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통계 부재로 사업계획 및 전략 수립에 어려움…활용 가능한 수준 통계 마련돼야

[컴퓨터월드]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소프트웨어(SW) 산업을 창조경제 실현도구로 집중 육성할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SW인력, 시장, 생태계 등 전 부문을 아우르는 ‘SW 혁신전략’ 등 다양한 육성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2017년까지 글로벌 소프트웨어 전문기업 50개를 육성하고, 관련 교육과 연구를 지원하는 계획들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이같이 SW 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차원의 계획들은 끊임 없이 발표되고 있지만 SW 업계에서는 구체적이고 정확한 SW 산업 통계 자료가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SW 산업을 파악할 수 있을 만한 통계가 부족해 해외진출, 솔루션 개발 등 사업계획과 전략을 수립하기 곤란하다는 게 대부분 SW 업계의 입장이다. SW 산업이 정부가 원하는 창조경제 실현도구가 되기 위해 업계가 필요로하는 SW 통계 자료들은 무엇인지, 또 이들 자료가 SW 산업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아본다.

정부는 최근 SW 교육, 창업, 해외진출 등을 지원하기 위해 초중고 SW 교육 확대, 원천기술 개발 투자, 신기술 창업 지원, SW와 콘텐츠 관련 기업 해외 진출 등 지원을 위한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오는 2017년까지 글로벌 SW전문기업 50개, 스마트콘텐츠 스타기업 30개를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미래창조과학부는 오는 3월까지 ‘글로벌 SW R&D 추진방안’을 수립하고, 글로벌 SW전문기업 지원금을 지난해 365억 원에서 올해 486억 원으로 확대한다.

또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SW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정부와 협력, 국내 SW기업과 중국SW기업 간 공동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지역 SW융합 거점 확대를 위해 올해 5개의 SW융합 클러스터를 조성, 각 클러스터당 20억 원씩 총 100억 원을 지원한다. 아울러 SW부문 산업 발전에 저해되는 불공정 관행은 과감하게 개선할 계획으로 SW 산업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 하도급, 다단계 하도급을 제한하며 공공SW사업 발주관리를 전문화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SW 경쟁력을 기르기 위해 어릴 때부터 일찍 SW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과 대학이 산업별 수요에 맞는 전문 인력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초중등 SW시범학교를 72개교에서 올해 160개교로 확대, 권역별 SW영재교육기관 지정 등을 통해 SW 영재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고 산업계 수요 맞춤형 전문 인력 조기양성을 위해 SW 마이스터고를 2017년까지 3개교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렇듯 정부가 바라보는 SW 산업에 대한 비전은 거창하다. 최근 발표한 계획을 비롯한 SW 산업 발전 및 지원을 위한 계획들은 지속적으로 쏟아지고 있고, 계획들만 보고 있으면 무리 없이 실현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SW 업계의 입장은 다르다. 해외진출이나 솔루션 개발 등 사업계획 및 전략을 수립하는데 있어 참고할만한 통계자료가 부족해 관련 산업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통계자료가 있다고 하더라도 일부 정보만 공개되거나 너무 오래된 통계치만 존재해 자료를 사업에 참고하기 곤란하다는 게 대부분 업계의 의견이다.

기존 SW 통계, 의존하지 않는 게 일반적

이렇다 보니 SW 업계 대부분은 기존에 제공되던 SW 통계에 의존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업계가 원하는 구체적이고 상세한 통계 자료가 미흡한 탓에 시장 규모 산정이나 수요 예측이 쉽지 않아 사업계획과 전략을 수립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SW 업계 관계자는 “과거부터 정부가 제공하는 SW 통계자료는 정확도, 신뢰도, 신선도가 떨어져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았다”며 “해외진출과 관련한 사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현지 파트너사가 구축해놓은 자료를 활용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다른 SW 업계 관계자 역시 “해외시장 진출에 있어 해당 국가의 시장 규모와 경쟁관계를 가장 많이 고려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한 통계 자료가 미흡한 게 사실”이라며 “활용할 수 있을 수준의 시장 규모 통계와 경쟁 업체의 가격 및 매출정보가 쉽게 파악된다면 해외시장을 두드리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어려움 때문에 SW 업계 대부분은 언론에 노출된 내용을 짜깁기해 사업계획 및 전략에 활용하고 있다. 상세하고 정확한 업체 수와 시장규모 등 기본적인 정보조차도 없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SW 업계 관계자는 “국내 SW 통계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을 통해 얻는 편이 신뢰도 면에서 더 믿을 수 있다”며 “기업의 의사결정에 있어 통계자료는 판단기준이 될 수 있는데 자료가 부족해 섣불리 사업계획 및 전략을 추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정부차원의 정확하고 상세한 SW 통계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 SW 통계자료를 제공하는 ‘IT통계포털’

조사방식 및 범위 변화 필요

SW 업계가 정확하고 상세한 SW 통계에 대해 강조하는 이유는 관련 통계에 따라 정부 정책 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정확한 SW 산업의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채 수립된 정책은 현실과 동떨어져 결과적으로 해당 산업에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중론이다.

현재 정부가 구축하고 SW 통계자료는 IT통계포털(itstat.go.kr)을 통해 제공되는 ▲SW생산 ▲SW수출 ▲인력 및 기업 수 ▲SW산업경제효과 등에 대한 것들로 이들 가운데 SW월별 생산액과 월별 수출액은 최근 정보인 2014년 10월까지 제공되지만 나머지 정보의 대부분은 2012년 이후 자료들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IT통계포털은 통계청의 거시적인 조사와 함께 진행되기 때문에 조사 시점과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 SW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SW 산업 발전을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지만 정작 업계에서는 참고할 만한 자료가 없다”며 “정부의 비전과 다르게 SW가 다른 산업과 비교해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SW 통계는 해당 산업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현재 조사방식과 범위가 바뀌지 않으면 시간이 흘러도 SW 산업의 발전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상황을 비판했다. 정부가 SW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이어 후속조치로 세부계획을 공개하는 반복된 양상이 이어져도 변화 없이는 큰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 미래부가 최근 오픈한 ‘SW중심사회 포털’

활용 가능한 SW 통계 마련돼야

오랜 시간 이같은 지적을 받아온 정부도 SW 통계를 위한 체계를 정비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개소한 SW정책연구소는 SW 통계 작업에 앞서 통계를 위한 틀 마련 작업에 나섰다. 올해부터는 본격 통계생산을 위한 예산을 신청하고 SW 산업을 면밀히 분석하기 위한 SW통계 기준 선정과 산업군별, 제품별 통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미래부 역시 최근 ‘SW중심사회 포털(www.software.kr)’을 오픈하며 여러 사이트에 분산된 SW 관련 통계, 동향분석보고서, 정부발주 정보, 기업 및 제품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한곳에서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이들 정보를 SW 업계가 유용하게 활용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통계자료는 모든 사업에 있어 전략이나 계획을 추진할 때 의사 결정과 성과 판단을 위한 중요한 토대가 된다. 해당 업계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산업을 파악할 수 있는 통계 자료가 있어야 부족한 부분은 지원하고 지나친 부분은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SW 산업에 있어 믿을만한 통계자료는 없었다.

정부가 소프트웨어(SW) 산업을 창조경제 실현도구로 삼아 2017년까지 글로벌 SW전문기업 50개, 스마트콘텐츠 스타기업 30개를 만든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지만 비전에 맞는 통계자료를 비롯한 환경은 아직까지 만들어지지 않았다. SW 통계자료 마련을 시작으로 국산 SW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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