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월드] 과거 없이 현재 없다. 또한 수없이 많은 실패가 성공을 가져온다. 무선컴퓨팅도 마찬가지다. 초창기 무선 컴퓨터는 비싼 가격 때문에 처참한 실패를 맛보아야 했다. 그럼에도 그러한 실패가 밑거름이 돼 현재의 무선 컴퓨팅 환경을 만들어냈다. 

또한 네트워크, 반도체 등 여러 분야의 기술 발전이 있었기에 오늘의 무선컴퓨팅이 실현될 수 있었다. 기술 발전 과정에서 표준화를 놓고 업체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음은 물론이다.

무선컴퓨터의 재도전과 현재 

‘모멘타’, ‘Eo’, ‘뉴턴 메시지 패드’ 등 초기 무선컴퓨터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비싼 가격이었다. 대당 1~2 천 달러 수준의 휴대용 장비를 반기는 소비자는 없었다.

처참했던 실패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시장관측가들 및 산업경영자들은 무선컴퓨터 붐이 빠른 시일 안에 본격화돼 수십억 시장이 창출될 것으로 기대했다. LAN용 802.11 무선통신 표준 정립이 예정되어 있었으며, 무선 주파수 장비의 시장규모는 매년 36%씩 증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무선컴퓨터의 이점이 다소 제한적이었기에 본격적으로 확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됐다. 제품의 가격이 500달러 이하로 내려가야 본격적으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분당 45센트에 이르는 데이터 전송 비용 또한 큰 문제였다. 이러한 이유로 무선용 반도체나 부품회사들이 고대하는 무선컴퓨터의 일반화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내다보았다. 

초창기 휴대용 컴퓨터 시장은 참패했지만 그 성과마저 무용지물이 된 것은 아니었다. 앞서 언급한 ‘뉴턴 메시지 패드’는 비록 시장에서는 실패했지만, PDA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해 이후 등장한 많은 PDA들의 기준이 되었다.

이후 스티브 잡스에 의해 ‘뉴턴 메시지 패드’의 개발팀은 ‘아이폰’, ‘아이패드’ 개발팀으로 재구성됐다. PDA라는 기준을 확립했던 ‘뉴턴 메시지 패드’의 후신인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본격적인 스마트 디바이스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현재의 스마트폰, 태블릿 PC들은 초창기 무선컴퓨터 시장의 청사진을 대부분 수행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스마트 디바이스들은 통화, SMS, 인터넷 접속, 카메라, GPS,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확장성 등 막강한 기능을 바탕으로 사치품이나 동경의 대상이 아닌 생활필수품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무선컴퓨터는 현재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이다. 삼성은 이미 2013년에 갤럭시 기어의 판매에 들어갔고, 애플은 다가올 4월부터 애플와치를 판매할 계획이다.

광대역 메시지 서비스의 등장과 현재의 메시지 서비스 

당시 무선통신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한결같이 광대역 메시지 서비스 분야의 시장을 탐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전국을 커버할 수 있는 메시지 서비스에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이 분야는 주파수 대역이 충분치 않은 관계로 소수의 기업만이 시장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가장 유리한 서비스는 CDPD였다. CDPD는 지역 셀룰러 업체들이 공동으로 설립해, 800MHz의 통화용 채널을 사용해 19.2Kbps의 속도로 데이터 패킷을 전송할 수 있었다. AT&T/맥코, 에어터치, 아메리테크, 벨 에틀란틱 모바일, 나이넥스 모바일, 스프린트 셀룰러사 등이 CDPD 사업을 전개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노트북 CDPD장비인 PCSI와 CDPD형 휴대폰 등을 중요한 사업영역으로 봤다. CDPD외에도 모비텍스나 애드리스 개인용 메시지 서비스 등도 등장했다. 이 두 서비스는 인터넷을 게이트웨이로 활용해 도시간 고속 데이터 전송서비스를 장점으로 내세웠다. 이러한 패킷 메시지 시장은 PDA시장의 실패로 인해 크게 위축됐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시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받았다. 

패킷 메시지 서비스가 성장 중이었지만 쌍방향 페이지 서비스 또한 사라지지 않았다. 데스티니어사는 1억 2750만 달러를 투자해 전국규모 쌍방향 페이지 서비스를 계획했고, 모토로라는 ‘탱고 페이저’라는 휴대용 장비를 서비스 가입자에게 제공할 계획을 세웠다. 와이어리스 엑세스사는 PC나 PDA장비와 연결사용할 수 있는 부품을 제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패킷 메시지 시장 관계자들은 전국적 메시지 서비스가 나온 마당에 페이징 서비스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초당 600~800비트 밖에는 보낼 수 없는 전송속도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채널을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이점을 내세우며 페이징 서비스는 계속되었다. 

현재의 메시징 및 통신 서비스의 주도권은 통신사에서 애플리케이션 개발자로 넘어가고 있다. 이는 각종 스마트폰 메신저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다. 불과 몇 해 전까지 통신사들의 주 수익원 중 하나였던 SMS는 각종 스마트폰 메신저의 등장으로 설 자리를 대부분 잃었다. 각 통신사는 SMS를 무제한 제공하는 상품들을 쏟아내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스마트폰 시장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이마저도 신통치는 않다.

나아가 이러한 메신저들이 인터넷망을 이용한 음성통화 서비스도 개시하게 되면서, 통신사와 애플리케이션 개발자간의 망 사용료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는 지난 2월 인터넷 속도의 차별 등이 없어야 한다는 망중립성 규정을 통과시켰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2년 6월 카카오톡이 보이스톡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망중립성 논쟁이 본격화됐다. 


PCS 시장의 고성장 

미국 FCC가 미 전역을 대상으로 한 2GHz PCS 스펙트럼을 경매에 부쳤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크고 작은 관련사들이 경쟁에 나섰다. FCC가 PCS 스펙트럼을 경매에 부침으로 PCS는 가장 역동성있는 시장으로 주목받았다. 

전문가들은 PCS가 대규모 시장으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예측하며, 연간 5백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 상무부는 90년대 말까지 PCS 사용자가 1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으며, 셀룰러 서비스, 무선호출 서비스, PCS 서비스 사이에 차이가 거의 없어질 것으로 보았다.

관계자들은 이 경매조치로 인해 업계의 판도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기업들은 무선기술을 실험하고 시장을 조사하는 데 이미 수백억 달러를 투자한 상태였다. 더불어 라이센스를 획득하고, 기존 사용자를 새로운 기술로 유인하며, 새로운 네트워크와 분배 프로세스를 건설하기 위해서 투자해야할 금액도 고려해야 했다.

PCS 라이센스를 따내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들인 기업들은 투자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고객확보에 열을 올릴 것이 분명했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PCS 경매조치가 PCS네트워크 보급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았다.

어떤 다중 접속기술이 표준이 될 것인가 하는 격전도 벌어졌다. 유럽의 GSM을 기초로 한 TDMA와 AT&T, 퀄컴 등의 CDMA가 표준 다중 접속 기술을 놓고 경쟁했다. 해당 업계 관계자들은 90년대 말까지 CDMA가 가장 지배적인 표준기술이 될 것으로 보았다. 

CDMA의 최초 상용화는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졌다. 국내 CDMA기술은 1994년 시험통화에 성공한 이후, 1996년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이 디지털 011라는 이름으로, 신세기통신이 파워디지털 017이라는 이름으로 세계 최초로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업계의 예측과는 달리 세계 추세는 GSM쪽으로 기울었다. 기술 원산지인 미국에서도 소수의 업체만 CDMA를 사용해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했다. 물론 CDMA기술의 우수성은 인정받아 이후 GSM 기반의 3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WCDMA나 HSDPA에도 CDMA기술이 응용됐다. 

현재 국내에서는 4세대 이동통신 LTE 사용자의 증가로 인해 CDMA 가입자는 빠른 속도로 줄고 있다. KT는 지난 2012년 CDMA 서비스를 완전 종료한 바 있고, LG U+와 SK텔레콤도 서비스를 종료할 예정이다.


프론트 엔드의 통합 

무선통신 시스템 시장이 급변함에 따라, 반도체 업체들은 셀룰러폰 케이스 내에 안테나부터 마이크까지 완결적인 시스템 솔루션을 제공하게 되었다. 시스템 설계자들은 DSP, RF, IF블럭, A/D 컨버터 등이 일치되어 상호 작동하게끔 최적화된 시스템 솔루션을 원했다. 이들 각각이 휴대용 무선전화기나 및 개인용 데이터 통신기기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요소임을 깨달은 것이다. 

따라서 반도체업계는 그 이전까지 독자적으로 작동하던 각 디바이스들이 함께 동작할 수 있는 방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반도체 설계자들은 혼성신호 설계기법들을 이용해 데이터 전환과 제어회로의 많은 기능을 하나의 칩에 통합하고자 했다. 

당시 시장상황의 급변으로 인해 무선 부품의 성능을 향상시키고, 전력소모를 줄이며, OEM업체들이 무선 부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지식량도 줄일 필요가 있었다.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통합화 정도가 많으면 많을수록 OEM 업체들이 신제품을 시장에 내놓는 기간도 줄어들 수 있었기에, 이러한 통합, 모듈화 구조의 변화로 부품들은 점차 더 많은 기능을 갖게 됐다. 많은 반도체업체와 통신업체가 새롭게 등장한 통신시스템 시장에 이바지할 수 있는 완벽한 칩셋 솔루션 개발에 전력을 기울였다. 

PCS 선발업체의 당대 동향 

PCS사업 초기에 주목받은 업체는 FCC로부터 시험서비스를 허가받은 옴니포인트, 콕스, APC의 3개 업체이다. 이들 가운데 옴니포인트사는 CDMA, TDMA, FDMA등을 포함해 다양한 접속방식들로 이뤄진 전용 확산 스펙트럼 기술을 사용해 시범서비스를 시행했다. 

옴니포인트사는 인접 셀들에서는 CDMA가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자기 간섭이 줄어들고 셀들을 직경 20마일까지 키우거나, 용량 부족 등의 사유가 발생할 경우 셀 크기를 수백 피트 규모로 신속하게 재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낙스 마케팅 이사는 “PCS 시스템은 전통적인 TDMA, CDMA모델을 사용해 단순히 셀 크기를 줄이거나 용량을 증가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최적화된 시스템은 단수 편재 로밍과 내장서비스에 맞게끔 모든 점에서 철저하게 엔지니어링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해 말 상용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을 밝히며, PCS 사업에 대해 “내장서비스 및 로밍 셀룰러 서비스를 하나의 단말기로 제공해줄 수 있는 PCS 장비 공급업체는 돈을 긁어모을 수 있는 시장을 갖게 되는 셈”이라고 전망했다.

보낙스는 “궁극적으로 PCS서비스 사업의 성공을 이끌 핵심요소는 역동적인 셀 크기 재조정 기능일 것”이라며, 옴니포인트의 TDMA/FDMA/CDMA 하이브리드 방식이 결국 시장의 지지를 획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용량의 핵심은 재사용 정도 또는 스펙트럼의 효율성이 아니라, 셀을 얼마나 작게 분할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단언했다.

소비전력을 낮추기 위한 노력들 - 저전압에서 공정세분화로 

휴대용 컴퓨터가 일반화되어가자, 제품설계 담당자와 반도체 업계는 절전방안을 찾아내는 데 골몰했다. 얼마나 전력소모를 줄일 수 있느냐가 제품차별화의 관건이 된 것. 당시 반도체 업계는 전압을 낮추는 것을 가장 큰 목표로 삼았다. 전력소비는 전압의 제곱에 반비례하기 때문. 따라서 95년도 들어서면서 이전까지 5V대이던 전압이 3.3V이하로 낮아지기 시작했다. 

당시 산업계의 궁극적인 목표는 1V 이하가 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현실적 여건상 3.3V의 실용화에 집중했다. 부품과 회선간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 가장 유력한 절전 방안이었지만, 정전기로 인한 간섭현상과 발열이 문제였다. 따라서 당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절연재료를 찾는데 연구 노력이 집중되었다.

당시로서는 실리콘 디옥사이드가 가장 유력시되었고, 테플론 및 기타 여러 고분자 화합물들 또한 연구 대상이 되었다. 하지만 실사용 시 발생하는 재료간의 상호작용이 미지수로 작용했다. 수분이나 다른 물체들과의 작용, 높은 온도에서 절연재료들이 견딜 수 있는지 여부도 불확실했다. 당시 연구진들은 실용화가 가능한 절연계수 2.5 이하의 재료들을 찾았지만, 2천년 이후 더 나은 대안과 방식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반면 피코파워 테크놀로지사는 ‘파워 온 디맨드’라는 능동적 관리기법을 선보였다. 이는 컴퓨터 작동 시 실제 가동되지 않는 부분은 ‘잠들게’ 하는 방법으로, 나노세컨드 단위로 가동되지 않는 회로가 있으면 전원을 실제로 내려버리는 방식이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기기의 절전을 위한 다양한 기법들이 연구되었다.

20년이 지났음에도 휴대용 기기의 소비전력을 줄이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화두이다. 특히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디지털기기들은 나날이 성능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전력문제는 더욱 중요해졌다. 오늘날 모바일 CPU는 HD 비디오 재생, 스트리밍 AV 서비스, 멀티태스킹, 웹브라우징, 3D 게임 등 PC에 버금가는 성능을 발휘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모바일 기기에 PC와 같은 수준의 기능과 성능을 요구하면서도 배터리 수명 시간 또한 늘어나길 원하고 있다. 이에 비해 배터리 수명 증가 속도는 매우 더딘 상황이다. 결국 개발 업체들은 고성능일지라도 프로세서의 전력 소모를 감소시키거나 증가를 최소한으로 억제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현재 업체들은 공정을 세분화하고, 새로운 아키텍처를 개발하거나, CPU의 코어를 늘려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 인텔은 지난 1월 ‘브로드웰’이라는 코드명의 프로세서를 출시했다. 22nm이던 기존의 공정을 14nm 까지 세분화한 프로세서로, 총 19억개의 2세대 트라이게이트 트랜지스터가 집적되어 있다.

여기에 사용된 2세대 트라이게이트 트랜지스터는 22nm공정의 1세대 트라이게이트 트랜지스터보다 공정도 작아졌으며, 핀의 수는 3개에서 2개로, 피치간격은 60nm에서 42nm으로 줄었고, 핀의 높이는 10nm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집적도가 높아져 전력 소비량 또한 줄어들었다. 인텔에 따르면 ‘브로드웰’의 와트당 성능은 전작의 2배까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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