄적으로 구성됐다면 프라이빗 클라우드다.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는 퍼블릭/프라이빗 클라우드가 혼재된 형태다. 

클라우드 서비스 모델과 배치 모델은 대립하거나 포함되는 구분법이 아니다. 클라우드를 세로로 쪼개 보느냐, 가로로 쪼개 보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일례로, IaaS를 제공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들은 퍼블릭 클라우드 방식을 채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아마존의 경우 전용 장비의 소유권까지 인정하는 프라이빗 클라우드 방식의 IaaS 역시 제공하고 있다. 

본지는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을 중심으로 IT 업계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짚어보고자 한다. 또한 클라우드 시장 확산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클라우드 환경을 위한 보안’에 대한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국내 클라우드 시장 성장의 기폭제로 주목받고 있는 ‘클라우드법’ 제정 움직임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 정리해봤다.

1. 클라우드 서비스 | 모바일 중심 시장에서 보다 넓은 시장으로

클라우드, IT를 제품이 아닌 서비스화(化)하다 

사실 클라우드가 무엇인지 아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오늘날 IT 업계 전반에서 클라우드는 광의(廣義)의 의미로 언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요한 것은 클라우드가 IT 업계 전체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클라우드는 ‘서비스로서의 IT(IT as a Service)’라는 프레임을 ICT 업계 전체에 확산시켰다.

‘서비스로서의 IT’란 사용자가 IT를 운영하지 않고도 활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IT를 사용하기 위해 IT 인프라를 직접 구축하는 게 아니라, IT 인프라를 서비스로 제공하는 공급업체의 고객이 되는 것을 말한다.

클라우드 사용자들은 수도나 전기를 사용하듯 사용량 만큼을 비용으로 지불하고 IT를 사용한다. 수도꼭지를 열 듯, 전원 스위치를 누르듯 간단한 클릭만으로 IT를 필요한 만큼만 사용할 수 있다. 물이 잘 나오고 전기가 원활히 공급되는 것은 사용자의 소관이 아니다. ‘서비스로서의 IT’ 역시 마찬가지다. 클라우드 사용자들은 IT를 운영·관리하지 않고 쓰기만 하면 된다. 이전까지 IT 운영·관리에 들였던 품은 더 가치 있는 업무에 투자할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의 운영 서비스 지원을 활용함으로써 한정된 사내 IT 인력을 다른 업무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의 주요 동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또한 톰 커쇼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 제품 관리 총괄은 “클라우드를 사용한다는 건 개발자가 직접 인프라를 관리하는 대신, 서비스 개발과 혁신적인 사업을 구축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언급했다.

가트너가 전 세계 10개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기업에 따르면, 전 세계 기업의 45%가 비용 절감을 이유로 클라우드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IT 운영 민첩성 확보 역시 클라우드 도입의 주된 원인으로 나타났다.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기업의 경우 IT를 직접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IT 구축에 필요한 초기 비용이나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 IT를 얼마나 활용하게 될지 미리 예측해서 실제 사용량보다 넉넉한 IT를 마련해 둘 필요도 없어진다. 필요한 만큼 즉시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서비스로서의 IT’는 ‘제품으로서의 IT’보다 저렴하고 신속하며 유연하다. 

이러한 이점을 바탕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고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20.8%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2015년에는 약 843억 달러 규모로, 2017년에는 약 1,204억원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의 경우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23.8%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2015년 약 11억 달러, 2017년 약 15.5억 달러의 시장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 출처: KT경제경영연구소

모바일,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성장 동력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는 IT 투자·관리에 드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IT를 단순하게 사용할 수 있다. IT를 활용하는데 드는 초기 도입 비용을 제로(0)에 가깝게 할 수 있으며, IT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신규 사업의 성과에 따라 IT 사용량을 즉각적으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이점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기구축한 IT 인프라를 갖고 있지 않는 스타트업, 그리고 사업 주기가 짧고 사업의 성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특성을 가진 분야의 기업들이다.

따라서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특히 모바일 서비스 업체들은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들의 주요 고객이 됐다. 모바일 서비스 업체의 경우 하나의 사업이 얼마만큼의 성과를 낼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클라우드 서비스가 제공하는 유연성의 가치를 십분 활용할 수 있었다.

실제로 모바일 웹툰 서비스 ‘레진코믹스’를 공급하고 있는 레진엔터테인먼트의 경우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자사의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권정혁 레진엔터테인먼트 CTO는 “레진코믹스의 경우 사용자가 매월 30% 이상씩 증가해 100만명에 빠르게 도달했다. 웹툰의 특성상 특정 시간에 많은 사용자들이 동시 접속하기 때문에 직접 서버를 구축했다면 엄청난 비용과 인력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언급,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예측 이상의 사업 성과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었음을 시사했다.

더욱이 모바일 앱 스토어 생태계는 각 앱 별로 규모가 크지는 않으나 글로벌 사업의 성격을 띠고 있어 ‘직접 소유하는 IT’보다 ‘서비스로서의 IT’가 주는 이점이 더욱 남달랐다. 모바일 게임 ‘리볼트’를 서비스하고 있는 위고엔터랙티브 측은 구글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게이머들에게 어느 지역에서도 고르고 빠른 속도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같은 맥락으로, 모바일 서비스 업체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려는 업체들 역시 클라우드에 주목하게 됐다. 전 세계에 데이터센터를 갖추고 있는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들은 국내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일례로 국내 안경전문점인 다비치안경체인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서비스를 강화하고자 IBM의 소프트레이어를 도입한 바 있다. 김인규 다비치안경체인 대표는 “글로벌 비즈니스 확장을 위해 글로벌 클라우드 역량을 갖추고 필요한 서비스를 빠르게 제공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은 결과 소프트레이어를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2015년,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고객층 ‘확장될 것’ 

한편, 이제까지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주요 고객이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스타트업이었다면, 2015년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고객 범위는 한층 확장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전 산업에서 IT 비용 절감에 대한 이슈가 지속됨에 따라, 새로운 IT 투자를 위한 대안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이 보다 광범위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 관계자는 “최근에는 금융 쪽에서도 클라우드를 통해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이나 내부 서비스형 IT 시스템을 서서히 설치하고 있다. 특히 제2금융권은 자금 압박이 많다보니 담당자들이 먼저 클라우드를 도입하고자 찾아오는 단계다. 더 이상 IT에 돈을 많이 쓸 수 없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클라우드를 현실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며 “국내 IT 시장의 60~70%를 금융, 공공이 차지하고 있는데, 2015년부터 해당 시장이 서서히 열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더불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이 몇 년간의 과도기를 거쳐 다양한 고객 사례와 고객 커뮤니티를 보유하게 됐다는 점에서, 많은 기업들이 단순한 비용 절감 이상의 가치와 산업 내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클라우드를 고려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의 프랭크 젠 수석 부사장은 “향후 4~5년에 걸쳐 개발자 커뮤니티가 3배로 증가하고, 새로운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도 10배 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솔루션 중 상당수가 전통적인 IT보다 훨씬 더 전략적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특히 IDC는 “새로운 솔루션의 상당수가 자체 커뮤니티를 보유한 산업별 플랫폼에 특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클라우드 서비스의 효용이 기업의 IT 운영 비용을 절감하고, 운영 방식을 개선하는 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각 산업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에도 기여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게 될 거라는 의미다.

아울러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높은 성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 더욱 그 성장폭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50인 이상 기업의 클라우드 이용률은 23.5%으로, 같은 기간 미국 기업의 클라우드 이용률이 40%였던 데 비하면 이용률이 확연히 떨어진다. 업계에서는 그만큼 국내 시장이 높은 성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클라우드산업협회 측은 “2015년에는 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본격적인 성숙기로 들어서면서 대기업, 공공기관에서의 이용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국내 시장서 각축전 

국내 클라우드 시장은 2014년 약 8.9억 달러 규모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 규모인 693.1억 달러의 약 1.3% 규모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처럼 아직 저조한 클라우드 도입률은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 더 많은 기회가 남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는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들의 경쟁이 한창이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IBM 등이 국내 클라우드 사업을 확대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2015년에는 국내외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선두주자인 아마존은 국내 시장에서도 위세를 떨치고 있다. 아마존은 2013년 국내 기업들에게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아마존 웹 서비스)를 공급해 약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아마존은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큰 손’인 게임 업계에서도 가장 사랑받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로, 2014년에는 국내 개발자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협력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였다. 

▲ AWS 홈페이지

MS는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아마존을 가장 바짝 추격하고 있는 업체다. MS는 국내 유통 채널을 강화하고 인력을 보강하면서 국내 클라우드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전략이다. 한국 MS 측은 “기존 채널을 두배 이상 확장해 판매 유통 경로를 확대했고, 기술 컨설팅 팀 신설 및 에반젤리스트(IT 기술 전문가) 확충으로 기술 인력을 강화했다. 또한 MS의 클라우드 컴퓨팅 플랫폼인 애저 기술 교육 프로그램을 연 26회 개설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마존, MS와 더불어 글로벌 3대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로 손꼽히고 있는 구글은 2014년 6월 국내 PaaS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당시 구글은 유명 모바일 게임 ‘앵그리 버드’의 로비오 엔터테인먼트 및 국내 레진엔터테인먼트, 위고인터렉티브 등의 모바일 서비스 개발사가 자사의 고객이라고 강조하며 모바일 개발자 생태계 중심의 시장 공략 전략을 세우고 있음을 내비쳤다. 

기업 IT 시장의 거물인 IBM 역시 기업 전략의 중심을 클라우드로 표방하고 있으며 국내 클라우드 시장 공략에도 주력하고 있다. 포괄적인 기업용 HW, SW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는 ‘전통적인’ IT 기업이었던 IBM은 이미 십수년 전부터 자사 비즈니스의 중심을 클라우드로 재편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며, 2013년 IaaS 기업 소프트레이어를 인수함으로써 클라우드 포트폴리오를 완성시켰다. 한국 IBM은 2014년 자사의 IaaS 소프트레이어와 PaaS 블루믹스를 국내 공식 발표했으며, 소프트레이어 국내 영업 대행 파트너인 소프트클라우드를 통해 소프트레이어 판매를 위한 한국어 웹사이트인 에스엘클라우드를 개설하는 등 국내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 IBM 소프트레이어 판매를 위한 한국어 웹사이트 ‘에스엘클라우드’

로컬-글로벌 기업, 각각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 

글로벌 업체들의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토종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 역시 2015년을 준비하고 있다. 

‘아마존이 가장 경계하는’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는 다름아닌 KT다. KT 측은 자사의 유클라우드 비즈가 “아마존이라는 글로벌 NO.1에 대한 국내 유일한 대항마”라고 표현했다.
한 매체의 최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주요 타깃 고객인 모바일 게임 분야의 국내 업체 중 약 40%가 AWS로, 30%가 자체 서버로, 20%가 KT 유클라우드 비즈로 신규 서비스를 론칭하겠다고 밝혔다. KT 측은 “매출 규모 면에서도, 가입자 면에서도 아마존과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KT 유클라우드 비즈와 AWS의 차별점은 바로 속도다. 이 부분은 국내 시장에서 AWS의 약점이기도 하다. 국내 이동통신사인 KT는 탄탄한 네트워크 인프라와 국내 위치한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기업의 IaaS보다 적은 레이턴시(지연시간)를 실현한다. KT 측은 “아마존, IBM, MS 등은 일본, 싱가폴 등의 데이터센터로 국내 기업에게 서비스한다. 네트워크 품질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 이점을 들어 국내 기업들을 많이 공략한다”고 언급했다.

이는 반대로 KT와 같은 국내 기업의 단점이자 아마존, MS 등 글로벌 기업의 장점이 되기도 한다. KT의 경우 세계 각지에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지 않지만 글로벌 기업의 경우는 다르다. 아마존의 경우 전 세계 11곳에 데이터센터를 두고 있고, IBM의 경우 이미 전 세계에 25개의 데이터센터를 갖고 있으며 여기에 15개의 신규 데이터센터를 추가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글로벌 동시 론칭 서비스나 기존 사업의 해외 시장 진출 등의 목적으로 클라우스 서비스를 활용할 경우에는 국내 기업보다 글로벌 기업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활용하는 쪽이 더 낫다.

따라서 국내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와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들은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해 서로 반대되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KT의 경우, 2015년에는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을 글로벌로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의 경우 국내 고객에게 더 빠르고 쾌적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고심하고 있다. 선택지는 두 가지다. 국내에 자사의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거나, 국내 기업과 협력해 인프라를 임대하는 것이다. 

아마존의 경우 국내 데이터센터 설립을 고려했으나 결국 국내 통신사의 데이터센터를 임대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MS의 경우 부산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으며, IBM은 2015년 국내에 클라우드 서비스용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계획을 세웠다고 밝혔다. 

▲ KT 올레 유클라우드 비즈 홈페이지

IaaS·SaaS는 ‘안착’, PaaS는 ‘라운드 원’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은 무엇을 클라우드 서비스로 공급하느냐에 따라 IaaS, SaaS, PaaS 시장으로 나뉜다. IaaS는 컴퓨팅 자원을, SaaS는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구매해 설치하지 않고 클라우드 기반으로 서비스 받는 것을 의미한다. PaaS의 경우 애플리케이션 개발·테스트·구축을 가능케 하는 플랫폼을 클라우드 기반으로 서비스 받는 것을 의미한다. 

IDC는 SaaS 시장이 2014년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약 7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IDC에 따르면, SaaS 다음으로 전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분야는 IaaS다. 특히 IaaS 중 클라우드 스토리지 분야가 향후 5년간 연평균 31%의 고성장세를 보일 분야라고 내다봤다. 또한 IDC는 빅데이터 주도 솔루션 수요에 힘입어 PaaS 시장 역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트너는 SaaS 시장과 IaaS 시장이 “자리를 잡았다”고 표현할 만큼 성장했으며, 이러한 성장 수준이 바로 PaaS의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트너 측은 “SaaS는 PaaS의 세부 기능”이라며 “SaaS, IaaS 공급업체들이 성장을 위한 자연스런 확장 방향으로 PaaS 제공을 시작할 것”이라 언급했다. 이는 PaaS가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전체의 성장과 맞물려 생태계를 이끄는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SaaS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SaaS 개발 환경과 공급 창구가 필요하다. 기존 설치형 SW와 달리 SaaS는 클라우드 서비스 생태계에 맞는 새로운 판로를 필요로 한다. 그 판로가 바로 PaaS다. PaaS 시장은 전체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이 태동기에서 성장기로 전환함에 따라 성장의 기회를 맞게 됐다. PaaS 공급업체들은 향후 시장 리더십을 위해 양질의 SaaS 공급업체들을 자신의 플랫폼으로 끌어오고자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 변화 속에서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MS다. MS는 클라우드 시대 전까지만 해도 윈도우즈-오피스로 대표되는 견고한 ‘SW 성’을 쌓아왔던 업체다. 그랬던 MS가 이제는 애저를 통해 MS SW뿐 아니라 리눅스를 비롯한 오픈소스 SW까지 적극 지원하고 있다. 

MS 측은 “현재 애저에서 리눅스 사용률이 20%를 넘었고, 향후 애저에서 리눅스 배포판을 신속하게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애저 매출의 40% 이상이 나오고 있는 스타트업 기업과 ISV(독립소프트웨어벤더)들이 애저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기업 고객들과 연결될 수 있도록 생태계를 지원하고 있다. 일환으로 클라우데라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및 컨테이너 기반 리눅스 OS인 코어OS를 애저 마켓플레이스의 새로운 파트너로 영입했다”고 말했다. 

▲ MS 애저 마켓플레이스

SaaS, SW 업체에게 숙명이자 기회 

SW 업체들에게 있어 클라우드 시대의 도래는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전면 개편해야 하는 전환점이 됐다. 10년 전만 해도 상용 패키지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대세였지만, 클라우드가 IT 업계에 거론되기 시작한 이래로 지금까지 많은 것이 변했다. 

가트너는 “전통적인 사내 구축형 SW의 도입률은 2014년 전체 SW 시장의 34%를 차지했으며, 해당 수치는 2017년 18%로 현저히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기존의 상용 패키지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 앞으로는 수익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전망이다. 이러한 추세를 읽은 글로벌 SW 기업들은 SaaS 기업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일례로,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인 포토샵을 공급하고 있는 어도비시스템즈의 경우 일찍이 SaaS 기업으로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전환했다. 기업용 SW 시장의 강자인 오라클 역시 자사의 간판 상품인 오라클 DB의 최신 버전인 오라클 DB 12c를 2013년 선보였다. 12c의 c가 바로 클라우드를 의미한다. 2014년에는 6가지의 새로운 클라우드 플랫폼 서비스를 출시했다. 오라클 측은 “향후 새로운 제품은 클라우드에서 먼저 선보일 예정”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국내 SW 업체들 역시 클라우드 시대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을 업계에 제시하고 있다. 일례로, 인프라 매니지먼트 솔루션을 공급해왔던 인프라닉스의 경우 2013년 클라우드 시장에 진출했다. 이전까지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던 IT 자원에 대한 모니터링 솔루션을 제공했다면, 2013년부터는 온프레미스(on-premise, 고객이 소유하는) 인프라와 IaaS에 대한 모니터링 솔루션을 모두 공급하는 것으로 사업 영역을 재편한 것. 인프라닉스는 KT 유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 파트너 및 AWS 기술 파트너로서 KT, 아마존의 IaaS를 사용하는 고객들의 클라우드 인프라를 모니터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인프라닉스는 2015년 KT와 제휴, KT 마켓플레이스에 자사의 인프라 관리 솔루션을 SaaS 형태로 공급할 계획이다. 

송영선 인프라닉스 대표는 “클라우드가 활성화되면 SW 공급 구조가 투명해진다. 국내 IT 산업은 엔지니어링이 아니라 유통 위주로 발전됐는데, 클라우드 확산을 통해 공급 구조가 투명해지면 솔루션 업체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며 클라우드 시대가 국내 SW 업체들이 도약할 바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IaaS·PaaS·SaaS 등 전방위에 걸친 클라우드 포트폴리오 마련에 매진 중인 IBM은 “(자사의) 신규 SW 중 85%가 클라우드용으로 구축되고 있으며, 이 중 3/4에 이르는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은 빅데이터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또한 KT경영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빅데이터 분야에서 클라우드 신규 수요가 지속 창출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즉, SaaS 시장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이 SaaS 시장의 킬러 콘텐츠로 부상할 것이란 전망도 제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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