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섣부른 결정, SW중심사회에 역행”

[컴퓨터월드] SW공학센터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으로 흡수·합병될 예정이다. 이번 합병으로 SW공학센터는 설립 6년여 만인 오는 11월 1일 문을 닫게 돼 관련 업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9월 12일 진행된 이사회는 이 같은 결정에 대해 ‘NIPA 본원과의 시너지를 위해서’라 언급했지만, 명분에 가깝다는 게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지난 2014년과 지난 4월에도 드러난 NIPA 관계자 두 명의 뇌물 수수 혐의와 함께 내부 감사를 통해 드러난 ▲인력관리 문제 ▲본원과의 업무(일부) 중복 등으로 인한 혼선 ▲장기전략 부재 등이 흡수 합병의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치적 논리보다 가치와 중요성이 더 먼저

이번 흡수 합병은 SW공학센터를 비롯해 본원인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힘이 없는 기관이었기 때문이라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산하 기관인 만큼 미래부의 담당 국장을 비롯해 차관, 장관의 의지에 따라 언제든 좌우될 수 있다. 기관의 필요성 및 중요성, 가치 등 정작 중요한 것은 차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사회는 교수, 벤처기업회장, 기획재정부와 미래부 담당 국장, 언론인 등 각계 대표자들로 구성돼 있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최상급기관인 미래부의 의견과 의지에 반론을 제기하기는 쉽지 않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번 SW공학센터 흡수 합병은 중요성이나 가치를 따지기 이전에 미래부의 기관 폐지 의지에 따라 결정했을 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일부 직원의 뇌물수수는 당연히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하겠지만, SW공학센터의 존재가치에 대해 먼저 논의를 한 후 흡수 합병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게 마땅한데 그러한 절차상의 과정도 거치지 않고 미래부의 의지에 따라 섣부른 결정을 했다는 의견이다.

NIPA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무슨 힘이 있느냐? 미래부 담당자들이 부르면 언제든 달려가야만 하고, 동일한 자료를 두 번 세 번 요구하는 대로 언제든 제공해 줘야만 하는 등 하라는 대로 하는 게 현실”이라며, “이로 인해 본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숨 섞인 불만을 토로했다.

폐지는 ‘힘의논리’, “독립 운영 필요”

업계에 따르면, SW공학센터는 지난달 이사회를 거쳐 11월 1일부로 NIPA본원에 합병될 예정이다. 공학센터의 6개 팀 중 ‘SW공학기술팀’과 ‘SW품질혁신팀’ 등 2개 팀만 유지되며, 나머지 4개 팀은 NIPA 본원의 각 부서로 해체·흡수될 예정이다.

SW공학센터는 SW공학기술의 현장적용 및 확산을 통해 국내 SW의 품질 및 개발 생산성을 제고한다는 목적으로 지난 2009년 11월 5일에 기존 NIPA의 ‘SW공학단’을 NIPA로부터 분리해 개설됐다. 2016년 예산은 176억 원에 달하며, SW기업 및 SW제품의 글로벌 품질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공학기술 현장적용을 지원해왔다.

때문에 SW공학센터는 나름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게 독자적으로 운영 및 관리를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런 독립적 운영 관리가 오히려 미래부와 본원의 눈엣가시로 작용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다. 그것이 화근이 돼 급기야는 ‘폐지’까지 오게 된 것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SW공학센터의 한 관계자는 “미래부 관계자가 ‘SW공학센터는 왜 제멋대로 하느냐’는 푸념을 자주 늘어놓곤 했다”고 말했다.

‘인력관리’ 및 ‘업무분담’의 패러다임 변화 필요

SW공학센터의 폐지 이유에 대해 NIPA의 인력관리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11명을 제외하고는 전 인원이 정규직 인원이 아니며 ▲자체 사업을 이끌어나가기보다는 수행기관으로서의 사업관리에 급급한 상황이고 ▲무기계약직 연구원들은 기존 타 기관 출신 연구원보다 연봉협상에 불이익을 받고 있으며 ▲연봉이 같더라도 NIPA 본원과의 업무차이로 대우에서 차이가 난다는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예전 정규직 분들은 연봉이 높은 편이었는데 2010년 인원이 충원되며 기업 등에서 연봉을 2~3천 가까이 삭감하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책임에서 수석 등으로 진급한 사람들의 경우 연봉차이는 심해지며, 똑같은 연봉이어도 발주하는 입장인 본원과 다르게 직접 사업을 수행하는 센터의 경우 일의 양에서 차이가 있다”고 언급했다.

인력들의 성과책정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받고 있다. 매년 일곱개 사업단에 예산을 배정하고 사업을 평가하고 있지만, 평가 기준 자체가 단순 ‘실적’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관계자들은 이러한 성과부터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이 전 기관에 걸쳐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인사제도 자체가 주관적인 상황”이라며 “성과평가체계를 분명히하고 담당자별로 직원 능력평가를 제대로 해야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사고는 어디서나 생길 수 있지만 단순히 억누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 포상과 승진 적절한 대우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GCS 사업은 성공 사례

SW공학센터는 박근혜 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SW중심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기관이라는 게 대다수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SW공학센터는 이명박 정권 때 이윤호 지식경제부 초대 장관을 중심으로 각계 기업인 대표와 교수 등의 건의로 설립됐다. 당시 이에 대해 의견을 달리한 관계자는 없었다. 그만큼 SW 품질의 중요성 및 가치를 모두가 인식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SW공학센터는 GCS(Global Creative SW)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 왔다. 이를 통해 글로벌 톱 수준의 잠재성이 있는 SW 전문 중소 및 중견기업을 발굴해 글로벌 시장진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다. 병원 정보 솔루션 개발 전문기업인 이지케어텍이 개발한 병원정보시스템(HIMMS)은 서울대분당병원에 구축되는 한편 이를 바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도 수출되기도 하는 등 SW업체의 해외진출에 SW공학센터가 많은 기여를 해왔다.

이처럼 SW공학센터는 매년 GCS 사업의 일환으로 20여개 안팎의 SW를 선정, 해외시장에서도 경쟁력있는 SW 솔루션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미래부가 폐지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할 만큼 직무유기나 조직관리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품질’ 넘어 ‘안전’으로, 품질관리 중요성 새겨야

최근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의 폭발 이슈로 제품 생산을 중단, 전 세계 언론에 톱뉴스로 보도된 바 있다. 삼성전자의 공식 입장은 ‘배터리 이상’이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SW문제가 아니냐’는 의혹을 놓지 않고 있다.

정부부처의 한 관계자는 “SW를 제대로 잘 알고 사용하는 직원은 거의 없다. 또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활용해야만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컴퓨터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SW의 원인이 더 많다. 그만큼 SW품질이 중요한데, SW공학센터를 폐지한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특히 항공, 철도, 자율주행차 등 SW의 품질이 국민의 재산 및 생명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SW품질’을 넘어서 ‘SW안전성’을 이끌어나갈 기관이 필요하다는 게 SW공학센터 유지를 주장하는 측의 입장이다. 또한 ‘SW안전’과 관련된 각종 사업과 ‘공공발주 단계에서의 SW공학 적용’이라는 틀을 생각했을 때 SW공학센터가 사라지더라도 이를 대체할 기관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반면 ‘SW품질활동’을 ‘기업활동’으로 보는 측은 SW품질활동이 꼭 필요한 기업활동이긴 하나 국가가 나서서 진행해야할 사업인가에 의문을 표한다. 기업이 해외진출을 위해 당연히 수행해야 할 요소일 뿐, 국가가 이들의 품질활동을 강제로 끌어올려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SW안전’이 중요한 자동차, 교통, 원자력 등의 분야에서는 SW품질을 총괄할 수 있는 품질 전담 기구가 필요하며, GS인증 및 현존하는 각종 ‘품질인증 제도’ 및 BMT 등의 일반적 품질·테스팅 활동에 대해서는 민간으로 이양해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 NIPA 조직개편안


향후 미래부 적극 지원 필요

현재 ‘SW공학센터’가 NIPA 본원과 합병하게 되면서 SW품질을 총괄할 수 있는 조직은 정부 내에 존재하지 않게 됐다. 미래부 내에서도 사무관 한 명만이 SW품질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등 SW 품질은 여전히 SW중심사회 담론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합병이 되더라도 사업이 축소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전담 기관의 부재와 사업팀의 와해는 사업유지가 어려워지는 주요 요인”이라며 설령 흡수·합병이 실시되더라도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관계자들은 “SW가 빠르게 복잡화돼가고 있는 현 시점에서 SW공학적 접근은 안전과 품질을 위한 가장 필요한 절차적 도구”라고 강조하며, “SW품질 향상을 위한 각계의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SW 중심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SW품질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SW공학센터 같은 기관의 조직을 더 강화하고 보완해야만 하는데 오히려 역행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미래부가 SW의 가치나 중요성을 제대로 알고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NIPA는 SW공학센터의 6개 팀 중 ‘SW공학기술팀’과 ‘SW품질혁신팀’ 등 2개 팀만 유지하고, 나머지 4개 팀은 각 부서로 해체·흡수시킬 예정이다. SW중심사회를 이끌어 나갈 미래부가 SW 품질을 어떻게 높여 SW산업을 세계적인 산업으로 주도해 나갈지 시간을 두고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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