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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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산업 20년 전] 신규 사업자 선정의 열(熱)과 냉(冷), PCS와 제4이통1996년 - 국내 정보통신 역사상 가장 뜨거운 감자,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 / 2016년 - 5:3:2로 얼어붙은 이동통신 시장…난항 겪고 있는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

   
 
[컴퓨터월드] 1996년, 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 결과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정보통신 산업이 앞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것이라는 게 당시 업계의 정설이었다. 통신업계는 물론, 사업 다각화를 꾀하던 다른 업계의 기업들 역시 대책팀을 꾸려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에 참여했다.

수십 개의 업체들이 참여했으나 그 중 신규 통신사업자로 선정될 수 있는 것은 7개 분야 27개 업체 뿐, 나머지는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그러나 아쉽게 탈락한 업체들은 좌절감에 빠지기보다 오히려 부지런히 움직이며 정보통신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보이고 있었다.

2016년, 고착화된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 비율과 천편일률적인 요금제 등을 개선하기 위한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 결과가 발표됐다. 그러나 7차에 걸친 사업자 선정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결국 제4이동통신사업자로 적합한 업체는 나타나지 않았다. 미래부는 파격적인 조건에도 적절한 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한 것에 난색을 표하며, 향후 8차 선정 추진 여부에 대해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수많은 업체들이 각축을 벌였던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과 경쟁력 있는 업체를 찾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는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 과정을 함께 살펴본다. 


1996년의 핫 이슈,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

1996년은 국내 정보통신 산업에 있어 기념할 만한 해였다. 당해 6월, 정보통신부는 각 부문별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에는 정보통신 시장이 앞으로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리라는 것은 이미 정설로 굳어져있었기에,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에는 수십 개에 이르는 업체들이 각 부문별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 1996년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에는 규모와 업계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업체들이 참여했다.

이른바 ‘노른자위’로 꼽히며 가장 큰 시장 형성이 예측되고 있던 ‘개인휴대통신(Personal Communication Services, 이하 PCS)’은 물론, PCS 보급 이전에 한정된 환경에서 휴대전화를 구현하려 한 ‘시티폰(Cordless Telephone-Second Generation, 발신전용무선전화, 이하 CT-2)’, ‘삐삐’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무선호출기’ 등 전체 7개 분야를 대상으로 신규사업자 선정이 이뤄졌다. 특히 PCS 분야에는 삼성, LG, 현대 등 쟁쟁한 대기업들이 입찰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됐다.

결국 신규 PCS 사업자로는 LG텔레콤과 한솔PCS가 선정됐고, 여기에 이미 내정돼 있던 한국통신(KT)이 참여해 기존 신세기통신·SK텔레콤과 함께 5개 업체가 각축전을 벌이게 됐다. CT-2 전국 사업자로는 한국통신이, 수도권 사업자로 서울이동통신과 나래이동통신이 선정됐으며, 무선호출기 수도권 부문에서는 해피텔레콤이 사업권을 따내는 등, 전체 분야에서 총 27개 업체가 선정됐다.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 결과가 발표되자 국민들의 시선은 새로운 사업기회를 얻은 업체들의 향후 행보에 집중됐지만, 한편으로는 신규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한 업체들 역시 어떤 식으로든 정보통신 시장에 발을 들여놓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신규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들의 지분을 확보해 간접적으로나마 정보통신 시장에 참여하거나, 그들이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바삐 움직이느라 미처 진출하지 못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정보통신 시장은 당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될 만큼 장래성이 촉망되는 분야였으며, 신규 사업자로 선정돼 직접 사업을 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따라서 신규 사업자 선정에 참여했다가 고배를 마신 업체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방법으로 정보통신 시장에 참여할 기회를 모색하게 됐다.


장비 공급과 지분 참여로 간접적인 참여 노려

가장 먼저 삼성은 통신사업자들의 장비공급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당시 삼성은 “PCS 서비스에 너무 많은 업체가 몰려 이미 채산성을 잃고 있다”고 주장하며 시스템 및 장비개발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밝혔다. 지원자가 몰려 과도한 경쟁이 예상되는 곳에 뛰어들기보다는, 안전하게 신규 사업자들의 장비공급을 하며 간접적으로 정보통신 시장에 발을 담그겠다는 계산이었다. 실제로 삼성은 한국통신의 초기 PCS 장비공급 업체 중 하나로 선정됐고,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삼성과 함께 PCS 사업자 선정에서 미끄러진 현대 역시 각종 장비공급을 통해 정보통신 사업에 참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현대는 98년부터 본격화될 예정인 저궤도위성통신사업 ‘글로벌스타’를 통한 위성관련 사업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직접 PCS 사업에 참여하거나 장비공급을 담당하기 위한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현대는 차후 적절한 기회가 생기기 전까지 PCS 사업 참여를 미루며, 그 전까지는 CDMA(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코드분할다중접속) 장비 생산과 TRS(Trunked Radio Services, 주파수공용통신) 장비 생산을 통해 간접적으로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CDMA는 국내보다 수출 쪽으로 방향을 잡고, TRS 장비공급을 위해 기존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던 한국TRS는 물론 신규 사업자인 아남TRS와도 제휴를 맺었다. 이를 통해 자사 나름대로의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면서도, 뜨거운 감자로 다뤄지는 정보통신 시장에도 발을 들인다는 전략이었다.

반면 장비공급에 그치지 않고 직접적인 지분 확보를 통해 사업 참여를 시도하는 업체들도 있었다. 금호텔레콤은 신규 사업자 발표 직후에 LG텔레콤과 연대, 5%이내의 지분 참여를 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탈락업체 중 누구보다 먼저 지분 참여 합의를 이끌어냈던 만큼 사업자 선정 탈락의 후유증을 가장 먼저 떨쳐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할 소액주주로는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일축하면서 최소한 호남지역 사업권을 할당받는 것을 기대한다는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금호텔레콤도 현대와 같이 위성통신사업 ‘오딧세이’를 준비하고 있었고, 향후 위성통신이 본격화될 경우를 대비해 지상PCS망 연동과 서비스 노하우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LG텔레콤과의 제휴가 필수적이라는 입장이었다.

대우와 효성 역시 지분 참여를 통해 사업권을 얻는 방법을 택했다. 대우와 효성은 한국통신과 제휴를 맺어 각각 4년간 150만 명, 5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다는 조건으로 4.5%, 2.8%의 지분 참여를 하게 됐다. 또한 이들은 한국통신의 장비공급업체로도 선정돼 대우는 모토로라와 연합했고, 독자적 개발능력이 부족했던 효성은 일본과 독일 업체들을 대상으로 협력사를 모집하게 됐다. 특히 효성은 1천여 개 효성 대리점을 이용해 전국 유통망을 구축한다는 영업 전략을 세우고, 이를 총괄할 ‘KT-PCS사업단’을 발족하겠다고 밝혔다.

한진그룹은 1,000명에 달하는 통신관련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고, 한국TRS의 민영화 움직임에 맞춰 지분 참여를 위한 접촉을 시도하고 있었다. 당시 한국TRS는 정부의 민영화 계획에 따라 한국통신의 지분을 78.9%에서 51%로 조정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었고, 한 번 TRS 신규 사업자 선정에서 미끄러진 한진그룹은 이 기회를 통해 다시 한 번 TRS 사업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진그룹 운영위원회 산하 통신사업추진단이 이를 위한 역할을 맡았으며, WTO에 따른 1998년의 시장 개방 이후에도 TRS 사업에 꾸준히 진출하는 한편 자사의 공항·항만 연고를 바탕으로 지역별 초고속통신망 사업에도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국전자는 신규 사업자 선정에서 일부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본격적인 사업 참여를 뒤로 미룬 흔치 않은 케이스였다. TV, 전자부품, 반도체 등을 생산해오던 한국전자는 수도권과 대구지역의 TRS, 수도권 무선호출기 사업에 도전했으나 그 중 대구지역 TRS만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한국전자는 성공을 거둔 대구지역 TRS 사업에 성급하게 참여하기보다 한동안 통신단말기 생산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구지역에 이어 부산지역 TRS 제2사업자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당면 과제는 통신단말기 제조, TRS 사업 참여는 그 다음의 문제라는 것이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정보통신 시장에 진입하려는 여타 업체들과는 달리, 이미 사업권을 따낸 이상 충분한 기반을 갖춘 다음 천천히 진행해도 괜찮으리라는 주장이었다.


새로운 시장 개척에 힘 쏟기도

일부 업체들은 장비공급이나 지분참여 등을 통해 신규 사업자들과의 연대를 꾀하기보다, 선정에서 탈락한 사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사업권을 따내지 못한 시장에 적은 지분으로 참여하느니, 발전 가능성이 충분하고 경쟁자가 적은 시장을 찾아 먼저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산이었다. 이들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나뉘었는데, 국내에서 아직 개척이 완료되지 않은 사업영역을 찾는 경우와 해외 진출을 통해 다시금 정보통신 사업의 기회를 찾는 경우였다.

국내에서 새로운 사업영역을 찾으려 한 업체로는 대표적으로 기아를 꼽을 수 있다. 기아는 산하에 기아텔레콤을 조직해 TRS 신규 사업자에 지원했으나 고배를 마셨고, 이후 기아텔레콤을 해체한 후 9월에는 기업 차원에서 통신기획단을 발족, 새로운 정보통신 사업을 기획하고 있었다. 기아 통신기획단은 TRS 시장이 새로운 사업자를 포함해 3개사만으로도 포화상태라고 주장하며, 1997년 사업자 선정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CATV(Cable Television, 유선방송)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기아의 약 500명에 달하는 정보통신 관련 인력을 투입하고 그룹 내의 자본과 역량을 집중한다면 CATV 사업권 획득은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 기아 등은 이미 CATV 사업자 선정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기아는 기존의 주력 사업이라 할 수 있는 자동차 산업과 연계해 자동차 항법장치(내비게이션) 사업을 진행하려 하고 있었다. 1996년에는 내비게이션 정확도가 높지 않아 실험적인 수준이었을 뿐, 아직 실용화 단계까지 올라서지 못하고 있었다. 관련 업계에서는 기아가 당장이라도 동원할 수 있는 정보통신 관련 인력에 더해, 그동안 축적해온 자동차 산업 관련 기술과 연구 인력을 활용한다면 내비게이션 사업에서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으리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대웅제약 역시 새로운 사업 구상에 집중하고 있었다. 당시 국내 제약회사들은 외산 약품을 수입·판매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었기에 눈앞까지 닥쳐온 시장 개방의 위기에 경각심을 느끼고 있었다. 국내 제약회사의 큰 축을 담당하는 대웅제약 역시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고, 따라서 ‘21세기 준비 프로젝트팀’을 신설해 사업다각화를 꾀했다. 21세기 준비 프로젝트팀의 사업 다각화 방안 중 하나였던 통신 사업 진출은 비록 신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일부 좌절되고 말았지만, 시장 개방의 위기가 눈앞에 닥친 대웅제약 입장에서는 섣불리 손을 떼기도 아쉬운 상황이었다.

대웅제약은 21세기 준비 프로젝트팀을 중심으로 2년 전부터 준비해온 성남지역 CATV 사업권 획득과 PCS 사업 지분 참여를 노리는 한편, 기회가 닿는 대로 무선호출기 사업과 TRS사업에도 추가 참여를 검토하고 있었다. 대웅제약의 행보 중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계열사인 인성정보, 인성미디어, 인성멀티미디어 등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 구축/온라인 광고/교육/멀티미디어 사업이었다. 특히 상장을 준비하고 있던 인성정보를 중심으로 이런 움직임이 가속화돼, 정보통신 사업의 인프라가 갖춰진 후에 형성될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한편, 무선 통신 분야에서 독자적인 노하우를 쌓아왔다는 평가를 받던 대영전자는 군용 무전기나 사격용 제원기 등 방산 통신 장비를 생산해오던 업체로, 수도권 무선호출기와 CT-2 분야에 지원했지만 선정되지 못했다. 대영전자는 선경그룹(지금의 SK그룹)에 무선호출기를 납품하거나 삼성전자 무선호출기를 OEM 생산하기도 했고, 국내보다 외국에서 주목받고 있던 TDMA(Time Division Multiple Access, 시분할다중접속) 단말기 생산과 수출을 위해 외국 업체와 접촉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기술력 확보에 중심을 두고 있었다.

이와 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국통신 측에 적은 양의 지분 참여를 확정지었지만, 한편으로는 기아와 마찬가지로 연고지인 안양·군포 지역을 위주로 CATV 사업권을 획득하기 위한 노력을 쏟고 있었다. 또한 다양한 통신 장비 생산 경험과 축적된 기술을 통해 PCS 단말기 생산 역시 목표로 삼겠다고 밝혀, 간접적인 정보통신 사업 참여와 새로운 시장 개척을 모두 잡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해외 진출을 통해 살길 모색

주류 제조업체로 이름을 알리던 진로그룹은 무선데이터통신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무산되고 말았다. 진로그룹은 이미 주류 사업의 부가가치가 낮다고 판단해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었다. 케이블 등의 통신 인프라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담당했던 진로인더스트리즈(구 연합전선)와 영상이나 위성 및 콘텐츠 사업을 담당했던 GTV, 지오텔레콤이라는 독립법인으로 출범할 예정이었던 회장 직속의 ‘정보통신사업단’ 등을 통해 정보통신 사업에 발을 들이려 하고 있었다.

당시 진로그룹 측은 정보통신 분야의 여타 대기업들에 비해 기술이나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자각하고 있었기에 미국의 AT&T와 PCSI사와의 협력관계를 통해 기술력을 확보하려 했다. 결과적으로 신규 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해 초장의 계획은 무너지고 말았지만, 진로그룹은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라도 AT&T와의 협력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무선데이터통신 시장은 이미 3개 사업자가 진출해 시장이 포화상태가 됐으므로 어차피 해외로 나가는 수밖에는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진로그룹은 인도네시아 무선데이터통신 사업권 획득을 추진하고 있었고, 이를 위해 AT&T와의 협력관계 유지와 합작회사 선정이 필수라고 밝혔다.

엔케이그룹(NK그룹)은 VOD(Video On Demand, 주문형 비디오) 시스템이라는 카드를 통해 미국과 이스라엘 등지에 진출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 엔케이그룹의 VOD 시스템은 미국의 셀러리티(Celerity)사와 기술 제휴로 생산한 제품으로, 당시 케이블을 사용해 서비스되던 기존 VOD 시스템과 달리 전화선만으로도 서비스가 가능한 제품이었다. 96한국전자전에서 호평을 받아 자신감을 얻은 엔케이그룹은, 당장 시장 공급이 가능한 미국과 이스라엘 등은 물론 유럽 쪽에도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었다.

한편 엔케이그룹은 한 번 탈락한 무선호출기 시장에도 여전히 미련을 가지고 있었다. 엔케이그룹은 신규 사업자 선정 이전부터 이미 무선호출기를 생산하고 있었고, 무선호출기 생산·유통과 관련해 성진전자와 미국의 인텍(INTEK)사를 인수했다. 성진전자는 호출기 및 위성방송 수신기 수출 전문, 인텍사는 미국시장 4위의 무선호출기 판매·유통 전문 업체였다. 이로 인해 엔케이 그룹은 생산에서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었다. 특히 인텍사는 시카고지역 무선호출 서비스 사업자인 소스원(Source One)사의 최대주주였기에 엔케이그룹은 향후 미국 진출에 있어서도 타 업체보다 앞서나가고 있었던 것은 분명했다.


PCS의 대두와 CT-2의 몰락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과정 중 가장 큰 관심이 쏠린 것은 단연 PCS 사업자 선정이었다. 당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던 정보통신 시장에서도 가장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인정받던 분야가 바로 PCS 분야였다. PCS 사업은 시장 자체의 규모도 단연 돋보일 만큼 큰 파이를 자랑했지만, 단말기 공급이나 기타 인프라 구성에 들어가는 장비 공급에서도 어마어마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당시 업계는 PCS 시장의 규모를 최소 3조 원 이상으로 파악하고 있었으나 이는 큰 오차를 내며 빗나가고 말았다. 2002년까지 700백만 명 정도로 추산되면 PCS 가입자 수는 2000년에 이미 1,200만 명을 돌파했고, 매출규모 역시 4.8조 원에 달하는 커다란 시장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는 PCS와 시장을 나눠먹으리라 예상되던 CT-2의 몰락과도 연관이 있다. 발신 전용 휴대 전화기로 가정용 무선전화기의 발전된 개념이었던 CT-2는 국내에 ‘시티폰’이라는 이름으로 공급됐다. 기존의 공중전화망을 이용해 운용할 수 있기에 상대적으로 인프라 구축에 사용되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고, 단말기 가격이나 통화료 역시 PCS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1/3 수준의 가격대를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소출력(pico cell) 단말기를 활용하는 만큼 단위 면적당 많은 사용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CT-2 시장은 안정적으로 발전해나가지 못했다. 특히 발신 전용이라는 CT-2의 근본적인 문제가 가장 먼저 발목을 잡았는데, CT-2 사업자들은 시티폰과 무선호출기를 연동해 무선호출기로 수신한 번호에 시티폰으로 응답하는 간이착신서비스(Meet Me)를 지원해 이를 보완하고자 했다. 또한 98년까지는 착신기능을 추가한 ‘CT-2 플러스’도 준비하겠다는 방침이었다.

CT-2 사업자들의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CT-2의 서비스 품질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공중전화 등의 기지국 주변이 아니면 통화가 안 된다는 점이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혔고, 핸드오프(Handoff, 통화 중 기지국 간 이동) 기능이 없었기에 이동이 가능한 휴대전화기이면서도 이동 중에는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역설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그마저도 기지국 하나당 동시에 통화 가능한 인원이 최대 6명으로 제한돼 있었기에, 하나의 기지국에 사람이 몰릴수록 통화 품질은 보장받기 어려웠다. 특히 기지국 인프라가 어느 정도 확보된 수도권에 비해 지방에서는 시티폰을 이용하기 위한 기지국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단점으로 꼽혔다.

사실 CT-2의 몰락은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라고 볼 수 있었다. 당시 CT-2는 전 세계 15개 국가에서 서비스되고 있었으나,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가입자 수가 30만 명이 채 되지 않았다. 영국, 독일, 핀란드 등은 가입자 감소로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CT-2 사업자들은 전 세계에서도 유례없는 무선호출기 보급률을 근거로 시티폰의 성공에도 낙관적인 관측을 내놓았다.

그러나 꾸준한 가입자 감소로 난항을 겪던 CT-2 사업자들은 결국 1998년 2월, 자체적인 사업 운영을 포기하고 한국통신으로 사업권을 이양했다. 한국통신은 지역사업자들의 장비를 인수하고 단일 사업자로서 전국망 서비스를 운영했지만, 결국 2000년 1월을 기점으로 시티폰 서비스는 종료되고 말았다.

2002년 국정감사에서 밝혀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신서비스사업자 중 61.2%가 정보통신부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시티폰 사업을 꼽았다. 이로써 큰 기대를 받았던 시티폰 사업은 경쟁력이 부족한 서비스 품질과 안일한 시장 예측이 불러온 정보통신 업계의 큰 불명예로 남게 됐다.


3G시장 대비 위해 인수합병 단행한 이동통신 시장

이와 반대로 PCS 사업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은 매출을 보이며 순항하고 있었다. 이는 몰락한 CT-2 시장의 잠재 수요를 그대로 흡수했을 뿐만 아니라, 당초 예상보다 PCS 이용자층을 훨씬 넓고 두텁게 확보했기 때문이었다.

예상보다 더 큰 시장을 확보하게 된 PCS 사업자들은 새로운 시장에서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나갔다. 특히 WTO에 따른 1998년의 시장 개방에 따라 통신시장 역시 외국 업체들의 대거 진입이 예상되고 있었기에 국내 5개 PCS 사업자들은 서둘러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해야만 했다.

SK텔레콤, 신세기통신 등의 기존 사업자들은 물론,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LG텔레콤, 한솔PCS, 한국통신(KT) 역시 단말기 가격 인하 등을 통한 가입자 유치에 사력을 다했다. 신규 PCS 사업자 선정이 이뤄지기 전에는 2개 사업자가 약 5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었으나, 신규 3개 사업자가 진입한 이후 본격적인 요금 경쟁과 고객 유치가 활성화되면서 1년 만에 가입자 수가 두 배로 증가해 1천만 명을 넘기게 됐다.

PCS 사업의 호조에 힘입어 관련 장비, 단말기 시장 역시 크게 증가했다. 2000년 6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가 발간한 정보통신산업 통계집에 따르면, 1996년 한 해 PCS 단말기 내수시장 규모는 5,100억 원, 중계기나 기지국용 송수신기 등 PCS 관련 장비 내수시장은 2,800억 원 수준이었다. 이 수치는 신규 PCS 사업자가 선정되고 경쟁이 가속화되기 시작하면서 크게 증가했는데, 1999년 PCS 단말기 내수시장은 2조 3천억 원, PCS 관련 장비 내수시장은 1조 1천억 원에 달해 3년 사이 40배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다. 

   
▲ PCS, CT-2 연도별 내수시장 규모 (출처 : 한국정보통신산업협회, 2002년 정보통신산업통계집)

그러나 커다란 시장을 두고 5개 사업자가 치열한 경쟁을 보이던 구도는 이동통신 시장의 미래로 점쳐지고 있었던 IMT-2000(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2000)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일대 변화를 맞이하게 됐다. 정식 명칭보다는 3세대 이동통신, 즉 3G로 더 많이 알려진 IMT-2000은 전 세계 주파수를 2000MHz 대역으로 맞춰 해외 로밍이 필요없는 통신망 단일화를 이루고, 빠른 데이터 전송속도를 통해 음성, 영상, 데이터 등의 멀티미디어 통신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당시 PCS 사업자들은 CT-2 사업이 PCS 사업에게 자리를 내준 것처럼, PCS 사업 역시 IMT-2000 도입에 맞춰 시장을 내주게 될 거라는 판단 하에 IMT-2000 사업자로 선정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었다. 정보통신부 측에서는 향후 3개 사만 IMT-2000 사업자로 선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이에 따라 5개 PCS 사업자들은 3개 사로의 인수합병 이슈를 놓고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게 됐다.

가장 먼저 움직임을 보인 것은 당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던 SK텔레콤이었다. SK텔레콤은 당시 43%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어 어떤 업체와 인수합병을 거치더라도 시장 독점이라는 문제를 안게 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인수합병 이후 시장점유율을 50% 이하로 내리겠다는 조건을 걸고 신세기통신과의 인수합병을 진행하게 됐다. 이에 따라 더욱 몸집을 불린 SK텔레콤은 향후 IMT-2000 사업자 선정에서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할 수 있었다.

SK텔레콤의 행보에 위기감을 느낀 나머지 PCS 사업자들은 서둘러 인수합병 이슈를 마무리 짓고자 했다. 이는 한국통신과 LG텔레콤이 한솔PCS 인수를 두고 경쟁하는 구도로 정리됐는데, 이미 한국통신과 가입자 수 격차가 100만 명에 달하던 LG텔레콤은 이후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한솔PCS 인수를 진행하고자 했다. 그러나 한국통신과 한솔PCS는 이미 기지국 상호 로밍을 실시하고 있어, 만약 두 회사의 합병이 진행된다면 네트워크 운영 효율성이 크게 높아지리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었다. 결국 한솔PCS는 한국통신에 인수합병돼, IMT-2000 시장을 대비하는 PCS 사업자는 SK텔레콤과 한국통신, LG텔레콤 3개 사로 정리됐다.


2016년, 차갑게 얼어붙은 이동통신 시장

2016년의 이동통신 시장은 SK텔레콤과 KT로 CI를 변경한 한국통신, LG텔레콤이 LG데이콤, LG파워콤을 합병해 탄생한 LG유플러스 등 3개사로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경쟁구도 임에도 불구하고 5:3:2의 비율로 분할된 채 변화를 보이지 않는 시장 점유율, 통신사들끼리의 담합을 방불케 하는 유사한 요금제 등 3개 이동통신사업자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 경쟁 구도를 형성해야 할 3개 이통통신사들은 현재 거의 유사한 요금 구조를 가지고 있다. (출처 : 각 이동통신사 홈페이지)

마치 단일 기업의 독과점 시장처럼 고착화된 시장구조와 천편일률적인 요금제를 타파하고자 정부 측에서는 2010년부터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을 추진해왔다. 신규 사업자를 투입해 이동통신사끼리의 경쟁을 유발하고, 독과점 체재를 깨트려 가계통신비 인하를 이뤄내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2016년 11월 현재까지도 제4이동통신 사업자는 선정되지 못했다.

한국모바일인터넷(이하 KMI)는 2010년 6월, 방송통신위원회에 와이브로 기간통신사업권 허가신청을 내며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KMI는 6차에 걸쳐 꾸준히 사업권 신청을 진행했고, 2011~2013년에 걸쳐 사업자 선정에 관심을 보이던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 등과 함께 번번이 부적격 판정이나 진입 불허 판정을 받는 등 고배를 마셨다.

2016년 1월, 미래창조과학부는 7차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 결과를 발표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이번에도 새로운 이동통신사업자는 나오지 않았다. 미래창조과학부는 7차 선정에 참여한 퀀텀모바일, 세종모바일, 케이모바일 3개사 모두 적격 기준 70점에 미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사업자 선정에는 제4이동통신사업자에게 주파수 우선 할당, 단계적 전국망 구축 및 구축 이전까지 타사 전국망을 이용한 로밍 허용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어 기대가 컸던 만큼, 새로이 지원한 3개 사가 모두 부적격 판정이 나온 것에 대해 관련업계는 대단히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 올해 1월 발표된 제4이동통신사 선정 결과에서는 3개사 모두가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미래부는 이전과 다른 파격적인 조건을 걸었는데도 적격업체를 선정하지 못했다는 점에 유감을 표하며,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 재추진 여부에 불안을 표하기도 했다. 올해 1월 29일의 선정결과 발표 이후 연내 재추진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밝혔으며, 11월 현재까지도 8차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업계에서는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을 내년 이후로 미룬다고 해서 이렇다 할 결과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특히 7차까지 진행된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대부분 재정이나 기술 확보 등이 문제가 됐던 점에 착안, 국내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이 참여 의사를 내보이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뿐이라는 것이다. 또한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전국망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이나 고착화된 시장을 타파하기 위한 마케팅 비용을 감수하기에는 이미 가입자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메리트가 없다는 점을 함께 지적하며, 따라서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은 계속 제자리를 맴돌 뿐이라고 주장했다.


시장 변화 인지하고 해결책 찾아야

1996년에 치러진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은 진로그룹이나 대웅제약 등 비IT업계에서도 참여할 만큼 치열한 경쟁이 이루어졌다. 당시 정보통신 시장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었고, WTO에 따른 1998년 시장개방에 대비하기 위해 사업을 다각화하던 각 기업들에게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정보통신 시장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고, 국내 산업의 발전을 견인하며 신규 통신사업자 선정에 쏟아진 기대가 허황된 것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반면 2016년의 이동통신 시장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3개 사가 5:3:2로 지분을 나눠 가진 채 별다른 경쟁 없이 고착화되고 있다. 가입자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시장은 더 이상 커질 여지가 남아있지 않고, 3개 사끼리 거의 유사한 형태로 수렴된 요금제를 유지하며 서로의 고객 빼오기만을 반복하고 있다. 고착화된 시장과 요금제를 타파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제4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을 추진했으나, 천문학적인 비용을 감당하기에는 얻을 게 너무 적어 실제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게 관련업체의 시각이다.

이동통신시장 활성화와 가계 통신비 절감을 위해 추진된 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 MVNO), 통칭 ‘알뜰폰’ 사업은 2011년 40만 명의 가입자로 출발해 올해 700만 명의 가입자를 눈앞에 두고 있지만, 이를 통해 고착화된 시장 구조를 무너트릴 수 있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특히 알뜰폰 시장이 전체 시장의 10% 정도를 차지하는 동안 매출은 전체의 3%에 머무르고 있으며, 알뜰폰 사업자에 대한 이동통신망 도매제공 의무와 전파사용료 면제 등에 힘입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을 뿐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가입자 유치 수단을 다각화하고 저렴한 가격 이외에도 메리트를 가질 수 있도록 수익모델을 개편하지 않는 이상, 결국 “아는 사람만 아는 이동통신사”에 머무르리라는 것이다.

정보통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1990년대에 비해 현재의 이동통신 시장은 신규 사업자에게 메리트가 적은 영역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단일 기업의 독과점이나 다름없이 고착화된 시장과 경쟁업체끼리 차이가 없는 요금구조 등은 결과적으로 국민들에게 높은 가계통신비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와 관련업계는 20년 전과는 달라진 시장에 대한 기업들의 기대치를 명확히 파악하고, 얼어붙은 이동통신 시장을 타파하고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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