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제4차 산업혁명과 지능정보사회 진단’ 좌담회 개최

▲ '제4차 산업혁명과 지능정보사회 진단' 좌담회 전경

[아이티데일리] 4차 산업혁명과 지능정보사회가 전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미국이나 독일 등은 이미 사회적 이슈 단계를 넘어 4차 산업혁명의 주도 국가로 떠오를 만큼 상당히 진척된 반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말만 무성할 뿐 행동으로는 잘 움직이지 않아, 관련법들도 국회 상임위에 10개월째 그대로 멈춰있는 상황이다. 또한 ‘3차 산업혁명도 아직 완성됐다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또다시 4차 산업혁명이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기에 우리나라와 같이 자원이 부족한 국가는 전력을 다해 뛰어야 한다는 중론이 모이고 있고, 이에 소프트웨어(SW) 산업 육성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 즉 인공지능(AI), 로봇공학, 사물인터넷(IoT), 무인운송수단, 3D프린팅, 나노 기술 등을 통해 일어나는 이 혁명의 핵심에는 소프트웨어(SW)가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의 주역으로 떠오를지, 아니면 변혁의 물결에 휩쓸려 도태될지는 바로 SW산업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느냐에 달린 것이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산업의 변화에 역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성장을 이뤄왔다. 그렇듯 실현가능한 정책 위주로 체계적으로 준비해간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주인공으로 자리 잡는데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에 본지는 국내 각 분야 전문가들을 초청, ‘제4차 산업혁명과 지능정보사회 진단’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참석자 (가나다순)

오픈소스소프트웨어재단 고 건 이사장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김명준 소장
비아이매트릭스 배영근 대표
슈어소프트 오승욱 부사장
한국IDC 장순열 상무
연세대학교 컴퓨터과학과 조성배 교수
소셜컴퓨팅연구소 한상기 소장

- 사회: 컴퓨터월드 / IT DAILY 발행인 김용석

 

“4차 혁명, 전력 다해 뛰어야”

사회: 제4차 산업혁명과 지능정보사회가 가장 큰 화두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는 제대로 가고 있는지,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결해야만 할지, 그리고 세계적인 흐름에 합류하고 국가와 사회의 발전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등에 대해 고견을 듣고 싶다. 오늘 좌담회는 진단, 처방, 해야만 할 일, 그리고 일자리 창출 등의 단계로 나눠 진행하고자 한다.

김명준: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에 취임하면서 3년 내 연구소 학풍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3가지를 정했다. 첫째 치우치지 말자, 둘째 실현 가능한 정책을 만들자, 셋째 그 정책이 세계적으로도 보편적일 수 있도록 연구하자.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도 좀 더 현실적이고 냉철한 관점에서 의견을 나눴으면 좋겠다.

한상기: 세간에는 소위 ‘4차 산업혁명 전도사’들도 있고, 또 한편에는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해 뭐가 맞고 뭐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없는 것 같다. 독일 인더스트리 4.0의 방향, 다보스포럼에서 시작된 세계적인 방향, 미국에서 거론되는 방향 등이 서로 중복되기도 하지만, 살펴보면 상이한 부분들도 분명 존재한다. 크게 4차 산업혁명을 제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보는 것인지, 아니면 바이오나 나노 분야까지 포함하는 것인지에 따라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정의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정의내리는 것 자체를 반대한다. 프랑스혁명 뒤에 일어났던 혼란과 잔인함에 사회적 비용이 들었듯, 혁명이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에 대해 정확히 보기도 어렵고, 또 굳이 정확히 보려 들지도 말자고 하고 싶다. 제대로 시작도 안 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기에 진입할까 말까하는 단계가 아닌가.

4차 산업혁명 관련해 다양한 시각과 방향이 존재하고, 나라마다 처해있는 상황도 다르다. 앞으로 그 변화가 점진적으로 이뤄질지, 아니면 격변이 일어나 한 번에 뒤바뀔지도 잘 모르겠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좀 더 긴 호흡을 갖고 바라봤으면 좋겠다. 직접 행동하면서 점검과 논의 및 평가분석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김명준: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 책을 읽어보니, 혁명의 범위에 최신 ICT기술은 물론 생물학까지 포함하더라. 이를 혁명이라 일컫는 이유는 그 변화가 빠르고, 넓고, 깊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컴퓨터와 SW, 인터넷 등이 역사의 전면에 나선 시점이 30년쯤 됐다는 점에서 지금은 시기적으로 3.5차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세계경제포럼에서 세간의 주목을 끌고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새로운 단어를 쓴 측면도 있는 것 아닐까.

한상기: 3차 산업혁명과 4차 산업혁명 간에는 차이가 존재한다. 과거 3차 산업혁명의 화두는 디지털이었다. 실제 세계를 디지털로 옮기는 것, 즉 아톰에서 비트로의 전환이다. 지금의 4차 산업혁명에서는 그 반대로 비트에서 아톰으로 전환하는 것이 관건이 되고 있다. 디지털 정보를 실제 세계의 물질로 반영하는 것이다. 과거 미국 NITRD의 리포트에 CPS(Cyber Physical System)라 언급된 바 있다. 개인적으로는 2012년경 이에 대한 칼럼을 쓴 적도 있는데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아톰-투-비트에서 비트-투-아톰으로 나아간 것으로, 이 개념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4차 산업혁명의 성패가 달렸다고 본다.

“10년 후 전혀 다른 세상 될 것”

김명준: 지금까지 IT기술은 기업경영에서 주로 쓰였다. 이와 달리 4차 산업혁명에서는 현업에 접목된다. 예를 들어 과거 제조분야 대기업들이 ERP를 고가에 도입해 활용했던 분야는 재고관리, 회계관리, 인사관리, 고객관리 등으로 쓰였다. 그러나 도입한 기술이 생산현장에 직접 접목된다고 할 수는 없었다. 이제는 생산 공정에 센서가 들어가고, 여기서 빅데이터가 나오고, 이를 분석해 효율성을 높인다.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아디다스 신발 공장인데, 기존에 개발도상국에서 수백 명이 만들던 것을 독일 내 첨단시설을 마련해 10여명이 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이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다. 신발을 만드는 일에는 새로운 IT기술이 접목되면서 차이를 만들었지만, 과연 다른 분야에도 이렇게 차이가 날만한 곳이 얼마나 있을까. 다시 말해 자동차나 반도체 분야에서도 이렇게 극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냐는 점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으로 최적화돼있는데, 몇 가지 기술이 더 접목된다고 큰 차이가 있을까.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4차 산업혁명의 일자리 창출은 우리가 잘하는 분야가 아닌 농·수산업과 같은 산업에서 SW기술을 접목하는 시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건: 지난해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을 쓰나미라 했는데, 이는 그 속도와 규모를 두고 일컫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우리나라의 정부, 기업, 교육 등 각 분야 리더들이 4차 산업혁명의 실효성을 모르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젊은이들이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주도적으로 바꿔나가려 해도 이들의 무지(無知)가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굴뚝 혁명은 후발주자도 얼마든지 기회가 있었다. 자동차, TV 등등 모두 미국이 앞서다가 일본에 넘어갔고 우리가 주도하다가 최근에는 중국이 떠올랐지 않나. 이렇게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우가 많았고, 여기에는 인건비 영향도 컸다. 그런데 SW분야는 인건비랄 게 별로 없고, 최근 50년을 살펴보면 특정 기업이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굴뚝 산업과 달리 후발주자가 파고들 구석이 적다는 것이다. 즉, 제때 자리를 잡지 못하면 굉장히 어려워진다.

일자리 측면에서 이야기하자면, 앞서 언급된 아디다스 사례도 중국에 있던 공장을 자국 내로 옮기면서 일자리를 뺏어온 경우라 할 수 있다. 또 미국 기업들이 3D프린터를 활용하기 시작하면 그만큼 기존에 공장이 나가있던 타국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셈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상은 선진국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에서 많아질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도 제도나 정책이 속도를 맞추지 못하고 있는데 위기감을 느껴야 한다. 과거에 새로운 흐름을 제때 타지 못했던 청나라가 어찌 됐는지 역사에서 봤지 않나.

사회: 4차 산업혁명과 관련, 해외의 경우는 어떤가.

장순열: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호들갑 떠는 부분도 분명 있지만, 이에 대한 정의는 내려졌다.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거론된 주제 자체가 미래 일자리였다. 요즘 경기도 안 좋고 시장이 흔들리는 상황인데 IT에서 돌파구를 찾자는 것이다. 여기서 IT는 효율성과 생산성의 지원에 초점을 맞추는 과거의 IT가 아니라,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주도하는 새로운 IT를 말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담겨있는 사상이 시장에 그대로 들어온 셈이다. 그동안 시장에 IT인프라가 갖춰졌고, 모바일이라는 엔드유저 플랫폼이 자리 잡았으며, 또 커넥티비티(연결성)와 인공지능 등이 새로운 모멘텀을 제공하고 있다.

일자리 측면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피해를 보는 곳이 있다면 노동집약적인 분야일 것이다. 반면 기술집약적인 분야는 별반 달라질 게 없을 수도 있다. 국내와 해외의 차이라면, 항상 한국은 뭘 쫓아갈까 고민하지만 해외에서는 미래 시장을 바라보고 결정한다.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이 4차 산업혁명 그 자체라 볼 수는 없지만, 이것들이 시장을 이끌어간다면 그게 바로 4차 산업혁명이 아닐까.

▲ (왼쪽부터) 한상기 소셜컴퓨팅연구소 대표, 김명준 SW정책연구소장, 오승욱 슈어소프트 부사장

“SW기업들이 세계시장 주도”

사회: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4차 산업혁명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

배영근: 개인적으로는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에 불만이 좀 있다. G2라 불리는 미국과 중국의 톱 기업들을 보면 모두 다 SW기업들이다. 우리나라는 이제야 네이버나 카카오가 톱10에 들어가려 하는 등 아직 태동하는 단계에 있는 것 같고, 주로 굴뚝산업인 제조업체들이 계속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은 중소·중견기업들이 사회를 탄탄히 받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대기업 위주인데다 정경유착도 여전한 게 현실이다. 앞으로 5~10년 뒤에는 우리가 계속 성장할 수 있을까, 아니면 거꾸러질까 고민하게 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SW이고, 현재 이 분야가 치고나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SW기업들이 톱10에 올라갈 수 있도록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또한 앞으로 10~20년 뒤에는 어떤 변곡점이 생길지 모른다. 예를 들어 암 같은 경우도 앞으로 10년만 조심하면 감기처럼 치료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이처럼 10년 뒤에는 전혀 다른 세상이 될 것이라 예측되고 있다. 컴퓨터가 아무리 발달해도 자율자동차는 안 될 것이라는 과거의 예상에서 벗어나 이제 현실화되고 있는 것과 같다.

4차 산업혁명이 된다, 안 된다 따지는 일이 중요한 게 아니다. 중국의 선전(심천)이란 지역은 실리콘밸리와 같은 곳인데, IoT를 이용한 혁신 창조 스타트업 기업들의 개발현장은 가히 혁명적이라고 할 만큼 활발하다. 우리나라는 공시족(공무원시험준비생)들이 도서관에 들어앉아 공부에 열중하고 있는 반면, 중국의 젊은이들은 창업한다고 난리다. 우리나라는 이미 늦었다. 인더스트리 4.0이 됐든, 아니면 그 무엇이든 간에 세계는 그렇게 움직이고 있기에, 물어볼 필요도 없이 전력을 다해 뛰어야 한다.

사회: 3차든 4차든 자원 없는 우리나라로서는 전력을 다해 뛰어야만 하는데, 이를 리드할 사람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김명준: 유럽은 이미 금세기 초부터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온 것 같다. 최근 미국의 대표적인 가전제품 기업인 GE사의 회장이 자사를 SW회사라 했다. 그런데 이미 2000년대 중반에 유럽에 가서 지멘스사의 엔지니어를 만났을 때 자사가 SW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사보다 SW엔지니어가 더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다. 또 벤츠사는 지난 2002년에 토털 서비스 프로바이더로의 변신을 선언하고 IT연구소를 만들어 지금은 자동차 OS를 개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LG그룹도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주축이 된 AUTOSAR(AUTomotive Open System ARchitecture, 개방형 자동차 표준SW구조)에 골드멤버로 참여, 관련 표준 기술에 협력하면서 구현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상기: 지난해부터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이야기를 지겨울 정도로 듣고 있는데, 너무 이것만 붙잡고 있는 것 아닌지 우려도 된다. 리더들이 깨우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문제는 공부는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4차 산업혁명 자체도, 그동안 이로 인해 잘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질적인 변화를 이뤄냈을 수는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인류사회나 소비자에게 뭐가 달라진 것인지 보여주지 못한다면 큰 의미를 둘 수 없지 않겠나.

“4차 혁명은 데이터와 정보가 주체”

장순열: 4차 산업혁명과 연관되는 서드 플랫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등은 IDC에서도 다루는 주제인데, 이러한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클라우드의 경우 10년 전부터 다뤄지기 시작해 이제야 클라우드 2.0을 논하고 있는 반면, DX는 3년 전에 나온 주제인데도 벌써 DX 2.0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시장이 그만큼 빨라졌다.

조성배: 혁명이라고 하면 어제 오늘 사이에 확 바뀌는 일인 것처럼 생각할 수 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뭐가 바뀌었냐고 묻는다면, 실제로 지금 많이 바뀌고 있다. 예를 들어 전기차의 장비도 기존 자동차 장비와는 많이 다르다고 한다. 앞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변화가 이어질 것이다.

고건: 노키아, 코닥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을 무너뜨린 것도 SW라 할 수 있다. 이런 변화들이 쌓이고 쌓여서 자동차가 무너지는 변곡점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상기: 노키아나 코닥의 사례는 아톰-투-비트로 일어난 변화라 3차 산업혁명의 사례라 할 수 있다. 반면 지금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비트-투-아톰을 뜻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라 불리고 있다. 3차와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이 혼동된다면 상당히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4차만의 특성을 논할 필요가 있다.

장순열: 디지털 디스럽션(디지털 와해)이란 관점에서 접근하면 시장에 사례가 많고, 미국의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도 그 중 하나다. 자동차 제조분야는 거대한 장치산업이라 할 수 있는데, 테슬라는 이런 자동차 제조업체들뿐만 아니라 정유사들과도 경쟁하는 관계에 놓여있다. 기름을 안 쓰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새로운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고건: 예를 들어, 농경사회에서는 석탄이나 석유의 중요성을 잘 몰라 그대로 버렸던 반면,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를 활용해 발전을 이뤘다. 이를 현재에 대입해보면 정보사회에서는 IT기술, 4차 산업혁명에서는 데이터와 정보라 할 수 있다. 우버나 배달의민족이 대표적인 사례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빅데이터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고, 여기에 인공지능을 접목시켜 새로운 변화를 이루고 있다. 모든 기기와 물체에 센서를 붙여 디지털화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사람의 소리, 체온, 혈당 등도 디지털화하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데이터와 정보가 주체가 되는 시대가 4차 혁명이라 본다.

그렇다면 실리콘밸리의 천재만이 이 혁명의 주인공이냐, 절대 그렇지 않다. 데이터는 어디서든 발생하기 때문에, 컴퓨터와 관련된 사람들만이 주체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이들이 해당된다. 결론적으로 데이터와 정보를 가치화하고 차별화해야만 하고, 각 분야의 리더들이 젊은이들과 함께 변화를 이뤄야만 희망이 있다고 본다.

김명준: 기술 측면에서 변곡점으로 설명되는지 모르겠지만, 기술의 융합 등이 가져올 변화가 깊고 넓고 빠르다. 데이터베이스(DB) 분야 전공자로서 보자면, 30년 전부터 RDB(관계형DB), DW(데이터웨어하우스), 데이터마이닝, 빅데이터 순으로 발전해왔다. 또한 x86서버, 파일시스템 등을 만들어 쓴지가 얼마 안 됐는데 클라우드 2.0이란 단어가 나오고 있고, PC통신 한다고 모뎀 썼던 게 인터넷으로, 또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냉장고와 인터넷이 연결됐는데, 이걸 사물인터넷이라 부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인터넷은 IPv4를 쓰고 있으며, 다만 파이프가 넓어졌을 뿐이다. 즉 DB가 빅데이터가 되고, 통신이 IoT가 된 셈이다. 지난해 인공지능이 화두로 급격히 떠올라 다보스포럼에서도 핵심적으로 거론됐지만, 최근 인공지능 가운데 주목받는 딥러닝의 비약적인 발전 역시 컴퓨팅파워의 발전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 (왼쪽부터) 장순열 한국IDC 상무, 배영근 BI매트릭스 대표, 고건 오픈소스SW재단 이사장, 조성배 연세대 컴퓨터과학 교수

“산업혁명은 교육이 밑바탕”

조성배: 선형적인 발전이라도 융합을 통해 변곡점이 생길 수 있는 시대이지 않나.

장순열: 본격적인 변화는 시장의 변곡점에서 비롯된다고도 할 수 있다. 클라우드를 사용하는 이들이 얼마나 되느냐, 데이터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느냐 등에 따라 많은 것들이 달라진다. 기술보다는 시장 측면에서 변곡점을 바라볼 수 있다.

오승욱: 지난해 우연한 기회로 독일의 4차 산업혁명 현장을 견학하게 됐는데, 이미 잘 갖춰놓은 제조업을 바탕으로 삼아 사회 전반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 독일 중소기업들 수준이 높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새로운 흐름을 타는 것을 보고 충격 받았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며 어떤 사회적 영향을 끼쳤느냐에 대한 판단은 힘들지만, 이미 SW회사처럼 변화한 것은 사실이다. 대형차들에는 CPU만 100여개 탑재되며, 기존에 HW로 제어되던 부분들이 이제는 SW로 컨트롤된다. 이런 점들만 봐도 SW회사라 말할 수 있다.

미국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 자동차회사들이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또 여러 모터쇼에서는 구글과 애플이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선다. 이렇듯 산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그 사례라 할 수 있는 자율자동차의 경우 미국에서 더 큰 화제다. 앞으로 우리가 상상하기 힘들만큼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 보고 있다.

사회: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제 어떻게 해야만 하는가.

조성배: 최근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지나치게 호들갑 떤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기업이든 정부든 4차 산업혁명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 자체를 나쁘게 볼 필요는 없다. 이게 남의 일이면 재미있는 구경거리겠지만, 우리가 4차 산업혁명의 주역이 되지 못하면 도태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미국처럼 자원이 많다면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놓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겠지만, 우리는 그만큼의 자원이 없다. 비록 정답이 아닐지라도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우리 스스로 명확히 정의하고 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하며, 이를 위한 컨트롤타워도 필요하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융합 등등 새로운 시각에서 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또 기존 인력들에 대한 재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사회: 내년부터 초중고 SW교육이 의무화되는데, 현장에 대한 교육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고건: SW정책연구소가 시기적절하게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하지만, SW정책연구소 하나만으로는 부족하고 범부처적인 협력과 노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책 집행에 있어서도 민간을 참여시켜야 한다. 관료조직은 역동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므로 민간 TFT 등이 필요하다.

교육에 대해서는, 왜 영국이 과거 산업혁명 시대에 리더가 될 수 있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 힘은 교육에서 나왔다. 영국의 산업혁명은 평민들이 주도했는데, 여기에는 신교를 국교로 삼으면서 교회에서 성경을 읽게 하며 글을 가르친 것이 주효했다. 이어 19세기에 있었던 2차 산업혁명은 독일이 주도했는데, 이 역시 교육이 밑바탕이 됐다. 1차 산업혁명의 리더였던 영국이 2차 산업혁명에서는 과학교육을 가벼이 여기다가 뒤처지게 됐다는 것도 생각해볼 부분이다. 이에 영국은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현재 5세부터 코딩 교육을 의무화시켰다.

혁명은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이 하는 것이다. IT전공자뿐 아니라 사람들을 바꿔야 하며, 그것이 곧 교육이다. 우리나라 대학의 가장 큰 문제점은 영세하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 인근의 대학에는 컴퓨터공학 관련 교수만 150명씩 있는데, 우리 대학들은 대개 그 10분의 1 이하 수준이다. 서울대학교도 인공지능 분야 교수를 수년째 뽑지 못하고 있으며, 보안이 중요하다고 하는데 관련 교수를 확보한 대학이 국내에 몇 곳이나 되는가. 우리나라 대학이 얼마나 영세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 있다.

“기업은 SW아키텍트를 필요로 한다”

배영근: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잘 받아야 한다. 직원들을 교육해보면 직장생활 3~5년 지난 이들은 잘 안 바뀌더라. 이미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코볼 하던 사람한테 자바 교육을 시키니까 코볼 식으로 자바 코드를 짠다. 개념부터 바꿔야 되는데 잘 안 되는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잘 시켜야만 하는 이유다.

얼마 전에 직업분류를 보다가 프로그래머와 SW개발자가 분류돼있어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이 분류에 따르면,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램 스펙을 짜주면 거기에 따라 코딩하는 사람, 즉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들이라 한다. 앞으로 이들의 일자리가 절반이하로 줄어들 것이다. 반면, SW개발자는 프로그램에 생각을 더해 개발하는 사람, 즉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라 한다. 이들의 일자리는 더욱 더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보면, 이러한 SW개발자들보다 그냥 코딩만 하겠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기업들은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SW개발자가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따라서 학창시절부터 창의성을 키우는 교육과 학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비용으로 자바 등 여러 가지 교육을 지원해주고 있는데, 이곳에 가보면 단순 코더 육성에 가까운 게 현실이다. 진정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은 SW아키텍트다.

고건: 그 이유 중 하나가 영어라고 본다. 요즘 모든 정보가 인터넷에 올라오고 있고, 그 중 주요 정보는 대부분 영어로 돼있다. 스페인어나 중국어 등으로는 기계번역이 잘 되므로 우리보다 사정이 낫지만, 한국어로는 현재의 기계번역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보니 이러한 정보에 접근하는 이들의 수가 적은 게 현실이다. 영어실력 때문에 뒤처지고 있는 셈이다.

사회: 4차 산업혁명은 거부할 수 없는 대세인 만큼 우리나라도 변화를 추구하고 행동을 옮겨야 한다고 본다.

오승욱: 슈어소프트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는데, 4차 산업혁명에 대해 현장에선 별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중소기업들의 경우 더욱 그렇다. 현재 정부에서는 스마트공장추진단을 운영하고 있고, 연 1,100억 원을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업에서 MES(제조실행시스템) 도입하려면 보통 2~3억 가량 드는데, 이 제도를 통해 기업당 5천만 원을 도입비용으로 지원해주는 식이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은 스마트팩토리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다시 말해 생산성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 스마트팩토리 도입하겠다는 곳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 문제와도 연결된다. 다보스포럼에서는 기술 발전으로 500만개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 언급됐지만, 미국의 경우 21세기 들어 새로 생긴 직종에 근로자의 71%가 종사하고 있다는 통계가 나오기도 했다. 예측이 쉽지 않다는 말이다. 다만 선진국들의 경우 4차 산업혁명을 통해 기술 기반으로 비용절감을 꾀하면서 리쇼어링이 이뤄지는 추세인데, 이들이 이렇게 생산성을 높인다면 우리 제조업이 자칫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 수도 있다.

한상기: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은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데, 4차 산업혁명이 제대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다양한 곳에서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주체를 대기업과 중소기업 중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다르며, 이것이 혼재되면 안 된다. IT시스템이 갖춰지고 데이터가 축적됐으며 상호호환성이 뒷받침돼야 4차 산업혁명이 가능한 것으로, 3차 산업혁명도 제대로 안 된 곳에서는 어불성설이라 할 수 있다. 당장 구로디지털단지에만 가보더라도 아직 2차 산업혁명 수준에 머물러있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또한 4차 산업혁명은 그 특성상 빈부격차를 극대화시킬 수도 있다. 특히 1%가 부를 독점하는 우리나라와 같은 상황에서 재투자와 사회 환원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채 4차 산업혁명을 추진한다면 자본주의가 극단으로 치달을 수 있다. 아직 사회가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기술을 논할 게 아니라, 사회적인 변화에 대한 논의부터 이뤄져야 한다.

만약 우리가 대응할 능력이 안 된다면 속도를 늦춰야 할 수도 있다. 운동선수가 해서는 안 될 영양제를 맞는 것이나 다름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3차를 넘어 4차로 바로 갈 수 있다면 바람직하겠지만, 그 전에 IT인프라를 갖추고 데이터 통합 및 표준화를 도와주면서 이를 재활용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관계를 마련해주는 게 우선이다.

▲ "4차 산업혁명은 IT와 데이터가 근간을 이루며, 특히 교육이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중소기업에 초점 맞춰야”

김명준: 대기업들은 이미 생산시스템을 최적화했기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해서 따로 할 일은 별로 없을 것으로 본다. 문제는 중소기업으로, 이들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더 나아가 서비스업의 고도화에서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다. 우리나라 실업률이 심각한 수준인데, 그동안 혁신이 덜 이뤄진 농·수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하면 좋을 것 같다.

즉 4차 산업을 농수산업에 접목시켜 10배 더 높은 생산성을 올려 해외에 수출할 수 있는 길을 만들자는 것이다. 2차, 3차를 넘어 4차로 가면 된다. 이를 통해 시장도 열고 혁신도 이루고 일자리도 창출하면 어떨까. 4차 산업혁명을 제조업 측면에서만 바라본다면 대기업들은 이미 많은 부분에서 진척됐으므로 그 대상이 중소기업에만 국한되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1차와 3차 산업에 4차 산업을 접목시키는 전략으로 가야한다고 본다.

한상기: 결국 새로운 세대가 들어올 수밖에 없다. 농업의 경우 도시와 시골의 차이가 있다. 농사를 짓는 이들은 작물을 직접 만져보고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게 즐거움이라, IoT 센서를 통해 집에 앉아서 체크하는 것은 농사에 방해된다고 여기기도 한다. 그러므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려면 도시 농업에 대해서도 고민해봐야 한다. 다시 말해 새로운 세대들에게 어떻게 하면 제조업이나 농업을 디지털 기술로 무장하고 새로운 이니셔티브를 만들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는가가 성공의 관건이라 본다.

장순열: 우리나라의 문제는 정책의 목적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 있다. 산업을 진흥해서 관련 기업을 육성할 것이냐, 아니면 기술 발전에 따른 혜택을 받는데 집중할 것이냐에 따라 다른데, 이에 대해 문제점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것을 다하려 든다. 교육에 있어서도 SW개발자든 프로그래머든 간에 어떻게 교육시켜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SW의 특성에 따라 시장도 다 다른데 혼재돼 다뤄지는 게 문제다.

고건: 영국이 왜 산업혁명에서 승자가 됐는가. 그 답은 기술이 아니라 국회에 있다. 과거 산업혁명 때 농민들과 길드들은 농가와 공장에 기계가 들어와 일자리를 뺏으니 싫어했고, 지방의 지주들도 거주자가 줄어드니 세금이 줄어들어 싫어했다. 이러한 갈등이 일어나는 가운데 영국만이 유일하게 국회에 여러 계급이 모여 에토스(ethos)를 공유했다. 이게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한상기: 그간의 변화에 대해서도 시각이 다양하게 존재하는데, 결론은 위대한 지도자였다. 미국이 산업과 농업의 갈림길에 있었을 때도 지도자의 결정이 존재했다.

사회: 우리나라의 경우 말만 앞세우고 행동은 잘 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 관련 법안들이 상임위에 그대로 멈춰있다. IT를 제대로 알고 있는 지도자가 없는 것 같다.

김명준: 4차 산업혁명의 주된 적용 분야인 제조업의 일자리가 줄면서 더 좋은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지더라도 그 수는 충분하지 않으리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농업이나 수산업에 해당하는 제1차 산업을 신기술 융합으로 혁신시켜 쾌적한 환경의 일자리를 만들고, 서비스 산업도 고도화해 일자리를 더 만들 수밖에 없다. 어떤 상황이라도 일자리 문제는 중요하다. 모든 정책은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 패러다임 쉬프트가 이뤄져야 한다.

한상기: 가장 필요한 일자리는 SW엔지니어라 보고 있다. 일자리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법률서비스분야에 등장한다고 해서 변호사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 퀄러티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것을 어떻게 배워서 공급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30년 후에는 우리가 토론할 때 컴퓨터들이 이 자리에 앉아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일자리의 퀄러티가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김명준: 조금 다른 시각에서, 궂은일이나 힘든 일은 기계가 하고 사람들은 퀄리티 높은 일만 하게 되리라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일자리가 안 늘어난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연봉 3,000만 원~4,000 만 원 정도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하며, 1차, 3차 산업에 4차 산업혁명을 접목하면 이러한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본다. 부부가 같이 벌면 좋은 시민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만한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일자리 창출로 풀어야”

배영근: SW분야는 메가트렌드의 중심에 있어 큰 걱정은 안 된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인공지능에 있다. 지난 20년간 인공지능 분야는 발전하려다 정체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크게 영향력을 미치지 못해왔다. 그런데 딥러닝이 나오면서 예측력이 좋아졌고, 특히 특정 분야에서 사람을 뛰어넘는 성능과 기능을 선보이면서 도입도 이뤄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왓슨도 전문가보다 암 진단이 더 정확하다고 하고, 구글 포토는 특정인물과 찍은 사진들만 모아서 보여주고 있다. 프로그램도 과거에는 다 코딩을 해야 됐지만, 이제는 키워드만 집어넣고 말만 하면 보고 싶은 보고서가 나오는 시대가 됐다. 옛날처럼 일정한 속도로 진화되는 게 아니라, 분명히 폭발적으로 뭔가 변화하고 있다. 이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컨트롤해나가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어렵고 힘들거나 루틴화된 반복적인 일들은 대체되고 변화할 것이며, 이에 따라 일자리도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교육은 학습으로 잘할 수 있는 부분 - 기계가 대체- 보다 불특정한 부분, 예를 들어 감정이나 의사결정 등이 필요로 하는 직업에 초점을 맞추는 게 좋을 것 같다. 화가와 같은 예술가들은 대체가 안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지금은 컴퓨터가 램브란트보다 더 잘 그리는 것 같다. 인간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좀 더 해봐야 될 것이다.

오승욱: 자사는 올해 대졸 신입사원을 23명 뽑았다. 매년 10명 정도 뽑다가 올해는 더 많이 뽑았다. SW조기교육은 개인적으로 반대한다. SW코딩은 회사에 와서 배워도 된다. 오히려 말 잘하고 글 잘 쓰고 소통 잘하는 등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SW개발자에게 훨씬 더 필요한 소양이라 생각한다. SW교육을 너무 늦게 받아도 안 되겠지만, 대학에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시작해도 충분하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적인 변화라기보다는 문화와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이므로, 인문학적인 소양이나 수리적인 인사이트 등을 지닌 인재들을 키워야 이후의 변화에도 뒤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SW강국이라면서 단순 코더가 대부분으로, 이들 상당수는 SI업체에서 주어진 기능(function) 하나 짜는 수준이다.

한상기: 말을 한다는 것은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마찬가지로 프로그래밍 언어도 하나의 언어다. 언어가 바뀌면 생각도 바뀐다는 얘기가 있다. SW에 있어서도 컴퓨팅적 사고(computational thinking), 즉 그 언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그 의미를 정확히 알기란 힘들다. 또한, 학생들이 다양한 학문영역을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한다.

사회: 4차 혁명으로 일자리는 얼마나 창출될 수 있을까.

고건: 기업들은 개발할 사람이 없다고 야단들이다. 사실 일자리는 지금도 많다. 다만 교육이 잘못돼있다. 대학에서 SCI 논문 숫자나 이론 교육에 치중하기보다는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해야 하지 않을까. 특히 SW 아키텍트 양성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

오승욱: 기업이 더 높은 수익을 창출하려면 SW밖에 없다. 따라서 이와 관련해 사업도 늘어날 것이고 일자리도 물론 많이 생길 것이다. 다만 너무 트렌드만을 좇는 것은 지양돼야 한다. 대학졸업생들을 채용하려고 보면 SW개발에 있어서도 그때그때 유행 위주로 따라가는 경향이 짙은데, 장기적으로 이는 큰 의미가 없다. 독일의 경우 실용교육 7대 전문교육 3의 비율로 나누던데, 우리도 이런 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의 경우 대학교 졸업 후 입사한 사원들을 보면 대다수는 이도저도 아니고 어중간하다고 느껴진다.

▲ "우리나라는 중소기업의 변혁에 초점을 맞춰, SW산업 발전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꾀해야 한다."

“가장 필요한 일자리는 SW엔지니어”

배영근: 우리 회사도 채용 시에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면 뽑지 않는다. 면접에서 기술에 대해서는 묻지 않고, 일단 대화가 되는지부터 파악한다. 다시 말해 질문의 뜻을 이해하고 자기 생각을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 생각을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일을 잘한다. 암기해서 대답한다든가, 컴퓨터로만 대화하고 실제 사람과의 관계를 못하는 이들은 일을 잘 못한다. 야근도 보통 일이 잘못 실행돼서 하게 되는데, 그 이유로는 주로 현업과의 이야기가 제대로 안 된 경우가 많다. 그냥 기계적으로 일하기 때문에 야근이 잦아진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창업센터에 가보면 큰 건물에서 많은 이들이 밤새도록 뭔가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10~20년 전에는 그랬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요즘 도서관에 가보면 공시생들로 가득하다. 공무원이라는 직업이 안정적이고, 오래 근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현상을 볼 때 화가 난다. 젊은이들이라면 야망을 갖고 자기만의 일, 예를 들어 창업을 해서 망해보기도 하고 다시 일어서기도 해야만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게 안타깝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중국은 창업한 벤처기업들이 망해도 책임을 묻지 않고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해주는 반면, 우리나라는 망하면 다시 시작하기 어렵다는 현실이다.

장순열: 창업투자에 대해 우리나라는 론(loan)이고, 중국은 인베스트먼트(investment)로 보기 때문이다.

오승욱: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으로는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세컨드 찬스가 없다시피 하므로, 젊은이들에게 무작정 창업해보라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배영근: 젊은이들이 창업을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야만 한다. 중국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대학교 재학시절에 창업해 성공을 이뤄 중국 대학생들의 롤모델이 됐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롤모델이 없다. 정부는 젊은이들에게 창업을 권하지만 부모들은 반대한다. 실패에 대한 책임 때문이다.

고건: 미국의 벨랩을 예로 들면 리서치가 5%이고 개발이 95%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SCI급 논문 실적 위주로 대학 평가가 이뤄지다보니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에 있어 뒤처질 수밖에 없다.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실제 문제의 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줄 필요가 있다.

사회: 4차 산업혁명과 지능정보사회에 대해 열띤 의견 내줘서 감사하다. 여러 여건들이 좋지만은 않은 상황이지만,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친다면 지금까지 역동적으로 성장해왔듯 우리나라도 새롭게 변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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