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월드] 광학 디스크 드라이브(Optical Disc Drive, 이하 ODD)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ODD란 레이저 등 빛을 이용해 CD, DVD 등 광학 매체의 데이터를 읽거나 기록할 수 있는 드라이브를 일컫는다.

한때 PC사용에 필수적으로 여겨지던 ODD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특히 무게와 이동성이 중요시되는 노트북은 내장 ODD를 아예 포함하지 않고 출시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ODD를 제조하고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와 도시바의 합작 법인인 TSST(Toshiba-Samsung Storage Technology), LG전자와 히타치의 합작 법인인 HLDS(Hitachi-LG Data Storage), 라이트온과 필립스의 합작 법인인 PLDS(Philips & Lite-ON Digital Solutions) 정도만이 남아 있는 상태다.

PC 시장에서 ODD가 사양길에 접어든 이유는 USB메모리 등 새로운 저장매체의 가격이 하락하고 사용성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USB 부팅을 지원하는 바이오스가 늘어나면서 USB를 통한 OS 설치 등이 가능해진 것도 ODD가 줄어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에 더해 아이튠즈 스토어, 멜론 등 각종 다운로드 콘텐츠 시장의 확대로 인해 ODD의 중요성은 점점 줄고 있다.
4배속 CD롬 드라이브 시장이 본격화된 지 20년만의 일이다.

 


CD의 등장

가장 먼저 등장한 광디스크는 레이저디스크였다. 레이저디스크는 영화를 저장하기 위해 개발되어 1978년 상용화됐다. 지름은 LP와 같은 30cm 였고, 재질은 PVC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CD(Compact Disk)는 사실상 LD기술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초기 버전의 CD는 78년에 등장했지만, 소니와 필립스 양사가 각기 연구하여 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 양사는 각기 연구하던 기술자들을 모아 79년부터 새로운 디지털 오디오 디스크 설계에 착수했다. 1982년 양사가 레드북(Red Book)이라는 규격에 합의하면서 최초의 CD인 CD-DA(CD-Digital Audio)가 등장했다.

CD와 LD의 가장 큰 차이는 기록방식이다. LD는 주파수 변조 방식을 이용한 아날로그 기록방식인데 반해 CD는 디스크에 홈을 파서 0과 1을 기록하고 레이저로 이를 읽는 디지털 기록 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방식을 이용해 1985년 6월 CD에 음악 대신 데이터를 입력하는 CD롬(CD-ROM)이 개발됐고, 1990년에는 기록 가능한 CD-R이 발표됐다.


CD롬으로의 발전

하지만 레드북 규격은 오디오용으로 만들어진 것이었기에 일반적인 컴퓨터 데이터를 저장하는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했다. 오디오 CD는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읽어들이기 때문에 랜덤 액세스가 필요한 데이터 구조에서는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충분한 어드레스 지정이 불가능하며, 99개의 트랙제한 때문에 일반적인 데이터 저장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오디오 데이터 외의 일반적인 데이터를 기록하기 위한 시도가 계속되면서, 여러 회사들마다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데이터를 기록하게 되었다. 그러나 다양한 형태의 CD롬 파일 형식을 사용함에 따라 호환성에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1985년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에 있는 하이 시에라(High Sierra) 호텔과 카지노에서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CD롬의 섹터, 블럭, 레코드에 관한 표준 규약을 정했다. 이것이 바로 옐로우북(Yellow Book)이다.

CD롬은 ‘저장된 내용만 읽는 콤팩트 디스크(Compact Disk-Read Only Memory)’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읽기 전용 기억장치’라는 의미를 지닌 롬(ROM)은 시디롬에 들어있는 데이터를 수정하거나 지울 수 없고, 새로운 내용의 추가도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따라서 대량생산은 유리했지만 개인적 용도로의 사용은 거의 불가능했다.

이렇게 등장한 CD롬은 저렴한 가격 덕분에 음악, 영상, 게임 등 대용량 콘텐츠 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쳤다.

CD-R, CD-RW

CD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나온 것이 CD-R(Compact Disc Recordable)이다. CD-R CD-WORM(Compact Disc Write Once Read Many 또는 Compact Disc Write Once Read Mostly)이라고도 한다. 데이터가 없는 상태로 제작되어 소비자가 직접 CD기록장치로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과 기존 CD드라이브와의 뛰어난 호환성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널리 쓰였다. CD-R에 기록하는 행위는 영어로 원래 burn(태운다)한다고 쓰는데, 한국어로는 “굽는다”고 널리 말한다. 이는 CD-R에 데이터를 기록할 때 레이저를 이용하여 트랙에 열을 가하므로 완성된 CD가 따뜻해서 생긴 말이다.

생산된 후에는 자료를 한번밖에 기록할 수 없는데, 표면에 처리된 화학염료가 레이저에 의해 변화되어 그 변화된 상태를 통해 데이터를 읽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단 한번만 기록 가능했지만, 후에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기술 발달로 인해 자료를 기록할 때 여분의 공간이 남을 경우 추가기록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기록공간이 남아 있더라도 이전에 자료를 기록할 때 마감 과정을 함께 기록했다면 더 이상 추가기록을 할 수 없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나온 CD-RW(Compact Disc ReWritable)는 약 1000번 이상을 기록하고 삭제가 가능하여 백업 매체로도 많이 사용됐다. CD-RW는 화학염료를 이용하는 것은 CD-R과 비슷하나 염료의 색(정확하게는 분자의 위상)을 다시 변경할 수 있어서 기록된 모양을 뭉개고 그 위에 다시 쓰는 것이 가능했다. 다만, CD-R에 비해 일반적인 오디오 CD 플레이어가 낮은 반사율로 인해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오디오 CD 제작에는 적합하지 않았다.


USB 메모리의 발전

CD-R과 CD-RW가 등장하고, 읽고 기록하는 것 모두 가능한 드라이브가 일반화되면서 CD는 저장 매체로서 각광받기 시작했다. 표준 규격의 CD롬은 650메가바이트의 용량을 저장할 수 있었는데 당시로서는 적지 않은 용량이었다. CD를 통해 읽고 쓰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용량이 1.44메가바이트 에 불과한 플로피디스크는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하지만 플로피디스크의 퇴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USB메모리였다.

USB메모리는 2000년 9월 이스라엘의 IT 업체인 M-시스템이 8/16/32메가바이트 용량의 USB 메모리를 출시하면서 처음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32메가바이트 제품이 수십만 원 수준에 달해 시장에서 주목받지는 못했다. 낸드플래시 기술이 발달하면서 빠르게 기가바이트 용량의 USB 메모리가 보편화됐고 2010년대에는 테라바이트급 제품도 개발되었다.

이렇게 USB메모리가 급격하게 발달하면서 저장 및 백업매체로서의 CD는 빠르게 힘을 잃기 시작했다. USB메모리의 용량 대 가격비가 CD보다 빠르게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또한 USB 메모리를 통한 부팅과 OS 설치 등이 가능해지면서 CD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USB메모리에 사용되는 플래시메모리는 작고 가벼우면서도, 자기 매체나 광학 매체에 비해 기계적인 충격에도 강하고, 직사광선, 고온, 습기에도 강하다. 핵심인 플래시메모리는 제조하기 까다롭지만 플래시메모리를 이용해 USB메모리를 만드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간단해 여러 업체들이 USB메모리를 제조하고 있다.


DVD와 블루레이

CD를 대체할만한 광디스크가 있었다. 바로 DVD(Digital Versatile Disc 또는 Digital Video Disc)였다. DVD는 CD의 후속으로 등장한 광 미디어로, 기본 4.7GB에 최대 17GB(양면 2층)의 월등한 용량을 바탕으로 처음에는 영화 감상용으로 개발되었다.

DVD를 활용한 기록매체는 CD의 경우와 거의 비슷하지만, 조금 다르다. DVD 기록매체는 DVD-R, DVD+R, 그리고 DVD-RAM 이렇게 셋으로 나뉘어 있다. DVD-R은 일반 플레이어에서 호환성이 더 좋고 DVD+R은 데이터 보관이 편리하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다. 현재는 양쪽 다 단점을 거의 보완한 상태다. 현재 나와 있는 대부분의 DVD라이터는 -R 규격과 +R 규격 둘 다 기록이 가능하다.

DVD-RAM은 규격이 약간 달라 랜덤 액세스와 다시 쓰기, 장기 보존 등에서 뛰어나지만, 용량에 비해 미디어가 비싸고 지원하지 않는 드라이브가 더러 있었다. 최근의 ODD는 모두 DVD-RAM이 호환된다. DVD-RAM은 레코딩 프로그램을 거치지 않고 일반적인 USB 메모리나 플로피디스크를 쓰듯이 ‘내 컴퓨터’에서 곧바로 파일을 기록 및 삭제할 수 있으며, 멀티세션 레코딩을 체크하지 않아도 기록이 가능하다는 편의성이 있다.

DVD는 압도적인 용량으로 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 잡았다. 하지만 각종 영상기기와 컴퓨터가 발전하면서 곧 후속포맷이 필요하게 됐다. 이에 차세대 고용량 미디어 표준을 두고 HD-DVD와 블루레이(Blu-ray)가 경쟁했다. 결과적으로는 DVD포럼에서 공식적으로 인증했던 HD-DVD가 패배하고 블루레이가 시장을 장악했다.

 

▲ CD, DVD, BD의 차이점

블루레이는 DVD의 뒤를 이을 고용량 광 미디어로 단면 1층 디스크가 25GB, 단면 2층 디스크(듀얼 레이어)가 50GB의 용량을 갖고 있다. 이는 HD-DVD에 비해 약 67% 큰 용량이었다. 2010년 정의된 BD XL 규격 3층 디스크는 100GB이고 4층 디스크는 128GB다.

블루레이 디스크도 CD, DVD와 마찬가지로 컴퓨터 데이터용 블루레이 디스크 롬(BD-ROM), 기록 가능(Recordable) 블루레이 디스크(BD-R), 재기록 가능(Rewritable) 블루레이 디스크(BD-RE) 등의 기록용 포맷이 존재한다.

하지만 게임, 영상매체로서가 아닌 저장매체로서는 DVD와 블루레이 모두 큰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USB, HDD, SSD 등과 비교했을 때, 사용 편의성이나 가격경쟁력이 있는 편이 아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와 IPTV, 각종 다운로드 콘텐츠

이처럼 PC의 기록매체로서의 광학 매체가 사양길로 접어든 것과는 달리 영상, 음악, 게임 등 콘텐츠 시장에서는 아직 뚜렷한 대체품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광학 매체가 굳건하다 말할 수는 없다.

가장 큰 이유는 각종 클라우드 시장의 확대 때문이다. 아이튠즈 스토어 등 다양한 전자 소프트웨어 유통망 (Electronic Software Distribution, 이하 ESD)이 커지고 IPTV 등을 통해 쉽게 고화질 최신 영화를 감상할 수 있게 되면서, 음반, 영화의 판매양상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의 아이튠즈 스토어(iTunes Store)는 CD 위주의 음반시장에 큰 변화를 가지고 왔다. 아이튠즈 스토어는 음악의 유통, 판매, 감상까지 한 번에 가능하도록 만들었고, 아이튠즈 스토어는 이후 영화, 방송등 영상까지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구글 또한 이러한 모델에 동참하면서, 각종 미디어가 인터넷을 통해 판매됐다.

음악, 영화뿐만 아니라 게임 업계에서도 이러한 판매방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스토어(PlayStation Store),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라이브 마켓플레이스(Xbox Live Marketplace), 닌텐도의 닌텐도 e숍(Nintendo eShop)등의 ESD에서는 게임과 각종 다운로드 가능 콘텐츠(DownLoadable Contents)를 구매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각 통신사, 포털 등이 음악, 영화 서비스 유통에 뛰어들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IPTV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서 최신 영화를 손쉽게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클라우드 방식의 판매방식 덕분에 사용자들은 더이상 CD를 집에 보관할 필요가 없어졌다. 판매방식에 따라 일회 감상만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평생 소장이 가능한 콘텐츠는 각 서버에 저장된 구입정보를 통해 언제든지 여러 기기에서 다시 감상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미디어 판매방식이 점차 늘어나면서 각종 광학 매체의 판매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HVD와 불안전한 ODD의 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 광학 매체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기엔 무리가 있다. 온라인을 통한 ESD를 제외한다면 여전히 콘텐츠를 담아 출판하기 가장 좋은 매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각종 영상, 게임 미디어들의 판매처도 온라인으로 옮겨올 가능성이 높다.

현재 블루레이의 후속 포맷으로는 HVD(Holographic Versatile Disc)가 유력하다. HVD는 2개의 레이저를 사용해 빛의 간섭 현상으로 정보를 저장한다. 6테라바이트의 대용량 정보가 저장 가능하다. 하지만 아직 일반적인 사용은 어렵다. HVD가 대중화된다고 하더라도 플래시메모리의 가격이 워낙 빠르게 떨어지고 있어 광학 매체의 영향력 회복은 어려워 보인다.

데이터의 이동, 저장과 백업은 광학매체에서 USB메모리, 클라우드로 완전히 판도가 넘어간 상황이다.

다가오는 7월 29일 윈도우10이 공개될 예정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윈도우10에서는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가 기본 지원되지 않는다. 즉 윈도우10에서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를 사용하려면 제조사 사이트에서 최신 드라이버를 직접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2015년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 백 투더 퓨처 2편에서는 뒷골목에 레이저디스크가 잔뜩 버려져 있는 장면이 나온다. 레이저디스크는 이미 사라졌고 CD도 곧 뒤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ODD와 다른 여러 광학매체들도 머잖아 플로피디스크 드라이브의 전철을 밟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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