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텍파마, 영림원 ‘K-시스템’으로 전사적 업무 프로세스 개선

[컴퓨터월드] 에스텍파마는 그룹웨어나 엑셀을 통해 일반적인 사무회계나 결제 기능을 활용하고 있었지만, 이러한 업무 시스템 하에서는 각 부서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아 업무 진행 속도에 지장을 가져왔다. 한 개 부서에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관련 부서들의 데이터와 자료가 공유돼야 하지만, 협력이나 자료 요청이 직접적인 대화나 메신저만으로 이뤄지고 있어 체계적인 관리가 되지 않았다. 때로는 부서간의 책임 전가로 다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에스텍파마는 전사자원관리(Enterprise Resource Planning, ERP) 시스템을 도입해 기존의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혁신하려는 시도에 나섰다.

▲ 에스텍파마 전경

업계 특색 고려한 ERP 시스템 필요
에스텍파마는 1996년 창업해 20여년 간 국내 의약 업계에서 활약해온 원료의약품 개발 전문기업이다. 원료의약품은 복제의약품(Generic)부터 오리지널 의약품까지 다양한 의약품에 활용되며, 유기합성기술이나 나노필터기술 등을 통해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의약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전문적인 기술력이 요구된다. 에스텍파마는 축적된 역량을 바탕으로 국내 의약품 시장에서 높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35개국 120여 개의 거래처를 바탕으로 매출액의 65%를 해외 시장에서 거둬들이는 수출형 강소기업이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에스텍파마 역시 스마트 팩토리를 위한 IT 시스템 구축에 관심을 갖고, 2014년부터 우선적으로 ERP 도입에 착수했다. ERP 도입 검토는 이미 2010년부터 시작됐고 2011년에는 최종 PT 단계까지 갔지만, ERP 시스템을 관리할 수 있는 내부 역량을 점검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개편하기 위해 2014년에 이르러서야 최종적인 도입 결정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에스텍파마는 의약기업이라는 특성상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를 준수하는 IT 시스템을 갖춰야한다. GMP는 국제기관이나 각 국가기관이 제정한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제정한 cGMP, 유럽 의약품청(EMA)에서 제정한 EUGMP 등이 대표적이며, 우리나라에서도 1995년부터 의약품 개발에 GMP 준수를 의무화하고 있다. 일반적인 제조기업과 달리 의약기업의 IT 시스템은 글로벌 진출을 고려해 다양한 GMP를 만족시키야 하므로, ERP 도입 시 성능이나 확장성 외에도 GMP 준수 여부를 고려하게 된다.

당시 제품 선정 과정에서는 글로벌 벤더의 제품을 포함해 다양한 ERP 제품이 고려 대상에 올랐지만 최종적으로는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영림원소프트랩의 K-시스템(K-System)을 구축하기로 결정됐다. 생산·구매·영업·수출·자재 등 각 부서 팀장들이 참가한 회의에서 가격보다는 제품의 기능이나 향후 확장성, 제약업계의 특성 등을 고려해 90%의 참가자들이 영림원 제품을 선택했다는 설명이다.

외산 제품들 역시 글로벌 기준에 맞춰서 다양하고 강력한 기능들을 포함하고 있지만, 국내 산업에 특화된 기능들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는 K-시스템의 장점이 돋보였다. K-시스템은 물류나 제조 측면에서 국내 산업만이 가지고 있는 특색을 파악하고 있는 것은 물론, 에스텍파마가 독자적으로 정립해온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다. 다양한 GMP를 충족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이에 대해 에스텍파마 관계자는 “모든 업무가 글로벌 기준에 맞춰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며, 업무 프로세스는 비즈니스 환경에 따라 유연하게 바뀔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업무 프로세스 변화에 능동적으로 맞춰갈 수 있는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선제적인 시스템 개선으로 구축 기간 단축
에스텍파마는 ERP 구축이 이뤄지기 전부터 TF팀을 구성하고 체계적인 업무 프로세스 정비에 나섰다. 제품 도입 이전에 충분한 검토를 거쳐 구축 과정에서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업무 혼란을 방지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이를 위해 업무분석 단계에서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이나 PI(Process Innovation)를 선제적으로 진행해 표준화된 시스템을 갖췄다.

사내 근태관리 시스템이나 전자결제 시스템 등 기존의 업무 시스템들은 ERP가 도입됐을 때 호환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개선됐다. 또한 기존에 운영하고 있는 QMS(Quality Management System, 품질관리시스템), 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 제조실행시스템) 등이 ERP와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 등을 고려해 인터페이스 로드맵을 제작했다. 완성된 ERP에 대한 구상이 있었기에 다음 단계에서 시스템이 어떻게 변화할 지를 미리 고려하고 인터페이스 로드맵을 만들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특히 원활한 시스템 개선을 위해 ERP가 구축되고 나면 실제 현업에서 시스템을 사용해야 하는 직원들을 제품 도입 단계에 참여시켰다. ERP를 도입해 활용하고 있는 10개 기업에 IT담당자와 현업 팀장급 실무자들을 파견해 현업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으며 해당 ERP 제품의 특징이나 애로사항, 제품 구축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 상황 등을 살폈다. 이 과정에서 ERP 도입을 부정적으로 보던 현업 직원들을 설득할 수 있었으며, ERP가 도입됐을 때 각 팀을 이끌어야 하는 핵심 직원들에게 선행학습을 시키는 효과도 있었다.

이렇게 충분한 사전 준비 활동을 진행한 결과 실제 ERP 제품 구축 과정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됐다. 일반적으로는 ERP 벤더의 컨설턴트들이 구축 기업을 방문해 표준화가 필요한 업무 프로세스를 도출하고 PI를 진행해야 하지만, 에스텍파마에서 선제적으로 PI를 진행하고 대부분의 필요 기능들을 정의해놓았기에 민첩하게 실제 구축 작업에 착수할 수 있었다. 시스템 구축 당시에도 사전에 제작된 인터페이스 로드맵에 따라 원활한 진행이 가능했다.

▲ 에스텍파마가 운영 중인 ERP 대시보드 화면

이에 따라 2015년 1월 7일부터 ERP 구축에 착수, 같은 해 4월에 가오픈을 거쳐 7월 1일에는 전사 ERP 시스템 오픈이 가능했다. 특히 7월 오픈 시에는 지난 6개월 간의 데이터들을 소급 적용해 보다 원활한 업무 시스템 변경이 가능했다.

에스텍파마 측은 영림원소프트랩의 K-시스템 도입 이후 각 부서간의 회의와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전화나 메신저로 물어봐야 했던 것들이 이제는 ERP 시스템 상에서 대부분의 진행상황을 확인하고 자재 현황 등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특히 회계정산 측면에서는 90% 이상 업무 효율이 향상됐다. 기존에는 매달 수행해야 하는 월 마감 과정에서 항상 회계부서와 타 부서 간의 갈등이 발생했다. 재고부서에서는 반복적으로 실사를 통해 재고를 파악해야 하며, 부정확한 데이터가 있으면 회계부서와 마찰을 일으키곤 했다. 반면 ERP 도입 이후에는 대시보드를 통해 대부분의 현황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기존에는 놓치고 있었던 재고 파악이 가능해 업무 효율이 크게 향상됐다. 특히 기존에 엑셀 형태로 확인하던 정보들을 그래프와 같은 시각적인 이미지로 파악할 수 있어 보다 간편하게 전사적인 정보들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 인터뷰 >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준비로 성공적인 ERP 도입 견인”
황성봉 에스텍파마 정보화팀장

 

Q. 클라우드 서비스로의 전환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의 비즈니스 환경 자체가 클라우드로 옮겨가기에는 어렵다. 의약업계에서 사용하는 업무 시스템들은 업계의 특색이 강해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에스텍파마 내부적으로도 각 조직의 특성에 따라 맞춤형 서비스로 개발돼있다. 따라서 아직까지는 클라우드로의 전환을 단기적으로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클라우드는 전 산업계에 있어 미래에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우리 역시 조직 내에서 클라우드 환경을 운영 및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아직까지는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맞춤형 서비스들을 이용하고 있지만, 향후 클라우드로의 점진적인 전환은 검토하고 있다.

Q. 영림원소프트랩과의 프로젝트 진행 중 만족스러웠던 점이 있다면?
고객사의 의사결정이나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높은 이해가 돋보였다. 이건 의약업계, 혹은 에스텍파마 가진 업무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가진 전문성을 활용하고 원활한 업무 프로세스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 높은 수준에서 파악하고 있었다.

이에 따라 ERP 도입 당시 구축한 시스템을 지금까지도 거의 변화없이 사용하고 있다. 기존에 회계사에 맡기고 있던 급여관리시스템을 모듈 단위로 추가한 이후로는 전체 프로세스 차원에서 대단위 수정을 가한 부분은 없다. 특정 의약품을 개발하며 새로운 로직이 필요한 경우가 있었는데, 이것 역시 현재 프로세스 내에서 소화 가능해 매우 만족스러웠다.

Q. ERP 도입 시 현업 조직과의 마찰은 없었는지?
처음 ERP 도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직원들의 80%는 왜 업무 시스템을 바꿔야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이미 2008년에 조직별 업무 프로세스가 정립돼있었고, 그룹웨어에 다양한 기능들을 추가해 ERP와 유사한 관리 시스템을 마련했다. 안정된 업무 시스템을 갖추고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는데 굳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그룹웨어나 엑셀을 활용한 방법으로도 충분히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말은 자전거로 충분히 만족하고 있어서 자동차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 말과 같다. 익숙한 자전거가 있으면 편하고 빠르게 많은 곳들을 돌아다닐 수 있겠지만, 이동수단으로써 자동차가 가져다줄 수 있는 활용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따라서 기업은 현업 조직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에스텍파마의 경우 현업 조직을 ERP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는 기업들에 파견해 실제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살피도록 한 것이 큰 효과를 일으켰다. 해당 기업의 현업 조직이 전해주는 생생한 정보를 듣고, ERP가 잘 갖춰져 있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개선된 업무 환경에 대한 청사진을 그릴 수 있었다.

Q. ERP 도입 이후 현업 조직의 혼란은?
ERP 도입 전부터 그룹웨어나 엑셀을 활용한 업무 프로세스를 새롭게 정비했기 때문에 직원들의 적응은 매우 빨랐다. 본래 ERP 도입 이후 6개월간 기존에 사용하던 시스템을 병행할 계획이었으나, 도입 이후에는 기존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병행할 필요성이 사라졌다.

▲ 새로운 시스템 도입 시 적극적인 변화관리가 중요하다.

기업 차원에서는 변화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을 때 변화된 시스템과 업무 프로세스에 직원들이 안정적으로 적응하지 못하면 일시적인 업무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대규모 시스템 변경을 계획하고 있을 경우에는 사전에 많은 준비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고, 도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제약업계 전반의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개발 추진
에스텍파마는 ERP 도입을 시작으로 자사의 IT 시스템 역량을 보다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현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전자부품연구원(KETI), 애자일소다 등과 함께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위한 분야별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있다. 기존에 있는 IT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원료의약품 산업 전반에 대한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해 SW와 HW를 아우르는 전문화된 스마트팩토리 시스템을 만들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한 첫 단계로 에스텍파마는 컨소시엄에 참여한 기관·기업들과 함께 지능형 옥외저장시설(yard tank) 모니터링 및 구매예측 시스템을 개발했다. 해당 시스템은 아세톤·메탄올·톨루엔 등 관리가 힘든 액체 형태의 유기용매들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것이다. 액체 유기용매들은 질량유량계를 사용해 사용량을 측정하기는 하더라도 액체라는 특성상 증발과 같은 이슈에 대응하기가 힘들어 정확한 사용량 계측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또한 생산부서나 영업부서가 ERP에 사용량을 즉시 업데이트하도록 돼있지만 ERP에 등록되지 않은 사용이 빈번하게 일어나 놓치고 있는 사례가 많다. 아울러 실사를 통한 재고 파악 역시 탱크의 수위가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는 대략적인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

액체 유기용매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예측하지 못한 시점에 재고가 떨어져 생산 계획에 큰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지능형 옥외저장시설 모니터링 시스템은 IoT 기술을 활용해 관리사각지대에 놓인 액체 유기용매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가능하게 한다. 옥외저장시설에 설치된 IoT 센서가 실시간으로 수위를 파악해 재고 현황을 표시하고, 특정 부서에서 사용을 요청했을 경우 관리자의 스마트폰으로 관련 정보를 전송한다. 또한 딥러닝 기반의 데이터 분석을 도입해 기간별 사용량을 예측함으로서 재고 관리를 돕는다는 설명이다.

에스텍파마는 해당 솔루션 개발이 완료되면 먼저 내부적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이나 리셀러들을 통해 국내·외 판매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개발사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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