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호 ETRI 기술기획부 책임연구원

[컴퓨터월드]

▲ 임성호 ETRI 기술기획부 책임연구원

 

 

AI, 빅데이터 등을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이 본격 시작됐다. 즉 미래 먹거리 시장을 둘러싼 패권경쟁이 본격화 된 것이다. 다시 말해 4차 산업혁명을 누가 주도해 나가느냐에 따라 국가 산업 및 경제 발전의 향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4차 산업혁명은 반드시 우리나라가 앞장서 나갈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나가야만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자원이 부족한 반면, 우수한 인력을 갖고 있는 만큼 잘만 하면 그 어느 나라에 못지않게 앞서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 기술 및 인프라를 비롯해 SW 기술력 등을 많이 확보해 놓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본지는 이에 따라 국내 ICT 산업 발전의 두뇌역할을 하고 있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의뢰해 미래 먹거리 및 일자리 창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되는 주요 아이템을 중심으로 관련 전문가들의 강좌를 1년 동안 게재한다. 즉 그들의 예리한 시각과 분석을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을 주도할 기술, 그 기술에 대한 글로벌 트렌드, 그 기술과 국내 기술과 맞물린 현 상황, 그리고 현안 문제 및 나아갈 방향 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 인간의 삶을 바꾸는 미래 ICT 전망 (지난호)
■ 바이오헬스 로봇의 현황과 전망 (이번호)
■ 인공지능 시대의 초성능 컴퓨팅
■ 사용자 통신환경을 바꾸어보자(User Cognitive Pervasive Networking)
■ 알파고 은퇴 후 컴퓨터 바둑 현황
■ 사이버 대변인
■ 미디어 부호화 기술의 현재와 미래
■ 자율 이동체 시각지능 기술의 미래(사람 눈보다 강건한 RGB-Lider 기술)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블록체인, 증강·가상 현실 등 첨단기술은 급속한 발전을 이루면서 상호 융합되어 제4차 산업혁명을 견인하고 있다. 무병장수는 모든 사람의 희망 사항으로, 인간 수명이 증가하면서 건강과 치료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필자는 제4차 산업혁명에서도 가장 뜨거운 분야인 보건의료의 핵심인 바이오헬스 로봇에 대한 현황을 파악하고 전망해 본다.


시장 및 기술 현황

바이오헬스 로봇은 1985년 산업용 로봇(PUMA560)을 뇌수술에 사용하면서 가능성을 확인했다. 이후 인튜이티브서지컬(Intuitive Surgical)의 다빈치(da Vinci)가 2000년 DFDA 승인을 최초로 받게 되어 로봇 수술의 대중화를 이룬 이후 많은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BIS 리서치에 따르면 헬스케어 로봇 시장은 2017년 5.4 빌리언(billion) 달러에서 2023년 11.4 빌리언 달러로, 2018에서 2023년까지 5년간 12.64%의 높은 평균 성장률(CARG)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1]

특히 북미 시장이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유럽 및 아시아의 시장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으며, 한국은 세계시장의 약 1.5%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용 로봇은 목적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사용될 수 있으며, 로봇 기술은 물론 AI, 빅데이터, 센싱 기술 등의 급속한 진보에 따라 기술 발전 속도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주요 바이오헬스 로봇에 대해 알아본다.

◾ 수술 로봇

수술 로봇은 수술 전체나 일부를 의사 대신 작업하는 로봇으로서 복강경 수술, 관절 수술, 혈관 수술, 내시경 수술 등 의료 로봇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다빈치 로봇을 들 수 있다. 다빈치 로봇은 작은 절개와 최대한의 정밀도로 수술을 수행할 수 있고, 출혈이 적고 치유 속도가 빠르며, 감염 위험을 최소화 할 수 있다.

약 20여 년 동안 꾸준히 발전한 다빈치는 수술 로봇 분야의 가장 보편적인 표준으로 여겨지고 있다. 수술 로봇 분야는 바이오헬스케어 로봇 분야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미국의 인튜이티브 서지컬 사는 다수의 특허를 바탕으로 수술 로봇 전체시장의 약 81.22%(2017년 기준)를 점유함으로써 독보적인 존재를 과시하고 있다.[1]

국내의 미래컴퍼니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복강경 수술 보조로봇 레보아이를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KFDA 승인을 받고 판매를 시작하고 있다.

◾ 수술 시뮬레이터

수술 숙련도 향상을 위한 수술 실습, 수술 계획 수립 및 사전 수술 검증 등을 가능케 하여, 안전하고 빠른 수술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 안과 수술, 뇌혈관 수술, 성형 수술 등 다양한 수술 분야에 적용되고 있으며, 서울대병원의 부비동수술 가상시뮬레이터 개발 등 국내 개발도 이루어지고 있으나 다수의 병원에서 외산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다.

◾ 내시경 검사 로봇

작은 카메라나 센서를 긴 와이어에 연결하여 작은 구멍을 통해 신체에 밀어 넣어 손상이나 이물질 또는 질병 요인을 발견할 수 있도록 한다. 메디니어링(MEDINEERING)사는 의사가 필요로 하는 정확한 지점까지 RC 자동차처럼 운전할 수 있는 날씬하고 유연한 로봇을 개발했는데 이 로봇은 채혈이나 생체검사를 할 수 있다. 또한 소화관을 이동하여 사진을 찍어 직접 전송하는 알약 크기의 캡슐 로봇도 개발되고 있다.

▲ 다빈치 X 수술 로봇(출처: https://newatlas.com/da-vinci-x-surgical-robot/49289/)

◾ 재활 로봇

환자 및 장애자, 노년층이 장애로부터 회복하여 독립적인 활동이 가능토록 지원한다. 팔이나 다리의 동작을 감지해 신체의 움직임을 보조하는 재활운동용과 인간의 신경 신호를 이용해 팔이나 발, 손이 움직이도록 돕는 로봇 등이 있다.

인체의 상지, 하지 및 손 등의 세밀한 구조제작 및 정밀한 제어기술을 기반으로 한층 개선된 다양한 재활 로봇 제품이 선보이고 있다. 국내에서 개발된 보행재활 로봇인 큐렉소는 서울아산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등 다수의 대형 병원에서 사용할 정도로 기술이 향상되고 있다.

◾ 신체 보조 로봇

발이 마비되거나 근육이 약한 사람들이 걸을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기형 교정, 뇌나 척수 손상 시 재활에 사용된다. 주로 사용자 입력과 사전 설정된 제어를 통해 작동하지만, 신경 인터페이스가 발전함에 따라 직접 마음으로 제어되는 로봇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 AI 진단 로봇

방대한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적용해 적절한 진단이나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로봇이다. 진단방법은 매우 다양하지만,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8,000가지 이상의 질병과 희귀한 유전적 장애 환자를 높은 정확도로 진단하는 FDNA 시스템이 출시되었다.

◾ 반려 로봇

노인 또는 정신 장애자, 허약하거나 외로운 사람들의 도우미 역할로서 동반자(companion) 역할을 한다. 2018년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한 Blue Frog사의 버디(BUDDY)는 정서적 차원에서 소유자와 상호 작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은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돌봄 로봇을 장기 프로젝트로 개발하고 있다.

◾ 원격진료 로봇

소외된 지역 사회나 멀리 떨어진 지역에 전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로봇이다. 도심의 의사는 이제 농촌이나 산간벽지의 환자 및 지역 의료인과 대화 할 수 있으며,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직접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지식과 상담을 공유하고 있다.

◾ 간병 로봇

간병은 24시간 환자를 보살피며 보조해야 하는 일로 힘들고 어려움이 큰 작업이다. 환자가 침대에서 휠체어로 이동하거나 화장실 및 욕조 사용 시에 환자를 도와 간병 일손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환자들이 화장실을 사용해야 할 시간을 예측하는 등 조작이 어려운 환자도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약물 로봇

처방전의 약물을 판독하고, 해당 약물을 찾아주는 약물 자동판매기와 같은 로봇이다. 병원에서 의사가 처방한 처방전을 약국에서 받아 로봇이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다.

◾ 소독 로봇

병원은 많은 양의 항생제 투여로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가 번식할 수 있어 병실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소독 로봇은 퇴원한 환자의 방을 소독함으로써 환자의 위생과 안전을 보호 하고, 소독시간 단축 및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 마이크로 의료 로봇

마이크로 로봇은 너무 협소하여 인간이 수행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한 일을 수행하기 위한 초소형 구조물이다. 일반적으로 밀리미터(mm)부터 작게는 나노미터(nm)의 크기를 가지며, 혈관 속을 다니면서 혈관 관찰 및 검사, 혈관 이물질 제거 등을 수행한다. 마이크로 로봇은 원하는 목적지까지 정확히 이동하는 것은 물론 효율적이고 안전한 제어기술이 요구된다. 인체 내에서 감쇄가 적은 자기장을 이용한 제어가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 검사 로봇

MRI 및 초음파 기술을 이용하여 생체검사 부위를 정확히 지정하여 검사할 수 있는 조기 암 진단을 위한 최소 침습적 기술이다. 외과의가 신체를 스캔한 3D 데이터에서 생체검사를 할 정밀한 부위를 선택하여 진단할 수 있도록 한다.

◾ 항균 나노 로봇

항균성 나노 로봇은 금 나노 와이어로 만들어진 작은 기계로 혈소판과 적혈구로 코팅되어 환자의 혈액에서 직접 박테리아 감염을 제거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박테리아 표적을 흉내 낸 다음 박테리아가 가까이 가면 나노 와이어 메쉬로 그들을 포획한다. 박테리아의 자연 반응을 이용해 시스템에서 박테리아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항생제 대신 나노 로봇을 사용할 수 있다.

 


풍요로운 삶의 질을 위한 전진

ICT의 발전에 힘입어 로봇의 경량화, 고도화, 저가화 등이 이루어지면서 청소, 배달, 도우미, 간병 등 다양한 서비스 로봇이 등장하고 있다. 지능형 로봇이 점점 산업현장은 물론 개인 생활에까지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것이다.

바이오헬스 로봇은 반도체 및 바이오 센서 칩 개발을 통한 경량화, 고집적화, 고성능화 및 저전력화를 추구하고 자율성과 이동성이 강화돼 더욱 간편하고 신뢰성 높은 로봇으로 발전하고 있다. 또한 블록체인을 활용한 개인 의료·건강 정보를 보호하고 인공지능을 통한 실시간 수집 의료 데이터의 정밀한 분석, 방대한 의료 빅데이터 처리를 강화함으로써 점차 보건의료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5]

세게적으로 고령화와 웰빙 및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주요 선진국은 보건의료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미국은 AI를 활용한 개인 맞춤형 의료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유럽은 헬스케어 산업을 활성하기 위한 의료정보기술 플랫폼을 개발하며, 일본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로봇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3] 특히 세계적 고령화 국가인 일본은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대비해 ‘돌봄 로봇’이라는 서비스 로봇 개발 분야에 2000년부터 정책적으로 장기 투자하고 있다.[4]

의료기기 산업은 복잡하고 다양하며, 임상 실험을 통한 검증이 요구되기 때문에 연구 개발에 대한 지속적인 장기 투자가 요구된다. 최근에는 유전자 정보뿐 아니라 임상 진료 정보, 생활습관 정보, 환경 정보 등 광범위한 개인 자료의 수집과 분석을 통한 개인 맞춤형 치료나 건강관리 기술이 속속 출현하고 있어 삶의 질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갈 길 먼 바이오헬스 로봇

IBM 왓슨은 2011년에 미국 TV 퀴즈쇼 ‘제퍼디(jeopardy)’에서 우승을 한 AI 플랫폼을 기반으로 IBM ‘닥터 왓슨’을 개발해 바이오헬스 로봇의 일대 혁신을 이끌었다. ‘닥터 왓슨’과 관련, 국내에서도 가천대길병원에서 Watson for Oncology를 2016년 최초 도입 후, 다음 해인 2017년에 부산대, 대구가톨릭대, 계명대, 건양대, 조선대, 전남대 등의 대학 병원에서 도입하였다. 수천 만 쪽의 의료 전문자료를 소화하여 인간 의사와 80% 이상의 처방 일치를 보였으며, 때로는 인간 의사보다 더욱 정확한 진단과 치료법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 IBM 왓슨 로봇(출처:https://robogarden.ca/blog/ibm-watson)

그러나 최근 IBM 왓슨의 경우 AI 기능에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의학 문장과 용어의 이해 부족, 방대한 의료 데이터의 신속처리 등의 문제로 의사에게 치료 정보 제공이 부족하다는 평가와 함께 치료 방법에 대한 증거 기반을 갖추지 못하는 인공지능의 단점이 노출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2018년 이후부터는 국내병원에서도 IBM 왓슨 도입이 주춤하고 있다.

수십 년 동안 느리게 발전하던 컴퓨터 바둑은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를 공개한 이후 급성장해 불과 수년 사이에 인간의 능력을 훌쩍 넘어섰다. 그러나 어렵지 않은 사활문제를 실수하는 경우도 있다. 바둑에서 실수는 한판의 바둑을 그르치면 되지만, 생명을 다루는 의료 로봇의 실수는 용납할 수 없다. 첨단기술의 종합체인 의료 로봇의 갈 길이 만만치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갈 길

바이오헬스 로봇은 고도의 정밀성과 신뢰성이 요구되고, 임상 실험을 통한 검증도 이루어져야 하므로 장기간의 노력이 요구되며, 오류 시 책임 문제 등이 뒤따르는 위험성이 큰 분야이다. 의료기술의 복잡화로 인공지능 및 ICT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축척된 ICT를 바탕으로 애플(HealthKit), 아마존(약품 배송), 오라클(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IBM(닥터 왓슨) 등 대형 ICT 기업들도 의료시장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2]

우리나라의 발전된 ICT를 의료기술에 접목할 경우 의료 서비스의 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뒤늦었던 ICT분야에서 선두까지 진입한 경험이 있다. 앞선 ICT와 의료 기술을 융합하고 우리의 장점과 환경에 적절한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진다면 바이오헬스 로봇 따라잡기도 가능하리라 본다.

초기에는 인튜이티브서지컬 사와 같은 절대강자가 있는 수술 로봇보다는 비수술 로봇이나 의료 서비스 로봇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높여나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국내의 로봇 수술을 저해하는 높은 수술비용은 수입 의료 로봇의 높은 단가가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바이오헬스 로봇의 수입대체를 이루고 선도하여 모든 환자가 바이오헬스 로봇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시대가 빨리 오기를 기대해 본다.

 

참고문헌

[1] Global Healthcare Robotics Market, BIS Research, 2019.1.
[2] IoT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제품 현황 및 의료기기 시장 동향, 임팩트, 2019.10.
[3] 활성화되는 글로벌 지능형 로봇산업 시장전망과 기술개발 전략, IRS Global, 2019.3.
[4] 스마트 헬스케어 및 메디칼 디바이스 시장실태와 전망, 임팩트, 2019.5.
[5] 헬스케어 4.0 시대 국내의 의료산업 패러다임과 신개념 의료기기 트랜드, 임팩트, 20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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