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중고컴퓨터 시장 활성화 주장에 힘 실려 / 2018년-일상화된 중고 거래, 인터넷 통해 C2C 거래도 활발

 

 

[컴퓨터월드] 1998년, IMF 경제위기 상황에서 중고 컴퓨터의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면서 중고 컴퓨터 시장을 조속히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었다. 당시 업계는 국내 중고 컴퓨터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로 ▲하드웨어 저가정책 ▲물량확보의 어려움 ▲외산과의 경쟁 등을 꼽았다.

2018년, 인터넷 발전에 따라 중고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e커머스 업체를 통한 B2C 판매는 물론, 중고나라 등 커뮤니티를 통한 C2C 거래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특히 옥션은 지난해 중고 컴퓨터 부품 거래가 전년대비 68% 증가했다고 밝혀, 시장이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1998년, 중고 컴퓨터 시장 활성화 필요성 대두

1998년 중고 컴퓨터 시장을 조속히 활성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IMF 경제 위기 속에서 중고 컴퓨터의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중고컴퓨터를 매매하는 창구가 많지 않아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구입한 전산장비를 헐값에 판매하거나 아예 고철덩어리로 폐기처분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당시 모 증권사가 4~5년 전 15억 원에 구입한 메인프레임을 120만 원이라는 헐값에 중고기기 취급업체에 팔아넘겼던 사례는 국내 중고 컴퓨터 시장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줬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이 정도면 잘받은 편”이라며, 오히려 폐기물 처리비용을 요구하는 중고기기 취급업체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여러 가지 요인이 국내 중고 컴퓨터 시장의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었다. 먼저 메이커들의 하드웨어 저가정책을 들 수 있었다. 98년 당시 IBM 등 하드웨어 공급업체들의 전략이 소프트웨어에서 수익을 남기는 쪽으로 전환됨에 따라 하드웨어 가격이 많이 저렴해졌다. 이전에 비싼 하드웨어를 구입한 기업들이 중고 제품을 적정한 가격에 공급할 수 없게 됐다.

과거 하드웨어가 운영체계에 비해 비쌀 때는 채산성이 좋아 중고 컴퓨터의 거래가 가능했으나 하드웨어 가격이 인하되면서 중고 컴퓨터의 설자리가 없어진 것이다.

특히, 운영체계의 가격이 하드웨어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욱 비싸지는 경향을 보인 것은 중고컴퓨터의 거래를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 더불어 운영체계는 판매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권을 임대한다는 점이 문제였다.

중고 컴퓨터 구매자는 필수적으로 운영체계를 임대해서 사용해야 하는데, 가격이 비싸 하드웨어가 저렴하다 해도 전체 가격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웨어를 포함할 경우 전체 가격이 신제품의 절반에 육박하는 경우도 있다”며, “신제품에 비해 저렴하지도 않은 중고 컴퓨터를 누가 구입하겠느냐”고 당시 어려움을 토로했다.

중고컴퓨터 시장이 얼마나 위축됐는지는 당시 한 중고컴퓨터 업체의 매출에서 단적으로 알아볼 수 있었다. 1985년부터 중고 컴퓨터 사업을 진행했던 성일컴퓨터서비스는 한창 호황일 때 주변장비를 포함해 매년 1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인력 규모도 20여 명 선을 유지했다. 그러나 98년에 접어들면서 연 매출이 1억 원 미만으로 곤두박질했으며, 인력도 절반이하로 줄었다. 성일컴퓨터서비스 측은 이러한 매출감소의 원인에 대해 소프트웨어 고가 정책으로 판로가 막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고 컴퓨터 업체들은 유지보수로 사업방향을 전환하기도 했다. 이들 중고컴퓨터업체들은 서비스의 질은 메이커들과 비슷하지만 비용은 50%수준이라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중고 시스템 물량 확보도 문제

중고 컴퓨터의 물량이 많지 않은 것도 컴퓨터 중고 시장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미국의 경우 중고 컴퓨터의 물량이 전체 시스템 시장 규모의 10%를 차지했다. 미국에서 이처럼 중고 컴퓨터 물량이 풍부했던 것은 기업들이 시스템을 구입하는 대신 빌려 쓰는(리스) 방식의 비중이 높았기 때문이다.

많은 미국 기업들은 리스회사를 통해 시스템을 구입해 사용하다 리스기간이 만료되면 신기종을 다시 리스해서 사용했다. 이 때 발생하는 중고 컴퓨터는 리스기업이 운영하는 중고 컴퓨터 취급업체에 제공됐다. 대부분의 리스회사들은 중고 컴퓨터 취급업체를 자회사로 운영했으며, 이미 시스템의 원가 및 이자는 리스기간에 회수했기 때문에 중고 시스템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고객들 대부분이 직접구매를 선호했다. 또한 리스를 했다고 해도 계약 조건이 길고, 만료 후에도 고객이 시스템을 인수해 시장에 중고 매물로 풀리는 경우가 적었다. 이런 과정에서 시장에 중고 매물이 나와도 그 시기가 늦어 컴퓨터로서의 가치가 떨어진 경우가 많았다.

이외에 국내 업체들은 한번 구매하면, 사용여부를 떠나 세제상의 이유로 5년 이상을 보유하는 경우가 많았다. 업체들은 잔존가의 이유를 들어 감가상각이 다되도록 기다린 다음 중고시장에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되면 이미 기능이 신기종에 비해 월등히 떨어지기 때문에 폐기되는 수순으로 이어졌다. 아까운 재원을 적기에 출품하지 못해 썩히고 있다는 업계의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였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대부분의 중고 컴퓨터는 해외로부터 수입될 수밖에 없었다.


정부정책 및 거래방식 변화 필요성 제기

업계는 또한 정부정책도 시장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중고 컴퓨터 취급업체들이 국내에서 거둬들인 중고 시스템은 미국 등 외국에서 들여오는 것보다 가격이 높은 경우가 많았으며, 시스템의 사용기간도 길고 노후화돼 있었다. 이로 인해 중고 시스템 취급업체들은 제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는 시스템을 수입할 때 EMI 검증을 획득하도록 돼 있었다는 점이었다. 중고 시스템 취급업체들은 메이커업체들과 달리 한번에 1~2대 정도 수입하는 사례가 많았다. 당시 중고 업체 관계자는 EMI 검증을 획득하려고 하면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해 중고의 최대 강점인 저렴한 가격의 이점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EMI 인증으로 인해 중고 시스템의 수입은 사실상 묶여 있다는 얘기였다. 중고 시스템 취급업체들은 이미 미국 등에서 EMI 검사를 거쳤다는 점을 들어 다시 EMI 검사를 받아야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산 책임자들이 신기종을 선호하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전산 책임자들 사이에 중고 제품은 성능이 떨어져 사용하기 힘든 시스템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이다. 당시 업계는 중고 제품이라도 뜯어서 부품을 재조립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고유 기능이 저하되는 것은 아니며, 사용자의 특성과 용량이 맞으면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으론 새로운 기술을 접하고자 하는 엔지니어들의 욕심도 신기종을 선호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좋은 시스템을 들여서 연습하는 성향이 있다는 것이었다.

중고 컴퓨터의 거래방식에도 문제는 있었다. 당시 국내 중고 시스템의 거래는 대부분 비밀리에 진행됐다. 일반적으로는 신제품의 1/10 가격에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거래 가격은 당사자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었다. 즉, 중고 시스템 가격의 기준이 없었던 것이 문제라고 지적됐다.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가격에 대한 불신이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찰이나 중개기관을 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거래가 이뤄진다면, 공급자나 소비자 모두 이득을 챙길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또 사장되는 시스템 물량도 줄일 수 있어 1석 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얘기했다. 미국처럼 입찰 공고 방식을 통한 양성 거래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업계는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중고 컴퓨터 시장 활성화 주장에 힘 실려

당시 국내에서 취급되는 중고컴퓨터는 PC종류의 소형 시스템과 IBM AS/400, RS/6000 등의 중형시스템, 메인프레임 급의 대형시스템으로 나눠졌다. 중대형 시스템을 취급했던 업체는 성일컴퓨터서비스, 경원컴퓨터, 벨컴퓨터서비스, 티피엠, 코디스코 등 20여 개였다.

이들 업체들은 대부분 과거 컴퓨터 회사에 근무했던 직원들이 퇴직 후 설립한 경우가 많았다. 성일컴퓨터서비스, 경원컴퓨터, 벨컴퓨터서비스 등의 경우 과거 IBM 출신들이 주축이 돼 회사가 설립됐다. 중고 컴퓨터 시장에서 IBM 기종이 가장 많이 거래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특히 당시 가장 거래가 활발한 제품은 AS/400이었다. 국내외에 가장 많이 설치됐었으며, 모델과 용량이 다양해 중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사용하는데 무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대형급인 메인프레임 거래물량은 많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중고 컴퓨터 시장은 가장 호황을 누렸던 93년에 50~60억 원 규모에 달했으나 97년에는 30억 원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본지는 IMF 경제위기 시대에 과소비를 줄이고 아껴 쓰는 게 미덕이라며, 중고 컴퓨터를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2018년, 소비자의 일상이 된 중고 거래

2018년, 인터넷이 발전하면서 중고거래는 소비 생활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중고거래는 기업간의 거래보다 소비자간 거래가 더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면서 중고거래가 보편화됐다. 국내 중고거래 커뮤니티인 ‘중고나라’ 가입자는 1,600만 명을 돌파했다. 한명 당 하나의 아이디로 중고나라에 가입했다고 가정한다면, 전 국민의 30%에 해당하는 수치다. 더불어 옥션, 쿠팡 등 e커머스 사이트도 중고거래 서비스를 지원하고 있어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다.

 

▲ 중고나라의 가입자가 1,600만 명을 돌파했다.(출처: 중고나라)

현재 중고시장의 규모, 거래량 등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다. 중고거래는 기업간(B2B), 기업과 소비자간(B2C) 거래 외에도 소비자간의 거래(C2C)도 있어 시장 규모를 조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거래과정에 기업이 포함된다면 재무제표 등을 통해 어느정도 산출이 가능하지만, 커뮤니티를 통해 진행되는 소비자간의 거래는 산출이 불가능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온라인쇼핑몰 거래액은 약 91조 원에 달한다. 온라인쇼핑몰 거래액 중 중고제품 거래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커뮤니티를 통해 진행되는 소비자간의 중고거래까지 포함한다면 중고거래 시장은 꽤 큰 규모를 형성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현재 중고시장의 규모를 10조 원에서 20조 원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고거래 시장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 분야가 있다. 컴퓨터와 디지털카메라를 포함한 전자기기 분야와 음반 및 영화 분야다. 옥션 발표자료의 옥션 내 중고상품 판매 증감률을 보면 2016년 대비 2017년 중고 컴퓨터 부품은 68%, 증고 음반 및 영화는 98% 증가했다. 특히 리퍼·반품·전시용 DSLR 카메라는 124%, 미러리스 카메라는 183% 급증했다.

쿠팡도 지난해 11월부터 본격적으로 중고 제품 판매에 나서고 있다. 쿠팡 중고판매의 특징은 타 사이트와 달리 상품 검색 시 일반상품과 함께 노출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중고제품과 일반 제품의 가격을 비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 쿠팡은 중고제품과 신제품을 함께 노출해 가격 비교가 용이하다.(출처: 쿠팡)

중고 시스템 시장은 국내에 일부 형성돼 있다. 하지만 해외 시장에 비해 활성화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2011년에는 국내 IT 장비 소비문화는 실용주의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으며, 장비 수요업체 담당자들은 구매 후 서비스가 제대로 안 돼 발생할 책임을 떠안는 것 보다 새 장비로 교체하는 쪽을 선택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심지어 경영진들도 이를 용인하고 있어, 선진국의 절약정신과 재활용 문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었다. 특히 신규장비 투자가 활발해 교체주기가 짧은 국내 현실을 감안하면 지나친 낭비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고 컴퓨터 시장 화두, ‘암호화폐’

최근 중고 컴퓨터 시장의 화두는 단연 ‘암호화폐’라 할 수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암호화폐 열풍으로 인해 그래픽카드가 품귀현상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오르기 시작한 비트코인의 가격은 최고 2,500만 원대를 찍고 현재 900만 원대에서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이렇게 가격이 상승하면서 자연스럽게 암호화폐를 생성할 수 있는 이른바 ‘채굴(Minig)’에도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암호화폐 채굴에는 그래픽카드가 필수적이다. 이로 인해 그래피카드의 가격이 상승했다. 보통 암호화폐 채굴에 사용하는 그래픽카드는 3GB를 초과한 고사양 제품이 사용되고 있다. 그래픽카드 업체의 대표주자인 엔비디아의 ‘지포스 GTX 1060 6GB’ 제품의 경우 초기 소매가는 33만 원대였으나, 현재 40만 원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현존 최고사양인 ‘지포스 GTX 1080Ti’의 경우 권장 소비자가격은 70만 원 대(699달러)로 책정됐지만, 현재 100만 원 이상의 가격에 팔리고 있다. AMD의 그래픽카드인 ‘라데온’도 가격이 많이 올랐다.

 

▲ 암호화폐 열풍으로 그래픽카드의 가격이 상승했다.(출처: 에누리 가격비교)

그래픽카드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다보니 중고거래 역시 늘어나고 있다. 가격이 비싼 신제품 대신 중고 제품에 눈을 돌리는 수요자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고사양 그래픽카드는 채굴에 사용됐던 제품이 거래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채굴용으로 쓰인 제품은 말 그대로 혹사당했기 때문에 부품의 수명이 줄어들어 고장 등 문제가 일어날 확률이 높다. 이로 인해 그래픽카드 중고거래시 채굴용으로 사용된 제품이 아닌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고 스마트폰 각광

중고 스마트폰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 이전에도 국내 중고 스마트폰 시장은 존재했지만 지금처럼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최근 들어 중고 스마트폰이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새로나온 스마트폰의 혁신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게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예전에는 스마트폰의 세대가 바뀔 때마다 사양, 성능, 기능 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엣지디스플레이, 카메라, 새로운 모바일 AP 등 발전하는 기술을 누가 먼저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적용하느냐의 경쟁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세대가 바뀐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출시되면 처음 제기되는 문제가 ‘혁신이 없다’다. 디자인적인 면은 물론, 성능에서도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최신 모바일 AP 탑재, 기능 강화 등 변화가 있긴 하지만, 전 세대의 플래그십과 큰차이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가격이 100만 원을 넘어가면서 소비자들이 최신 스마트폰이 아닌 이전 세대의 스마트폰에 눈을 돌리고 있다. 기능, 성능 상 큰 차이가 없지만 가격은 훨씬 저렴한 이전 세대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원인은 보편요금제, 자급제 등 이동통신 요금제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최근 보편 요금제 등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 많은 관심이 쏠리면서 이동통신 요금제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시행으로 기기 값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기도 했다. 그 중심에 있는 휴대폰 지원금 상한제가 폐지된 지금도 기기 값에 대한 부담은 여전한 상황이다. 제도가 폐지됐어도 지원금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페이백, 추가지원금 등 불법적인 지원금이 음지화 돼 더욱 활개를 치고 있다.

국내 단말기 유통은 이동통신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기기값과 통신요금이 가계통신비에 포함돼 부담을 느끼는 가정이 많다. 이에 따라 현재 활발히 논의 중인 방편이 ‘단말기 자급제’다. 단말기 유통과 통신사를 분리해 왜곡된 통신요금을 개선한다는 취지다. 이런 흐름에 따라 삼성전자는 최근 발표한 ‘갤럭시 S9’의 자급제 모델을 따로 출시했다. 또 KT에서는 자급 단말기에 특화된 무약정 요금제를 출시하기도 했다.

 

▲ 삼성전자는 ‘갤럭시S9’ 자급제폰을 출시했다. (출처: 삼성전자)

이런 자급제 방식의 하나로 중고거래가 뜨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리퍼비시 스마트폰 시장이 지난해 1억 4천만 대를 기록하면서 전년대비 13% 성장했다고 밝혔다. 리퍼비시는 중고 제품을 수거해 수리하거나 재생한 뒤 다시 판매하는 방식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현재 리퍼비시 스마트폰은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10%에 육박하는 규모로 커졌는데, 이는 최신 스마트폰의 차별화가 적어지면서 중저가 제품과 리퍼비시로 대표되는 중고 제품의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리퍼비시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은 신규 스마트폰 시장을 둔화시킬 것으로 예측했다.


중고 시장,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1998년, IMF 경제 위기로 중고 거래 활성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당시 국내 중고 컴퓨터 시장은 미흡한 상태였다. 물량확보의 문제, 중고 제품에 대한 인식 개선, 소프트웨어 고가 정책 등이 시장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었다. 당시 업계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입찰 절차 또는 중개 기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입찰 또는 중개기관을 통해 양성거래를 늘려야 한다는 얘기였다.

2018년, 중고 거래는 합리적 소비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커뮤니티와 e커머스 사이트를 통한 중고거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유통업계는 중고 시장 규모를 10~20조 원대로 추정하고 있다. 또 쉐어링, 렌트 등 공유 시장도 점차 커지고 있다. 합리적인 소비문화가 우리 삶에 서서히 자리잡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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