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시대-디지털 헬스케어, 어디까지 왔나

▲ 양희태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컴퓨터월드] 양희태 교수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신산업전략연구단에서 최근 한동대학교 경영경제학부 교수로 자리를 옮겼다. 양 교수는 LG CNS Entrue Consulting 부문과 삼성경제연구소 산업전략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신산업전략연구단에 근무하며 IT계열사 컨설팅 및 IT산업 연구, 인공지능 등 신기술 관련 정책연구를 수행했다. 한국과학기술원에서 기술경영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Understanding user behavior of virtual personal assistant devices’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저서로는 《빅프라블럼에 도전하는 작은 아이디어》(공저)가 있다.

2019년 8월 21일 개최된 2019 국제병원 및 의료기기 산업박람회(K-HOSPITAL FAIR 2019)에서 GE헬스케어는 처방 예측 분석, 기계학습, 자연어처리 등의 기술을 이용해 병원 경영진에게 현황 정보를 제공하는 ‘GE 클리니컬 커멘드 센터(Clinical Command Center) ’솔루션을 공개했다. GE헬스케어에 따르면 병원 관리자들은 커맨드 센터의 분석화면(Wall of Analytics)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통해 보다 정확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데, 미국 존스홉킨스 병원은 커멘드 센터 도입 후 환자 수용력이 60% 이상 향상되고 환자 픽업 시간이 63분 단축되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GE코리아 뉴스룸, 2018.10.31.).

같은 해 3월 네이버는 대웅제약과 의료보건 분야의 빅데이터 수집 및 분석, 처리를 사업 목적으로 하는 ‘다나아데이터’를 설립했고, 카카오는 연세의료원과 ‘파이디지털헬스케어’라는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투자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 GE클리니컬 커맨드 개념도 및 존스홉킨스 병원 사례(출처: 헬스케어 파트너 홈페이지)

디지털 헬스케어는 기존 헬스케어 산업에 ICT 기술이 적용되어 탄생한 융합 분야로 정의될 수 있는데, 특히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을 이용해 헬스케어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고 이에 기반한 새로운 가치 창출로 산업 전반에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 예측치(출처: 뉴스와이어 홈페이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lobal Market Insight)에 따르면, 2018년 864억 달러였던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연평균 29.6% 성장, 2025년에 5,044억달러를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모바일 기기를 이용한 mhealthcare는 2019년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38.8%로 전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성장률을 크게 넘어설 것을 예상됐다.


예방과 치료, 환자관리 고도화 모두 활용되는 디지털 헬스케어

디지털 헬스케어는 데이터의 출처, 적용 ICT기술, 산업 등에 따라 다양하게 세분화될 수 있지만, 측정·분석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종 적용되는 영역을 기준으로 할 때 질병예방·건강관리, 진단·치료, 환자 관리로 구분될 수 있다(이다은·김석관, 2018.6.20.).

① 질병예방·건강관리

질병예방·건강관리 분야에서 가장 대표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제품은 스마트폰 또는 웨어러블 기기 기반의 웰니스 서비스이다. 2010년대 들어 스타트업 기업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스마트밴드, 스마트워치가 등장했고, 이후 글로벌 대기업들도 가세하면서 웨어러블 기기와 스마트폰이 연동해 사용자의 생체 정보와 건강 데이터를 측정하고 수집해 관리하는 서비스들이 보편화됐다.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기업들의 노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애플은 2018년 9월 애플워치 시리즈 4를 발표하면서 최초로 심박세동과 심전도 측정 기능을 탑재했고 FDA로부터 의료기기 승인을 받았다. 향후 출시될 애플워치에 혈압 측정기능이 탑재될 것이라는 루머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 심박세동심전도 측정 기능이 탑재된 애플워치 4(좌)와 혈압측정 기능 탑재 루머가 제기된 차기 애플워치 테스트 제품 추정 유출 사진(출처: 애플 홈페이지)


② 진단·치료

진단은 데이터 측정 및 분석 중심의 디지털 헬스케어에서 가장 활성화된 분야이다. IBM은 “Cognitive era of Healthcare”라는 슬로건과 함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를 개척했고, 2015년부터 Watson for Oncology 서비스를 출시, 확장해왔다. 또한 같은 해 4월 업계 최초로 인지컴퓨팅 헬스케어 서비스 ‘왓슨 헬스(Watson Health)’, ‘왔슨 헬스 클라우드 플랫폼(Watson Health Cloud Platform)’을 출시하기도 했다(이다은·김석관, 2018.6.20.). IBM의 왔슨 헬스(Watson Health)는 암환자 치료부터 신약개발, 임상실험에 이어 의료 영상 분야로 서비스를 확장해 가고 있다.

구글은 구글 브레인, 네스트 등을 통해 인공지능 기술 및 기기 개발에 집중해 왔으며, 모회사인 알파벳 산하에 별도로 베릴리(Verily), 칼리코(Calico), 딥마인드(Deepmind)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연구개발 및 사업을 진행 중에 있다. 구글은 2018년 11월 구글 브레인, 네스트, 구글핏의 헬스케어 프로젝트와 딥마인드의 의료사업부문인 딥마인드헬스를 ‘구글 헬스’로 통합하면서, 딥마인드 헬스를 통해 축적해온 방대한 의료데이터와 고도화된 인공지능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사적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 IBM 왓슨 헬스의 주요 서비스(출처: 이다은, 김석관(2018.6.20.))
▲ 구글의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구조 및 역할(출처: 정희석, 장화영(2018.12.26))

아마존(Amazon)은 2018년 6월 온라인 제약 분야의 스타트업인 필팩(PillPack)을 인수하며 헬스케어 분야에 처음 진출했다. 알렉사 등 인공지능 기반의 지능형 개인비서, 아마존 사이트를 통해 구축한 강력한 유통망을 활용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서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CNBC(2018.12.18.)는 향후 아마존이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실현할 수 있는 비전을 아래와 같이 제시했는데, 1) 이상증세를 느낀 사람이 집에서 알렉사에게 자신의 증상을 알리면, 2) 의사를 연결시켜 원격으로 상담을 하고, 3) 진단 기기가 집으로 배달되어 기본적인 검사를 하고, 4) 의사가 처방전을 보내는 시나리오이다.

▲ 아마존의 기술력 및 유통 인프라를 활용한 미래 가상 시나리오(출처: CNBC)


③ 환자관리

디지털 헬스케어는 환자관리 효율성 및 정확도 제고 차원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앞에서 살펴봤던 GE헬스케어 외에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이 이 분야에서 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 마이크로소프트 팀즈를 활용한 의료진 협업 장면(출처: MS 블로그)

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 2월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세계의료정보관리시스템학회(HIMSS19’에서 다수의 시스템에 분산되어있는 환자 건강기록을 클라우드로 연결해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의료진이 용이하게 협업할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팀즈(Teams)를 선보였다.

▲ 애플 헬스 레코드(출처: 헬스케어 IT 뉴스)

애플의 애플 헬스 레코드는(Apple health record)는 병원의 전자의무기록(EMR)에 저장된 진료, 처방 기록들을 iOS 기기로 가져올 수 있게 하는 서비스인데, 이를 통해 개별 병원들은 환자의 동의하에 통합된 환자 의료 정보를 확보하고 보다 정확하게 환자를 진단·관리할 수 있게 된다. 2018년 3월 출시 두 달 만에 39개 병원이 애플 헬스 레코드와 연동했으며 2019년 9월 현재 200개 이상의 병원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Apple 홈페이지(2)).


결과값의 정확도 향상 및 소비자 편의성 제고에 대한 소비자 통점이 존재

이렇듯 디지털 헬스케어는 질병예방·건강관리, 진단·치료, 환자 관리 분야를 중심으로 헬스케어 산업의 혁신을 추동하고 있다. 그러나 투자 대비 효용성의 부족, 학습 데이터의 종류 및 수준에 따른 성능 저하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며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스마트 워치 시장을 개척한 것으로 평가받는 패블(Pebble)은 2016년 말 핏빗에 인수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경쟁사였던 핏빗(Fitbit)은 2019년 2분기에 전년 동기대비 27% 매출 감소를 기록하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Fitbit 홈페이지, 2019.7.31.).

IBM 왓슨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19년 4월 IBM은 의약품 개발을 위한 Watson for drug discovery의 판매 중단을 결정했으며, 의료계를 뜨겁게 달궜던 Watson for Oncology 역시 도입국의 상황 및 데이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기존 병원들과의 추가 계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17년 초 이미 앰디앤더슨 암센터는 IBM과의 계약을 해지하였고, 우리나라 부산대 병원과 계명대학교 동산병원도 왓슨 재계약을 포기했다(청년의사, 2019.5.17.).

▲ 소비자 통점 조사 결과(출처: 양희태 외(2018))

양희태 외(2018)에서는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활용 사례(use case)로 ‘진단보조’와 ‘웨어러블 건강관리’에 대한 사용자 경험 사이클(user experience cycle)을 수립하고, 프로세스 별로 소비자들의 통점(pain point)을 도출헀다. 이 중 진단보조에 대한 소비자 설문 결과를 요약하면, 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총 3가지 통점이 도출되었고, 그 중에서 필요 데이터를 모아 시스템이 인식할 수 있는 데이터 포맷으로 전처리(5.16점, 7점 기준)와 인종 등 샘플 데이터 차이에 의한 권고안 오류(5.08)가 주요 통점으로 밝혀졌다.

▲ 진단보조 사용자 경험 사이클(출처: 양희태 외(2018))


양질의 데이터 확보가 디지털 헬스케어의 지속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

결국 디지털 헬스케어의 성능을 좌우하는 것은 얼마나 양질의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쉽게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스마트폰 건강관리 어플리케이션이나 웨어러블 기기의 경우 생체 정보 등 주요 건강정보를 지속적으로 축적하도록 사용자를 유도해야 하나, 일부 정보를 직접 입력해야 하거나 계속 착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따라서, 박피형으로 설계되어 신체에 부착할 수 있거나 생체 이식이 가능한 형태로 제품 혁신이 이루어진다면 지속적으로 이용자의 건강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의료계에서 부담을 느끼는 데이터의 전처리 문제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다양한 소스로부터 수집된 이종 데이터를 분석해 필요한 형태로 자동 전환시킬 수 있다면 해결될 수 있다. 나아가 필요한 데이터 정보를 사람이 정의하지 않고 인공지능이 스스로 판단해 수집하는 수준에 다다른다면, 디지털 헬스케어는 기존에 제기된 한계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지속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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