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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세금은 뒷전’인 글로벌 IT기업들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논란, ‘구글세’·‘외감법’ 등 현실적인 견제체계 시급

[컴퓨터월드] 연말연시를 맞아 기업들은 나름대로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활동을 통해 다방면의 사회 환원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이 영업 외 CSR활동에 나서고 있는 것은 분명 보기 좋은 일이지만 이에 대해 마냥 긍정적인 시각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글로벌 기업들이 각종 편법을 사용해 조세를 회피하면서 진행하는 CSR은 ‘생색’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케팅에 도움이 되는 CSR에는 기꺼이 비용을 지출하면서도 국가 간 조세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각종 세금을 절감하는 기업 행태 때문이다.

1월부터 이러한 편법 절세를 막기위해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이하 국제조세조정법) 일부 개정안이 시행된다. ‘구글세’ 도입의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구글세’가 실효성을 얻기 위해서는 다른 여러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아직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이하 외감법) 개정안의 시행 등 후속조치가 시급하다.

   
▲ G20 정상이 지난 11월 15일~16일 터키에서 BEPS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BEPS’, 다국적 기업의 세금회피 위한 ‘꼼수’

‘구글세’는 글로벌 기업들이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BEPS)’을 통해 조세를 회피해왔던 행위를 막기 위해 부과하는 세금이다. 구글, 애플, MS 등 대규모 글로벌 기업들은 기존 국제조세제도의 허점이나 국가간 세법차이 등을 이용해 글로벌 세금 부담을 줄여왔다.

이들 기업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전략 중 하나는 ‘조세조약 남용’이다. 조약상 규정된 혜택을 통해 조세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해 조약상 요건 또는 제약을 인위적으로 충족하거나 회피하려는 행위를 뜻한다. 제3국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하는 트리티 쇼핑(Treaty shopping)이 대표적이다.
   
▲ 조세조약 남용 사례

   
▲ 구글, 애플 등의 조세회피 흐름도

BEPS로 인한 글로벌 법인세수 감소분은 매년 전세계 법인세의 4~10%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2014년 기준 1,000억 달러에서 2,400억 달러에 달하는 금액이다. 그간 애플이나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은 각국에서 얻은 수익을 특허 사용료나 이자, 컨설팅 비용 등의 명목으로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 등의 국가 계열사로 넘겨 세금 부담을 줄여왔다.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 에릭 슈미트 회장은 지난달 “구글세를 비롯 각국의 조세법을 따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팀 쿡 애플 CEO는 미국내에서 조세회피 의혹이 불거지자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 상원 상임 조사 분과위원회는 애플이 해외에 설치된 3개 사무소를 활용해 미국에 내야 할 세금을 2012년 한 해에 90억 달러(10조 6,400억 원) 규모로 절세(節稅)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힌 바 있다.

애플은 미국 외 시장에서 생긴 이익금 1천811억 달러(214조 1천억 원)를 보유하고 있는데, 만약 이를 미국으로 가져오려고 시도한다면 592억 달러(69조 9,800억 원)의 세금을 미국 정부에 내야 한다.

쿡 CEO는 “애플은 내야 할 세금을 단 1달러(1천180원)도 남기지 않고 다 낸다”면서 “애플이 해외에서 낸 이익을 미국으로 가져 올 경우 40%의 세금을 물게 된다. 그렇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의 세법이 산업시대에 맞게 만들어진 것이고 디지털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제조세조정법’ 개정…구글세 도입 발판 마련

 이러한 조세회피를 막기 위해서는 국가 간의 다방면 공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OECD와 G20은 2012년부터 공동으로 BEPS 대책을 마련해 왔다. 2015년 10월 5일 OECD와 G20는 ‘BEPS 대응 관련 최종보고서’를 발표하고 조세회피를 막기 위한 15개 과제를 마련했다. 지난 11월 터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해당 보고서가 확정됐으며, 한국 등 합의국은 국가별로 2016년 세법 개정안부터 조세회피 방안을 단계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 BEPS 과제별 대응조치

BEPS 프로젝트는 3대 주요분야에 중점을 두고 추진된다. ▲국가간 세법 차이, 특혜 조세제도 등을 활용한 조세회피를 방지해 과세 일관성을 확보하고 ▲국제기준 정비 및 기업 거래정보 공유, BEPS 분석 등을 통해 투명성을 제고하고 ▲과세 원칙을 보다 확실히 예측할 수 있도록 해 기업들의 조세회피 계획수립을 사전 차단한다는 것이 BEPS 프로젝트의 3대 목표다.

우리나라도 ‘국제조세조정법’ 일부 개정안 시행으로 ‘구글세’ 도입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매출액이 연간 1,000억 원 이상이고, 국외 특수관계인과 거래규모가 500억원 이상인 내국법인 및 외국법인의 국내사업장은 ‘국제거래정보통합보고서’를 국세청에 제출해야 한다. 그동안 다국적기업은 한국법인과 국외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액 등만 보고해 왔다. 현재 ‘국제거래정보통합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 해당기업은 약 570여개 정도로 추산된다.

‘국제조세조정법’ 개정안은 ‘국제거래정보통합보고서’의 제출을 의무화하고, 금융회사의 금융거래 상대방에 대한 인적사항 등의 확인 및 보유 근거, 또한 금융정보 제공 금지 및 비밀유지 등의 의무 불이행에 대한 양벌규정 근거를 마련했다. 이에 더해 해외금융계좌 신고대상 재외국민의 범위를 확대했다.

올해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2017년부터는 보고서가 제출되며, 각국의 통합보고서는 국가간 공조를 통해 공유될 예정이다. 각국은 공유된 정보를 바탕으로 각 기업의 조세율을 조정하는 등 조세회피를 적극 규제할 예정이다.


글로벌 회사들 CSR 현황

글로벌 기업들은 다양한 CSR 활동을 펼치며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형적 자산의 기부보다는 무형적 활동이 많은 편이었으며, 매출 규모에 상관없이 무척 상이한 행태를 보였다.

 
   
▲ 글로벌 IT기업 CSR현황

MS의 경우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약 5억 9천만 원을 지역사회에 기부해왔다고 밝혔다. 외에도 비영리단체 지원, 교육사업 지원, 스타트업 지원, 제품 기증 등 많은 사회적 공헌활동을 벌였다. 오라클의 경우 산학협력, MOU등을 통해 교육활동에 나서고, 바자회, 복지시설 방문, 연주회 등 재능기부를 통한 봉사활동을 진행해왔다. 바자회의 수익금은 기부에 사용됐다.

SAP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상에 2014년 한해동안 4억 8천만여 원을 기부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전 세계적으로 고기능 자폐인 직업훈련 및 채용을 진행해왔고, ‘디자인씽킹’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델의 경우 전자공시시스템에 기부금 명목으로 잡힌 비용은 따로 없었지만 복지시설을 방문, 선물 전달과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은 나름의 사회공헌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그 비중이나 규모를 짐작하기는 어렵다.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에 비해 다소 적은 경우도 있었으며, 생각보다 많은 규모로 CSR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한 관계자는 “많은 금액을 사용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편법적인 절세를 통해 부당한 이득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구글, 애플, MS, 오라클을 비롯해 HP 등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외부감사’의무가 없는 ‘유한회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투명한 회계 위한 외감법 개정 시급

‘유한회사’는 ‘주식회사’의 하나의 형태이지만 주식회사와는 달리 외부감사의 의무가 없다. 금융위원회는 유한회사와 비영리법인의 회계감독이 이뤄지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음을 지적하며 2014년 10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을 ‘주식회사 등의 회계 및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로 개정한다고 입법예고했다. 하지만 아직 세부적인 논의가 남아있어 실제 적용이 늦어지고 있다.

중앙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정도진 교수는 “현재 ‘회사의 형태’에 따라 감사 의무가 달라지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이다”라며, 외감법 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영국, 독일, 호주 등 주요 국가는 외부감사 의무를 ‘회사법/상법상 모든 회사’로 두고 있으며, 면제 요건은 ‘총자산’, ‘매출액’, ‘종업원 수’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매출액 규모는 거래처·소비자 등 이해 관계인 수, 과세를 위한 회계투명성 필요성 등과 높은 관련성 있는 지표다.

   
▲ 외부감사 해외사례

2011년 상법이 개정되면서 유한회사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됐고, 지분 양도 허용 등 주식회사와 경제적 실질이 유사해졌다. 주식회사는 유한회사에 비해 자금을 조달할 때 유리한 면이 있지만, 자금 조달이 사실상 필요하지 않은 글로벌 기업으로서는 불필요한 ‘간섭’을 받을 필요가 없는 유한회사를 선호하게 된다. 이러한 측면 때문에 유한회사로 돌아서는 글로벌 회사 또한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2010년 306개였던 자산 1천억 원 이상 유한회사는 2013년 537개로 급속히 증가했다.

   
▲ 유한회사 규모별 현황

이처럼 대규모 유한회사가 많아지며 이해관계자가 덩달아 많아진 상황이다. 따라서 이해관계자들이 파악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 또한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유한회사는 회계처리 기준, 외부감사 의무, 재무제표 공시 등 외감법상 규율이 적용되지 않아 규제공백이 있는 상태다.

외감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유한회사 외부감사가 의무화되며, 회계처리 기준, 내부회계관리제도 등이 비상장 주식회사에 준하는 규율로 적용된다. 감사보고서 공시의무는 차후 시행령에서 구체화될 예정이다.

현재 외감법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중에 있으며, 금융위원회 담당자는 내년 상반기에 법안이 시행될 수 있을 것이라 대답했다. 한 관계자는 법제처와 금융위의 알력다툼이 외감법 개정안 통과가 늦어지는 원인일 수 있다고 조심스레 진단했다. 법제처가 주관하는 상법과 금융위가 주관하는 외감법상 해석차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과의 공정경쟁 조성 시급

유한회사의 감사 및 공시의무가 없는 현 상황에서, 해당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에서 정확히 어느 정도 매출을 내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국제조세조정법’개정으로 해당 보고서가 제출될 예정에 있지만 감사의무가 없는 한 분식회계 등 편법의 가능성이 남는다.

따라서 ‘구글세’가 제대로 동작하기 위해서는 ‘외감법’ 개정 등 여러 체계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특히, ‘외감법’과 ‘구글세’는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할 수 있고, 이해관계자들의 정확한 판단 근거가 마련되므로, 글로벌 기업들의 매출 및 CSR활동을 이해당사자 및 전국민이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빠른 통과가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구글이 모바일 앱마켓에서 2조 원, 애플 앱스토어는 1조4000억 원을 번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구글과 애플의 국내 매출은 아일랜드로 보내져 한국에서는 세금을 거의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이와 유사한 방법을 활용해 조세를 회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한국 기업들은 역차별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4조 4천억 여 원, 네이버의 경우 1,500억 여 원의 법인세를 납부했다. ‘구글세’ 도입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도 이러한 ‘공정경쟁’ 조성 때문이다.

이처럼 글로벌 기업들은 각국의 조세제도를 절묘하게 이용하고 있다. 어떤 측면에서는 국내 기업들보다 국내법을 더 잘 이용해왔다. 정관영 변호사는 “국가체계가 기업체계를 못 따라가고 있다. 기업이 등장한이레 계속돼왔던 현상이다. 기업이 국경을 넘다들기 시작하며, 국가의 재판관할, 조세 관할범위에 대해 대응하지 못해왔다. 국가 간의 다차원적 공조와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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