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목적지는 정보화 사업단계 내실화 및 효율화

[컴퓨터월드]

▲ 오영택 이글루시큐리티 인프라컨설팅팀 부장
(youngtaek.oh@igloosec.com)

비싸고 예쁜 쓰레기는 없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디지털 전환의 바람이 사회 전반에 걸쳐 빠르게 불어오고 있다. 여러 기업 및 기관들은 빅데이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인공지능과 같은 신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분주히 움직이고 있으며 변화를 맞이하기 위한 정보 시스템의 구조적 전환 또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생각하지 못한 여러 이슈들이 발생하기도 하고 돌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오히려 더 많은 예산과 시간이 소요되는 등 역효과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얼마 전 개인 정보보호 컨설팅을 위해 규모가 제법 큰 기업을 방문했다가 ‘비싸고 예쁜 쓰레기를 많이 만들어버렸다’라는 담당자의 하소연을 듣게 됐다. 담당자에 따르면 신기술 적용을 위한 정보화 사업을 추진하기 전 정보화 전략계획(ISP: Information Strategy Planning) 사업을 진행하게 됐는데, 전문가들을 통해 수립된 ISP 사업의 결과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이슈들이 다수 발생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엔, 이론적으로는 완벽해 보였지만 실제 구현 시 발생 가능한 여러 이슈들 때문에 이대로 진행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전문가들의 최종 의견을 듣고 사업 방향을 변경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물론 ISP 사업의 결과를 바탕으로 정보화 사업단계에서 정보 시스템을 더욱 효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게 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그러한 성공 사례를 우리의 사례로 만들기 위해서는 ISP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이에 지금부터 ISP 진행 취지부터 기대 효과, 수립 방법 등을 알아보며 어떻게 하면 ISP 사업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지, 그 방안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성공적인 정보화 전략계획(ISP) 사업이란 무엇인가

ISP는 ‘ISP 단계별 핵심 요소를 도출하여 설계에 반영함으로써 정보화 사업단계의 내실화 및 효율화 도모’라고 정의할 수 있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하자면, ISP 사업은 정보 시스템 구축의 계획 단계로서 정보 시스템 구축을 위한 조직의 전반적인 현황과 조직이 지향하는 목표까지 적용돼야 한다. ISP는 정보 시스템 그 자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조직의 경쟁력과 정보화 전략과도 큰 연관이 있다는 의미이다.

이런 이유로 조직의 정보화 관련 모든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 최고 정보관리자(CIO)와 최고 경영층의 의견이 반영돼야 하며 외부의 관련 기술 및 방향성도 참고해 현실적인 정보화 전략계획이 수립돼야 한다. 다시 말해 정보 시스템의 신규 구축, 운영 사업 부실화 등 정보화 사업 전반에 대한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고 정보화 사업단계의 내실화 및 투자관리 효율화를 도모해만 ISP 사업이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ISP 프로세스는 수행하는 기업들의 고유한 방법론에 따라 조금씩 상이하지만 핵심 요소는 거의 동일하다. 모든 방법론이 그렇듯이 ISP의 가장 기본은 어떠한 프로젝트에도 최적화될 수 있는 유연한 방법론과 이러한 방법론을 각각의 프로젝트 환경에 적합하도록 조정할 수 있는, 즉 테일러링(Tailoring)이 가능한 유능한 PM의 조합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세스적인 측면에서는 환경 및 현황 분석, 목표 모델 수립, 이행 계획 수립의 세 가지 단계를 공통적으로 포함한다. 먼저 환경 및 현황 분석 단계에서 외부 환경과 조직의 현황, 경영 전략, 정보화 전략 등을 분석해 핵심 성공 요소를 도출해내면, 이러한 핵심 성공 요소를 기초로 목표 모델 수립 단계에서는 경영 목표 달성을 위한 여러 개선 과제 도출 및 각 과제별 개선 모델을 수립해 정책적, 기술적, 경제적 기대효과를 구체화한다. 그리고 마지막 이행 계획 수립 단계에서는 수립한 개선 과제들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들에 대한 통합 이행 계획을 세부적으로 수립하면서 ISP 사업은 마무리 된다.

▲ 인공지능 보안관제 ISP절차 예시(출처: 이글루시큐리티)

정보화 전략계획(ISP)를 하는 이유와 그 근거는?

그렇다면 각종 기업 및 기관들이 정보화 전략계획(ISP) 사업을 수행하는 이유와 그 근거는 무엇일까?

기획재정부의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세부지침’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국가 공공기관은 정보시스템 구축 시 BPR 및 ISP 수립 완료 후에 정부 예산을 요구하도록 돼 있다. 또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라 국가 공공기관은 ISP 수립 절차, 준수 사항 등이 명시돼 있는 ‘ISP 수립 공통 가이드’에 따라 정보화 전략계획(ISP)을 수립해야 한다.

보다 내실 있는 ISP 수립을 위해 국가 공공기관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으로부터 ISP 가이드 준수 여부 등에 대한 검토를 받기도 한다. ISP 사업을 수행한 후 ▲도출된 ISP 최종 산출물에 대한 검토를 공문을 통해 기획재정부로 접수하고 ▲검토 신청서와 최종 산출물, ISP 사업의 RFP를 한국정보화진흥원에 제출하여 검토받고 ▲이에 따라 내용 조정 등의 절차를 거친 후 ▲최종적으로 예산안 편성을 위한 타당성 및 규모를 확정 짓게 된다.

ISP 최종 산출물에 대한 검토 기준은 기본 구성 내용부터 사업 타당성, 실현 가능성, 규모 적정성의 분야로 나눠지며 필요성, 시급성, 중복성, 사업 추진 여건, 기술 적정성, 총 사업비 적정성 등을 검토하게 된다. ISP 사업 산출물의 기본 구성 내용은 아래와 같다.

▲ ISP 기본 구성내용(출처: ISP 수립 공통가이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정보화 전략계획(ISP) 사업

최근 6개월간 조달청 나라장터에 등록된 ISP 사업만 총 107개이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이 없거나 단독 응찰로 유찰되고 말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과업 범위에 비해 사업비용이 너무 적게 책정돼 사업을 수주해 수행하더라도 제대로 된 품질의 결과물을 도출해내지 못해 발주사와의 관계는 물론 기업의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ISP 사업을 수행하면 본 구축 사업의 평가 시 감점 제도가 있어 참여를 꺼리는 경향도 있다. 물론 후자의 경우 ISP 사업을 수행한 업체가 후속 사업을 염두에 두고 유리하게끔 계획을 수립해 사업을 독식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함이겠지만, 더욱 체계적인 검토 방안 및 프로세스를 수립해 기업들의 적극적인 ISP 사업 참여와 객관적인 사업 수행을 유도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뿐만 아니라 사업자가 확정되고 ISP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발주사와 사업자 간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발주사가 과업 범위를 늘려 실제 구축 단계에서 시행되는 설계까지 요구하거나, 도출 결과에 따라 객관적인 이행 계획이 수립됐음에도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사업 기간을 늘리고 추가 인력을 투입하게 만드는 등 다소 불합리한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발주사와 사업자 모두가 납득하며 사업할 수 있는 타당한 검증 방법 및 제도의 보완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렇듯 말도 많고 탈도 많은 ISP 사업이지만 발주사와 사업자, 양측이 기본적인 것만 지켜준다면 고품질의 정보화 전략계획 수립도 마냥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발주사는 본인이 원하는 결과물에 알맞은 예산으로 사업비용이 책정될 수 있도록 타당한 예산안을 수립하고, 사업자 즉 컨설팅 기업은 사업의 목적 달성을 위해 각 분야별 전문 컨설턴트로 팀을 구성한다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필요시에는 외부의 전문가를 확보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정보화 전략계획(ISP) 사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ISP 사업은 실제 구축 단계에서 발생 가능한 이슈를 사전에 도출해 보다 원활한 정보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게 한다. 또 소요 예산이 과다 책정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으며 신규 서비스의 경우 법적인 문제를 모두 검토하고 사업 기간까지 체계적으로 계획을 수립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IoT, 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등 혁신 기술과 관련된 ISP 사업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들의 경우 해당 분야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전문가가 함께 참여해야만 실현 가능한 정보화 전략 계획 수립이 가능할 것이며 더 나아가 업무의 혁신까지 일으킬 수 있는 사업의 실 구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세부적으로 ISP 사업을 통해 조직이 얻을 수 있는 계층별 기대효과는 아래와 같다.

▲ 정보화전략계획을 통한 기대효과(출처: 중소기업 정보은행)

‘최상의 ISP’ 수립 방안

모든 ISP 사업은 기본적으로 정보화 사업단계에서의 효율성을 목표로 구현 가능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실제로 구현해낼 수 없다면 이는 그저 ‘비싸고 예쁜 쓰레기’를 만드는 과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어느 한 분야에 특화된 ISP 사업일 경우 더욱 그렇다.

대부분의 ISP 사업은 전문 컨설팅 사업자에 의해 수행되기 마련인데, 이들은 해당 분야의 기술을 보유하고 실제로 구현해내는 사업자에 비해 기술적인 역량과 경험이 부족하다. 이에 실효성이 없는 ISP 사업 산출물, 또는 구현 가능성이 없는 결과물 등은 어떠한 특화된 기술이 적용되어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분야에서 더욱 많이 나타나고 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도출된 결과를 실제 구현할 수 있는 기술 사업자로부터 검증받는 것이다. 그들에게 검토를 받고 그 의견을 반영한다면 정보화 사업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사전에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에는 전문 컨설팅 업체와 특정 분야의 기술을 보유한 업체가 업무 협약을 맺고 실 구현단계에서 전문가들이 ISP 사업에 직접 참여하여 검증하는 사례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때 전문가의 단순한 검토뿐 아니라 툴을 이용해 그 실효성을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

최상의 ISP 수립을 위해서는 이를 담당하는 주체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먼저 정책적 관리적인 측면에서의 전문가는 해당 사업 발주사의 담당자다. 정보화 사업단계에서 정말 쓸모 있는 결과물을 도출해내고 싶다면 사업을 전개해나가는 데 있어 담당자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되며 더 나아가 해당 사업의 내용과 관련된 여러 사람들의 의견은 많이 수렴될수록 좋다. ISP 사업을 수행하는 컨설팅 업체의 경우 유연성 있는 고유한 방법론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고 그 방법론에 따라 체계적인 절차를 수립함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성공적인 정보화 전략계획(ISP)수립을 위해

ISP 사업은 정보화 사업의 예산과 기간 그리고 조직의 방향성에 적합하도록 사전에 이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체크하고 발생 가능한 이슈를 최소화하는, 정보 시스템의 도입 및 구축에 있어 필수적인 사업임은 틀림없다. 다만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현재로서는 ISP 사업 수행을 둘러싼 이런저런 갈등이 존재하고 궁극적으로는 경영 성과 향상 및 조직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수 있는 최적의 정보화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담당자들끼리 결정하고 진행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다.

성공적인 ISP 수립을 위해서는 정부 기관과 민간사업자 간의 상호 협력, 제도의 개선, 더불어 조직의 경영진과 관리자, 실무진 모두가 적극적으로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인식의 전환까지 요구되는 것이다.

아직 풀어야 할 숙제는 많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디지털 대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는 만큼 디지털 전환의 첫 단추, 성공적인 정보화 전략계획 수립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 현명하게 대응해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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