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 PCS, CT-2 등 통신 사업자 등장으로 시스템 수요 급증

 

[컴퓨터월드]1997년, PCS, CT-2 등이 떠오르면서 중대형 시스템 업체들은 통신시장에 주목했다. 신규 통신 업체가 등장하고, 기존 통신 업체의 시스템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내 통신 시장의 성장은 세계에서 유래가 없을 정도의 시스템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2017년, 국내 이동통신사들이 5G 개발에 전사적인 힘을 모으면서 5G의 모습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KT는 공항철도에서 5G 필드테스트에 성공했고, SKT는 에릭슨과 공동으로 신기술 시연에 성공하는 등 5G 상용화에 한발 짝 더 다가가고 있다. 두 통신사는 2019년 5G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통신 시장 성장, 중대형 시스템 수요 증가로 이어져

1997년 PCS, CT-2 등 국내 통신 시장이 성장하면서 중대형 시스템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중대형 시스템 시장에서 통신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제조와 금융 분야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빠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이들 분야의 점유율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됐다. 쌍용정보통신 시퀀트 사업부, 한국디지털, 한국후지쯔 등 시스템 공급업체들의 통신 분야 매출 역시 크게 늘어나고 있었다.

쌍용정보통신 시퀀트 사업부와 한국디지털이 96년 각 25%, 20%였던 통신 분야 매출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고, 한국후지쯔는 전년 50억 원이었던 매출액을 250억 원까지 늘려나간다는 계획을 세울 수 있었던 것도 이런 통신 시장의 상황과 무관하지 않았다.

이밖에 실리콘그래픽스, IBM 등 다른 업체들도 통신 분야에 대한 영업을 대폭 강화했다. IBM 등 중대형 업체들이 통신 분야에 특히 관심을 기울인 이유는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통신 분야의 특성상 시스템 수주가 한 번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었다.

일반 제조업의 경우 경영정보시스템(MIS, Management Information System) 장비 등을 한꺼번에 도입하는 반면, 통신 분야는 기본 시스템에 이어 추가수요가 계속 이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가입자 수의 증가나 경쟁사와의 서비스 차별화를 위한 부가 솔루션 개발에 따른 시스템 추가 수요가 계속 될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이런 통신시장의 특성은 시스템의 가격덤핑 현상을 초래했다. 제조나 금융 등의 분야와 비교할 때 통신 분야에서는 시스템이 절반 값에 공급되는 경우도 있었다. 한번 고객으로 확보하면 향후에 계속해서 시스템을 공급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시스템 공급업체들이 덤핑도 마다하지 않고 매달렸던 것이다. 통신 분야의 고객 한 곳만을 잡으면 최소 10년간은 사업이 보장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 1997년 통신업체 SW 수요 및 업무 전산화 계획

한편, 통신시장의 성장세와 함께 주목받는 시스템 업체가 있었다. 쌍용정보통신, HP, 디지탈 등의 선발업체와 후지쯔, IBM, 유니시스 등의 후발업체들이었다.

쌍용정보통신, 한국디지탈 등 선발업체들은 풍부한 사업 실적과 노하우를 내세우며 후발업체와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이들 업체는 컨설팅 서비스를 차별화로 내세웠다. 솔루션과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통신 전담조직을 신설 또는 강화하거나 통신 시장에 특화된 제품을 내놨다.

후발업체들은 휴대개인통신(Personal Communication Service, 이하 PCS), 시티폰(Cordless Telephone-Second Generation, 이하 CT-2) 등 신규 통신 서비스 시장 공략에 특히 공을 들이고 있었다.

이들 후발업체들은 통신 분야 전담조직을 만들고, 해외 사례를 내세워 고객을 설득하는 등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통신 시장 공략에 전사적인 힘을 기울였다.


해외 사례 강조, 조직 신설 등 다양한 전략 수립

쌍용정보통신 시퀀트 사업부는 당시 2월에 발표한 누마-Q2000과 의사결정지원시스템, 20여 명 규모의 데이터웨어하우징 컨설팅 서비스 인력을 앞세우고 통신 시장 공략에 나섰다. 또한 재벌 그룹사 시장 공략을 위해 대형 SI업체 중심의 협력사도 모집했다.

한국디지탈은 통신 조직의 규모를 18명으로 늘렸다. 특히 영업, 기술 지원 외에 7명의 통신 SI팀을 두고 망을 관리하고 인텔리전트 네트워크 등과 관련된 패키지의 커스터마이징 업무를 수행하게 했다.

유닉스 기반의 시스템과 솔루션개발에 일찍 진출한 HP는 LG텔레콤, 한국통신 등 국내 통신 분야의 고객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존의 빌링 시스템에 이어 데이터웨어하우징, 의사결정지원시스템 등 구축사업에도 적극적이었으며 유닉스 애플리케이션의 NT버전 동시 개발 계획도 갖고 있었다.

실리콘그래픽스는 워크스테이션, HPC(고성능컴퓨터), 서버 등 3대 사업 아이템에 주력했다. 특히 서버의 통신시장 진출을 최대 현안으로 삼고, 본사의 실리콘커뮤니케이션팀을 모방한 통신 전담팀을 만들었다. 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SI업체, 미들웨어, 그룹웨어 등 솔루션 업체와의 협력강화에 힘썼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기존 인터넷, PC통신 분야에서 거둔 두드러진 실적을 바탕으로 신규 통신 분야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특히 미국 AT&T, MCI, 일본 NTT 등 해외 고객사의 운영 노하우를 적극 홍보했다.

한국IBM은 통신 분야 전담조직을 갖추고 솔루션 중심의 영업을 수행하면서 일본 NTT, 영국텔레콤, 미국 RBOC(Regional Bell Operation Co.) 호주의 텔스트라 등 해외 굵직한 통신업계 사례를 강조했다.

후지쯔는 본사의 NTT도코모 빌링 시스템 구축사례를 업고 시장 공략에 나섰다. 200여명의 본사 소속 엔지니어들이 통신시스템 구축에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점을 십분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유니시스는 97년부터 SI업체를 표방하며 컨설팅 인력을 보강하는 한편 솔루션 영업에도 적극 나섰다. 특히 자체 개발한 빌링 애플리케이션과 NAP라는 음성처리시스템을 내세워 한국통신 통합 고객 정보 시스템(ICIS, Integrated Customer Information System)의 문을 두드렸다.

 

▲ 1997년 시스템 업체별 통신분야 주요 고객


핵심 시스템은 고객·빌링·마케팅 시스템

97년 통신시장은 ▲한국통신·데이콤 등 기간 통신 ▲인터넷 및 PC통신 ▲신규 통신서비스 등으로 대별됐다. 이 가운데 신규 통신서비스 시장은 무선과 유선으로 나뉘었다. 무선분야 주요 사업은 PCS, CT-2, 유선은 국제전화, 회선 임대 등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었다. 이밖에도 무선데이터통신, CATV, 위성사업 등이 통신 시장에 포함됐다.

통신 분야에서 시스템의 주요 사용분야는 ▲소프트웨어 개발 ▲시스템 운영 ▲비즈니스 지원 분야 등으로 나눌 수 있었다. 이 중 고객관리, 요금관리, 마케팅, 부가서비스 등 비즈니스 지원 분야가 시스템의 가장 큰 영역을 차지했다. 특히 빌링·고객지원·마케팅 등 3개 분야에서 시스템자원의 대부분을 사용하고 있었다.

당시 국내 통신시장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핵심 시스템은 빌링 분야였다. 요금관리시스템으로도 불리는 빌링 시스템은 가입자들의 고객정보를 기반으로 과금, 연체 등을 처리하는 것으로 서비스 경쟁에 필요한 핵심 시스템이었다. HP는 LG텔레콤, 썬은 한국통신프리텔, 후지쯔는 한솔PCS에 각각의 빌링 시스템을 공급했다. 요금 관리 시스템에 이어 고객관리, 데이터웨어하우징, 의사결정지원시스템 등도 통신 시장의 큰 이슈로 떠올랐다.


PCS, CT-2 업체, 명암 엇갈려

1997년 PCS, CT-2가 이슈로 떠오르면서 통신서비스에 많은 신규 업체가 뛰어들었다. PCS는 당초 예상했던 2002년 700만 명의 가입자 수를 훌쩍 뛰어넘어 2000년에 이미 1,200만 명을 돌파했고, 매출규모 역시 4.8조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시장을 형성했다.

이에 반해 발신전용의 CT-2는 낮은 서비스 품질, 핸드오프(Handoff, 통화 중 기지국 간 이동)기능의 부재로 이동 가능한 휴대전화이면서도 이동이 불가능한 역설적인 문제 등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런 이유로 CT-2 사업자들은 사업 운영을 포기했고, 한국통신이 2000년 1월 마지막으로 시티폰 서비스를 종료했다.

PCS분야에서는 SK텔레콤, 신세기통신 등 기존 사업자와 LG텔레콤, 한솔PCS, 한국통신 등 후발업체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러다 2000년부터 진행된 IMT-2000 (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2000, 이하 3G) 사업자 선정을 두고 변화를 맞게 됐다.

정보통신부가 3개사만 3G 사업자로 선정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다. 이에 따라 5개사 중 3개사는 인수합병대상이 됐으며 5개 회사는 서로 눈치싸움을 벌였다. 결국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한국통신이 한솔PCS를 합병하기로 하면서 3개사로 고착화됐다.

2011년, SK텔레콤, KT(한국통신), LG U+ 등 3개사로 고착화된 이동통신 시장은 SK텔레콤과 LG U+를 필두로 4G인 LTE(Long Term Evolution) 서비스를 상용화했다. LTE는 전 세계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3G기술인 WCDMA(Wideband Code Division Multiple Access, 광대역 코드 분할 다중 접속)의 후속 기술이기 때문에 기존 3G 통신망과 연동이 쉽다는 장점이 있었다. KT는 한발 늦게 2012년 초 LTE 상용화를 시작했고, 이후 LTE-A, 광대역 LTE 등 추가 기술이 나오면서 각 이동통신사들은 속도경쟁을 벌였다.

▲1997~2014년 이동통신서비스 매출액 (출처: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


5G 개발 경쟁 치열

2017년 SK텔레콤, KT, LG U+ 등 국내 이동통신 3사는 5G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국제사회의 5G 상용화 목표인 2020년보다 한발 앞선 2019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력을 다하고 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은 5G의 공식 기술 명칭을 ‘IMT-2020(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2020)’으로 명명했다. 또한 5G는 28GHz의 초고대역 주파수를 사용하고 최대 다운로드 속도 20Gbps, 최저 다운로드속도 100Mbps로 시속 500km의 고속열차에서도 자유로운 통신이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SK텔레콤, KT, LG U+ 등 국내 이동통신 3사와 삼성전자, LG전자, 에릭슨LG 등 전자업체,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은 2013년 5월 5G포럼을 창립하고 매해 정기총회를 개최하며 5G 기술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5G포럼은 5G망 구축과정에서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oftware Defined Network, 이하 SDN)와 네트워크기능가상화(Network Function Virtualization, 이하 NFV) 기술을 핵심으로 꼽았다. 이동통신사는 구축과정에서 기존 시스템에 SW기술을 적용해 네트워크 장비를 전면 교체하지 않고 성능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즉 SDN과 NFV로 네트워크 장비에 포함된 HW와 SW를 가상화 기술로 분리, SW만 별도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최근 SK텔레콤과 KT는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힘을 모으고 있다. 2016년 6월 SK텔레콤은 에릭슨과 함께 5G 시험망 장비 개발을 마치고 시연에 성공했다. 또한 SK텔레콤과 AT&T, 도이치텔레콤, 에릭슨 등 15개 글로벌 통신·장비사로 구성된 ‘5G 글로벌 협력체’가 제안한 5G 핵심 표준안이 세계 이동통신 표준화 기술협력 기구(3GPP, 3rd Generation Partnership Project)에서 채택됐다. 이에 따라 글로벌 협력체를 기반으로 한 SK텔레콤의 표준화 주도가 주목받고 있다.

KT 역시 에릭슨, 노키아와 함께 각각 개발해온 5G 장비와 단말을 연동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버라이즌과 함께 홀로그램 5G 국제통화 성공, 공항철도에서 필드테스트를 실행해 성공하는 등의 활약을 보이고 있으며,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5G 시험망을 구축, 시연해 실제 무선통신에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KT가 지난달 공항철도에서 5G 필드테스트를 진행했다.

LGU+는 데이터 처리 핵심 통신장비인 ‘SPGW(Serving Packet data network GateWay)’에 NFV를 적용하면서 VoLTE서비스까지 수용했다. 2016년 통신망에서 정보전송 경로를 설정하는 캐리어급 라우터에 NFV기술을 적용한 데 이어 VoLTE 및 데이터 처리와 속도 제어, 패킷 과금 등을 수행하는 핵심 통신장비인 SPGW에도 이 기술을 적용, 데이터뿐만 아니라 VoLTE 서비스까지 모두 수용하는 데 성공하면서 SDN, NFV기술로 5G를 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LGU+가 데이터 처리 핵심 통신장비인 SPGW에 NFV기술을 적용했다.


통신시장 변화에 전 산업이 주목

1997년, PCS, CT-2가 대두되면서 통신시장은 양·질적인 면에서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특히 시장 성장세는 예측을 훨씬 뛰어넘었다. 이러한 통신 시장 성장은 3G 사업자가 선정되고 3G가 상용화된 2000년 이후까지도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2009년 3G가 정착되고 4G 상용화를 준비하던 때부터 성장이 둔화되기 시작했다. 2012년부터 가입자 수가 정체되고, 매출액 또한 과거와는 달리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2017년, 이동통신사가 3개로 고착화되고, 통신시장의 성장 또한 더뎌진 시점에서 각 이동통신사들은 사활을 걸고 5G 개발에 나서고 있다. 5G는 특히 현재의 이동통신서비스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 IoT 등 다양한 분야와 결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5G로 변화하는 통신시장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회사 존립마저 위태롭게 될 수 있다는 의미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통신시장은 미미했다. 하지만 2G, 3G, 4G를 거치면서 엄청난 성장을 보였고, 지금은 5G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또 이동통신서비스는 자율주행차, IoT 등 다른 분야와 결합, 시장 성장이 확실시되는 분야이기도 하다. 통신 업계의 변화에 통신업체뿐 아니라 모든 IT업체가 주목하는 이유다.

저작권자 © 컴퓨터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