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개발이 우리의 힘,6~7년새 3개 제품 출시 국내외 드문 사례

대부분의 국내 중소 소프트웨어들이 매출부진으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꾸준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업체가 있어 눈길을 끈다. 그 주인공은 ERP 전문업체인 영림원소프트랩. 특히 영림원은 사업을 포기하거나 신규 투자를 중단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ERP 시장에서 굳건히 입지를 지키고 있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영림원은 2003년 중소형 ERP 시장에서 10%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으며, 올해는 100억 매출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국내 중소업체로서는 드물게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영림원의 권영범 사장을 만나 그 비결과 향후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박시현 기자 pcsw@infotech.co.kr

영림원이 국내 ERP 시장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상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오라클, SAP 등 2개사를 빼고 2003년 SMB 시장에서 약 10% 정도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습니다. 지난해에 90여억원의 매출을 거뒀으며 올해는 12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를 이월하거나 보류하는 회사들이 많아 목표 달성이 뜻대로 될지는 의문이지만 올해가 매출 100억 돌파 원년이 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내 ERP 업체로서는 드물게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성장 비결은 무엇입니까
우리가 잘해서 그런 것보다는 경쟁사들이 무너지는 바람에 그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기업은 건실하게 기반을 다지면서 성장해야 합니다. 내부 역량을 탄탄히 구축하고 차근차근 나아가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렇지만 일부 국내 ERP 업체를 보면 무조건 성장일변도의 전략을 구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반드시 허물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사상누각인 셈이죠.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불황일 때 타격은 더욱 심합니다.
영림원은 올해로 설립 11년째를 맞고 있지만 그동안 비약적인 발전보다도 꾸준하게 성장세를 유지해 왔습니다. 외부에서 조차 왜 성장이 그렇게 더디느냐며 의문을 표시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전체 직원의 1/3 수준으로 내려갔지만 과거에는 절반 이상이 기술 인력이었습니다. 그럴 정도로 신제품이나 기술개발에 힘을 쏟았습니다. 1997년에 국산 ERP 패키지를 처음 출시한데 이어 2000년에 3Tier 구조의 새로운 버전, 2003년에 닷넷 버전을 누구보다도 앞서 내놓은 것은 바로 이러한 기술개발에 힘쓴 덕분 입니다. 6~7년 사이에 완전히 다른 3개 버전의 제품을 출시한 업체는 국내는 물론이며 해외에서도 드문 사례입니다.
현재 영림원의 직원은 총 85명이며 이중 2/3가 엔지니어 출신입니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고유의 개발업무 보다는 컨설팅이나 고객 지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ERP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고객에게 더욱 가까이 갈 수 있는 체제를 만든 것이죠.

최근들어 국내 ERP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정부정책에도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습니다. 바로 중소기업 IT화 지원사업인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정부에서 ERP 구축 붐을 형성하고 시장을 활성화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대목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지원 금액을 설정해 놓고 이 사업을 추진한 것은 한번 짚어봐야할 문제입니다. 업체가 난립하고 이에 따라 극심한 가격경쟁을 펼치는 시장 구조를 낳은 점에서 정부가 자유로울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실제로 정부 지원금을 바라보고 우후죽순격으로 ERP 업체들이 생겨나 한때는 그 숫자가 300~400여개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좁은 국내 시장에서 이처럼 업체들의 대거 출현은 업체들의 가격경쟁 심화, 수익성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영림원은 정부의 IT화 지원 사업 부문에서 고수한 원칙이 있습니다. 남들처럼 가격을 깎아주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보통 2~3천만원을 들여 ERP를 구축하려는 회사는 영업 대상에서 배제하고 1억원 이상 규모의 프로젝트에 역점을 뒀습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생각 보다 적지 않은 수익을 확보했습니다. 이러한 원칙을 고수한 것이 영림원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요인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ERP 하나만 잘 하려고 해도 아직 멀었다"
1993년 회사 설립 이후 줄곧 ERP라는 한 우물만 파고 있습니다. 사업다각화의 유혹도 받았을 텐데 유독 이 시장에서 버티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창업 당시에는 ERP를 중심으로 하는 전사적인 패키지 사업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PC용 패키지, 그것도 MIS 패키지 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당초 전략이었으니까요. 그런데 ERP로 사업 방향을 선회한 데는 계기가 있었습니다. 지난 1992년 대한페인트잉크의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 경험을 살려 유공해운의 ERP를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PC용 패키지와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의 기술과 경험을 보유한 것이 ERP 패키지 개발의 힘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ERP 사업에만 매달려있는 것은 한마디로 시장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입니다. ERP는 기업 운영의 핵심적인 시스템입니다. 제대로 된 ERP가 없으면 기업은 경쟁력을 갖출 수가 없습니다. 또 ERP 하나만 잘 하려고 해도 아직 멀었습니다. 글로벌 회사들과 경쟁하기 위해 갖춰야 할 것이 너무 많거든요. ERP 하나만 하기에도 벅찰 지경입니다.
패키지 사업을 고집하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습니까
일반적으로 소프트웨어는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패키지 소프트웨어이어야 부가가치가 높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패키지가 아닌 SI 성격의 소프트웨어 개발 사업은 위험성이 높습니다. 투입 인력이 만만치 않고 개발기간도 워낙 변수가 많아 기대한 만큼의 수익성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 해외의 유명 소프트웨어 회사들을 보면 모두 패키지 사업을 하고 있으며 SI 회사는 없습니다.

5년안에 일본 중소형 ERP 시장 1위 목표
최근 들어 해외 시장 공략에 부심하고 있는데 지금까지의 성과와 앞으로의 전략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기업의 입장에서 글로벌 전략은 필수입니다. 솔직히 말해 지금 당장 미국이나 유럽의 기업과 경쟁해 이길 자신은 없습니다. ERP와 기업 문화는 매우 밀접한 관계로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이나 중국 등 동양권에서는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동양권에서 가장 큰 시장은 역시 일본입니다. 우리나라에 비해 시장규모가 적게는 10배, 크게는 20배 정도 넓습니다. 영림원은 2년전부터 일본의 KCC(날리지 크리에이팅 컨설팅)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시장 공략의 준비 작업에 착실히 나서 지금은 본격적인 시장 공략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영림원은 지난 2년동안 이 회사와 25회의 미팅을 가졌으며, 이 과정에서 1,200여개에 이르는 화면을 하나하나 꼼꼼히 검토하면서 'K2 ERP'라는 새로운 제품을 탄생시켰습니다.
영림원은 올해 4분기부터 이 회사와 공동으로 본격적인 마케팅 활동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이미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중이어서 올해안에 첫번째 계약 성과를 따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영림원은 앞으로 5년안에 일본 중소형 ERP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한다는 목표입니다. 이러한 해외 시장의 공략으로 2005년에는 전체 매출의 20%를 해외에서 거둘 계획입니다.
일본은 선진국이라는 자존심 때문인지 무조건 해외 브랜드를 선호하는 분위기는 아니며, 제대로 평가해서 ERP를 도입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 서구의 유명 ERP 패키지가 일본에는 잘 맞지 않으며, 일본 시장에서 우리처럼 통합이 잘돼 있는 ERP 패키지를 찾아보기 힘든 것도 이 시장에서 성공을 자신하는 요인입니다.

영림원의 롯데칠성음료 ERP 구축은 매우 의미있는 일로 평가됩니다. 이 사례가 영림원은 물론 앞으로 ERP를 구축하려는 기업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이는데요.
롯데칠성음료의 사례는 규모가 방대한데다 그것도 닷넷 기반으로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사이트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영림원은 앞으로도 철저히 SMB 시장만을 공략한다는 입장입니다. 대기업 시장을 공략할 만큼 제품의 질이나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우리의 패키지 비즈니스가 대기업에는 잘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컨설팅 비즈니스의 성격이 짙은 편이죠.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대기업을 외면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기업에서도 이런저런 문제가 있으나 해결해달라고 하면 언제든지 달려갈 겁니다.

MS, ERP 연구개발에 60억달러 투자
마이크로소프트의 ERP 시장에 대한 공세가 만만치 않습니다. 여기에 대한 전략은 무엇입니까.
지난번에 MS 본사가 개최한 파트너 컨퍼런스에 참석해 MS의 향후 전략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 내용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오는 2013년까지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의 R&D에 6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비즈니스 애플리케이션의 핵심 분야로 ERP에 집중 투자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미 4개의 ERP 업체를 인수해 이 시장에 뛰어든 마이크로소프트가 앞으로 ERP 시장의 초토화 작전을 펼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무서운 것은 무엇보다 브랜드입니다.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우리가 일본을 비롯한 해외 시장의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기본적인 제품의 질이나 컨설팅 서비스의 강화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현재 영림원은 국내에서 300여개사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무조건 신기술을 채택하는 것 보다는 기존 고객들의 피드백을 수용한 제품 개발로 시장을 확산해 나갈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의 ERP 구축은 어느 정도이며 앞으로 그 수요는 얼마나 더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계십니까.
우리나라에서 ERP를 쓸 수 있는 기업은 1만개 정도입니다. 이 가운데 50% 정도의 기업이 이미 ERP를 구축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과연 제대로 된 ERP를 구축한 곳이 어느 정도인지는 의문입니다. 앞으로 재구축을 해야 하는 기업이 아마 절반 정도에 이를 것으로 봅니다.

ERP 시장은 앞으로도 무궁무진
현재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은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기업, 사용자, 정부의 입장에서 각각 해결해야할 과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먼저 정부는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주는 데 힘써야 합니다. 또 소프트웨어의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도 정부의 역할입니다. 예를 들면 ERP를 도입한 기업에게는 세무조사 유예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또 기업들이 디지털 환경으로 옮아갈 수 있도록 계몽하거나 실질적인 교육을 펼치는 것도 정부의 몫입니다.
기업들은 경쟁사와 자기 역량을 면밀히 분석해 자신있는 분야에 힘을 집중해야 합니다. 남들과 똑같이 하면 결국 가격경쟁을 할 수 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서로 죽는 길입니다.
또 몇 개사만 벤더사로 남고 나머지 회사는 서비스 또는 컨설팅 부문에 재배치하는 식의 역할 분담도 필요합니다. 여기에다 국내에서 탈피해 해외 시장에서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앞으로 기업들이 해결해야할 과제입니다.

권영범사장은
1973년 경기고, 1977년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으며, 2003년 뉴욕주립대 경영대학원 기술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1979년 삼성전자 컴퓨터 사업부, 1982년 과학기술원 시스템공학센터 선임연구원, 1988년 큐닉스데이타시스템 소프트웨어 사업부 부장을 거쳐 1993년부터 지금까지 영림원 소프트랩의 대표이사로 재직중이다.2001년 디지털e리더 50인으로 선정됐으며, 2003년 중소기업 IT화 대상 중소기업공단 이사장상을 수상했다. 또 2004년 제31회 상공의 날 산자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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