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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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13년 공염불, 공개SW 활성화 정책 재검토 필요성과위주 정책 탈피하고, 생태계 조성부터 다시 해야

[컴퓨터월드] 정부가 특정 소프트웨어 기업의 종속을 탈피하고, 국내 SW 기업들의 기술 발전도모하고자 추진해온 공개소프트웨어(Open Source Software) 활성화 정책 13년이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리눅스 기업 육성정책은 실패에 가깝다. 공개 소프트웨어 정책 추진 초기만 해도 약 70여개의 리눅스 기업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현재 제대로 된 리눅스 배포판을 보유한 곳은 2~3개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개 소프트웨어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한글과컴퓨터 역시 중국, 일본과의 협력을 통해 아시아눅스를 개발했으나 현재는 사업에 큰 무게를 두지 않는 상태다.

공개소프트웨어 산업 육성을 책임지고 있는 NIPA도 이 같은 사실을 직시하고 있다. 미래창조기획부를 중심으로 4차 정책을 마련, 공개소프트웨어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노력하고 있지만 성과는 불투명하다. 특히 오는 9월 클라우드발전법이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에 따라 공개소프트웨어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란 예측이 많다. 해외에서 경험을 쌓은 글로벌 공개소프트웨어 기업들만의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한편 관계자들은 국내 공개소프트웨어 정책이 실적 위주로 흘러간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제부터라도 기술력 내재화를 위한 산업 생태계를 전면 재조정해야만 한다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개소프트웨어를 잘 사용하는 나라로 남을 것인지, 적극적인 기여가 가능한 생산국으로 거듭날 것인지 그 기로에 서 있는 게 우리나라의 현 주소이다. 공개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을 위한 현안문제 및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심층 분석해 본다.

 공개소프트웨어 확산정책 예산 꾸준히 증가

현재 공개소프트웨어를 통해 수익을 내는 기업은 백여 곳 정도로 추산된다. NIPA는 현재 4차 공개소프트웨어 활성화 정책을 통해 이들을 독려하고 있지만 아직은 가시적인 성과를 말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는 공개소프트웨어가 기본적으로 공공재의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판매 모델로 매출을 파악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NIPA의 ‘15년 공개SW 개발지원사업 안내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공개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2013년 약 460억원에서 2014년 약 548억원으로 전년대비 19.1% 성장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공개소프트웨어 시장은 매년 12.3%씩 성장하고 있고, 2018년에는 약 82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 공개소프트웨어 시장규모(출처:IDC 2014)

현재 공개소프트웨어 확산 정책은 그 예산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NIPA에 따르면 공개소프트웨어 확산 정책 예산은 13년 62억 85백만원 규모에서 14년 69억 32백만원, 15년 128억 32백만원 규모로 2년 사이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분명 국가도 공개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지만, 관계자들은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쓴 소리가 높다. 정부가 너무나 많은 역할을 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정부는 이제야 생태계 관점을 생각하기 시작했다”며, “현재까지는 기업이 해야 할 일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해야할 일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필드를 조성하고 운영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정부의 이러한 접근이 오히려 건전한 생태계 확립을 어렵게 해, 공개소프트웨어 시장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자잘한 업무가 지나치게 많아 정책 진행이 어려운 것도 문제다. 현재 예산은 늘었지만 ‘공개 소프트웨어 활성화 사업’으로 묶여있는 사업이 굉장히 많다. 한 관계자는 ‘개방형 OS’ 과제가 추가되면서 기존 활성화 예산은 오히려 50억대로 떨어졌다며, “성과가 눈에 보이는 사업들은 놔야 할 시점이 되어도 이어가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큰 그림 없는 단기적 성과 위주 정책이 문제

현재의 NIPA는 ‘공개소프트웨어 활성화 사업 4차 계획’을 통해 공개소프트웨어의 활성화를 돕고 있다. 하지만 이 4차 계획은 ‘개방형OS’ 부분을 제외하면 3차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다. 3차 계획이 2012년 시작됐지만,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되면서 4차 계획으로 넘어간 것이다. 관련 정책이 장기적 관점에서 넓은 시야를 가지고 진행된다고 보기 어려운 모습이다.

현재의 4차 활성화 계획의 주요 과제는 개방형OS사업, 개발지원을 통한 글로벌 인재양성, 기업체 라이선스 검증사업, 개발지원, 포럼을 통한 한중일 협력 등이 있다. 2차 계획이 생산과 기술개발 위주 계획이었다면, 3, 4차 계획은 인재의 글로벌화를 염두에 두고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방향은 분명 옳은 방향이지만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 관련 사업이 지나치게 많고 단기적 성과가 우선시된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공개소프트웨어 생태계라는 큰 관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해 나갔다면 지금의 판도는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 공개SW 정책 추진경과 (출처:NIPA)

이러한 장기 정책의 부재가 초기 리눅스 시장에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초기 공개소프트웨어 활성화 정책은 리눅스에 중점을 두고 시행됐다. 2000년대 초반에만 하더라도 국내 리눅스 기업은 70여개에 달했다. 꽤 큰 투자를 유치하면서 100명을 넘는 직원을 둔 회사, 여러 해외지사를 두며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리눅스 전문기업체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제대로 수익을 내고 있는 업체는 드물다.

   
▲ 공개SW포털에서 확인 가능한 리눅스 서비스 업체 목록 (공개SW포털)

그마저도 자체 개발 리눅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더욱 손에 꼽는다. 현재 ‘공개SW포털’에서 확인 가능한 ‘제품 및 서비스 기업 리스트’ 중, 한중일 3국이 공동 개발한 아시아눅스를 제외하면 자체 개발한 리눅스를 서비스하는 기업은 수리눅스를 개발한 SU소프트뿐이다.

   
▲ 국내 리눅스 벤더별 시장 점유율(출처: IDC 2012)

국내시장에서 특히 강세를 띄고 있는 기업은 레드햇이다. 레드햇은 올해 국내 매출을 두 자릿수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공격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레드햇은 48분기 연속으로 매출을 늘리고 있다. 레드햇의 글로벌 매출은 작년 12월 기준 4억 5천만 달러로 추산되며, 2012년에는 오픈소스 기업 중 최초로 매출 10억 달러(한화 1조 원)를 달성했다.

국내 리눅스 업체 몰락의 원인은 ‘생태계의 부재’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의 많던 리눅스 업체는 살아남아 이런 성과를 내지 못한 걸까. 레드햇이라고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것은 아니다. 수리눅스를 배포, 서비스 하고 있는 SU소프트 박성수 대표는 그 이유에 대해 “일차적으로는 기업 문제, 이차적으로는 정책 문제”라고 지적한다.

리눅스 시장이 성숙하기도 전에 지나치게 많은 투자를 받아 성급하게 사업을 벌인 것이 외려 문제였다. 박 대표는 국내 업체들도 충분히 기술력은 있었으나 지나치게 ‘개발 과제’에 집중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직접적인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 ‘개발 과제’가 하나의 비즈니스처럼 되어버렸다고 지적했다. 이 일차적 실패 요인이었지만, 국내 리눅스 기업들을 도울 수 있는 정책보다 성과 위주의 단기 정책이 앞선 것도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는 초기의 공개소프트웨어 확산정책이 생태계 조성이라는 큰 그림 없이 진행되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초기 확산정책의 큰 줄기였던 ‘부요’, ‘기술지원센터’, ‘리눅스 교육’등은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국가가 나서서 공짜에 가까운 지원을 하는 바람에 ‘리눅스는 공짜’라는 시각만 확산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물론 당시로서는 리눅스가 생소했을 뿐더러, 대부분 도입을 꺼리고 있었기에 이런 접근이 반드시 잘못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NIPA관계자는 이에 대해 “섣불리 수익을 내는 모델로 운영했다가는 도입조차 어려웠을 것”이라 지적한다. 박 대표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공개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에서는 분명 성과를 걷었다. 다만 생태계라는 측면의 접근은 아쉽다”고 평했다.

이는 결국 생태계를 갖추는 것과 공개소프트웨어에 대한 인식 제고 중 무엇이 우선인가에 대한 갑론을박이다. 어느 한 쪽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양측 모두 중요한 일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많은 리눅스업체가 사라진 것을 본다면, 적어도 그간 생태계 조성에 대한 시각이 많이 부족했다는 박 대표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박 대표는 “생태계를 제대로 갖춘다면 나머지는 알아서 돌아가기 마련”이라며, “리눅스 생산국이 되려면 정책적·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개소프트웨어의 주요 수익원은 ‘제품’이 아닌 ‘서비스’

하지만 여전히 소프트웨어 산업의 주축은 상용소프트웨어이다. 그 이유는 우선 공개소프트웨어가 ‘상품’보다는 ‘공공재’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고, 따라서 공개소프트웨어의 매출 구조가 상용소프트웨어와는 상이하기 때문이다.

앞서 지적했듯 공개소프트웨어는 사실상 누구나 가져다 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따라서 공짜 소프트웨어라 잘못 인식하기 쉽다. 실제로 초기 공개소프트웨어 활성화 정책 시행 당시 ‘프리웨어(Freeware)’와 혼동되기도 했다. 하지만 공개소프트웨어라고 무작정 공짜인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예가 레드햇이다. 레드햇은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 즉 구독형 모델을 처음 도입했다. 이는 현재 공개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기업들이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판매 방식이다. 제품에 대한 라이선스 비용을 받지 않고, 유지보수 및 기술지원에 대해 정액으로 보장받는 것이다. 이처럼 공개소프트웨어의 주요 판매 방식은 ‘제품’ 자체가 아니라 ‘서비스’에 가깝다. 레드햇의 경우 이러한 판매방식에 더해 ABP(Advanced Business Partner), RBP(Ready Business Partner)등의 파트너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레드햇 제품의 메이저 업데이트, 패치, 온라인 서포트 등은 래드햇이 직접 실시하지만, 온사이트 정기점검, 장애지원 트러블슈팅 등은 각각의 협력사가 직접 지원모델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것이다.

   
▲ 국내 공개SW 시장 매출액 추이 예측(억원) (출처: IDC 2012)

실제로 공개소프트웨어 그 자체(10.5% 성장)보다는 공개소프트웨어 서비스가(12.5% 성장) 2%가량 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공개소프트웨어 기업의 가장 큰 경쟁력은 결국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다. SU소프트 박 대표는 레드햇과의 기술력 차이를 묻는 질문에 “오픈소스 진영에서 기술력 차이라는 것은 결국 서비스의 가능 여부” 라고 말한다. 공개된 소스를 바탕으로 같은 커널 위에서 돌아가는 시스템은 결국 큰 기능이나 성능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레드햇의 성공요인에 대해 시장선점과 글로벌 인프라, 마케팅 능력 등이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내 업체도 레드햇과 견주는 경쟁력을 갖출 기회가 있었음에도 시기를 놓친 것이라 지적했다.

공개소프트웨어는 비공개소프트웨어의 반대 개념

우선 공개소프트웨어란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짚을 필요가 있다. 공개소프트웨어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Open Source Software)라는 용어를 대체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흔히 상용소프트웨어와 반대되는 개념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공개소프트웨어는 상용소프트웨어와 대치되는 것이 아니다. 공개소프트웨어는 상용소프트웨어의 반대가 아닌 비공개소프트웨어의 반대라고 보는 것이 합당하다.

흔히 상용소프트웨어를 구입할 때, 우리는 소프트웨어를 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는 ‘소프트웨어의 사용권’을 사는 것에 가깝다. 우리가 소프트웨어의 구조인 ‘소스’를 뜯어보거나 사용할 수 없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개소프트웨어라는 개념은 소프트웨어가 이렇게 상품화 되어가는 과정에서 반작용적으로 등장한 개념이다. 하지만 사실 최초의 소프트웨어는 모두 공개소프트웨어였다. 누구나 소프트웨어의 소스를 보고 수정을 가하거나 팔 수 있었다.

하지만 점차 이러한 소프트웨어에서 상품성을 발견하게 됐고, 이후 소프트웨어는 점차 산업으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소프트웨어가 상업화돼가면서 소스코드가 비공개로 전환되는 것에 대한 반발로 1983년에는 GNU프로젝트가 시작됐다. 1984년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이 일어났고, 이듬해인 1985년에는 자유소프트웨어 재단이 설립됐다. 1989년 카피레프트(Copy Left)운동의 핵심인 GPL이 발표되고, 마침내 1991년 리눅스 커널 발표에 이어, 1994년 리눅스 커널 정식버전이 출시된다.

OSI(Open Source Initiative)는 10가지 조건으로 공개소프트웨어를 정의한다. 그 조건이란 ▲ 자유배포, 소스코드 공개 ▲ 2차적 저작물 허용 ▲ 소스코드 수정 제한 ▲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차별 금지 ▲ 사용 분야에 대한 제한 금지 ▲ 라이선스의 배포 ▲ 라이선스 적용상의 동일성 유지 ▲ 다른 라이선스의 포괄적 수용 ▲ 라이선스의 기술적 중립성 등이다.

즉 공개소프트웨어는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를 공개하여 누구나 개량·재배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이다.

국내 공개SW 시장 매년 12.3% 성장

공개소프트웨어에 집중해야 하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는 시대의 흐름 때문이고, 둘째는 소프트웨어 시장의 새로운 판로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클라우드컴퓨팅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클라우드 발전법)’이 9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클라우드 발전법으로 인해 클라우드 도입이 확대되면 공개소프트웨어의 영향력은 더욱 증가하게 된다. 실제로 현재 구축 되어있는 클라우드 시스템은 대부분 오픈스택(OpenStack), 센트OS(CentOS :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의 무료 재배포판) 등 공개소프트웨어를 통해 돌아가고 있다. 상용소프트웨어로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지만 투자수익률(ROI)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하둡(hadoop), 안드로이드 등 많은 공개소프트웨어가 그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IDC 보고서에 의하면 2008년 전세계 공개소프트웨어 매출은 29억달러를 기록했고, 연평균 22.4% 성장중이다. 국내 공개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2013년 약 460억원에서 2014년 약 548억원으로 전년대비 19.1%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국내 공개SW 시장은 매년 12.3%씩 성장하여, 2018년에는 약 82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소프트웨어 핵심 원천기술 분야의 경쟁력이 취약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공개소프트웨어는 더욱 유용하다. NIPA에서 펴낸 2012 공개소프트웨어 백서에 따르면, 공개소프트웨어 부문의 각종 무상 이용 비중을 시장가치로 환산하고 공개소프트웨어 서비스 등 통계가 어려웠던 부분을 기존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산출시 사용하던 계산 방법으로 환산했을 경우 공개소프트웨어 활용시장은 2012년 약 2700억 규모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사용하는 안드로이드 OS의 경우 MS 윈도우 계열 상용 OS에 비해 한 해 약 3억 달러 가량의 라이선스 사용료 절감 효과를 내고 있다.

   
▲ 국내 공개SW 활용시장 추정 모델 (출처: NIPA)

이처럼 공개소프트웨어는 이미 거스를 수 없는 추세다. 공개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오픈소스’는 단순한 소스 공개가 아니라 하나의 판로로서의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오픈소스를 통한 기부·기여가 그 자체로 홍보·광고의 수단이라는 것. 홍보와 영업을 직접 해야 했던 비공개 상용소프트웨어와 달리 공개된 소스는 쉽게 전파된다.

시장 확대 위해 라이선스 더욱 신경써야

완성도 높고 좋은 소스는 전세계에서 매출을 올릴 수 있다. 개발한 소스의 부족한 점을 다른 많은 개발자의 기여로 보완할 수 있고, 더 필요한 기능이 있다면 이미 구현된 다른 소스를 활용할 수도 있다. 누군가 만든 뛰어난 소스를 개선해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혹은 기업에서 개발한 소스의 뛰어난 점이 알려져, 고객이 개발 기업에게 컨설팅을 요청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추가적인 제품 판매나 유료 서비스 제공도 가능하다.

홍보, 영업, 개발이 한 번에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생태계가 잘 마련된다면 상용소프트웨어나 글로벌 공개소프트웨어 기업과도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

한편 라이센스 준수와 기여문화의 확립도 시급한 문제다. 공개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기여하기보다는 단순 사용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아직 오픈소스의 핵심인 ‘참여’와 ‘기여’가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다. GPL 라이선스의 경우, 소스를 수정하여 이용할 시 수정 부분에 대하여 반드시 공개되어야 한다. 하지만 아파치 라이선스(Apache License) 등 소스의 사용이나 재편집 가능 여부는 라이선스마다 조금씩 다르다.

   
▲ 주요 공개SW 라이선스 비교(출처:공개SW포털)

이러한 라이선스 규정은 의외로 까다로운 편이다. 때문에 라이선스를 위반하지 않았는지 관련 기업의 꼼꼼한 확인이 필요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라이선스를 위반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 편이다. 아직까지는 공개소프트웨어의 사용량이 적어 눈에 안 띄었지만, 앞으로는 이러한 위반 사례가 점차 많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상용소프트웨어 업체의 개발자가 공개된 소스를 도용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어 많은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형 기업의 라이선스 위반은 파급효과가 클 수밖에 없다. 해외의 경우도 오라클과 구글이 소송을 치르기도 했다.

NIPA도 현재 관련 기업들의 라이선스 검증 작업을 돕고 있다고 밝혔다. 한 관계자는 ‘긁어 부스럼’ 만들지 않으려는 기업들이 신청을 꺼리고, 40%정도는 라이선스를 위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기여 문화 확장 필요하다

몇 기업들은 필요한 소스를 가져다 사용한 후 ‘기여’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거나 편법적인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일례로 국내 A 기업의 경우 공개된 소스를 이용해 제품을 만든 후, 자사의 오픈소스사이트를 통해 소스를 공개해 두었다. 하지만 이 소스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았고, 이를 몇 번이고 확인한 해외 주요 파트너사 K 사는 A 사가 소스를 완전하게 공개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결국 이 글로벌 회사는 A의 경쟁사인 B와 파트너십을 맺게 되었다고 한다.

‘핵심 기술’을 숨기려는 이러한 태도가 용서할 수 없는 큰 범죄인 것은 아니다. 실제로 아마존(Amazon) 등 해외의 많은 업체들도 오픈소스를 활용한 후 기여에는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오픈소스라는 패러다임이 가지고 있는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이는 좁은 시야의 행동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무작정 기여만 강요할 수도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결국 생태계의 부재다. 현재 개인 기여자가 기여를 통해 이익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전무하다. 결국 이들을 고용할 수 있는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각 개발자들의 기여가 확대돼야 공개소프트웨어 경쟁력이 살아나고, 공개소프트웨어 기업체들이 더욱 활성화돼야 이들을 고용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해외 공개소프트웨어 업체의 경우, 커뮤니티를 통해 인력을 고용한 후 별다른 업무를 시키지 않고 커뮤니티 활동을 계속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에 소속된 채로 공개소프트웨어 커뮤니티에서 기여활동에 전념하는 것이다. 얼핏 아무런 이익 없는 투자로 보이지만 이런 기여가 회사 이익에 결코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처럼 생태계가 제대로 확립 되어 있다면 기업이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개발자를 고용하고, 활용한 소스를 다시 기여하고, 이를 통해 기업과 개발자들이 다시 이익을 얻는 선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연결 고리는 아직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금전적 지원이 아닌 제도적 지원 필요

현재 NIPA의 공개소프트웨어 활성화 정책은 시스템 소프트웨어보다는 응용 소프트웨어, 데스크톱과 클라이언트 단말 쪽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NIPA를 포함한 관계기관들도 근래 들어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생태계라는 것은 애초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한참의 세월이 지났어야 성공 실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단기적인 성과가 눈에 띄지 않는다고 생태계 조성을 위한 노력이 세퇴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관련 기업들은 생태계 조성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제도적 지원이라 입을 모은다. 경제적 지원처럼 단기적인 지원이 아니라 기업체들이 스스로 활로를 찾아낼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특히 기업들은 나라장터를 통한 조달 등록조차 아직 원활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상용소프트웨어와 달리 서비스 체계로 되어있다는 차이점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기업뿐 아니라 개개인의 ‘오픈소스 마인드의 확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과학 논문, 악보, 음식 레시피 등도 하나의 오픈소스가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오픈소스가 단순한 소프트웨어의 종류나 판매방식이 아닌 거대한 패러다임이라고 주장한다. 공개소프트웨어가 하루빨리 자리잡기 위해서는 제대로 연구하고 제대로 기여하는 진정한 오픈소스 마인드, 오픈소스 문화의 확대가 필요하다.

그동안 진행된 활성화 정책으로 공개소프트웨어 도입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은 분명하다. 정부 및 공공기관 뿐 아니라 여러 기업에서도 공개소프트웨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분명 확산될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공개소프트웨어는 단순히 도입하고 사용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물론 도입과 사용이 결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단순한 도입·사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오픈소스라는 거대한 흐름에 동참해 소스를 만들고, 이익을 창출하고, 더 나은 소스를 기여하는 오픈소스 문화의 확립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놓쳐왔던 생태계를 이제와 다시 세우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늦었다고 포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단지 공개소프트웨어를 잘 사용하는 나라로 남을 것인지, 적극적인 기여가 가능한 생산국으로 거듭날 것인지 그 기로에 서 있다. 기업, 정부, 개발자를 비롯해 최종적으로는 소프트웨어 사용자까지도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공개소프트웨어 생산국으로 거듭난 이후에야 비로소 진정한 ‘창조경제’도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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