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 국내 기업들 PC서버 시장 진출, 2016년 - 중소기업 경쟁제품 지정

 

 

[컴퓨터월드] 20년 전 PC서버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초기 x86 서버는 당시 유닉스 서버에 비해 저렴한 가격대비 성능으로 시장을 조금씩 넓혀 가고 있었다. 또한 범용성과 개방성, 호환성 등의 장점을 앞세워 중소규모의 워크그룹 서버로 각광받으며 시장 확대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당시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 등 국내 PC 업체들과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은 ‘펜티엄프로’를 탑재한 제품을 출시하며 PC서버 시장에 진출, 컴팩과 HP가 주도하고 있던 시장을 파고들고자 했다.

현재의 x86 서버는 발전을 거듭해 유닉스 서버에 견줄만한 성능과 안정성을 갖추게 됐다. 특히 클라우드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서버 시장에서 그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96년 폭발적으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던 x86서버는 2000년대에 진입하며 서서히 유닉스 서버를 밀어내기 시작했고, 결국 2012년에는 x86 서버가 유닉스 서버의 점유율을 넘어서기에 이르렀다. 20년 전 컴퓨터월드를 통해 현재의 국내 x86 서버 시장을 돌아본다.
 

유닉스 잠식을 시작한 PC서버

본지 조사에 따르면 PC서버는 96년 1/4분기 당시 1,730대, 160억 8천만 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했다. 이는 전년도 총 판매량 3,110대의 절반 가량을 한 분기 만에 달성한 것이었다. 이런 추세라면 그해 전체 PC서버 시장은 95년에 비해 수량과 금액 면에서 각각 395.5%, 370.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판매량 기준으로 1만 2,300대, 금액 기준으로 1,111억 8천만 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된 것이다.

PC서버 시장의 이 같은 급성장은 당시 제품의 고성능화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과거 유닉스 서버가 독식해 온 서버 시장을 점차 잠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인텔칩과 마이크로소프트의 OS를 기반으로 하는 PC서버가 유닉스 서버에 비해 범용성, 개방성, 호환성 면에서 앞선다는 것이 당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설명이었다. 또한 당시 핵심 플랫폼으로 떠오르고 있던 윈도우즈NT용 애플리케이션들이 RISC칩보다 인텔칩에 먼저 포팅 되던 추세도 PC서버의 장래를 밝게 했다.

이전까지 무조건 유닉스 서버만을 선호하던 사용자들이 그 즈음 정확한 업무 분석을 통해 제품을 구입하는 경향을 보이던 것도 PC서버의 수요 확대에 한 몫을 했다. 특히 이 시기는 PC서버가 중소규모의 워크그룹 서버로 각광받기 시작하고 있었던 시점으로, PC서버가 독자적인 서버 제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던 때였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동일 사양의 경우 유닉스 서버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구입 부담이 적었다는 것도 수요를 자극한 요인이었다. 과거 5천~6천만 원을 호가하던 중형 서버 대신 1천~1천 5백만 원 정도의 PC서버로도 충분히 그 기능을 대체할 수 있게 돼, 중소 규모의 업체들도 적은 비용으로 네트워크 환경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여기에 클라이언트 서버와 다운사이징 등 시스템 환경의 변화 역시 PC서버의 수요를 재촉하고 있었다. PC서버가 네트워크 구축 솔루션의 핵심 부문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던 중이라고도 말할 수 있었다. 때문에 한국3COM이나 한국베이네트웍스 등 네트워크 전문 업체들이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던 시기였기도 했다.

 

▲ 95년 국내 PC서버 시장 점유율


인텔 ‘펜티엄프로’ 출시…PC서버 도입 촉진

95년 말 출시된 인텔의 신제품 ‘펜티엄프로’를 채택한 제품들이 본격적으로 출시되고 있던 것도 PC서버의 도입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을 수 있었다. 당시 공급 업체들은 펜티엄프로를 채택한 PC서버가 가격대성능비 면에서 유닉스 서버보다 앞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인텔 역시 펜티엄프로를 이용할 경우 그동안 서버 급에서 운영되던 데이터베이스와 엔터프라이즈용 애플리케이션, CAD/CAM, 그래픽소프트웨어 등을 데스크톱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96년 4월 말 코오롱정보통신은 펜티엄프로 166MHz와 200MHz 제품을 최대 4개까지 탑재할 수 있는 ‘레볼루션 쿼드6’를 선보였으며, 한국IBM은 5월 초 166MHz 펜티엄프로를 2개까지 확장할 수 있는 ‘704’ 모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후 96년 6월에는 한국컴팩, 한국HP, 한국디지탈, 삼성전자, 한국에이서 등이 잇달아 제품을 내놓았다. 한국HP는 ‘넷서버 LX’와 ‘LH플러스·프로’, 한국디지탈은 ‘ZX’ 모델, 한국에이서는 ‘900’ 시리즈, 삼성전자는 펜티엄 200MHz를 2개까지 장착한 제품을 출시했었다.

특히 한국컴팩은 6월 발표한 펜티엄프로 제품을 앞세워 그동안 RISC서버가 주도해 온 중형DB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참여한다는 방침을 세우기도 했다. 여기에 각 PC서버 제품들이 시스템 관리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제공하고 있던 점도 PC서버의 입지를 강화하는 요인이었다. 시스템 관리 프로그램은 초기 시스템 설치의 최적화를 비롯해 프로세서의 온도, 냉각팬의 동작, 시스템 전압, 메모리 오류, 자산관리, 보안관리, 원격 유지보수 등 다양한 관리 기능을 제공해 서버의 활용을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이 같은 시스템 관리 프로그램으로는 한국컴팩의 ‘인사이트 매니저’, 한국HP의 ‘넷서버 내비게이터’, 한국IBM의 ‘TME 10 넷피니티’, 한국에이서의 ‘서버 매니저’, 코오롱정보통신의 ‘인포매니저’, 한국디지탈의 ‘서버웍스매니저’ 등이 있었다.


신규 업체들의 대거 등장

한편 1995년 한국컴팩은 국내 PC서버 시장에서 67%의 수량 기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그 뒤로 한국 HP가 17%, 한국 IBM이 10% 가량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어 한국디지탈과 한국에이서가 약 3%의 점유율을 차지, 국내 PC서버 시장은 글로벌 업체들이 장악한 한해였다.

이런 상황에서 삼보컴퓨터, 삼성전자, 뉴텍컴퓨터, 코오롱정보통신, 한국 델컴퓨터 등 신규 업체들이 대거 PC서버 시장에 등장한 것도 시장 확대를 촉진한 이유 중 하나였다. 당시 PC서버의 마진율은 15% 정도로 일반 PC에 비해 높았으며, PC의 추가 판매가 가능하다는 점이 공급업체에게 매력적이었다. PC서버는 한 번 공급하면 지속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했기 때문에 고정 고객을 자동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었다.

특히 폭넓은 유통망을 기반으로 국내 PC시장을 주도하고 있었던 삼보와 삼성은 이를 기반으로 PC서버 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었다. 96년 3월 말 4종의 PC서버를 발표하고 시장에 뛰어든 삼보컴퓨터는 전체 PC서버 시장의 10% 이상을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4월 말 ‘매직파워 프로 610’을 선보였던 삼성전자 또한 그해 1천 대 정도는 무난하게 판매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AST 맨하탄’ 시리즈의 영업 방침을 세워 놓고 준비하고 있었다. 국내 대기업의 PC서버시장 진출은 그동안 국내 시장을 주도해온 한국컴팩 등 외산 업체들과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었다.

 

▲ 96년 국내 PC서버 시장 업체별 점유율 추산

컴퓨터월드가 당시 각 업체들로부터 조사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예측에 따르면, 1996년 서버 시장은 기존 글로벌 업체 독식 판도에서 벗어나 삼보컴퓨터, 삼성전자, 코오롱정보통신 등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할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컴팩의 수량 기준 점유율은 32.6%로 크게 줄고 대신 한국IBM과 삼보컴퓨터, 삼성전자, 한국에이서 등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전체 시장이 95년 3,100여대 수준에서 96년 12,000여대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기 때문에 각 업체들은 출혈 없이 PC서버 부문에서 큰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20년 후, 여전히 글로벌 기업이 주도하는 x86 서버 시장

현재의 x86 서버는 여전히 유닉스 서버에 비해 저렴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으며, 단점으로 지적됐던 보안과 안정성 면에서도 유닉스와 별반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최근 클라우드 인프라가 확산되면서 기업 IT 시장에서도 수요가 크게 늘고 있으며, 안정성을 추구하는 국내 금융권에서도 x86 서버의 도입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저렴한 가격과 향상된 성능을 무기로 2000년대부터 유닉스 서버의 시장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위협하던 x86 서버는 2012년 결국 점유율면에서 유닉스 서버를 넘어섰다. 지난해 11만 8천여 대로 추산되는 국내 x86 서버 판매량은 20년 전과 단순 비교해도 38배나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판매량이 회복세를 보이긴 했지만 역대 최대치는 아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x86 서버는 그동안 더욱 큰 성장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 2015년 국내 x86서버 판매량 추산

2015년 국내 x86서버 시장 상황은 20년 전 컴팩이 PC서버에서 65% 이상을 독식하고 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x86 서버 시장에서 한국HPE가 판매량 기준으로 47%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델코리아와 한국레노버가 각각 25%와 15%의 판매 점유율을 차지하며 HPE의 뒤를 이었고, 이어 한국후지쯔가 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국내 업체인 이슬림코리아가 뒤이어 2%의 점유율을 차지했으며, 한국오라클은 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IBM의 x86사업을 인수한 중국 업체 레노버는 물론이고 인스퍼코리아, 한국화웨이 등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국내 시장 공략을 강화, 중국산 x86 서버의 시장 진입도 시작됐다. 특히 인스퍼코리아는 2015년 4분기 국내 시장에 첫 등장, 600여대의 공급 실적으로 주목받았으며 국내 중소기업에 주문자생산방식(OEM)으로 제품을 공급하는 등 공공시장에 우회 진입하는 전략을 사용하며 경계 대상으로 떠올랐다.

한편 20년 전 PC서버 시장에 야심차게 발을 내딛었던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 등 국내 기업들은 현재 모두 철수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2008년 말을 기점으로 PC와 노트북 브랜드만을 남겨놓고 서버 사업에서 조용히 철수했다. 서버 시장 축소가 그 이유였다. 삼보컴퓨터는 2000년대 초반까지 PC 시장에서 자리를 지켰으나, 문어발식 사업 확장과 실적 부진 등이 겹치면서 2005년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 서버 제품은 2004년까지 출시하다 중단했다. 지난 2013년 조용히 서버 제품을 재출시하고 공공기관 서버 시장 문을 다시 두드렸으나, 이렇다 할 실적은 없는 상태다.


‘중소기업 경쟁제품’ 지정된 x86 서버

한편 글로벌 대형 업체가 주도하는 x86 서버 시장 상황 속에서 국내 중소기업을 위한 제도적 보호 조치가 시행됐다. 지난 2014년 한국클라우드컴퓨팅연구조합은 x86 서버 및 스토리지 제품에 대한 ‘중소기업간 경쟁제품’ 지정을 신청하며 업계에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반대하는 입장을 보인 업계 관계자들은 “국산 서버라는 명목으로 국내 중소기업이 판매하고 있는 제품들은 외산 부품을 조립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면서 “CPU는 인텔, 보드/섀시는 대만·중국산 제품, HDD도 외산 제품을 사용한다. 국내에서 조립만 하는 서버를 국산 서버라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외산 x86서버를 국내 공공시장에서 ‘원천봉쇄’하는 것이 오히려 국내 중소기업의 판로 개척 및 글로벌 진출을 막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기존 외산 서버에 국산 솔루션을 결합, 공공분야에 제공하던 업체들의 국내 입지가 줄어들고, 한국 HP등과 협력하던 300여 중소기업들도 피해를 볼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때문에 공공시장에서의 서버 제품이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는 것은 일부 업체에게만 특혜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업계의 갑론을박을 거친 x86 서버는 결국 올해 1월 1일부터 2.5GHz 이하 제품에 한해 ‘중소기업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됐다.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지정 제도는 국내에서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중소기업이 10개 이상이고, 공공기관의 연간 구매 실적이 10억 원 이상인 제품에 대해 대기업의 공공조달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공공기관은 해당 중소기업과 우선적으로 계약해야 하며, 이후 3년간 중견 및 대기업의 공공조달시장 납품이 제한된다.

때문에 현재 국내 서버 업체는 공공기관 조달을 중심으로 중소업체만이 남았다. 현재 나라장터에 등록된 중소업체는 이슬림코리아, 태진인포텍, 유니와이드테크놀러지, 삼보컴퓨터, 에이텍 등이 있으며, 최근 7개 업체 정도가 추가로 등록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글로벌 업체가 주도하는 전체 시장에는 진입하지 못하고, 공공기관 조달이라는 한정된 시장에서 벌어지는 경쟁으로는 그다지 의미 있는 결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중국 업체들이 OEM 방식으로 우회 진입하며 중소기업간 경쟁 제품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이처럼 한동안 어지러웠던 국내 x86 서버 시장은 앞으로도 글로벌 기업들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3년간 지속될 x86서버의 ‘중소기업 경쟁제품’ 지정이 국내 서버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 컴퓨터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