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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트렌드] 혁신의 열대우림을 탐험하라4차 산업혁명시대 - 신사업 발굴 및 발상법 (1)

   
▲ 조원영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선임 연구원

[컴퓨터월드] 바야흐로 혁신의 격동기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필두로 해마다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 등장하여 기하급수적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동시에 기술을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기 위한 스타트업 창업이 늘고 있다. 주요 스타트업의 경제적 가치가 전통 기업을 능가하면서 스타트업을 창업한 기업가에 대한 세간의 관심도 엄청나다.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 엘론 머스크 같은 디지털 분야를 개척한 기업가들은 이미 영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신사업 기회를 발굴했을까? 흔히 ‘독단적 카리스마’를 가진 이들은 ‘동물적 직감’을 이용하여 ‘무모한 선택’을 통해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포장된다. 하지만 현실은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 오히려 이들은 기술과 세계의 변화를 포착하는 치밀한 관찰자이고 이를 사업기회로 연결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하는 철학자이며, 사업의 운영을 치밀하게 계산하는 공학자에 가깝다. 올해부터 새로 연재할 강좌는 ‘4차 산업혁명시대-신사업 발굴 및 발상법’이라는 꼭지로 세상의 변화로부터 어떻게 신사업 기회를 발굴할지에 대한 틀을 논의하고, 관련된 사례를 연재한다. <편집자 주>
 

조원영 연구원은 현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서강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한국과학기술원에서 경영공학으로 석사 및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재직하며, IT산업을 연구했다. ‘Versioning of Information Goods under the Threat of Piracy’ 등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저서로는 《플랫폼, 경영을 바꾸다》(공저)가 있다. 

1. 혁신의 열대우림을 탐험하라(이번호)
- 비단절적 혁신(파괴적 혁신)이 일어나는 곳이 어딘지를 파악하고, 관련 사업 기회 발굴
2. 공간(Space)을 점령하라(2월호)
- 도시, 사무실, 가정 등 공간의 변화 트렌드를 읽고, 공간에 가치를 부여하는 방법
3. 24/7(Time)을 감시하라(3월호)
- 소비자들의 24시간 Time Use 데이터, 생애주기(Life Time)를 파악하고 인사이트 도출
4. 장바구니를 채워라(4월호)
- 소비지출 구조를 파악하고, 통점(pain point)을 찾아 변화 유도
5. 검은백조(세렌디피티)와 춤을 춰라(5월호)
- 새로운 사업 기회라는 행운이 어떻게 찾아오고, 이에 편승하기 위한 방안


생태학자의 고민과 사업가의 고민

독자 여러분들이 전도유망한 생태학자가 되었다고 상상해보자. 신진학자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현장 연구의 기회를 얻었다. 열대우림과 사막 중에서 한 군데를 가야 한다면 어디를 선택하겠는가? 원대한 학문적 포부를 가진 여러분은 연구 대상이 풍부한 장소를 선호할 것이다. 그렇다면 연구하기 좋은 곳을 어떻게 판단할까? 아래 두 사례를 보자.

[1]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은 스물을 갓 넘긴 1831년부터 5년 가까이 해군측량선 비글호를 타고 남아메리카와 남태평양, 인도양의 여러 섬을 탐사했다.

항해 내내 뱃멀미, 혹독한 기후, 독충에 시달린 찰스 다윈은 여행의 대단원을 불과 몇 개월 앞둔 1836년 4월 동부 인도양 수마트라 섬에서 서쪽으로 약 1,000km 떨어진 킬링제도(Keeling Islands)에 도착했다. 27개의 산호섬으로 이루어진 킬링제도 바다에는 놀라울 정도로 방대한 종류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었는데,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친 찰스 다윈에게도 커다란 지적 충격으로 다가왔던 모양이다.

몇 년 후 항해 일지를 정리하여 출간한 『비글호 항해기』에서 “산호초 아래 열대의 바다를 가득 채우고 있는 무수한 생물들에게 열광” 했음을 밝힌 다윈은 20년 후 진화론을 집대성한 대표작 『종의 기원』을 발표한다. 지구 표면의 0.1% 정도에 불과하지만 해양생물의 약 1/4을 품고 있는 산호초에서의 경험이 없었다면 어쩌면 진화론은 한참 뒤에 다른 생물학자의 이론으로 탄생했을지도 모른다.

[2] 자식을 낳으면 서울로 보내고 망아지를 낳으면 제주로 보낸다는 옛 속담이 있다. 복잡계 연구의 산실, 산타페 연구소(Santa Fe Institute)의 소장을 역임한 이론물리학자 제프리 웨스트(Geoffrey West)는 이 속담이 ‘매우 과학적’임을 증명해냈다. 그는 세계 각지의 연구자들과 팀을 꾸려 도시의 규모, 즉 인구수와 도시 거주자의 소득, 특허 건수, 범죄 건수 등과의 관계를 분석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인구가 증가할 때마다 특허 취득건수나 소득 등의 수준도 함께 증가한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심지어 특허나 소득의 증가 수준이 인구 증가의 폭을 압도했다. 그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웃 도시보다 10배 큰 도시는 17배 더 혁신적이고, 50배 큰 도시는 무려 130배 더 혁신적이다.

   
▲ 도시의 인구와 특허건수의 관계

다양한 종(種)이 복잡하게 얽혀 서식하는 환경에서 생물의 진화가 활발하고, 규모가 큰 도시가 그렇지 못한 도시보다 더욱 혁신적인 이유는 뭘까?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 스티븐 존슨(Steven Johnson)은 『좋은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오는가?』에서 도시와 산호초라는 공간이 지닌 일곱 가지 공통된 특성을 밝혔다.

첫째,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다양한 가능성을 제공한다. 둘째, 정보가 자유롭게 흐르며 흘러넘친다. 셋째, 진화하면서 새로운 연결이 만들어진다. 넷째, 뜻밖의 우연과 행운(Serendipity)이 뒤따른다. 다섯째, 실수(또는 돌연변이)에서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여섯째, 거인의 어깨위에서 시작할 수 있다. 일곱째, 끊임없이 충돌하고 융합한다.

항상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사업가의 고민도 열대우림과 사막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생태학자와 다르지 않다. 사막이 아니라 열대우림, 한적한 시골 도시보다는 시끌벅적한 도시처럼 사업하기 좋은 위치를 찾고 선점해야 한다. 그렇다면 혁신의 열대우림을 어떻게 찾을까?


혁신의 열대우림, 디지털 신산업에 주목하자

기술의 발전 속도에 관한 숨겨진 법칙을 밝혀낸 공식 중에서 무어의 법칙(Moore’s Law)을 모르는 독자는 거의 없으리라. 마이크로칩의 연산속도가 약 18개월마다 두 배씩 빨라진다는 내용인데, 인텔의 설립자 고든 무어(Gordon Moore)가 페어차일드 반도체 연구원으로 재직하던 1965년에 밝혀낸 이후 50년 이상 지난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유효하다.

사실 제약 산업에도 이룸의 법칙(Eroom’s Law)이란 것이 있다. 10억 달러를 연구개발에 투자하여 개발되는 신약 건수가 9년마다 절반으로 감소한다는 법칙이다. 위의 두 법칙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어떤 기술은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는 반면, 어떤 분야는 굼벵이처럼 느리게 발전한다는 사실이다.

소프트웨어, 인터넷, 반도체 등 디지털 영역의 기술 속도는 농업, 제약, 자동차, 기계 등 전통 영역의 기술과 확실히 구분된다. 인텔의 부사장을 역임한 스테이시 스미스에 따르면 무어의 법칙이 농업에 적용되었다면 1킬로 평방미터로 인류를 먹일 수 있고, 비행기는 빛의 속도보다 300배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 무어의 법칙(좌)과 이룸의 법칙(우)

빠르게 변화하는 분야에는 다양한 사업 기회도 존재한다. 앞선 스티브 존슨의 표현을 빌리면, 빠른 속도로 등장하는 새로운 기술은 자유롭게 흘러 서로 연결되고 진화하는 과정에서 수익 창출의 가능성이 현실화 되고 신산업이 태동한다. 소비자들도 혁신의 수용에 인색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선각 수용자(Early Adopter)’도 많다.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을 의미하는 유니콘(Unicorn) 기업 리스트를 보면 그 경향이 뚜렷이 나타난다. 2018년 3월 현재 유니콘 리스트에 오른 236개 기업의 업종을 보면, 38개 기업이 전자상거래, 31개 기업이 인터넷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핀테크(27개), 헬스케어(17개), 공유경제(16개) 분야의 기업이 뒤를 잇는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빅데이터, 인공지능과 같은 소프트웨어, 인터넷 등의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신산업 분야에 해당한다. 기업을 창업한 사람들 역시 대부분 컴퓨터, 소프트웨어 분야를 전공하고, 관련 업계에서 종사하는 등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기술에 노출되어 유망한 사업 기회를 포착하기에 좋은 위치에 있었다.

   
▲ 업종별 유니콘 기업 수


열대우림에 베이스캠프를 세우자

열대우림은 다양한 생명체를 관찰하고 연구하기에 최적의 장소임에 분명하지만 기후가 변덕스럽고, 식량조달이 어려우며, 생명을 위협하는 각종 풍토병이 있기 때문에 탐험을 위해 견고한 베이스캠프를 세워야 한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신사업도 마찬가지다. 기술변화는 너무 빠르고, 경쟁자는 차고 넘치기 때문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전공과 사회 경험을 통해 디지털 기술을 자연스럽게 접하는 것도 좋지만, 요즘에는 조금만 부지런하면 인터넷을 통해 좋은 참고자료를 쉽게 구할 수 있다. 동영상 콘텐츠의 경우 유튜브(YouTube)의 채널탐색 버튼을 누르면 기술 분야의 인기 채널이 잘 정리되어 있다. 시간을 내어 인기 채널을 살펴보고 유용한 채널은 구독을 하자. ‘널리 퍼져야 할 아이디어를 공유한다’는 취지로 만들어진 동영상 플랫폼 테드(TED) 역시 볼거리가 많다. 테드의 앞글자 ‘T’가 기술(Technology)을 의미하는 만큼 기술의 원리나 활용 방안을 알려주는 동영상이 많다.

정기 간행물의 기사를 꾸준히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와이어드(Wired)》나 《MIT 테크놀로지 리뷰》와 같은 기술 전문 사이트에 가입해 이메일을 통해 뉴스레터를 신청하면 꾸준히 관련 분야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타임》, 《월스트리트 저널》, 《이코노미스트》와 같은 주요 시사 경제 뉴스 사이트 역시 기술 분야에 대해 별도의 섹션을 마련하여 관련 업계 동향을 꾸준히 전해준다. 《컴퓨터 월드》와 같은 기술 전문 잡지를 구독하면 국내의 업계 동향과 사업 기회를 좀 더 자세히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 MIT 테크놀로지 리뷰(좌)와 와이어드(우) 웹페이지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디지털 분야의 신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동향을 파악하고 싶은 부지런한 독자들은 이들 기업이 매년 발행하는 《연차 보고서(Annual Report)》를 읽어보자.

이들 기업은 연차 보고서에 미래 사업 방향과 관련 기술 투자 동향을 충실히 담아 주주들에게 알려준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자신의 플랫폼 생태계에 참여하는 파트너와의 긴밀한 협업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매년 개발자 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이 자리서 플랫폼의 새로운 기능과 사업을 소개하고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시한다. 대부분 미국에서 열리고 제한된 참가자에게만 개방하는 행사이지만, 행사 전후로 관련된 뉴스가 쏟아지고, 행사 동영상을 제공한다.

   
▲ 주요 플랫폼 기업의 개발자 컨퍼런스


혁신 맹점(Innovation Blind Spot)을 조심하자


녹색맹(Tritanomaly)은 녹색을 식별하지 못하는 색맹인데, 전체 색맹의 약 75%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녹색맹이 있을 경우 동식물을 면밀히 관찰해야 하는 생태학 분야의 직업을 갖는데 어려움이 있다.

신사업도 마찬가지다. 고객의 충족되지 못한 요구사항을 파악하여 뛰어난 혁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음에도 실패하는 신사업이 많다. 바로 신사업 환경에 대한 시야가 좁거나 왜곡해서 보는, ‘혁신 맹점’ 때문이다. 신사업을 실패로 이끄는 맹점은 두 종류가 있다.

첫째, 신사업의 올바른 시점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맹점이다. 일종의 신사업 박자치(拍子痴)인데, 대부분의 일반인이 반 박자 느린 박자치라면, 기술과 사회의 변화에 민감한 사업가들은 안타깝게도 반 박자 빠른 박자치에 해당하기 쉽다. 신기술의 등장, 즉 발명(Invention)과 상용화(Commercialization)에는 시차(Time Lag)가 존재하는데 사업가들은 종종 시차를 인식하지 못한다.

기술 경제학자 제임스 베슨(James Bessen)에 따르면 위대한 발명이 상용화에 성공하여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는 약 50년이 걸린다. 특허에서 상용화까지 20년이 걸린 트랜지스터는 매우 짧은 편이다. 제트엔진은 무려 170년이, 지퍼는 95년이 걸렸다고 한다.

   
▲ 주요 기술의 발명에서 사업화 성공까지 걸린 시간

발명과 상용화 사이에 긴 시차가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티븐 존슨의 표현대로 혁신이란 끊임없이 충돌하고 융합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바로 두 번째 맹점이 작용한다. 바로, 천재 사업가가 좁은 작업실에서 외롭게 세상을 바꾸는 혁신을 이뤄낸다는 착각, 즉, 좁은 시야의 맹점이다. 애플 아이폰 탄생의 뒷이야기를 담은 『원 디바이스』가 의미 있는 이유는 아이폰이 스티브 잡스 혼자의 작품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상호 의존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에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져야 사업으로 성공할 수 있다.

1980년대 중반 당시 소니와 함께 TV산업을 양분했던 필립스(Philips)는 해상도의 혁신을 이루기 위해 큰 돈을 들여 HDTV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과 같이 20년이 지난 2000년대 중반 이후에야 디지털 기반의 HDTV가 널리 보급되었다. 필립스는 HD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고해상도 카메라도, 디지털 방송을 전송하기 위한 전송 표준도 제때에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에 실패했다. 즉 방송장비 제조사, 방송국, 그리고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나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와 같은 정부 기관과 같은 혁신 파트너 없이 사업화는 성공할 수 없다.

이번호에서는 신사업 발상법의 첫 번째 단계로서 혁신 기술에서 어떻게 신사업 기회를 포착해내는지, 그리고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인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논의했다. 다음 호에서는 신사업을 발굴하기 위한 고객 관찰법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고객이 수용하지 않는 혁신과 신사업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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