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 스마트홈 시장의 개화

▲ 양희태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현재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신산업전략연구단에 재직 중이다. LG CNS Entrue Consulting 부문과 삼성경제연구소 산업전략실에서 근무하며 IT계열사 컨설팅 및 IT산업 연구를 수행했다. 한국과학기술원에서 기술경영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Understanding user behavior of virtual personal assistant devices’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저서로는 《빅프라블럼에 도전하는 작은 아이디어》(공저)가 있다.
 

[컴퓨터월드] 스마트홈은 2010년대 초반부터 하드웨어(기기, 센서, 서버 등), 네트워크(인터넷, 개별망 등), 소프트웨어(클라우드, 데이터분석, 인공지능 등), 인터넷 등 ICT 기술을 활용해 사람과 공간을 서로 연결하고 여기서 데이터를 생성, 공유, 활용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물인터넷(IoT)의 가장 핵심적인 응용 서비스로 각광을 받아왔다. 사물인터넷 시장을 산업용/제조, 건설/인프라, 유통, 에너지/유틸리티, 헬스케어/생명과학, 자동차, 가전으로 구분한 Statista에 따르면, 스마트홈에 해당하는 IoT 가전 부문의 2020년 글로벌 시장 규모는 2.2.조 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 IoT 가전 및 사물인터넷 시장 규모 2014~2020년(출처: Statista 홈페이지)

또한 최근 IDC는 전 세계 스마트홈 기기 시장이 2019년부터 연평균 16.9% 성장해 2023년 16억 개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기는 스마트 TV, 스트리밍 미디어 기기 등이 포함된 비디오 엔터테인먼트(video entertainment) 기기다. 홈 모니터링/보안 기기와 스마트 전등 기기는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됐다.‘’

▲ 2019년~2022년 스마트홈 기기 시장 전망(단위:백만 대, %) (출처: IDC(2019.3.))


치열하게 경쟁 중인 스마트홈 기업들의 동상이몽

스마트홈 시장은 전통적인 가치사슬인 C(Content), P(Platform), N(Network), D(Device)에 해당되는 기업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먼저 소비자들에게 가장 쉽고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가전 기업(D)은 ‘가전기기의 하드웨어 플랫폼화 및 서비스 비즈니스 발굴’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최초로 자사 냉장고에 자체 개발한 지능형 개인비서인 ‘빅스비’를 탑재했고 2018년 에어콘과 세탁기, TV로 적용 범위를 확대했다. LG전자는 삼성전자와 달리 2019년형 TV에 자사 ‘LG씽큐’와 함께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 등 3개 지능형 개인비서를 동시에 제공하는 멀티 서비스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얼핏 보면 양사의 전략이 서로 다르게 보일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자사의 가전기기를 스마트홈의 허브기기로 만들어 생태계를 확장하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 한다는 점에서는 같다고 할 수 있다.

▲ 삼성전자가 그리는 빅스비 및 스마트싱스 기반의 스마트홈(출처: 삼성 뉴룸 홈페이지)

운영체제 및 플랫폼 기업(P)은 ‘기존 플랫폼 장악력 확대 및 하드웨어 시장 진입’ 관점에서 스마트홈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 구글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이다. 구글은 2016년 구글 홈, 2017년 구글 어시스턴트, 2018년 안드로이드 씽스 등 매년 개최되는 개발자회의(구글 I/O)에서 스마트홈 관련 신제품 및 기술을 선보였으며, 2019년 개발자 회의에서는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지능형 개인비서 기기인 ‘네스트 허브 맥스’를 공개했다. 이러한 일련의 행보는 구글이 사물인터넷 플랫폼인 안드로이드 씽스 기반의 생태계 확장과 동시에 구글 어시스턴트를 기반으로 지능형 개인비서 기기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2019년 5월 구글 개발자회의에서 공개된 네스트 허브 맥스(출처: CNet2019.5.8)

네트워크(N)에 해당하는 통신사들은 기존 ‘가입자 이탈 방지(retention) 및 유선 매출 방어’를 위해 스마트홈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스마트홈 서비스를 추친하고 있는 LG유플러스는 월 이용료 기반의 서브스크립션 모델을 통해 스마트홈 기기 및 서비스를 임대 형식으로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LG 유플러스는 기존 인터넷 가입자들의 이탈을 막을 뿐 아니라 추가 수익 창출을 노리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19년 1분기 LG유플러스 재무제표를 보면 초고속인터넷과 인터넷 전화, IPTV를 ‘스마트홈’ 으로 분류하고 전년 동기대비 13% 성장한 4,979억 원의 영업수익을 달성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LG유플러스의 내맘대로 IoT 페이지 및 2019년도 1분기 영업수익(출처: LG 유플러스 내맘대로 IOT 홈페이지, 뉴시스(19.5.2) LG유플러스 1분기 영업이익 1946억 스마트홈사업 실적 견인)

서비스 및 콘텐츠(C) 기업은 스마트홈을 통해 ‘고객 접점 확대를 통한 기존 수익원 강화’를 노리고 있다. 아마존은 2014년 업계 최초로 지능형 개인비서 기기인 아마존 에코(Echo)를 출시하며 스마트홈 시장에 진출했다. 단일 기기로만 본다면 아마존 에코를 단순히 아마존의 새로운 제품군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아마존이 그동안 출시해온 기기들을 종합하면 아마존이 다양한 소형 스마트홈 기기들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고 고객들을 락인(lock-in)하겠다는 의미를 알 수 있다.

▲ 아마존이 출시한 전자상거래 지원 하드웨어 기기(출처: 아마존 홈페이지)

스마트홈 이용 전 단계에 걸쳐 있는 소비자 통점

이렇듯 다수의 기업들이 다양한 신제품들을 출시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스마트홈 시장이지만 시장의 수용성을 높여 보편적인 서비스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통점(pain point)을 찾아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양희태 외(2018, ‘인공지능 기술전망과 혁신정책 방향(1차년도)’,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는 스마트홈의 대표적 활용 사례(use case)인 ‘음성 정보검색’과 ‘기기 제어’에 대한 사용자 경험 사이클(user experience cycle)을 수립하고, 프로세스 별로 소비자들의 통점을 아래와 같이 도출했다. 그리고 스마트홈 서비스가 가장 활성화되어 있는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통해 각 통점에 대한 체감정도를 분석했다.

먼저 음성 정보검색의 경우 총 6개의 소비자 통점이 도출되었는데, 모두 4.5 이상으로 일정 수준 이상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질의/요청사항 오독에 의한 답변 오류가 가장 핵심적인 소비자 통점으로 도출되었고 사용자 음성과 다른 소리를 혼동하거나, 기존 문맥에 따라 답변을 하지 못하는 한계 등이 4.7~4.8대로 유사한 수준의 통점으로 조사됐다.

▲ 음성 정보 검색의 사용자 경험 사이클 및 소비자 통점 조사 결과(출처: 양희태 외(2018, ‘인공지능 기술전망과 혁신정책 방향(1차년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가장 활성화된 스마트홈 서비스인 기기 제어의 경우에도 전 단계에 걸쳐 일정 수준 이상의 소비자 통점이 확인됐다. 특히 동작 오류보다는 제어할 기기를 선택해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고 시스템을 호출하는 번거로움이 기기 제어 서비스 이용을 방해하는 가장 불편한 소비자 통점(5.0)으로 조사됐다.

▲ 기기 제어의 사용자 경험 사이클 및 소비자 통점 조사 결과(출처: 양희태 외(2018, ‘인공지능 기술전망과 혁신정책 방향(1차년도)’,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종 기술 융합 및 개방형 생태계 조성이 소비자 통점 해결의 핵심

그렇다면 소비자들이 체감하고 있는 핵심적인 통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일까. 먼저 사용자가 원하는 요청사항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종 인공지능 기술 융합’이 필요하다.

얼핏 생각하면 지능형 개인비서 기기의 정확성 제고는 음성 인식 기술 고도화를 통해 이루어진다고 판단하기 쉽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외부 잡음과 이용자의 질의/요청사항을 신호적으로 구별하기 위해서는 잡음을 제거하고, 입력되는 음성정보의 음향적 특징을 보다 정확히 추출하기 위한 음성 인식 관련 알고리즘 개발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 외에 주로 자율주행차나 의료 분야에서 주로 활용되는 이미지/영상 인식·분석 기술을 적용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소비자의 통점을 해소할 수 있다.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사람의 입모양을 인식해 내용을 읽어내는 독화(讀話) 기술이다. 2017년 3월 구글 딥마인드는 옥스퍼드대학교와 함께 ‘Watch, Listen, Attend, and Spell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Newsnight, BBC Breakfast, Question Time 등 6개 프로그램에서 11만 8천 개의 문장과 1만 7천 5백 개의 단어를 학습해 독화하는 기술을 구현했는데 옥스퍼드대 연구팀의 일원인 한국인 정준선씨의 유튜브 영상을 보면, BBC 뉴스 아나운서의 입모양을 인식해 실시간으로 자막을 생성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이 기술이 스마트홈의 음성 정보검색에 적용되면 TV 소리 등이 아닌 실제 사용자가 명령을 내리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고 2017년 1월 미국 댈러스에서는 TV에서 뉴스 앵커가 하는 말을 소비자의 목소리로 착각해 온라인 쇼핑에서 주문을 한 사고가 발생(TheVerge, 2017.1.7.), 음성 인식과의 조합을 통해 보다 정확하게 사용자의 요청사항을 파악할 수 있다.

▲ 옥스퍼드대학교와 구글 딥마인드의 독화 기술 적용 예시(출처: 옥스퍼드대 연구팀 정준선씨 유튜브에서 발췌, Lip Reading Sentences in the Wild)

스마트홈 기기 제어 시의 대표적인 소비자 통점인 제조사 별 별도 앱 실행과 조작의 번거로움은 ‘개방형 생태계 조성’을 통한 이종 기기간의 연계성 강화 및 통합앱 구축을 통해 해소될 수 있다.

삼성전자의 통합 IoT 솔루션인 스마트싱스(SmartThings)는 삼성전자 제품 뿐 아니라 보스의 스피커, 필립스의 스마트 전구, 알로의 카메라 등 타사 기기까지 스마트싱스 앱을 통해 제어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소비자 통점 해소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용자는 시간, 기기의 동작 조건 등을 설정해 자동으로 기기를 동작시킬 수 있고, 알람 기능을 통해 기기에 대한 상태 정보도 받아볼 수 있다. TV, AV, 에어컨, 세탁기 등 16개 제품군에서 모델명 기준 200개 이상의 기기 제어가 가능하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연동되는 기기를 추가해 스마트싱스 생태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 삼성전자 스마트홈 서비스의 개방형 생태계 조성 전략(출처: 삼성 뉴룸 홈페이지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

추가로 개방형 생태계 조성과 관련해 정책적 관점에서 제안하고자 하는 사안은 ‘소형 스마트홈 기기의 전략적 육성’이다. 스마트홈은 기존 대형 가전기기 외에 스마트 온도 조절기, 도어락, 스마트 CCTV 등 새로운 소형 기기 시장을 만들어냈다.

이 시장에서는 다수의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이 경쟁 중인데 아쉽게도 우리나라 스타트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찾아보기 쉽지 않다. 소형 스마트홈 기기에 특화된 국내 스타트업 육성은 대기업에 편중된 시장의 균형을 맞춘다는 의의 뿐 아니라, 스마트업과 국내 대형 가전 기업이 제품 패키지화를 통해 해외 시장에 동반 진출할 수 있는 시너지도 예상돼 국가 차원의 지원 전략 수립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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