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IMF 외환위기로 산업 기반 붕괴 위험 직면, 틈새시장 개척에 주력

 

 

[컴퓨터월드] 1998년, IMF 외환위기로 국내 정보통신업계의 관건은 성장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이었다. 자립 기반이 취약했던 대부분의 국내 주변기기 업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여유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IMF 이후 국내 시장 위축에 따른 매출 감소로 사업을 포기해야하는 극한 상황으로 몰리고 있었다.

2018년, 98년 당시 생존 전략을 모색하던 주변기기 업체들은 대부분 국내에서 철수했거나 사업 방향을 돌렸다. 특히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시장을 살펴보면 98년 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했던 맥스터코리아는 2006년 국내에서 철수했으며, 한국후지쯔는 HDD 사업을 유지하고 있으나, 생체인증 등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씨게이트는 HDD제품 외에도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제품을 선보이며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IMF 외환위기로 생존 급급한 주변기기 업체

1998년 IMF 외환위기로 인해 국내 정보통신 업계의 관건은 성장이 아니라 생존에 있었다. 주변기기 업체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특히 여유자금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사업 포기마저 고려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 한 예로 유망 벤처기업으로 주목받던 A전자의 대표는 “IMF 구제금융 신청한 지 1년이 다돼가고 있는데, 지금까지 버텨온 것이 신기한 일”이라며, “기술개발, 양심 따질 것 없이 살아남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런 상항은 A전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주변기기 업체들도 겪고 있는 문제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이 99년까지 지속된다면 국내 중소기업 중 살아남은 업체가 있을 것인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였다.

어려움을 보여주는 사례가 가산전자와 두인전자의 부도였다. 한때 멀티미디어 보드 시장을 양분하며, 세계적인 멀티미디어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했던 이 기업들은 IMF 1년 만에 부도처리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두 기업은 정부로부터 ‘벤처기업의 모범’으로 수 차례에 걸친 수상 경력을 보유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던 기업이었다. 하지만 IMF로 인한 내수 시장의 위축은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하던 기업들의 발목을 잡았고, 결국 쓰러진 것이었다.

사례는 이 두 기업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많은 기업들이 간판을 내리거나 겨우 명맥만 유지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다.


사실상 수입상으로 변질…유명무실한 국산 브랜드

특히 국내 주변기기 산업은 산업 자체가 붕괴의 위험에 직면하고 있었다. 대기업 중심의 시장 구조에서 벤처의 깃발을 들고 기술력 개발에 매진하던 중소기업들이 자체 제품 개발을 포기하는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들 중소기업들은 손쉽게 이익을 보장받을 수 있는 수입상으로 변질되는 경향마저 보였다. 전문가들은 당시 이런 상황이 1~2년간 지속된다면, 국산 브랜드를 가진 주변기기 제품은 시장에서 찾기 힘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으론 그동안 국내 주변기기 업계가 방만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있었다. 국내 경제와 마찬가지로 주변기기 전문업체들도 거품이 많았다는 얘기다. 세계적인 제품이라고 자랑했지만, 실상은 핵심 부품을 수입해 껍데기만 포장한 제품이 대부분이었다. 대부분의 국내 주변기기 업체들이 제품 가격의 70% 이상에 해당하는 핵심 부품을 외산에 의존했기 때문에 환율 인상에 따라 경쟁력을 상실해,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놓였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안으로는 저가 대만산 제품에 밀려 경쟁력을 잃었고, 밖으로는 기술 부족으로 해외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등 돌파구를 찾기 힘든 상황이었다. 가격면에서도, 기술면에서도 경쟁 우위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애국심에 호소하는 것은 IMF 시대에 통하지 않았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정부의 지원을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오히려 정부의 지원이 국내 주변기기 업체들을 우물 안 개구리로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럼에도 당시 많은 주변기기 업체들은 살아남았으며, IMF 이후 벤처기업이라는 이름으로 신규 창업도 진행되고 있었다. 물론 이들의 앞길은 순탄해 보이지 않았다. IMF 이후 환율 인상으로 인한 제품의 가격상승으로 잠시 주춤했던 외산 브랜드들의 국내 시장 공략이 다시 본격화 됐다.

외산 업체의 공세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의 생존전략으로 기술력 확보외에도 마케팅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시장 자체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각 제품별 틈새시장을 발굴하고 그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하는 게 시급하다는 얘기였다. 안정적인 시장 확보를 위한 국내 기반 다지기는 물론, 글로벌 시장 개척을 위한 제품 전략을 갖추는 것도 요구되는 시기였다.

이 시점에서 삼보컴퓨터는 세계적인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차별화에 성공해, PC 25만 대라는 공급실적을 거두기도 했다.


시장 축소로 외산도 어려워

당시 외산 업체들도 영업 상황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시장 자체가 절반 이하로 줄었기 때문이다.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외산이라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몇몇 외산 주변기기 업체들은 지사를 철수하는 등 국내 시장을 떠나는 경우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씨게이트를 들 수 있다. 씨게이트는 국내 HDD 시장이 PC 위축에 따라 줄어들고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지사체제를 총판체제로 정리하면서 국내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대부분 외산 브랜드들은 환율이 안정세로 돌아서고, 기업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임에 따라 활동을 넓히고 있었다. 시장이 활성화될 것에 대비해 시장 선점을 위한 제품 라인업과 판매망 확보에 나섰던 것이다. 또 본사와 협의를 통해 타국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받는 등 장기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다. 또 국내 주변기기 전문기업들이 도산함에 따라 틈새시장 확보에도 주력했다.


공공기관 의존도 심화

시장 전문가와 기업 담당자들은 99년 시장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기업의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경기도 안정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어 낙관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었지만, 실제 구매 행위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였다.

기업의 신규투자는 위축되고, 실 구매자는 소비가 위축돼 그동안의 시장에서 수익성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줄어든 시장에서 공급업체간 치열한 가격 경쟁, 정상적인 유통 구조의 붕괴로 인한 시장질서 문란 등 악재들이 산적해 있었다.

이에 각 업체들은 나름대로 시장 및 제품 전략으로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었다. 특히 틈새 시장 발굴에 집중하고 있었다. 치열한 가격 경쟁을 피하면서도 일정 수준의 마진을 얻을 수 있는 틈새시장은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다가왔다. 당시 업체들이 주목했던 시장은 멀티미디어 교실과 같은 학내 전산망 및 공공기관 수요였다. 기업 및 개인 사용자 시장이 사실상 사라진 시점에서 공공시장은 유일무이한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공공시장에서의 성공 여부가 해당 업체의 희비는 물론, 생사까지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나타났다. 공공 시장은 당장의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업그레이드 수요 및 소모품, AS 등까지 계산 할 때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됐기 때문이었다.


제품별 시장 위축, 틈새 시장 공략에 집중

주변기기 시장은 제품별로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그래픽카드 시장은 가장 혼탁한 양상을 보였다. 국내 보드 시장을 양분하던 두인전자와 가산전자가 쓰러지면서, 그 자리를 누가 차지하느냐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었다. 당시 시장은 대만산 제품이 가격을 장점으로 저가형 시장을 석권하고 있었으며, 대부분의 보드 업체들은 중고가 시장을 공략했다. 국내 업체로는 제이스텍, 태근실업, 시그마컴 등이 있었다.

당시 국내 그래픽카드 시장이 저가와 중고가로 양분됨에 따라 업체들이 시장에서 어떤 전략을 구사할지도 관심사였다. 그러나 국산 제품은 가격 면에서 대만산에, 성능에서는 다이아몬드나 밀레니엄 보드에 뒤처져 시장 개척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픽카드 시장의 선결과제는 안정된 유통구조의 확립이 꼽혔다. 각 업체들은 국내시장이 저가위주로 재편되고 있어 국내 시장보다는 해외 수출형 PC에 제품 공급을 우선시했다.

모뎀 시장은 자네트, PC라운드, 한국쓰리콤 등이 주도하고 있었다. 당시 시장은 56K 모뎀으로 완전 재편됐으며, 자네트가 쓰리콤의 US로보틱스 칩을 사용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국내 시장의 2/3이 US로보틱스의 V.90 칩셋을 사용했다. 이는 국내 ISP들이 대부분 쓰리콤의 US로보틱스 칩을 지원하고 있는 모습에서도 확인 가능했다. 더불어 록웰만 지원했던 천리안도 US로보틱스 칩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됐다.

모뎀 역시 OEM 시장의 위축에 따라 같이 위축되고 있었다. 하지만 수출형 PC에 OEM 공급과 유통시장의 안정성을 통한 매출을 기대하기도 했다. 당시 LAN과 모뎀을 동시에 지원하는 콤보카드가 주목받고 있었다.

 

▲ 98년 국내 주변기기 시장 동정

프린터 시장은 PC시장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었다. 특히 레이저 프린터와 컬러레이저 프린터의 경우는 잉크젯 프린터보다 크게 위축됐다. 이는 기업 시장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국내 프린터 시장의 가장 큰 이변은 삼성전자가 한국HP를 누르고 1위로 올라선 것과 삼보컴퓨터가 엡손에 사업권을 매각해 한국엡손이 프린터 시장에 진출했다는 것이었다.

잉크젯 프린터 시장의 초점은 가격에 맞춰졌다. 저가형 1펜 잉크젯 프린터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측됐으며, 롯데캐논의 초절약모드와 같은 TCO를 고려한 제품이 주목받고 있어 이런 시장과 별계로 각 업체들은 제품 차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롯데캐논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초보 사용자용 시장을, 한국 엡손은 그래픽 처리 능력을 장점으로 중고가 시장을 공략했다.

레이저 프린터 시장은 가장 치열한 경쟁 양상을 보였다. 외산 업체부터 국산 조립 업체까지 10개의 업체가 몰려있어 그만큼 경쟁도 치열했다. A3 레이저 프린터의 경우 시장자체가 97년대비 40%정도 수준에 머물고 있을 뿐 아니라 기업간 가격경쟁도 심화돼, 행망 공급권 획득을 위해 치열한 경쟁이 지속되고 있었다. 몇몇 업체들은 인쇄 출판 기능 등 다양한 옵션을 장착해 틈새시장 발굴에 주력하기도 했다.

휴대용 저장장치 시장은 대용량 멀티미디어 파일의 증가, 백업에 대한 중요성으로 큰 폭의 시장 성장이 예상됐으나 주춤한 상황이었다. PC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장치가 아닌 제2의 HDD로 인식되면서 수요가 늘지 않았던 것이다. 또 환율 상승으로 인한 제품 가격의 상승도 한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에 따라 공급업체들은 급격한 매출 감소를 겪고 있었다.

집 드라이브, 재즈 드라이브, 광자기 드라이브 등 휴대용 저장장치는 호환성, 용이성, 안정성 등을 장점으로 마케팅을 강화했지만 표준으로 인정받고 있지는 못했다. 몇몇 파워 유저를 중심으로 사용될 뿐 일반 사용자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었다. 공급업체들은 일반 사용자 시장에 접근하기 위해 다양한 홍보전략을 펼쳤다. PC 통신 동호회를 통한 여론 확산, 기술 세미나 개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마케팅에 주력했다.

프로젝터 시장도 IMF여파를 직면으로 맞이한 분야였다. 97년까지 수익성을 보장해 주는 아이템으로 주목받았지만, 98년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그동안 주력 시장이었던 기업과 관공서 시장이 위축됨에 따라, 대부분의 공급업체들은 한 달에 몇 대 팔기도 힘든 실정이었다. 특히 환율 상승으로 제품 가격이 크게 올라 수요는 더욱 위축되고 있었다.

대부분의 프로젝터 공급업체들은 멀티미디어 교실과 같은 교육 정보화 사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를 위해 지역 유통대리점 망을 확충하고, SI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는 등 채널 구축에 영업력을 집중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새로운 경향으로는 97년까지 CRT 프로젝터로 구축되던 영상관제시스템이 LCD 프로젝터로 교체되고 있었다. LCD 프로젝터가 CRT에 비해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고, 해상도와 밝기 등도 개선됐기 때문이었다.


업그레이드 수요로 선방한 HDD 시장

HDD 시장은 PC 시장이 절반정도로 위축됨에 따라 97년 수준에서 절반을 약간 상회하는 120~130만 대 규모로 예측됐다. PC 업체의 OEM 물량이 줄어들었음에도 업그레이드 수요가 있어 다른 주변기기에 비해 그나마 상황이 좋은 편이었다.

용량별로는 행망을 중심으로 하는 2~3GB대의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유통망으로 공급되는 제품은 4~5GB대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각 공급업체들은 OEM보다는 유통시장을 강화하는데 영업의 초점을 맞췄다. 기존 채널 정책을 다변화하고, 시장을 세분화해 공략한다는 전략이었다. 이외에도 한국후지쯔와 같이 서비스의 질을 높여 시장을 공략하는 업체들도 있었다. 이 업체들은 AS센터를 개장하고, 기술지원 강화, 한글 홈페이지 개설 등 서비스의 질을 높였다.

OEM 시장 위축에 따라 각 업체들은 특화시장을 찾는데 주력했다. 각 업체들은 삼보컴퓨터와 대우통신 등의 수출형 PC 모델에 자사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주력했으며, 퀀텀이나 후지쯔는 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차별화된 전략을 구상하고 있었다.

98년 국내에서 활약했던 HDD 공급기업은 맥스터코리아, 퀀텀코리아, 한국후지쯔, 씨게이트 등을 꼽을 수 있다. 당시 국내 시장점유율 1위는 맥스터코리아였다. 하지만 IMF는 맥스터코리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97년까지 시장점유율 25% 이상을 기록했으나, 98년으로 넘어가면서 17%로 떨어졌던 것이다. 맥스터코리아의 시장점유율 하락은 저용량 제품의 부재로 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PC수요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던 행정전산망용 PC에 2GB HDD가 선정됨에 따라 저용량 제품을 조기 단종시킨 맥스터가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었다. 또 HDD 시장의 특징이었던 업그레이드 시장에 대처할 수 있는 유통망을 갖추지 못한 것도 점유율 하락의 원인으로 꼽혔다.

 

▲ 맥스터 ‘다이아몬드맥스 4320’

맥스터코리아가 주력으로 내세웠던 제품은 ‘다이아몬드 4320’ 시리즈였다. 이 제품은 디스크 한 장당 4.3GB의 용량을 제공, 최대 17.2GB까지 지원했다. 또 울트라 DMA/66을 지원함으로써 초당 66MB의 전송속도가 특징이었다. 맥스터코리아는 다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국내 주요 OEM 업체와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유통망도 강화해 소매시장 공략에도 적극 나섰다.

퀀텀코리아도 시장의 위축에 비해 상황이 다소 나은 편이었다. 97년 대비 약 70% 매출을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퀀텀코리아가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인은 주요 PC 업체에 대한 OEM 영업 강화와 유통 시장에서의 LG상사, MS테크로 분리한 복수 대리점체제의 안정화를 꼽을 수 있었다. 실제 대리점을 통한 유통 시장에서의 매출은 97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퀀텀코리아는 99년에도 국내 PC 시장 환경이 개선될 여지가 적다고 판단하고, 저가형 PC에 대한 전략 마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퀀텀의 전략은 저용량 제품을 다시 양산하거나 가격을 내리는 정책보다, 원가 절감을 통해 시장 환경에 대응한다는 것이었다. 이 일환으로 디자인을 개선해 필드 불량률을 줄임으로써 단가를 낮추고 있었다. 특히 충격보호시스템인 SPS는 상당한 원가절감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퀀텀코리아는 재고관리의 효율성을 통한 빠른 제품 공급과 조직 슬림화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국내 저가 중심 시장구조에 적극 대응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국후지쯔는 IMF 이후 가장 성장한 HDD 업체로 꼽혔다. 97년까지 유통 시장에 주력했지만 2GB대의 HDD를 내세워 OEM 시장을 공략, 큰 성과를 올렸다. 이는 타 벤더들이 저용량 제품을 조기 단종하면서, 그 틈새시장을 적절히 공략한 성과로 분석됐다. 한국후지쯔가 OEM 시장을 공략하면서 사용한 전략은 항상 일정량 이상의 재고를 보유함으로써 PC 업체들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양을 적절히 공급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었다.

당시 한국 후지쯔는 경쟁업체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가격을 조절했다. 이에 삼성전자, 대우통신, LG IBM, 멀티캡 등에 제품을 공급하는 성과를 올렸다. IMF 위기에 맞는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한국후지쯔는 또한 거래를 원화로 진행해 OEM 고객의 환율 분담을 줄여주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친다는 계획이었다. 이외에도 HDD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하이텔 포럼도 운영했으며, 유통채널도 다양화함으로써 가격구조 안정화를 꾀했다.

씨게이트는 국내시장에 대한 불투명한 전망과 영업 부진으로 지사를 철수한 대표적인 기업이었다. 지사체재를 총판체제로 바꾸고, 고객 엔지니어링 및 지원 서비스는 싱가포르 지사에서 담당하게 했다. 당시 씨게이트는 전 세계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사업 능률화와 효율성을 높이고,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더불어 시장 동향이 소비자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 이에 적합한 영업 전략을 마련하고 있었다.


2018년, 대세는 플래시메모리…꾸준히 발전한 HDD

2018년, 저장장치는 SSD로 대표되는 비휘발성 메모리, 플래시메모리(Flash Memory)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HDD는 자기디스크를 회전시켜 데이터를 읽거나 저장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속도의 한계가 존재한다. 많은 업체들이 자기디스크의 회전 속도를 높이거나 시스템과 HDD 사이를 연결하는 인터페이스의 속도를 높이는 등 HDD 속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나 HDD의 물리적 한계가 뚜렷하게 나타났고, 디스크의 회전속도를 높일수록 소음이나 전력 소모량도 높아진다는 단점도 있었다.

이런 이유로 HDD의 대안으로 SSD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SSD는 설치방법, 용도는 HDD와 유사하지만, 자기디스크 대신 반도체를 활용해 데이터를 저장한다는 차이가 있다. 반도체를 활용하기 때문에 HDD보다 빠른 속도로 데이터의 읽기나 쓰기가 가능하다. 또한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부품이 없기 때문에 작동 소음과 전력소모가 적다. 이에 기업용 스토리지 시장은 물론, 일반 소비자용 시장도 SSD로 넘어가고 있다.

SSD가 대세로 자리 잡고 있지만, HDD도 꾸준히 발전하면서 여전히 시장을 주도 하고 있다. HDD의 장점은 SSD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 웨스턴디지털의 ‘울트라스타 HS14’(출처: 웨스턴디지털)

더불어 지속적인 발전을 통해 지난해 단일 HDD에서 최대 14TB까지 제공하는 등 기술 발전도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발전 속도는 과거에 비해 점차 더뎌지고 있으며, 한편으로 HDD의 기술은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애초 HDD업계는 2025년 100TB 용량의 HDD가 출시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웨스턴디지털은 지난해 2025년까지 단일 제품기준 40TB 용량의 HDD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스토리지 외 새로운 먹거리 찾는 기업들

그렇다면 98년 당시 HDD시장에서 활동했던 기업들은 현재 어떻게 됐을까? 먼저 당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했던 맥스터코리아는 2006년 씨게이트가 맥스터를 합병하면서 국내지사 또한 통합됐다. 씨게이트테크놀로지는 맥스터를 인수하면서 맥스터 브랜드를 유지해 고급형 제품은 씨게이트 브랜드, 보급형 제품은 맥스터 브랜드로 출시된다고 밝혔다. 맥스터는 HDD업계의 경쟁 심화와 신제품에 대한 투자 부재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 씨게이트에 합병된 것으로 알려졌다.

 

▲ 씨게이트 ‘바라쿠다 SSD’(출처: 씨게이트)

씨게이트는 기존 HDD 사업을 지속하는 한편, SSD 분야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7월 ‘바라쿠다SSD(BarraCuda SSD)’를 출시하면서 HDD, 하이브리드(SSHD), SSD 제품 라이업을 완성했다고 발표했다. ‘바라쿠다 SSD’는 SATA 6GB/s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최대 560MB/s의 속도와 90K의 초당 입출력 속도(IOPs)를 지원한다. 품질보증 기간은 5년이며, 평균 무고장 시간(MTBF)은 180만 시간이다. 250GB, 500GB, 1TB, 2TB 등 4가지로 제공되며, 총 쓰기 가능 용량은 최대 1,092TBW이다. 특히 씨게이트의 데이터복구 서비스 ‘+레스큐’를 제공하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후지쯔도 기존 스토리지 사업을 계속하는 한편, 생체인증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있다. 지난 10월 개최된 ‘후지쯔 월드투어 2018-아시아 컨퍼런스 서울’에서 ‘ICT를 활용한 워크스타일의 변화’를 주제로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서비스를 소개했다. 별도로 마련된 부스에서는 정맥인증솔루션 ‘팜시큐어’를 비롯, 올플래시 스토리지, 하이퍼컨버지드인프라(HCI) 등 자사의 솔루션을 선보였으며, 출시 예정인 딥러닝 전용 칩 ‘DLU’도 전시했다.

98년 당시 OEM 영업 강화로 일정 수준 매출을 유지했던 퀀텀코리아는 현재 고효율 스토리지인 테이프 솔루션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00년 개방 선형 테이프(LTO) 기술 정립에 IBM, HP 등과 함께 참여한 퀀텀은 지난해에 LTO 울트리움 8세대 기술을 자사 ‘스칼라(Scalar)’ 테이프 라이브러리 및 ‘스토어넥스트(StorNext) AEL’ 아카이브 시스템에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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