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PC방 확산으로 ‘윈도우 98’, ‘스타크래프트’ 수요 급증

 

 

[컴퓨터월드] 1998년은 IT 무게중심이 하드웨어의 기술과 제품에서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로 이동하는 시기였다.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국내 경기 위축에도 불구하고 한글과컴퓨터, 마이크로소프트,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現 안랩), 블리자드, 새롬기술, 나모인터랙티브 등의 업체들이 새로운 제품을 발표하고 시장공략에 나섰으며, 네트워크 시장에서는 IT 분야의 지형을 바꿀 것으로 평가받던 혁신기술들이 발표되고 있었다.

2018년, 98년 당시 주목받던 안랩, 한컴, 블리자드 등의 기업들은 여전히 활약하고 있다. 한컴은 ‘한컴오피스 2018’을 출시했다. 안랩은 ‘엔드포인트 탐지 및 대응(EDR: Endpoint Detect & Response)’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블리자드는 지난해 ‘스타크래프트’의 그래픽, 한국어 지원 등을 개선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선보였으며, 올해 ‘블리즈컨’에서는 또 하나의 히트작 ‘워크래프트Ⅲ’의 리마스터 ‘워크래프트Ⅲ: 리포지드’를 발표했다.

 

 

 

 


98년, SW 및 네트워크에 대한 관심 증가

1998년은 하드웨어의 기술과 제품에 초점이 맞춰졌던 기업들의 관심이 소프트웨어와 네트워크로 옮겨가는 시기였다.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의 ‘아래아한글 815(이하 한글815)’를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97’, ‘윈도우 98’,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現 안랩)의 ‘V3프로98’,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 새롬기술의 ‘새롬데이터맨 98’, 나모인터랙티브의 ‘나모웹에디터 2.1’, 거원시스템의 ‘제트오디오 4.0’, 어도비의 ‘포토샵 5.0’, 영림원의 ‘K.실록’ 등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 나오며 인기를 끌었다.

당시 용산전자상가, 테크노마트 등을 대상으로 ‘1998년 가장 많이 판매된 데스크톱용 SW 10선’을 조사한 결과, 판매 수량에서는 한컴의 ‘한글 815’, 매출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 98’이 최고를 기록한 것을 조사됐다.

 

▲ 98년 데스크톱용 소프트웨어 시장을 주도한 제품 10선

또한 데스크톱용 SW분야에서 국산제품은 81만 카피, 외산제품은 약 45만 카피가 팔려 압도적으로 국산이 많았지만, 오히려 금액면에서는 외산이 국산을 능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외산 제품은 몇십만 원에서 몇백만 원에 가격이 형성된 반면 국산은 몇만 원대에 팔린 제품이 많았다. 판매 수량에서 국산 제품이 외산 제품을 능가하지만 매출에서 국산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이 30%미만으로 나타나는 이유였다.

1998년 국내 데스크톱용 SW 시장은 당시 국내경기만큼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97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당시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수요 위축도 문제였지만 화제가 된 신상품도 없어 시장이 더욱 위축된 것으로 분석됐다.

하반기에 ‘윈도우 98’을 비롯해, ‘포토샵 5.0’, ‘V3프로98’ 등 각 업체들의 주력제품이 출시되긴 했지만, 이 제품들은 신상품이라기 보단 업그레이드 제품으로 인식됐다. 가장 많이 팔렸던 ‘한글 815’나 ‘K.실록’ 등은 최고 90% 가격을 내린 1만 원대의 특별판으로 판매돼 기업의 매출 확대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PC방 특수로 수요 급증…최대 히트상품은 ‘한글 815’

98년 데스크톱 SW 시장에 가장 큰 변수로 꼽힌 것은 PC방이었다. 9월부터 PC방이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윈도우 98’과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의 판매가 급증한 것이었다. PC방의 확산은 ‘스타크래프트’, ‘윈도우 98’과 같은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PC 조립업체, 모니터, 램, 네트워크 장비 기업에게도 특수로 작용했다. 한 예로 당시 LG전자의 모니터 판매 실적을 보면, IMF 이후 수요가 거의 없었던 17인치, 19인치 모니터가 재고까지 바닥난 상황으로 알려졌다.

상권별로 판매되는 제품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전자상가에서는 회계관리 프로그램과 같은 사무용 SW가, 테크노마트에서는 백과사전과 같은 교육용 SW를 비롯해 각종 오락용 프로그램이 많이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테크노마트는 극장과 가전제품 매장이 같이 있어 가족단위로 매장을 찾는 소비자가 많아 이와 같은 형태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됐다.

제품별로는 ‘한글 815’가 4개월만에 61만 카피가 판매돼 98년 가장 많이 팔린 SW로 기록됐다. 1만 원이라는 저가 정책에다 애국심에 호소하는 마케팅 전략이 성공해, 이 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으로 분석됐다. 한컴은 99년 5월 ‘한글5.0’ 버전을 출시해 시장에서의 우위를 지켜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당시 한컴은 MS의 ‘워드’와 삼성전자의 ‘훈민정음’과 경쟁상황이었다. MS는 99년에 한글지원과 고어 처리 기능을 보강한 ‘워드 2000’을 출시할 계획이었으며, 삼성전자도 ‘한글’과 ‘워드’의 호환성을 높인 ‘훈민정음 99’를 출시할 예정이었다.

 

▲ 한글 815(출처: 한글과컴퓨터)

MS의 ‘오피스 97’과 ‘윈도우 98’은 꾸준한 판매량을 보였다. 당시 한국MS에 따르면, ‘오피스 97’은 97년과 비슷한 판매량을 보였다. ‘윈도우 98’은 출시 당시에는 사용자들로부터 혹평을 받았으나, PC방의 확산에 힘입어 총 36만 카피가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당시 MS 관계자는 멀티미디어 지원기능이 향상된 ‘윈도우 98’의 특성을 감안해 게이머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친 것이 판매 호조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안랩은 98년 4월 주력제품인 ‘V3프로98’을 출시해 약 15만 카피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랩 측은 개인 사용자 중심으로 형성돼 온 안티바이러스 시장이 점차 기업으로 확대되면서 전체 매출은 IMF 이전보다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터넷의 확산으로 기업 사용자의 보안 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시장확산에 일조했다고 덧붙였다.


침체된 시장에 불어온 ‘스타크래프트’ 돌풍

98년 시장의 최대 이슈는 ‘스타크래프트’의 등장이었다. 美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가 개발하고 당시 LG소프트에서 국내 유통을 담당했던 전략시뮬레이션 게임 ‘스타크래프트’는 4월 출시이후 11월까지 약 8만 5천 카피가 판매된 것으로 조사됐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28억 원에 달했다. 전국적으로 1,000개 이상의 PC방이 성업을 이루면서 ‘물건이 없어 못 판다’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었다. 10월에는 피아유통이라는 업체가 ‘스타크래프트’의 CD뿐만 아니라 패키지 포장까지 불법 복제하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 스타크래프트(출처: 블리자드)

당시 게임 시장의 특징은 제품 유통 사이클이 짧아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전에는 제품이 출시되면 최소 6개월 이상 판매가 유지됐다면, 98년에는 한 달 이상 버티는 제품이 많지 않았다. 또 인터넷을 이용해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패키지 게임 시장은 위축되고 있었다.

한편, 당시 어도비의 ‘포토샵’도 인기를 끈 제품이었다. 98년 9월 ‘포토샵 5.0’이 출시되면서 수요가 늘었으며, 약 4,300카피를 판매해 약 40억 원의 판매실적을 달성했다. 당시에는 포토샵을 주로 맥에서 활용했으나 점차 윈도우 버전의 판매량도 늘어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그래픽 소프트웨어는 맥 전용이라는 인식이 바뀌면서 윈도우 시장의 점유율이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모인터랙티브의 ‘나모웹에디터’도 당시 주목받는 제품이었다. 나모인터랙티브는 97년 말 ‘나모웹에디터 2.0’을 출시, 1년간 15,000카피를 판매해 약 1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당시 국내 홈페이지 제작 도구 시장은 MS의 ‘프론트페이지’와 넷스케이프의 ‘컴포저’, 텍스트기반 무료 쉐어웨어 제품들, 나모인터렉티브의 ‘나모웹에디터’가 삼분했다.


혁신 기술 대거 등장한 네트워크 시장

98년은 네트워크 시장에서 혁신 기술이 대거 등장하는 시기였다. 특히 ▲기가비트 이더넷 ▲멀티레이어 스위치 ▲음성 및 데이터 통합 솔루션 ▲SOHO ISDN 제품 출시 ▲레이어3 이상 관리가 가능한 RMON2 등 5가지 기술의 등장은 미래의 네트워크, 통신 산업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혁신으로 꼽혔다.

먼저 네트워크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던 기술은 기가비트 이더넷 스위치였다. 기가비트 이더넷은 96년 5월 10억bps의 속도를 내는 프레임 기반 인터넷 표준을 개발하기 위해 결성된 ‘기가비트 이더넷 연합(Gigabit Ethernet Alliance)’에 의해 개념이 공식화됐다.

기가비트 이더넷이 관심을 끌었던 이유는 백본 분야에서 ATM(Asynchronous Transfer Mode)과의 대결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결과는 기가비트 이더넷의 절반승으로 나타났다. 국내의 경우 IMF 영향으로 네트워크 수요가 없었지만, 해외시장에서는 기가비트 이더넷 사이트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었으며, 관련 기업들은 앞 다퉈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ATM과 기가비트 이더넷 중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ATM은 지배적인 네트워크 기술로 발전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능 중 사용자 네트워크에 적합하지 않은 것도 있어 광범위한 지역에 서비스해야하는 통신 사업자를 위한 솔루션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가비트 이더넷은 기존의 이더넷의 프로토콜, 운영체계, 애플리케이션, 관리체계와 100% 호환이 보장됐기 때문에 이미 투자한 설비와 자원들을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국내에서는 IMF로 인해 이더넷 수요가 극히 적었다. 백본 분야 구축사례는 몇 개에 불과했다. 관련 업계는 99년이 되면 본격적인 업그레이드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멀티레이어 스위치 및 음성·데이터 통합 솔루션 각광

멀티레이어 스위치도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각광받았다. 주요 네트워크 벤더들은 이전보다 성능이 강화된 멀티레이어 스위치를 속속 선보였다. 멀티레이어 스위치는 3계층인 네트워크 레이어, 경우에 따라서는 4계층인 전송 레이어까지 지원하는 라우팅 기능을 수행하는 장비다. 2계층인 링크 레이어에 기반한 스위칭만을 수행하는 기존 스위치와는 달리 라우터 기능을 분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각 벤더들은 멀티레이어 스위치가 라우터를 대체해 나갈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라우터에 대한 폐기론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었다. 당시 라우터는 인터넷 및 인트라넷 트래픽의 증가로 인한 네트워크 병목현상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되면서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었다. 멀티레이어 스위치는 기존 장비보다 빠른 속도를 지원하며, 보다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또한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도 매력이었다.
하지만 멀티레이어 스위치의 기능이 다양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멀티레이어 스위치가 라우터를 완전히 밀어내지는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실제 멀티레이어 스위치는 SW 기반 라우터가 수행하는 복잡한 기능을 따라잡지 못했으며, WAN 등 다양한 프로토콜 및 네트워크 기술에 대한 지원도 부족했다.

또 표준화 문제도 제기되고 있었다. 각 벤더들은 멀티레이어 스위칭 기술을 모든 스위치에 적용하지 않고 있었는데, 이는 표준화 문제때문이었다. 레이어2 스위치까지는 802.1Q 표준안이 제정돼, 각 벤더들간의 호환성이 보장됐지만, 레이어3 스위치는 표준화가 없어 호환성이 보장되지 않았던 것이다.

98년에는 데이터 네트워크에 음성을 통합하는 기술이 업계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VoIP(Voice over IP), VoFR(Voice over Frame Relay), VoATM(Voice over ATM) 등 기술이 나타나면서 네트워크 업체들은 앞다퉈 기술을 개발하거나 관련 기업을 인수했다.

통합 기술이 주목받은 이유는 크게 두가지였다. 먼저 비용적인 측면이다. 기존에는 음성망과 데이터망을 각각 구축해야 함으로써 당연히 운영비용과 관리자 인건비 등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이를 단일 회선으로 통합할 경우 관리 인원은 물론 통신비용도 줄일 수 있었다.

두 번째 이유는 별도로 특수장비를 설치하는 대신 기존장비에 장착된 모듈 또는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방식으로도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구축비용 절감으로 이어졌다.

이와 관련해 네트워크 업체들은 인터넷 사업자(ISP)와 자가망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체를 겨냥해 영업활동에 들어갔다. 각 기업들은 관련 시장에 대비해 꾸준히 준비해 왔으나 데이터 망에서 음성을 구현할 수 있는 공통선 신호처리 기술 미비로 음성 단절 및 왜곡 현상, 기존 데이터망과의 호환성 부재, 기술 표준안 마련에 있어 갈등 등으로 시장이 좀처럼 형성되지 않는 실정이었다.


SOHO용 ISDN 제품 및 RMON2 지원 제품 선봬

98년에는 SOHO용 ISDN 제품도 관심을 끌었다. SOHO용 제품이 관심을 모은 이유는 재택근무나 원격지 근무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근로자들의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관리자들은 원격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과 회사내 자원을 어떻게 최소의 비용으로 원활하게 공유할 것인가라는 고민에 직면했다. 이 해답으로 인터넷이 각광받았다. 해당지역 ISP를 백본으로 사용하는게 가장 쉽기 때문이었다. 다만 이는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어, 대안으로 ISDN 접속이 떠올랐다.

ISDN은 BRI 2개 채널을 모두 사용할 경우 기존 ISP 망을 이용하는 것보다 2배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었다. 또 1개의 채널만 이용할 경우에도 빠른 속도를 제공했으며, 나머지 1개 채널을 음성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었다. 더불어 ISDN은 전세계적으로 가격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여서 비용절감에도 효과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ISDN 라우터가 많은 관심을 받았다. ISDN 라우터는 이메일, 파일 및 디렉토리 서비스, 웹/인터넷 트랜잭션, 음성 통신 등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할 수 있었다. 또한 다중 채널 제어 등 ISDN 고유 기능과 NAT, DHCP, 압축 알고리즘 등 비용절감을 위한 기능들도 추가되고 있었다.

한편으로 SOHO용 방화벽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었다. 어느 네트워크를 사용하건 보안 문제는 잠재적인 위협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당시 SOHO용 방화벽은 ISDN 라우터에 탑재돼 패킷 필터링 방식으로 구현됐다.

98년에는 RMON2를 지원하는 장비 및 소프트웨어도 속속 출시되고 있었다. RMON은 95년 IETF에 의해 RFC 1757 규격으로 제정됐으며, 네트워크 관리 분야의 성공적인 표준 중 하나로 꼽혔다. 다만 RMON은 각 네트워크 장비에 대한 활용도나 에러 통계 등과 같은 요약에는 뛰어났지만, 레이어2 상위에 있는 데이터에 대해 분석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한 프로토콜이나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네트워크 사용을 막을 수 없다는 단점도 있어 철저한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각 벤더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자적인 기술을 개발, 다른 업체와 차별화를 추구했다. 표준이 없다보니 업체간의 호환이 불가능했으며, 한 벤더에만 종속된다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IETF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97년 RMON2 표준을 제정했다. 이를 통해 RMON의 단점을 보완했지만 벤더들이 1년동안 채택하지 않다가 98년돼서야 RMON2 지원 제품을 출시, 본격적으로 시장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소프트웨어 그늘에 가린 하드웨어

98년은 ERP 애플리케이션, 전자상거래 시스템, ‘윈도우 NT’ 등이 이슈가 됐다. 90년대 초까지 관심을 모으던 하드웨어가 SW 그늘에 가려 중요성을 부각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당시 하드웨어 시장은 완만한 성장을 이어가고 있었다.

특히 서버시장은 연간 성장률 10%내외의 완만하지만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완만한 시장 성장과는 별개로 업체간 경쟁은 심화되고 있었다. 입지가 약한 기업들은 틈새시장을 공략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사업을 접거나 다른 업체에 인수되는 실정이었다. 당시 전문가들은 업체간 인수합병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런 업체간 인수합병은 윈도우 NT 서버 플랫폼의 출현으로 가속화됐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분석이었다. 윈도우 NT 서버 플랫폼은 HP, IBM 등 대형 업체에 의해 단기간에 채택되고 있었으며, 수요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었다.

다만 윈텔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중에도 유닉스의 중요성은 여전히 부각되고 있었다. 윈텔 진영에서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쳤지만, 유닉스에 비해 기술자체가 완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당시 윈텔 아키텍처가 핵심적인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을 지원할만한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는 최소한 몇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었다.

기술자체가 완벽하지 못하다는 인식에도 불구하고 비용 효율적인 윈텔 플랫폼에 대한 IT 관리자들의 관심은 높아져만 갔다. 그리고 이들 IT 관리자들은 99년 초 상용화가 예정돼 있던 인텔 제온(Xeon) 기반 시스템을 기대하고 있었다.

메인프레임 시장도 낙관적인 전망이 이어졌다. 시장을 어떻게 규정하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사양산업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깨고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메인프레임시장이 낙관적으로 전망되는 이유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기회 때문이었다. 당시 메인프레임 업체들은 인터넷 환경에서 발생하는 수천 개의 동시접속건수를 처리하기 위해 메인프레임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메인프레임은 수천 명의 사용자에 의해 액세스되면서도 클러스터 되지 않고 단일 시스템의 이미지를 필요로 하는 대형 컴퓨팅 애플리케이션에 있어서 최고의 플랫폼이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메인프레임이 서서히 사라질 것이라는 예측과는 달리 건재하고 있음에도 전세계 메인프레임사용기업의 약 20%가 메인프레임 밉스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우려를 표하는 사람도 있었다. 시장은 건재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용층이 매우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확장성이 우수한 윈도우 NT나 유닉스의 도전은 여전히 위협적이라는 평가였다.


힘겨운 PC 업계…지속적인 가격하락

98년은 PC업계도 힘겨운 시기였다. PC가 일상용품으로 자리잡으면서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했기 때문이었다. 97년에는 분기당 평균 15%씩 가격이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가격하락은 공급업체들의 매출감소로 이어졌다. 데이터퀘스트는 당시 세계 PC시장 성장률을 6.5%로 예측했는데, 이 수치는 97년 7%, 96년 21%에 비해 감소한 수치였다.

PC업체들이 가격경쟁으로 인한 매출액과 이윤폭 감소를 시장점유율로 만회하려고 해 가격 하락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물론 PC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전세계 PC판매량은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으며, 일부에서는 기업 수요가 97년에 비해 25%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가격경쟁으로 대부분의 PC업체가 난항을 겪고 있었지만, 잘나가는 기업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델을 들 수 있었다. 델은 직판전략에 힘입어 98년 2분기에는 50%의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를 기록했다. 델은 리셀러들과 이윤을 나누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재고와 보관비용에 대한 부담도 없었다. 델의 경쟁사인 HP, IBM, 컴팩 등도 비용을 줄이고 제품 배송기간을 단축하는 등 이윤 확보를 위해 공급망을 재정비하고 제조절차 혁신에 집중했다.


2018년, 98년 SW기업 근황…극과 극으로 나타나

98년 당시 주목받았던 SW 기업 중 한컴, 안랩, 블리자드 등은 2018년에도 여전히 활약하고 있다. 98년 당시 데스크톱 소프트웨어 중 가장 많이 판매된 ‘한글 815’를 출시한 한컴은 올해 4월 ‘한컴오피스’의 최신버전 ‘한컴오피스 2018’을 출시했다. 이전 버전인 ‘한컴오피스 네오(NEO)’ 이후 2년 3개월 만에 출시된 ‘한컴오피스 2018’에 대해 한컴 측은 “사용자 중심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음성인식 솔루션 등을 접목해 오피스 SW 생태계 구축을 위한 서비스로 진화했다고 설명했다.

 

▲ 한컴오피스 2018(출처:한컴)

‘한컴오피스 2018’은 콘텐츠 생산자와 사용자를 연결하는 ‘한컴에셋’, 문맥을 이해하는 AI 기반 번역서비스, 전자책 솔루션 연동 등과 같은 기능이 적용됐다. 또한 AI 기반 챗봇을 도입해 문서 도움말 및 기능 정보를 제공하고, 웹오피스 ‘넷피스24’와 연동해 자동 일정관리 및 관련문서를 첨부할 있도록 구현하고 있다. 한컴은 내년에 별도의 프로그램 설치 없이 웹 환경에서 한글 문서를 편집할 수 있는 ‘웹한글’을 출시할 예정이다.

안랩은 지난 4월 ‘안랩 EDR’을 출시하면서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안랩 EDR’은 엔드포인트 영역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위협을 탐지·대응하는 솔루션으로, 안랩은 자사의 엔트포인트 기술을 적용해 위협 대응력과 사용성을 향상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

‘안랩 EDR’은 행위분석엔진을 이용해 엔드포인트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수집·분석한다. 이를 통해 직관적인 가시성을 제공하며, 보안 관리자가 EDR 서버에 저장된 행위로그를 모니터링 및 분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더불어 ‘안랩 EPP(Endpoint Protection Platform)’와 연계해 일괄적인 정책을 적용할 수도 있다.

안랩은 EDR 출시 행사에서 ‘V3’ 출시 30주년을 맞아 3년 단기 계획도 발표했다. 우선 올해는 EDR, EPP 솔루션을 중심으로 보안 플랫폼 시장에 진출하고, 2019년에는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2020년에는 사물인터넷 보안 플랫폼도 내놓을 방침이다.

‘스타크래프트’로 98년 돌풍을 일으켰던 블리자드도 게임업계에서 꾸준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스타크래프트’ 출시 19주년을 맞아 그래픽과 한글 지원 등을 강화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를 출시, 또다시 ‘스타 돌풍’을 일으켰다. 이와 함께 블리자드는 ‘스타크래프트 리그’의 부활을 얘기하며,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로 진행되는 국내 스타크래프트 리그 ‘코리아 스타크래프트 리그(KSL)’ 개최도 발표했다. ‘KSL’은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약 2개월간 시즌1이 진행됐으며, 지난 10월부터 시즌2가 진행되고 있다.

 

▲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출처: 블리자드)

올해 블리자드는 ‘블리즈컨 2018’에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에 이어 또 다른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RTS) ‘워크래프트Ⅲ’의 리마스터 버전 ‘워크래프트Ⅲ: 리포지드’ 출시를 예고했다. 글로벌 팬들은 이번 블리즈컨에서 블리자드의 또 하나의 대표게임인 ‘디아블로’의 차기작 또는 ‘디아블로2’의 리마스터 버전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 예상을 뒤엎고 모바일 버전인 ‘디아블로 이모탈’을 발표했다.

‘나모웹에디터’를 제공하는 나모인터랙티브는 ‘웹에디터’ 사업부문을 2016년에 분사했다. 분사한 나모에디터는 2016년 지란지교에 인수된 후, 지난해 1월 지란지교소프트 자회사로 편입됐다. 지난 10월 19일 지란지교소프트 이사회에서 나모에디터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함으로써, 나모에디터는 해산하게 됐다.

‘새롬데이터맨 98’을 제공하던 새롬기술은 한국역사상 최대 버블로 기록되고 있다. 새롬기술은 다이얼패드라는 무선 전화 기술로 99년 코스닥에 상장됐으며, 한때 시가총액 2조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당시 새롬기술 주가는 기업 공개한 지 6개월만에 공모가 대비 130배 폭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새롬기술은 2002년 분식회계 사실이 적발되면서 창업자가 구속되는 사태로 이어졌고, 새롬벤처투자가 인수하면서 사명을 솔본으로 바꾸고, 주요 사업도 타법인에 대한 투자를 통해 경영참여와 자문을 제공하는 지주사업과 부동산 임대업으로 변했다.

98년은 IT 업계에서 많은 변화가 나타난 시기였으며,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는 ‘즐기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까지 게임 산업의 영역을 확대시켰으며, 한컴도 국내 독자적인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형성했다. 안랩도 ‘V3’ 30주년을 맞이하는 등 꾸준히 보안시장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반면 나모인터랙티브와 같이 변화를 택한 기업도 있으며, 새롬기술과 같이 좋지 않은 결말을 맞이한 기업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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