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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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정부부처 ‘정보화담당자들’ 설 곳 없는 ‘공허한 IT강국’고위공무원 진급 길도 없고, 권한도 주지 않으면서 책임만 강조

   
 
[컴퓨터월드] 박근혜 대통령은 출범 당시 IT를 중심으로 한 경기 활성화를 내세워 ‘미래창조과학부’까지 신설했다. 그것은 곧 IT산업 종사자들에게는 새로운 희망이자 기대였다. 그러나 본지가 실시한 설문 및 기획취재에 따르면, 국가 정보화를 이끌어 나가고 있는 각 부처 정보화담당자들의 업무환경이나 여건은 기대 이하의 수준이었음이 드러났다.

특히 정보화담당자들이 2급 이상 고위공무원으로 승진할 길이 없어 의사결정자로서 제 역할을 하는데 한계에 부딪치는 경우가 많다. 정보화와 관련된 중요한 업무를 비전문가인 일반 행정직들이 결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IT의 중요성이나 가치는 강조하면서도 국가 정보화를 담당하는 조직이나 시스템은 과거 20년 전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정보화담당자들은 업무량이 매년 급증하는 반면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고, 진급적체도 심각해 일반 행정직에 비해 상대적 박탈감을 갖고 있다. 특히 해가 거듭될수록 크고 작은 보안 사고는 계속 터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안을 강화하기는커녕 주 업무를 진행할 시간조차 빠듯한 것이 현실이다.

한 마디로 정보화담당자들에게 책임만 주어질 뿐, 권한은 없다는 얘기다. 담당자들은 아직도 정부부처 내에는 ‘사농공상’이라는 인식이 잠재돼 있다고 말한다. 또한 ‘기회를 평등하게 제공’해서 행정직과 전산직이 경쟁하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방 공무원의 경우, 이미 전산 직렬이 행정직군에 포함되어 있어 고위 공무원으로 진출하는 사례도 적지 않고 성공적인 평가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IT산업을 중심으로 제2의 경제 활성화를 꾀한다면 국가 정보화를 담당하고 있는 정보화담당자들의 처우 및 인식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전산직 공무원, ‘책임은 많고 권한은 없다’

IT는 이미 ‘대세’를 넘어섰다. 이제와 새삼 IT기술의 중요성을 일일이 지적할 필요는 없다. 이미 IT기술의 중요성은 전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이제 IT기술이 없이는 일상생활조차 어려울 지경이다.

정부부처의 각종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정부부처의 거의 모든 시스템은 사실상 IT기술 위에서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 기술을 담당하고 있는 각 정보화담당실의 업무여건이나 환경은 20년 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 ‘자식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은 직업’이란 이야기도 공공연하게 나올 만큼 정보화담당자들의 사기는 그렇게 높지 않은 게 현실이다.

본지는 최근 IT를 내세워 제2의 경제 발전을 꾀하고 있다는 현 정부의 정부부처 정보화담당실 업무 환경 및 여건에 대해 설문 및 기획취재를 했다. 해가 거듭될수록 IT의 중요성이나 가치가 높아가고 있기 때문에 국가 정보화를 담당하고 있는 정보화담당실의 위상과 지위는 어떤지 실상을 살펴본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정보화담당자들에게 책임만 주어질 뿐, 권한은 없다’는 것으로 드러났다.

각 정부부처 정보화담당실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13개 부처와 2개 청에서 응답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정보화담당자들이 가장 큰 고충 사항으로 ‘인력부족’과 ‘진급문제’를 꼽았다. 이 같은 지적은 전체 응답자 가운데 동일하게 각각 27%로 나타나 사실상 과반수가 현재의 인사시스템을 불합리하다 여기는 것으로 분석된다.

응답자들은 해결 방안에 대해서 ▲ 인사, 감사 등 공통부서와 실국 사업부서에 IT인력이 참가해야 하고 ▲ 5급 이상 사무관들의 직렬을 통합할 필요가 있고 ▲ 일정 규모 이상의 정보시스템 운영 시 정보화· 보안 인력을 의무화해야 하고 ▲ 최고책임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 국가 공무원 일반직 인원 변동사항


전산직 공무원의 인력 부족은 이전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음이 드러났다. 행정자치부의 국가공무원 인사통계에 따르면, 2013년 전체 공무원 총원은 2012년 109,380명에서 127,639명으로 2만 명 가까이 늘었지만, 전산직 공무원은 같은 기간 동안 2,735명에서 2,795명으로 고작 60명 늘어난 것이 전부다.


업무량 증가에 비해 인력증가 상대적 감소

전체 공무원 수가 16.7% 늘어나는 동안, 전산직 공무원은 2.2% 늘어난 것에 그쳤다. 인원수는 늘었지만, 인원 비율로만 따지면 오히려 0.3% 줄어든 것이다.
 

   
▲ <표 1> A청 전산직 초과근무 내역


실제 대부분의 전산직 공무원들은 ‘업무량이 많다’고 응답했다. 특히 A청의 모 전산직 공무원의 경우 한 달 초과근무 집계시간이 60시간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었다. 식사시간이 별도 공제된 시간임을 감안한다면, 하루 평균 4~5시간을 더 근무한 셈이다. (<표 1> 참조)

이들의 이런 불만은 비단 ‘일이 많다’, 혹은 ‘진급이 늦다’, ‘사기가 떨어진다’에 그치는 문제가 아니다. 정보화 담당 공무원들의 만성적인 인력 부족은 보다 심각한 보안 사고를 야기하기도 한다.

   
▲ <표 2> 2012년 이후 국내 주요 정보 보안사고


최근 국내외로 각종 보안사고가 연이어 보고되고 있다. 보안 사고는 이제 단순히 ‘정보의 유출’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는 최근 소니사의 경우만 봐도 확연히 알 수 있다. 보안이 뚫리는 것이 막대한 재산상의 피해로 직결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철도, 항만, 항공, 의료용 로봇 등에서도 보안 취약점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이는 곧 보안이 사람의 목숨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표 2> 참조)

   
▲ <표 3> 각 부처 정보화담당인원과 보안 담당 인원 비율


이러한 와중에 정부부처의 보안담당 인력은 한두 명 정도로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정부에서도 이를 인지하여 관련 인원을 늘리려 하고 있지만, 현직 담당자들은 보다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 보안담당 인력이 너무 부족한 상황이고 ▲ 보안관련 가이드라인이 각 업무의 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있으며 ▲ 보안사고의 특성상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위험성에 비해 ‘책임’만 과중해 대표적인 기피업무로 지적되고 있다.(<표 3> 참조)

만성적인 업무 과중에 시달리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보안에 신경 쓰기도 어렵거니와 보안 규정조차 업무의 특성에 맞지 않게 지나치게 세세하다는 것이다. 2014년 12월 30일에 개정된 행정자치부고시 제 2014-7호 ‘개인정보의 안전성 확보조치 기준’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법’준수를 위한 세부 시행 조치가 상세히 규정되어 있지만, 가뜩이나 막중하게 부여된 주 업무를 하는 와중에서 이를 전부 지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이유 탓에 필수적인 보안을 갖추는 것조차 어렵고, 보안의 취약점을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보안사고의 위험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관련자들은 보안사고의 성격을 이해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총력을 다 기울여도 어딘가에서 취약점이 발견될 수밖에 없고, 해커들의 공격도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다. 보안 사고는 아무리 만전을 기울여도 터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예산과 인력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러한 맥락을 이해하지 않고 사고 발생 시 보안 담당자에게 과도한 책임만 지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악순환으로 보안 인력의 확충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관련자들은 지적한다. 책임만 있는 자리에 누가 가려고 하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예방은 손도 대지 못하고 있으며, 사고가 발생하면 담당자들이 고스란히 책임을 지게 되어있는 구조다. 결과적으로 담당자들의 사기는 떨어지고, 전산·보안 담당자의 자리는 점차 기피되고 있으며, 새로운 인재의 수급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행태의 원인은 사실 간단하지만은 않다. 민간기업보다 경직되어 있는 정부부처 특유의 조직문화와 기술경시풍조, 사회적인 인식부족과 의사결정자들의 IT마인드 부재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담당 공무원들의 의견은 업무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크게 네 가지, ▲ 사회적 인식 제고를 위한 교육 ▲ 인재양성 시스템의 개선 ▲ 의사결정권자, 즉 고위공무원들의 IT마인드 교육 ▲ 공무원 조직의 변혁 등으로 귀결된다.


전산직, 고위공무원 승진 길도 꽉 막혀

인력문제와 더불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받고 있는 것은 승진 문제다. 현재 전산직 공무원들이 진급할 수 있는 자리는 한계가 명확하다. 보직으로는 과장(4급), 직급으로는 사무관에 머무르는 경우가 대다수다. 다시 말해 대다수 정부부처의 실질적 CIO는 과장이 맡고 있고, 국장은 TO 자체가 없어 승진할 길이 꽉 막혀 있는 것이다. 반면 일반 행정 및 관리직은 국장은 물론 그 이상의 승진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두세 명의 인원으로 한 개 과를 두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런 반면 정보화담당실은 많게는 30명 이상에서 10여명 안팎의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과는 1개 또는 2개 정도에 불과해 진급할 수 있는 자리 자체가 많지 않아 인사적체 현상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아울러 실질적인 의사결정은 고위공무원이라 할 수 있는 국장(2급)들이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문성이 떨어져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인해 업무진행에 어려움이 많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일반 행정직이었다면 중고참 사무관을 달았을 경력인데도 전산직의 경우 10년 이상 주무관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전산 공무원은 현재 모든 행정업무의 근간인 정보화를 담당하고 있다. 현재의 정보화 부서는 수기로 진행되던 업무를 전산화하는 것이 주 업무이던 과거와는 다르다. 사실상 모든 업무의 근간이 정보화이고, 정보화 지식이 바탕이 돼야 정책을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이미 금융권을 중심으로 민간 기업에서는 CISO(정보보안최고책임자)를 별도 선임하는 등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정부 조직은 여전히 구태의연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담당 공무원들은 ‘전산’ 직렬이 ‘기술직군’으로 분류되어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전산’ 직렬을 ‘행정직’에 통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5급 이상부터는 ‘전산직’과 ‘행정직’을 구분하지 말자는 것이다.

기술직으로 분류되어 있는 현 시점에서는 진급의 한계가 분명하고, 고위직으로의 진출이 사실상 막혀 있는 것과 다름없다는 주장이다. 담당자들은 ‘정책적으로는’ 진급의 기회가 열려있다고 하나,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혀 있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전산직이 제대로 평가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제도적으로’ 공평하다는 것은 현실을 모르기 때문에 하는 소리라고 담당자들은 설명한다. 또한 정보화 부서에서 각종 정책을 주도해 나가야 하는 입장에서, 전산 직렬이 ‘행정직’으로 통합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지방 자치단체의 전산 직렬은 ‘행정 직군’에 포함되어 있다.


전산과 행정 직렬 통합해야

실제로 지자체의 경우 정당한 경쟁을 통해 고위직으로 진출하는 전산직 공무원의 사례가 많이 나오고 있다. 모 광역시의 경우 부구청장에 임명된 K 부이사관이나 현재 일선에서 물러난 L 전 균형건설국장 등 각 지자체의 부시장, 부군수, 국장 등의 직책에는 전산직 공무원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왜 다른 ‘기술직’과 달리 ‘전산’ 직렬만이 유독 문제가 불거져 나오는 것일까? 담당자들은 정보화의 특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다른 기술직군과 다르게 전산업무는 전문 지식만으로 진행하는 작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업 실무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고, 이들의 요구조건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보화부서의 특성상 다른 부서의 요구사항과 업무를 실무자만큼이나 잘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담당자들은 이러한 점을 예로 들며 ‘행정직’이 ‘전산’업무를 진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전산직’이 ‘행정’업무를 진행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각 부처의 CIO는 행정직 출신 기획조정관이 겸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기획조정관의 업무가 적지 않고, IT전문 지식도 전산직 공무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중요 결제나 보고를 제외한 실질적인 CIO의 업무는 과장급 인사들이 처리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관련자들은 ‘전산직렬’을 ‘행정직군’에 포함시키는 것이 ‘안전한 진급’에는 도움 되지 않을지 몰라도 ‘공평한 경쟁’에는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공평하게 경쟁하는 것이 전산직의 처우 개선과 국가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근래의 모든 정책은 IT적인 시각을 가지고 접근해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담당자들의 공통적 의견이다. 담당자들은 전산직 공무원들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고위 공무원으로 진급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직렬을 통폐합하고 인사평가를 같이 해야 한다”며, “성과 및 서열을 바탕으로 제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전산 직렬의 한계는 여기까지라는 식으로 갈라두면 안 된다. 공정한 플레이, 기회 균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왜 인력이나 진급이 문제가 되는 걸까. 앞에서도 언급했듯, 첫째는 우선 보안의 중요성 때문이다. 보안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보안사고 발생 시 책임을 질 사람도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전산직 공무원들의 처우와 인력은 그대로인데, 그들에게 보안사고의 책임만 물어서는 인프라 확충을 어렵게 해 보안사고의 위험을 키울 뿐이다.

보안사고의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 규정을 세세히 지키고 책임을 지우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보안 규정들이 업무 특성에 맞게 정해진 것인지, 그 규정을 전담해 지켜나갈 인원은 충분한지, 그리고 예산 책정은 제대로 되었는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일반 행정직에 비해 불리한 조직구조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형평성이다. 사실 전산직 공무원의 역할은 매우 독특하다. 하지만 역할이 독특하다고 해서 기회가 균등 배분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가직 전산 공무원들은 행정직에 비해서도 진급기회가 떨어질 뿐더러, 지방직 전산 공무원에 비해서도 진급의 기회가 부족한 실정이다.

전산직은 분명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모든 행정 시스템의 이해가 필요하다. IT의 기반영역이 넓어지면서 전산직의 중요도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국가 공무원 조직도 시대에 맞는 변혁이 필요하다. 전산직 담당자가 공공연하게 ‘기피해야 한다’고 말하는 이면에는 IT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는 조직문화가 깔려 있다.

인력 충원 문제도 행정직 공무원과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B청의 경우, 최근 지방청을 하나 신설하며 기존의 지방청을 둘로 나누었다. 해당 청 담당관은 “필수 인력을 요청했지만, 전산직 인원은 추가되지 않았고 행정직만 증원되었다” 며, “결국 필수 인력이 필요해 기존 정보화 인력을 재배치하느라 업무가 과중하게 늘었다”고 전했다. 그는 “하다못해 일반 행정직이라도 충원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해당 인사행정에 불만을 표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행정직 공무원들의 ‘수완’이 좋기 때문이라는 시선도 있다. 일에 파묻혀 모니터만 들여다보는 전산직 공무원들과 달리 적극적으로 어려움을 어필하고, 상황파악이 유리한 행정직 공무원들의 인력충원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한 같은 조건이라면 행정직 공무원들은 행정직 공무원의 고충에 공감하기 쉬울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얼핏 당연해 보이는 이 지적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문제가 있다. 이는 비단 전산직 공무원만의 문제는 아니다. ‘주류’인 행정직 공무원의 입장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한 어느 직렬에 속해 있든(특히 기술직 공무원이라면) ‘소수’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소수 직렬’이기 때문에 필요한 인력과 예산이 무시되는 경우는 생겨선 안 된다. 이는 철저히 업무의 중요도로 평가돼야만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지나치게 행정직 위주로 짜인 경직된 국가조직의 한계로 인해 형평성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져 나오는 것이다. 형평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아직도 사농공상 차별이 존재하느냐’는 불만 섞인 목소리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정보화 부서 담당자들이 ‘정보화(부서)는 1등을 하면 안 된다’는 자조 섞인 시각에서 벗어나 각종 정책을 주도적으로 시행해나가게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실정이다.

국가기관뿐 아니라 민간기업과 국민 개개인도 IT기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시대, 유독 정부 조직에서만 IT담당자에 대한 차별 아닌 차별이 계속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나라의 중요 정책 기반인 IT담당자가 계속 차별받는다고 느낀다면, IT 발전 또한 더딜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IT강국’이라는 수식어를 내세우는 건 부끄러운 일에 불과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전산직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시급

사실 이러한 문제가 생긴 이면에는 보다 복잡한 원인들이 있다. 지금까지 언급했던 조직문화적 원인 외에도 사회적인 시선과 내부적인 많은 요인들이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물론 ‘IT가 그만큼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보화 담당관실은 수작업을 전산화로 옮기는 작업을 넘어서, IT기술들을 활용하여 각종 업무를 리드해 나가야 하는 입장이다. 이전처럼 개발을 직접 담당하기보다는 외주 개발사가 시스템을 개발하고, 실제 사용 및 분석 작업 등을 도맡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직이나 인프라는 예전과 조금도 달라진 것이 없다고 관련자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이런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사회적인 시선의 문제다. IT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나 기술천시의 풍조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한 정보화 담당관은 “의사 결정권자들 및 고위 공무원들의 IT마인드 재교육이 필요하다”며, “IT가 발전하고 대중화되면서 오히려 IT마인드는 떨어졌다”고 주장했다. 시스템이나 구조에 대한 이해 없이 행정논리로만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전에 비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IT를 그저 주문하면 나오는 도깨비 방망이처럼 인식하거나, 혹은 단순한 지원업무라 인식하는 의사결정자들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고 담당자들은 말한다.

비단 고위 공무원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역으로 IT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IT기술에 정통하다고 해서 IT마인드를 갖추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직 담당자들은 “IT부서는 단지 IT기술에만 정통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타 부서의 업무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인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 담당자는 최근 관련학과 출신의 인재들의 시야가 좁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코딩능력이나 툴 사용 능력은 뛰어나지만 스스로 능동적인 목적의식이 없고, 자기중심적인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는 결국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반의 문제다. ‘공대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스펙’에 중요하지 않은 인문학적 소양은 뒷전이다. 이는 IT계열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거의 모든 대학에서 스스로 생각하는 성숙한 시민이 아닌, 기업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직무인’ 양성에 힘쓰고 있다. 당장 실무에 투입하기는 좋을지 모르지만, 이러한 풍조가 계속된다면 결국 IT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 강화에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런 풍조 속에서 가장 창의성을 발휘해야 할 IT 전공자들 스스로가 소모품화 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IT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시에 따라 매끈하게 작동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능력보다 기존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어 낼 창의력이 더 절실하다. 이런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은 물론이거니와,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을 개인의 자아발전보다 중요시하는 사회 풍조 또한 개선해나가야 한다.

결국 IT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바꾸고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기간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교육계, 기업, 정부부처, 사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당연하게도 이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부터 10년, 20년 후를 준비해나가야 가능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정보화업무 전담할 ‘전산청’ 같은 별도 조직 필요

그렇다면 정부조직 내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위해서 어떤 것들이 우선적으로 바뀌어야 하는 것일까.

담당자들은 직렬 통합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는 단순히 ‘전산직’ 공무원을 ‘행정직’화 하자는 데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모든 업무’를 ‘정보화 업무’로 만들어가는 것에 가깝다.
한 관계자는 ‘전산청’ 등의 관련조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통부’나 ‘미래부’처럼 정부부처가 아닌 ICT 전담 ‘전산청’으로 조직되었을 때 전산업무에 더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정통부는 전산업무 이외의 업무가 많았고, 미래부는 R&D 위주의 부처”라며 “전산에만 활용될 예산 확보가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처 내에서 시스템 구축을 주도할 경우 DB의 공유, 연계 등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전산청을 설립하게 되면 부처마다 별도 담당관을 두거나 필요시 파견하는 식으로 전산업무를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또한 이 관계자는 ‘통합 데이터 센터’에 대해서도 ‘실패작’이라며 쓴 소리를 냈다. “인프라만 한데 묶어놓아 각 부처의 인프라 유지보수율을 줄인 것”이 가장 큰 실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시급한 것은 고위직 공무원들의 IT마인드 재교육이다.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IT가 대중화되면서 예전에 비해 굉장히 적은 교육만 거쳐도 효과는 배 이상으로 거둘 수 있다. 하지만 관련 마인드 교육이 전부 사라진 상태”라고 지적하며, 특히 고위직 공무원들이 IT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각 부처 IT담당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IT담당자들 스스로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 한 담당자는 IT 담당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스스로의 권리를 주장하고, 인력이나 예산확보를 위한 보다 적극적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결정권자, 즉 장관 및 고위직 공무원들의 올바른 인식과 사태파악이다. 모 청의 정보화 담당관은 7월 이후 각 부처 위주로 보안인력을 확보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을 예로 들며 “청 단위 기관은 인적, 형사, 병무, 건강, 자격 등 모든 민감한 데이터를 직접 연계하고 다뤄야 한다. 보안이 중요한 전산업무는 청 단위에서 진행된다”며, 업무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부나 처 위주의 정보화 정책을 비판했다. “물론 각 부처 중에도 보안 담당자가 필요한 경우가 있지만, 청 단위 기관보다 보안 중요도가 떨어지는 부·처에도 일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정부 관계자들이 실무를 제대로 파악하고, 넓은 시각에서 일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T는 대한민국의 미래

현재 우리나라 정부부처의 IT 청사진은 여러모로 불투명하다. 관련 예산과 인력은 행정적, 경제적 논리로 삭감되기 일쑤다.

IT담당 공무원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일하지 못한다면 IT강국은 허울에 불과하다. 이제는 IT강국이라는 허울 좋은 껍데기를 벗어야 할 때이다. 허명이 아닌 진짜 IT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구태의연한 낡은 조직문화부터 타파할 필요가 있다. IT강국이라는 자기만족에 취해 IT발전을 소홀히 한다면 후발주자에게 금방 따라잡히고 만다. 이는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국은 샤오미(Xiaomi) 등을 앞세워 빠른 기세로 삼성을 추격해오고 있다.

역으로 가장 포기하지 않아야 할 것 또한 IT다. 부가가치가 높고, 우리나라의 훌륭한 인적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IT는 이제 숨을 쉬고 사는 공기처럼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다. 현 정부 역시 그 중요성과 가치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 지원 부문은 상당히 미흡하다고 관계자들은 이야기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 및 고위직 공무원들의 올바른 실태 파악과 조직 전반의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정부조직의 특성상 조직의 체계나 문화가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어렵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금 체계는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것이 단순히 ‘전산직 공무원의 처우 개선’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IT산업과 국가의 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관심과 노력도 계속돼야 한다. 시민 개개인의 관심이 끊이지 않고 지속될 때 비로소 거대한 정부 조직의 문화도 바뀌기 시작할 것이다.

 

<설문조사> 정부부처 정보화담당실 실태파악 설문조사 주요 결과

1. 가장 큰 고충은 무엇인가.
   
 


담당자들은 ‘진급문제’, ‘인력문제’, ‘타 부서와의 커뮤니케이션 문제’, ‘업무의 어려움’ 등으로 대답했다. 이 중 진급과 인력 등 인사에 관한 고충이 과반수를 차지했다. 기타 의견으로는 일부 관리자의 마인드가 문제라는 의견과 행정직과의 갈등 심각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응답자들은 이에 대한 해결 방법으로 ▲ 인사, 감사 등 공통부서와 실국 사업부서에 IT 인력이 참가해야 한다 ▲ 5급 이상 사무관들의 직렬을 통합할 필요가 있다 ▲ 일정 규모 이상의 정보시스템 운영 시 정보화·보안 인력을 의무화해야 한다 ▲ 최고책임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2. IT담당자의 인사 주체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가.
 

   
 

IT담당자의 인사권에 관하여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IT담당자가 직접 실무자를 뽑을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중론이었지만, “인사권이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고 답한 응답자도 많았다.

이는 업무 특성과 업무량의 차이에 따른 결과라 보인다. 업무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부서일수록 인사에 대한 불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인사권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 경우에도 인사 시스템의 문제는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주요 해결 방안으로는 ▲ 직렬과 직군의 통합 ▲ 고위공무원들의 IT마인드 재교육 ▲ 통합 ‘전산청’ 신설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3. 보안사고의 주 원인
 

   
 

담당자들은 보안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보안담당 전문 인원 부족’, ‘보안의식 부재’, ‘시스템의 취약점’ 등을 꼽았다.



 

4. CIO의 역할과 직무
CIO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체계적 IT 서비스 관리, 정보보안 및 개인정보보호, 내·외부 관련조직 이해, 주요 정보시스템 운영, IT 관계 법령 및 행정규칙 숙지 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CIO가 갖춰야 할 자질로는 IT 마인드, 타 부서와의 소통과 융합, 관계 법령과 최신기술의 숙지 등을 꼽았다.

응답한 대부분의 부서에서 CIO는 일반 행정직 공무원인 기획조정관이 겸하고 있었다. CIO의 역할은 일이 적지 않은 기획조정관이 진행해 나가기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었다. 응답자들은 실질적인 CIO의 역할은 과장 선에서 진행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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