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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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블록체인과 화폐 경제학한호현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컴퓨터월드] 비트코인으로 인한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위·변조와 관련 논란이 뜨겁다. 즉 위조 및 변조, 해킹이 불가능하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지만, 어떤 환경이든 가능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불가능하다는 주장은 기존의 중앙 집중시스템이 위조나 변조, 해킹도 가능하다는 잘못된 전제로 나온 것이라고 한다. 때문에 블록체인이나 비트코인도 위조, 변조, 해킹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호현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이에 대해 “중앙집중식의 경우 변조는 불가능하고, 해킹 이후 이뤄지는 위조는 가능하고, 해킹도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본지는 논란이 되고 있는 블록체인과 비트코인과 관련,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한호현 교수를 통해 기술적인 관점, 경제적인 관점, 제도적인 관점 등으로 나눠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지난호 기술적 관점에 이어 이번호에서는 경제적인 관점에서 살펴봤다. <편집자>

   
▲ 한호현 경희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한호현 교수는 현재 스마트카드 표준단체인 Asia IC Card Forum(AICF)의 회장이기도 하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 총괄본부장을 역임했으며 정보통신부 등 정부기관과 현대정보기술 등 민간 기업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은 보안 및 정책 관련 전문가이다. 저서로는 RFID핸드북(역서) 등이 있으며 정보통신 관련 분야에서 모두 3개의 기술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실시간부가가치세 징수제도 설계, 금거래소 설립, 전국호환교통카드 등 금융관련 분야에서도 큰 경험을 갖고 있다.


들어가는 말

화폐는 한마디로 경제의 근간이다. 화폐로 경제 규모를 측정하고, 화폐로 소득 수준을 결정한다. 화폐로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구매한다. 화폐는 우리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나 기업, 그리고 각 개인에 이르기까지 많고 적음에 대한 근심을 가져오는 대상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화폐가 갖는 근본적인 속성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자연스럽게 우리 생활의 일부로 여기고 받아들이며 생활을 한다.

비트코인에서 시작된 블록체인 가상화폐가 커다란 논란을 가져왔다. 이 가상화폐는 기존 화폐가 갖는 통념에 큰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화폐 시스템 구조에서 비롯된 다양한 금융 금융시스템의 문제를 풀어 줄 대안이라는 표현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구체적으로 중앙은행의 발행 독점권을 해소해 화폐 민주화를 이루고, 발행량을 제한하여 화폐 가치의 디플레이션을 방지하고, 금융자본 이득을 취하는 상업은행이 사라질 것이라는 거침없는 주장 등이 포함된다. 또한 미래의 새로운 화폐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블록체인에서 촉발된 화폐에 대한 이러한 논쟁은 화폐에 대한 오해나 잘못된 편견 그리고 블록체인에서 운영되고 있는 가상화폐(최근에는 암호화폐로 자주 언급된다)에 대한 많은 오해에서 비롯되는 경향이 강하다. 여기에서는 블록체인 가상화폐의 실상과 미래를 조망해 보고자 한다.


화폐와 전자화폐

화폐는 인류가 분업을 하면서 생겨났다. 사람들은 분업으로 생산된 재화를 교환하면서 불편을 느끼게 됐다. 예를 들어 달걀 1개에 상응하는 돼지고기를 얻기 위해 돼지 1마리를 잡을 수 없는 상황이 생겨난 것이다. 잡아 놓은 돼지고기를 상하지 않게 오래 보관해 신선한 달걀과 교환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화폐다. 궁극적으로 화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분업의 생산물을 교환하기 위한 매개체다. 이를 위해 화폐는 가치를 잴 수 있는 수단이 돼야 한다. 또한 가치를 저장하는 수단이 돼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기능을 어떻게 제공할 수 있느냐다.

돌, 조개, 철, 금, 은, 종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화폐가 등장했다. 또한 이들을 둘러싼 수많은 문제가 등장했다. 궁극적인 공통의 문제는 어떻게 화폐의 가치를 안정시키느냐 하는데 집중된다. 이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탄생한 것이 국가가 실질적으로 화폐의 가치를 보장하는 체계이다. 즉 화폐를 발행하는 중앙은행의 역할이다.

중앙은행은 화폐 발행량을 조절함으로써, 즉 경제에 필요한 화폐의 수급을 조절함으로써 화폐 가치의 안정성을 유지한다. 그런데 국가간 무역이 증가하면서 나라별로 화폐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이 쉽지 않게 됐으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특정 국가의 화폐를 기축통화로 사용하게 됐다. 기축통화의 대표적인 예가 미국 달러다.

화폐의 수급만으로 복잡한 세계 경제를 풀어낼 수는 없다. 세계 각국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또한 화폐를 근간으로 하는 각종 금융 상품이 문제가 생겨 금융위기를 불러오기도 한다. 심지어는 빈부 격차의 문제의 원인을 화폐 시스템에서 찾으려는 경향도 있다.

각종 경제 문제를 중앙은행의 화폐 발행체계에서 찾으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경제학의 오랜 논쟁거리 중 하나였다. 그러나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중앙은행의 화폐 발행에 대한 마땅한 대안을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었다.

그런데 지난 2009년 비트코인이 출현하고 2015년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가 나타난다. 이를 계기로 가상화폐에서 기존 화폐 체계의 갖는 문제의 대안을 찾으려는 시도가 생겨났다. 가상화폐는 지난 30여 년간 있어왔던 전자화폐(electronic money, electronic cash, digital cash 등으로 표현)와는 차별화된다.

가상화폐에 앞서 생겨난 전자화폐는 그 역사가 25년 정도이다. 전자화폐의 이론적 배경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컴퓨터 사용의 확산 그리고 인터넷 태동과 맞물려 화폐 체계 특히 현금과 같은 사용을 컴퓨터로 구현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사실상 실패로 끝났지만 데이비드 차움이 전자화폐의 기본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이후 90년대 들어서면서 전자화폐에 대한 기능적 요건이 수립된다. 그 주요 내용은 5가지 정도로 요약된다(<그림 1> 참조). ① 오프라인 상태에서 사용될 수 있어야 함(여기서 오프라인의 의미는 실제로 통신이 연결되지 않은 상태와 연결이 됐다 하더라도 일정한 시간 내에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 ② 이용자의 프라이버시가 보호되어야 함 ③ 기존 화폐 사용과 같은 처리 속도를 보장해야 함 ④ 많은 시스템에서만 사용이 가능해야 함 ⑤ 다중 지급이 이뤄지지 않도록 해야 함 등이다. 이러한 내용은 스테판의 논문에서도 언급된다.

   
▲ <그림1>전자화폐의 조건

불행히도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는 전자화폐는 지금까지 만들어지지 못한 상태이다. 최소한 이러한 조건을 만족해야 보편적인 전자화폐로서의 자격을 갖출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요건을 갖추게 되면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로서의 가능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교통카드 형태의 전자화폐가 이 5가지 요건에 가장 근접한 상태다. 교통카드는 혼잡한 교통 상태에서도 요금 지급이 가능하다. 또한 다중 지급의 문제도 없다. 교통카드 이용자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다. 온라인이 아닌 상태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문제점은 양방향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교통카드는 단방향 사용을 취함으로써 앞에서 언급한 5가지 요건을 충족하게 된 전자화폐다.

   
▲ 교통카드의 처리 형태


가상화폐

가상화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화폐를 총칭한다. 최근에는 암호화폐(Cryptocurrency)로 불리기도 한다. 가상화폐취급소에서 거래되는 숫자만도 1,600여 개에 달한다.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에서 동작한다. 은행과 같은 중계기관을 두지 않고 다중지급을 방지할 수 있는 기술을 구현했다. 그렇지만 처리속도의 제약, 오프라인 지급 불가, 제약된 환경에서만 사용되는 등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가상화폐는 기존 실물 경제에 사용되는 데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실용성 면에서 기존의 전자화폐나 실물화폐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 가상화폐의 기능 충족도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처리 속도를 높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구조적 특성상 오프라인 상태에서의 사용여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가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나 보편적인 성격의 화폐로 발전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최근에는 처리 속도를 높이기 위해 블록체인이 최초로 내세운 P2P(Peer to Peer)를 포기하는 경향도 있다. 거의 중앙 집중화된 형태로 회귀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는 실용화를 염두에 둔 변화로 보인다. 실용성 측면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무엇보다 특정 블록체인에서만 운영된다는 점이다. 블록체인 시스템 1개에 하나의 가상화폐가 존재하게 된다. 화폐는 그것이 전자적 형태로 운영된다 하더라도 제약 없이 다양한 시스템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 현재 가상화폐는 태생적으로 특정 블록체인 시스템과 결합된 형태로 출현한다. 이러한 구조로는 보편화된 가상화폐로 발전할 수 없다. 이를 극복해야 가상화폐가 보편성을 갖게 된다.

현재 가상화폐는 오프라인 결제가 어렵다. 보편적으로 사용될 수 없는 이유다. 처리 속도도 실용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한마디로 온라인상에서 벗어나서는 생존이 어렵다는 의미다. 반면에 가상화폐는 온라인에서 디지털콘텐츠 등의 거래에 적합하다. P2P거래에 치중을 한다면 처리 속도도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결론

화폐는 화폐가 갖는 역사성과 경제적 특성을 갖고 있다. 가상화폐가 화폐로서의 보편성과 실용성을 지니려면 그 특성을 제대로 갖춰야 한다. 그렇지 못한다면 결국에는 온라인상에서 그 수명을 다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보편적 화폐의 특성을 갖는 새로운 디지털 화폐가 출현해 가상화폐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화폐의 역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다. 화폐는 끊임없이 쉬지 않고 진화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가상화폐는 위에서 언급된 전자화폐의 5가지 기능을 모두 충족하기에 무리가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오프라인 상태에서 사용할 수 없다. 이는 가상화폐의 실용화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교통카드 형태의 전자화폐가 실용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오프라인 상태에서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한 가상화폐의 출현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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