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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SW가치, 여전히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지식산업 특성 맞는 가치평가 및 거시적 정책 필요

 
   
 

[컴퓨터월드] 소프트웨어가 아직도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것은 이제 아무도 부정하지 않는다. 정부에서도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해 2018년부터 SW 개발 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소프트웨어는 단순한 제품이 아닌,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산업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제품’ 취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단순한 ‘제품’이 아닌 ‘지식산업’으로 인정받아야 할 소프트웨어는 아직도 ‘단순 용역’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체들은 글로벌 진출은 둘째고 전문성을 키우거나 인재를 양성하는 것조차 힘에 부치는 실정이다.

관계자들은 정부가 이제 겨우 중요성을 인식했을 뿐이며 제도적 뒷받침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리발주, BMT의 확대적용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SW가치 인식 등 문화적, 제도적 관습을 고쳐나가야 한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SW 가치인정, 아직도 멀었다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이미 오래된 얘기다. 소프트웨어의 부가가치 창출비율은 60.7%로서 일반적인 제조업(27.4%)이나 서비스업(50.1%)에 비해 월등히 높다. 소프트웨어 산업에서 1원 생산이 증가하면 타 산업에서 0.5342원의 생산이 유발되며, 0.9267원의 부가가치를 유발하는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이주석, 「소프트웨어 산업의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산업경제연구, 2012년). 정부도 이러한 점을 인지해 ‘소프트웨어 개발 교육’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하지만 관계자들은 아직 소프트웨어가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 근거로 ▲우리나라 개발자 인건비 수준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지 않다는 점 ▲소프트웨어 글로벌 기업이 아직 나오지 못했다는 점 등을 제시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개발 여건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개발자 커뮤니티 등에서 스스로의 처지를 자조하는 개발자들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현대판 사농공상 논쟁이나 중노동자들을 지칭하는 3D직업군이란 자조적인 목소리가 계속해 커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인력 유입과 육성에 장애가 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소프트웨어 인력 수급 동향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소프트웨어 분야 인력은 5,796명 부족했으며, 2011년부터 2015년까지 1만1,990명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자 평균 임금(출처: 美노동부)

이렇게 인력 수급이 어려워진 가장 큰 원인은 임금이다. 미국 노동부(department of labor) 홈페이지에 제시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미국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평균 임금은 93,350달러다. 이는 한화로 1억 원이 넘는 금액이다. 이에 비하면 한국 개발자들의 임금 수준은 높은 편이 아니다. <표 1>

박환수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업정책실장은 “세계 어디를 가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의 급여는 최상위 수준이다. 유독 우리나라만 중하위 수준의 급여를 받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급여가 유일한 가치는 아니겠지만, 가치를 인정받느냐를 따질 때 가장 중요한 지표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낮은 인건비로 고급인력 수급 어려워

   
▲ <표 2> 소프트웨어 평균임금

   
▲ <표 3> 2014년 SW기술자 노임대가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러한 지적에 대해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평균 연봉이 4,700~6,800만 원 수준이라며, 국내 임금근로자 연평균 임금 2,732만 원에 비해 126% 이상이라는 자료를 공개한 바 있다.<표 2>

하지만 이같은 미래부의 해당 통계에는 많은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해당 통계는 ‘SW기술자 노임대가’를 그 근거로 삼고 있다. SW산업협회는 매년 8월 ‘SW기술자 노임대가’를 공개하고 있는데, 미래부는 이를 근거로 소프트웨어 개발자의 평균 연봉을 계산했다.

하지만 ‘SW기술자 노임 대가’는 급여를 계산한 것이 아니다. ‘SW기술자 노임대가’는 기본급여+제수당+상여금+퇴직급여충당금+법인부담금을 모두 포함해 ‘일 평균’ 금액으로 나타낸 결과다.

따라서 이는 실제 임금으로 보기 어렵다. 이는 회사 측에서 발주를 따내기 위해 인건비를 계산하기 위한 자료일 뿐이다. 관계자들은 실제 임금 수준이 이것의 70% 수준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마저도 계약직이나 프리랜서 개발자의 경우 프로젝트 단위로 계약을 맺기 때문에 실제 1년 연봉과는 상이하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한 개발자는 “계약직과 프리랜서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SI 시장에서는 연봉 계산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계약직 개발자가 6개월짜리 프로젝트에서 월 3백을 받았다고 해서, 그 사람의 연봉이 3,600만 원이라고 계산하는 꼴”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개발 교육을 시행하는 것보다 제대로 된 임금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기업들은 기업들대로 인건비 보장이 어려운 현실에 대해 지적한다. 기업 관계자들은 특히 공공시장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상용SW를 도입하기보다는 SI 방식의 직접 구축을 선호하고 있고 ▲SW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으며 ▲행정편의를 위해 분리발주보다 통합발주를 선호하고 ▲결과적으로 SW의 가치 및 가격을 제대로 평가해주지 않는다는 것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의 SW 구축, 기업 전문성 축적 어려워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들이 있음에도 공공시장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특히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에 밀려 민간시장에서 기회조차 얻기 힘든 중소기업에게는 유일한 희망이라 할 수 있다.

지난 3월 미래창조과학부와 행정자치부가 공개한 ‘2015년 공공부문 SW·ICT 장비 수요예보’에 따르면 올해의 공공 SW·ICT 장비 전체 사업규모는 3조8,125억원이다. 이중 SW구축사업 예산은 2조7,196억원으로 작년 대비 1,485억원이 증가했다. 반면 상용SW 구매 예산은 2,477억원으로 작년 대비 16억원이 감소했다

관계자들은 이처럼 상용SW 구매 예산이 감소하고, SW 구축 예산이 증가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관계자들은 구축형 사업이 당장은 예산을 줄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작은 성공이 큰 실패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관계자들은 “시장에 다양한 상용 SW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공이 이를 구매하지 않는 게 문제”라며 “상용 SW시장이 확대돼야 전체 SW산업 활성화를 도모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환수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업정책실장은 “값이 싼 것은 신뢰성이 낮기 때문이고, 신뢰성이 낮은 건 전문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전문성이 부족한 건 소프트웨어의 값이 낮기 때문이다”라고 현 구조의 악순환을 지적했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만들어서 쓰는 것이 싸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싼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사다 쓰면 될 제품을 굳이 구축하는 것은 잘못된 발상이다. 똑같은 기능의 제품을 만든 회사는 어디에 공급해야 하는가. 당장 예산을 감축한 것처럼 보여도 장기적으로 본다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구축에서 구매로, 패러다임 변화 필요

김 소장은 이어 정부가 소프트웨어를 왜 소유하려고 하느냐고 반문했다. 소유의 패러다임이 아닌 ‘사용’의 패러다임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김 소장의 주장이다. 공공단체가 시스템을 구축해 소유하려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적재산권을 보유해 개발사 폐업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얼핏 합당해 보이지만 김 소장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소프트웨어의 특성상 버그는 필연적이다. 소프트웨어를 소유하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며 계속 수정·보완해야 한다. 버그가 있으면 고쳐야하고, 잘못된 것에 대해 정부가 책임져야한다. 그러니 문제가 생기면 개발사를 불러서 고쳐달라는 주문을 다시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관한 비용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지보수 비용을 올려달라고 계속 건의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2017년부터 유지보수 비율을 15%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전체 예산은 오르지 않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결국 기존의 SW 구축 및 구매 비용은 오히려 하락한 꼴이다.

이런 식으로 운영되다보니 자연스레 사업을 수주한 업체는 하도급으로 떠넘기기 바쁘다. 결국 가장 마지막에서 코딩하는 사람은 제대로 임금을 받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 구축될 수가 없다.

김 소장은 “이러한 와중에도 정부 소프트웨어 구축 사업은 실패하는 경우가 없다”며, “문제가 많은 소프트웨어를 도입했다면 실패사례를 쌓고 분석해야하는데, 현실은 오히려 숨기기 급급하다. 제대로 못쓰면서도 도입한 소프트웨어를 잘 쓴다고 보고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소장은 “용역개발을 하더라도 발주하는 사람이 모든 아이디어가 있는 경우라면 이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발하는 사람은 아이디어 없이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 이럴 때는 시간당 얼마의 인건비만 계산하면 된다. 굉장히 합리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개발하는 사람이 아이디어도 내고 코딩까지 하고 있다. 발주하는 사람이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는 좋은 아이디어를 낸다고 해도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공공부분 입찰, 강요나 다름없는 가격 삭감

업체들은 공공 조달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관계자들은 나라장터 등록이 까다롭고, 비용 절감 요구가 지나치며, 참여 시 기술평가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공공 발주 입찰의 경우 입찰 참여자들을 심사위원이 평가한 후, 평점이 높은 순서대로 협상을 진행해나가는 방식이다. 문제는 가격경쟁력에서 밀리면 아무리 기술력이 좋아도 입찰을 따 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업체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가격을 뺀, 기술로만 평가해달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현재의 평가 방식은 ‘기술평가’ 점수와 ‘가격평가’ 점수를 합산해 평가한다. 기술평가와 가격평가의 평가비율은 당초 8:2 수준이었지만 업계의 꾸준한 설득으로 현재 9:1까지 확대됐다. 얼핏 보기에는 합리적으로 보이는 평가 방식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헛점이 많다.

‘기술평가’는 다시 ‘수행경험’, ‘경영상태’, ‘기술인력 보유상태’, ‘신인도’ 등의 ‘정량적 평가’와 평가위원이 평가하는 정성적 평가로 나뉜다. 문제는 ‘정량적 평가’는 기술평가 중 25% 비중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술평가의 대부분은 심사위원이 평가하는 ‘정성평가’다.

하지만 여기서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해서, 그 점수가 그대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조달청의 ‘협상에 의한 계약 제안서평가 세부기준’ 별표 17에 따르면 평가 점수 산출은 ‘평가 부문별 평균점수보다 배점한도의 10% 초과하거나 미달하는 경우 토론해야’ 하며, 평가부문별로 순위에 따라 재조정된다. 그러므로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다고 해도 격차는 적어지고, 변별력도 낮아진다. <표 4>, <표5>

   
▲ <표 4> 협상에 의한 계약 제안서평가 세부기준 별표 17 ‘평가부문별 점수 조정 조건’

   
▲ <표 5> 제안서평가 항목별 점수조정 예시

이러한 상황에서는 아무리 기술 경쟁력을 갖춘다 하더라도 결국 가격을 놓고 비교할 수밖에 없다. ‘눈에 보이는’ 가격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기술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려운 구조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지만 가격은 기술평가 이후에 결정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관계자들은 기술만으로 제품을 평가한 후 가격 조정은 향후에 하는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 구조에서는 가격을 깎을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조풍연 한국상용SW협회장은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제안하고 싶다”고 입을 열었다. “첫째는 기술로 100% 평가한 후에 가격은 추후 협의하는 것이다. 인건비를 100% 보장받고, 기타비용에서 가감이 있을 수 있다. 이것이 힘들다면 투입된 인건비에 대해서는 후공정으로 지급하는 방법이 있다. 기준이 등급 노임제이던 가치중심 노임제이던 머릿수에 맞춰 주면 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인터뷰] 조풍연 메타빌드 대표이사/공학박사, 한국상용SW협회 회장

   
▲ 조풍연 메타빌드 대표이사/공학박사, 한국상용SW협회 회장

 


SW산업 공공시장의 문제점은?

SW 산업의 정부 공공부분 시장은 대부분 용역중심 시장으로 성장했다. 현재 상용소프트웨어는 2,600여개가 넘는다. 충분히 국가에서 구매해 줄 수 있음에도 아직까지 국가가 직접 개발해서 지적재산권을 보유하려는 사업을 많이 한다. 사실 이런 부분은 국가가 진행할 사업이 아니다.

지적재산권을 소유해서 보유하는 것은 예산절감이라는 명분에서 시작된다. 소스코드를 확보해서 기업이 망하더라도 소프트웨어를 유지하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용역사업을 줄이고 국가는 가이드라인만 제공하면 된다. 상용소프트웨어 업체나 SI업체는 그 가이드라인에 맞게 개발하고, 성능 규격이 규격에 적합하는지만 테스팅만 받으면 된다.
아직까지는 마인드가 바뀌지 않고 있다. 민수에서 성능과 레퍼런스가 검증되고 수출되는 제품이 있음에도 국가가 SI 개발에 나서는 사례가 많다.

무엇보다 소프트웨어에 돈을 안 쓰려는 제도가 문제다. 현재의 평가방법은 돈을 안 쓰려는 평가방법이다. 상용소프트웨어를 도입하지 않고 SI를 통해 구축하는 것도 결국 예산을 아끼려는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으로 인해 소프트웨어 발전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제대로 된 가치평가 없이 무조건 낮은 가격을 우선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아직까지도 소프트웨어를 단순 용역이나 물품으로 생각하고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전반적인 발주 프로세스들의 입찰 및 평가 부분에서 가치, 기술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

이러다보니 시장은 최저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인건비, 상용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비용이 사업 예산에 모두 포함돼 있다. 이러면 인건비 보장도 어렵다. 적어도 인건비는 보상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인건비를 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입찰구조가 잘못돼 있다는 방증이다.
 

해결할 방법은?

두 가지를 제안한다. 우선 입찰 시 가격을 제외하고 기술로만 평가해야 한다. 가격은 추후 협상할 수 있는 문제다. 이렇게 해야 가격을 통해 인건비를 온전히 보장할 수 있다. 물론 기타비용에서 가감은 있을 수 있다.

이것이 어렵다면 공수액과 인건비를 따로 나눠 후공정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 물론 투입된 인력에 대해서 사업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는 있다. 인원에 맞춰 들어간 대로 돈을 주면 된다. 이렇게 된다면 적어도 인건비는 확보할 수 있다.

분리발주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공학은 결국 큰 문제나 큰 요구사항을 작게 분할해 해결하고자 하는 방법론이다. 하나로 볼 때 해결할 수 없었던 큰 문제가 세분화하고 분할해 접근했을 때는 해결된다는 것이 곧 소프트웨어공학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봤을 때 분리발주는 소프트웨어공학의 철학과 일치한다. 분리발주는 소프트웨어 도입도 공정별로 분할해서 하자는 것이다. 분리발주가 제대로 돌아가면 상용소프트웨어 도입도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프트웨어는 가치산업이다. 장기적으로 가치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시장은 인건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인건비는 가치시장이라 보기 어렵다. 인건비 중심으로 흘러가다보면 글로벌 기업이 탄생하기 어렵고 시장 성장도 어렵다. 장기적으로 라이선스 시장을 만들어줘야 기업들의 국내성공, 인력양성, 세계진출이 가능하다.

분리발주, 투명한 평가, BMT 활성화 등 현재 준비 중인 제도들만 제대로 운영된다면 많은 것들이 바뀌리라 본다.


공정성 위해 전문성을 포기한 평가방식

이처럼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음에도 기술평가의 변별력이 없는 이유는 ‘공정성’ 논란 때문이다.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공공 분야의 입찰과정에서는 비리 등의 문제가 발생하곤 했다. 현재의 평가방식은 이러한 유착관계를 끊어내겠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다. 전문성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선정과정에서의 투명성을 더 중요시한 결과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적어도 심사위원들의 전문성은 확보돼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불만을 표했다. 심사위원들은 관련 전공 교수 등 나름의 전문성은 갖추고 있지만, 세부적인 해당분야 전문가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공정성이라는 명분하에 해당분야를 가장 잘 아는 ‘전문가’는 평가에 참여할 수가 없다.

유착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우선 배제하고 남은 인력들이 평가에 참여하고 있다. 비리를 원천적으로 막으려는 노력은 필요하지만, 지나치지 않느냐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이마저도 평가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관계자들은 15분 남짓의 발표로 평가가 정해진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상 인상비평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문성보다 유려한 발표로 좋은 점수를 얻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공정성과 전문성 둘 다 가져가야 한다. 같은 얘기를 그간 많이 했다. 공무원 및 정책 입안자들도 고민은 하는데 방법 마련은 어렵다. 불신사회가 소프트웨어 산업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이어 “소프트웨어는 지식산업이기에 ‘정량적 평가 기준’마련이 힘들다”고 강조했다.


정성평가 줄이고 가치평가 늘려야

많은 관계자들이 ‘정량적 평가’를 늘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응 마련도 쉽지만은 않은 상태다. 이는 소프트웨어가 아이디어와 창의력을 바탕으로 구축된 무형의 제품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이를 평가하기 위해 소스코드에 라인이 몇 개인가를 측정하는 방법이 사용됐다. 하지만 소스코드는 얼마든지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객관적 판단이 어려웠다. 그 대안으로 도입된 방법은 ‘펑션포인트’를 측정하는 것이다.

펑션포인트란 어떤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함수가 몇 개인지, 복잡도와 개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개발자의 창의성이나 아이디어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될 수 없다. 따라서 이를 절대적인 기준이라고 할 수 없다.

관계자들은 정량평가가 되지 않는 가장 큰 이유가 발주자의 요구사항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관계자들은 관련 공무원들이 ‘잘 모르는 상태’에서 ‘공적’을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된 가치평가나 가격산정이 어렵고 사업 진행단계에서 예산이 큰 폭으로 줄어들기도 한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소프트웨어를 도입할 때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를 가격으로 상정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도입을 통해 절약되는 인건비가 얼마인지, 그 금액에 대해 얼마정도의 대가를 낼 수 있는지 미리 따져보자는 것이다.
 

[인터뷰]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 KAIST 전산학과 명예교수

   
▲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소장, KAIST 전산학과 명예교수


소프트웨어 가치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는?

시장질서가 엉망이기 때문이다. 시장원리라는 것은 내버려두면 시장이 경쟁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가정하에서 기업이 생각하는 최저비용마저도 받을 수 없다면 납품을 포기하게 된다. 그러면 어느 정도의 선에서 가격이 결정되기 마련이다.

지금은 시장질서가 완전히 무너져 있다. 그런 시장 원리가 작동할 수 없는 상황이다. 구매하는 입장에서는 도입할 경우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를 가격으로 상정해 볼 필요가 있다. 소프트웨어를 구매를 통해 어느 정도의 도움을 얻을 수 있는지, 그 도움을 받기 위해 얼마 정도를 투자할 수 있는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사용부처가 냉정하게 예산을 계산할 수 있다면, 예산이 깎여나가는 일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사용부처에서도 실제 금액이 얼마나 들어가는지 잘 모르는 상황이다. 우선 사업을 추진하고 본다. 이러다보니 예산이 반 토막 나도 사업이 진행된다. 예산을 심의하는 기획재정부도 마찬가지다. 예산을 줄여도 사업은 추진된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이같은 일이 반복될수록 문제는 심각해진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가격수준이 맞지 않으면 입찰을 포기해야 하는데 무조건 따내고 보자는 식이다. 제 살 깎아먹기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어떤 식으로 고쳐나가야 하는가?

지난 20년간 정부공공분야 시장에서의 문제점이었다. 우리 연구소에서도 고민하고 제도를 준비하고 있다. 가장 우선적으로는 정부가 뭐를 해달라는 것인지 명확히 하라는 것이다. 이게 가장 우선이다. 무작정 사업을 벌일 것이 아니라, 전문가를 통해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어떤 시스템이 필요하고 얼마정도 드는지 전문가를 통해 정확히 산정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의 ISP(Information Strategy Plan)가 필요하다.

또한 분리발주 확대가 필요하다. 물론 분리발주도 어려운 점이 많다. 과제를 잘라서 계약단계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또한 공무원들의 일은 복잡해질 수 있다. 책임 또한 늘어난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일을 나누지 않으면 ‘적당히 만들어주세요’가 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분리발주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현재 권고사항인 분리발주를 의무화하는 입법을 추진 중에 있다.

예컨대 집을 짓는 것과 비교해볼 수 있다. 만약 누군가 집을 짓고 싶다면 필요한 것을 먼저 파악할 것이다. 식구가 몇 명인지, 욕실은 몇 개가 필요한지, 안방, 서재, 거실의 배치, 냉난방 시설은 어떻게 할 것인지, 사용 가능한 예산은 얼마인지 등 요구사항을 먼저 구체화해야 한다.

그리고 설계사를 찾아가 예산 안에서 설계를 맡기고, 설계사는 설계비용을 받아 설계를 진행한 후 설계도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시공은 시공업자에게 맡긴다. 분리발주란 이런 것이다. 정보 시스템도 이런 식으로 진행돼야 한다. 지금까지는 그냥 ‘예산 안에서 만들어 와’라는 식이었다.

장기적으로 보면 공무원조직도 변화해야 한다. 앞으로는 더더욱 유연성 있는 조직이 필요할 것이다. 속도를 내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 공공 조직은 유독 느린 편이다.

회사는 철저하게 이익을 위해 움직인다. 공무원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계속 대국민 서비스에 대해 공부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현재는 공무원들의 순환보직 등으로 인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지금까지 구축된 정보시스템이나 대국민서비스 등은 공무원들의 주도로 만들어진 경우가 거의 없다. 외국에서 하니까 따라하거나 대기업이 제안하고 승인하듯 구축한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 당연히 제안한 대기업이 사업을 진행했다. 정부가 뭘 하면 좋을까를 정부 스스로가 아닌 대기업이 연구했다.

특히 공공 조직들은 새로운 시도에 대해 큰 부담을 갖고 있다. 실패하면 처벌부터 걱정한다. 그러다보니 일을 진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지도자가 공무원들이 역동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자극주고 교육해야 한다. 분리발주 등으로 책임이 많아진다는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에게는 분명 좋은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분리발주 확대 및 거시적 관점 필요

관계자들은 가장 필요한 것에 대해 분리발주의 확대적용이라고 입을 모았다. 분리발주가 확대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권고사항에 그치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측은 현재 분리발주를 의무화할 수 있도록 입법화를 추진 중이라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분리발주와 BMT의 확대, 입찰 선정의 투명화 등이 전제된다면 상황이 많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미시적인 제도개선이 아닌 거시적 패러다임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조풍연 한국상용SW협회장은 “분리발주야말로 소프트웨어공학적인 접근 방식”이라며 분리발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프트웨어공학은 큰 문제를 작은 문제로 나눠서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다. 마찬가지로 소프트웨어 발주를 둘러싼 많은 문제가 분리발주의 확대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며 분리발주에 대한 기대를 드러냈다.

조 회장은 이어 “우리나라는 수준 높은 인적자원이 많다. 소프트웨어로 충분히 일본, 중국과 경쟁할 수 있다. 다만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에서는 어렵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정책이 아니라 문화, 거시적인 관점이 바뀌어야 한다. 백화점식·암기식 교육부터 각종 거래형태와 소프트웨어의 가격을 깎으려는 제도들로는 경쟁이 힘들다. 지금까지 많은 제도를 개선해 왔지만, 개별 소리를 잠재우는 데 그쳤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우리나라 소프트웨어가 발전하려면 소프트웨어 정책, 조달, 예산, 평가 등 모든 요소가 맞물려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작부터 감사단계까지 바꿔야하는데 현재는 가장 후순위인 정책만 바꾸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가 직접 나서는 사업 지양해야

관계자들은 공공기관이 SW를 직접 다 만들려고 하는 패러다임부터 고쳐나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진형 소장은 “공공기관이 산업 생태계를 염두에 두지 않고 직접 구축하는 행태는 발전기를 두고 직접 전기를 발전해서 쓰겠다는 것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격이 적게 들어가는 것처럼 보여도 효율적인 면에서는 손해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발전해서 주는 전기 사다 쓰면 되는 것이다.

김 소장은 마찬가지의 이유에서 공공주도 사업이 민간주도 사업으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무원들도 그래야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 하지만 변하는 속도는 꼴찌다. 공무원들이 주도해서 잘된 사업들 분명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 공무원이 주도해 나가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자정부를 예로 들며, “전자정부가 일등이라고 늘 자랑하지만, 10년 전과 크게 달라진 것 없다. 시장을 통해 유통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십년 후를 내다보아야 한다. 작은 성공이 큰 실패를 부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큰 사상의 변화 있어야한다. 공무원이 모든 책임을 떠맡을 필요가 없다. 공무원은 책임자가 아니라 사용자면 된다. 좋은 것 고르면 된다. 실력도 없으면서 모든 책임 떠맡으며 사업을 이끌어 나갈 필요가 없다. 과감하게 공무원이 할 수 없는 것들은 민간에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계자들은 미래창조과학부의 R&D 사업들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관계자들은 2차산업과 달리 소프트웨어의 R&D는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직접 R&D에 뛰어들어 힘들게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시장에서 수요가 부족하면 결국 사양될 뿐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R&D에 예산을 투자하기보다는 R&D를 기업에게 맡기고 생태계를 키우는 데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

조풍연 한국상용SW협회장은 “아무리 좋은 기술이어도 사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R&D는 공급자 중심 시장이다. 만들어봐야 시장이 없다면 내수 검증도 해외진출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환수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산업정책실장 역시 “소프트웨어 산업 위해서 R&D 투자에 나설 필요가 없다. 원천 R&D는 물론 필요하지만 응용 R&D는 다르다. 제품을 제값 주고 사면 알아서 R&D를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보상은 제 값에 사주는 것이다. 원하는 제품을 만들면 원하는 값에 사주는 것이 가장 좋은 생태계 확대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적 개혁 필요

관계자들은 시장 원리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격은 국가가 강제하는 것이 아닌 시장에서 결정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가격구조는 기존 기업 전산실이 독립하면서 업무가 그대로 이양된 것에서 시작했다. 처음부터 원가 비용을 산정하는 가치 기준이 빠져 있었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며 IMF 금융위기가 발발했다. 넘치는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가장 좋았던 사업 중 하나가 소프트웨어였다. 문제는 준비되지 않은 인력이 지나치게 많이 양산됐다는 것이다. 갑자기 늘어난 공급 탓에 진짜 기술력이 있는 인재나 기업이 구분되지 않았다. 자연스레 품질과 신뢰가 떨어지고 가격 또한 떨어졌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전반적인 가치 하락이 뒤따랐다.

관계자들은 지금이라도 시장 원리를 바로잡아줄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분리발주와 BMT의 확대 등이 그 장치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보다 더 시급한 것은 문화적인 변화다.

각종 심사위원들이 제도적인 규제 없이도 공정성을 가지고 투명한 평가를 하고, 대기업이 모든 시장을 독식하지 않으며, 갑-을로 얽힌 하도급 문화가 아닌 상생의 문화가 형성됐을 때 비로소 ‘형태가 없는’ 기술과 창의성의 가치를 인정해줄 수 있는 문화가 마련될 수 있다고 관계자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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