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성장한 1조 9,597억 원 규모 시장 형성
과열경쟁으로 부작용도 나타나

[컴퓨터월드] 2000년 국내 서버 업계는 대호황을 누렸다. 벤처 열풍에 전년 대비 66%라는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수요 폭발로 제품 부족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값을 미리 치르고도 2~3개월이 지난 뒤에나 제품을 받았다는 구매자들도 있었다. 당시 국내 서버시장은 약 2조 원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급속한 시장 성장만큼이나 업체간 과열경쟁 등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었다.

유닉스 서버와 NT서버 사상 최대 풍작

한국IBM, 컴팩코리아, 한국HP, 한국썬, 삼성전자, 한국유니시스, 한국후지쯔, 한국NCR, sgi코리아,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등 11개 주요 서버 공급 업체를 대상으로 당시 본지가 실시했던 시장 조사에 따르면 2000년 국내 서버시장은 79,953대로 전년 대비 2배이상(112%) 늘어났다. 금액 기준으로는 66% 증가한 1조 9,597억 원 시장을 형성했다.

기종별로는 유닉스 서버가 18,898대 · 9,998억 원 시장을 기록했다. 대수면에서는 전년대비 84%늘었고, 금액면에서는 약 60% 늘어난 수치였다. 1999년 말과 2000년 초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닷컴 기업들이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비록 고가지만, 안정성이 검증된 유닉스 서버를 대거 구매한 결과였다.

하지만 닷컴 열풍의 최대 수혜자는 유닉스 서버가 아닌 NT서버였다. NT서버는 2000년 60,589대가 판매돼 전년에 비해 12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금액면에서는 6,712억 원으로 1999년 2,592억 원에 비해 약 160% 성장했다. 닷컴이나 벤처기업들이 시스템 인프라로 NT서버를 채택했다는 반증이었다.

 2000년 국내 서버 시장 성장 추이(단위: 억 원)
2000년 국내 서버 시장 성장 추이(단위: 억 원)

반면 메인프레임 시장은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년대비 4.7%가 줄어든 것이다. 기업들의 전산 시스템 환경이 유닉스와 NT기반의 개방형으로 급속히 이동하면서 메인프레임 시장이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기종별 매출 비중은 2000년 유닉스 서버가 51%, NT서버가 34.3%, 메인프레임과 AS/400이 포진된 전용 서버가 14.8%로 나타났다. NT서버의 비중이 급격히 증가한데 반해 유닉스와 전용서버 시장은 상대적으로 축소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1999년 NT서버의 비중은 21.9%였다.

NT서버의 초강세 속에 유닉스 서버도 나름 선방했다. 전체 매출 비중에서 유닉스 서버는 지난 1999년 52.8%에서 2000년 51%로 1.8%p 하락했다. 하지만 금액 면에선 유닉스 서버가 1조원 대(9,998억 원)로 NT서버 6,712억 원과 여전히 크게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일반 제조 분야에서 강세를 보여온 유닉스 시스템이 인터넷 시대에도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운영체제별 현황(단위: %, 억 원)
운영체제별 현황(단위: %, 억 원)

성장 동인은 닷컴열풍과 IDC

서버시장이 급성장한 것은 ISP와 기간통신업체, 닷컴 등 인터넷 관련 업체들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실제 2000년 상반기 국내 정보통신 업계는 전대미문의 벤처 창업 열풍에 휩싸였다. 인터넷 비즈니스 가능성을 보고 벤처 창업 열풍이 몰아닥친 것이다. 어찌나 많은 벤처가 생겨났던지, 서울 테헤란로가 비좁다는 말이 생겨날 정도였다.

벤처 창업 열풍은 서버 업체들에겐 매출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절호의 찬스였다. 밀려드는 주문에 물건이 없어 못 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처음엔 로우엔드 레벨 서버 제품군이 많이 팔렸지만, 주식시장 자금이 벤처로 대거 몰리면서 자본력이 풍부해진 벤처들이 몇 십억 원대를 호가하는 대형 서버를 구매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0년 상반기에 이미 1999년도의 매출을 달성했다는 서버 업체들도 많았다.

그러나 벤처 열풍은 계속되지 못했다. 수익모델이라는 화두 앞에 많은 벤처들이 멈춰선 것이다. 벤처의 자금줄 역할을 담당했던 투자자들도 등을 돌렸다. 서버 업체들의 고전이 예상됐다. 그런데 이 같은 예상은 여지없이 빗나갔었다. 벤처창업 열풍이 가신 뒤에 이번에는 인터넷 데이터센터(IDC) 설립 붐이 일어난 것이다. 서버 판매 대수 측면에서 보면 벤처창업 열풍은 IDC 붐의 절반도 못미치는 수준이었다. 포털을 운영하는 닷컴 기업들은 서버 구매 주문을 넣을 때 몇 십 대 수준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IDC는 최고 몇 천 대까지 서버 구매가 이뤄졌다. 당시 기준으로 이정도 물량이면 아시아 지역의 공장을 풀가동해도 미처 제 날짜에 제품을 공급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물건이 없어서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특히, 컴팩코리아는 ‘프로라이언트 DL 360/380’ 모델을 주력 제품으로 내세워 데이콤 KIDC를 비롯해 드림라인, 한국통신하이텔, 한국통신 목동IDC, 노스데이타, 온세통신, 유레카, 인터넷제국, AEROK, 리눅스원, 코코넛, 제이씨현 등에 총 5,950대의 서버를 판매해 두각을 나타냈다. 한국HP도 2000년 상반기에만 인터넷제국, 한국PSINet, 하나로통신, 한국통신, 한네트, 제이씨현 등에 약 2,800대 서버를 공급했다.

“제품이 없어 못 팔아”

한국썬도 데이콤 KIDC에 800대를 공급한데 이어, 한국PSINet, 한국통신하이텔, 하나로통신, 지앤지텔레콤, 두루넷, 한국통신 등에 약 1,300대 서버를 판매했다. LG IBM도 한넷 데이터센터(100대)를 비롯해 두루넷 호스팅러브(50대), 아이모바일(200대), 코코넛(50대), 웹데이터뱅크(200대) 등을 대상으로 600여대의 판매실적을 쌓았다.

이처럼 IDC 설립 붐외에도 일반 제조 업체와 유통/서비스 분야의 ERP, 데이터 웨어하우스, CRM 도입이 활발해 서버 업체의 매출 곡선이 수직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금융 분야의 인터넷뱅킹, 신보험시스템, 리스크관리시스템, 교육분야의 사이버 캠퍼스 구축, 정부공공기관의 행정종합정보 시스템 구축 붐 등도 매출 확대의 요인으로 꼽혔다.

수요처별 매출 비중에서도 이런 사실이 잘 나타났다. 2000년에는 교육과 통신, 정부공공 분야가 특히 강세였다. 대학들의 사이버 캠퍼스 구축과 학사행정시스템 도입, 전국 초·중·고의 종합생활기록부 시스템 도입 붐에 힘입어 교육 분야의 서버 시장 점유율은 지난 1999년 1.4%에서 2000년 11.8%로 늘어났다.

벤처 열풍의 발원지인 통신 분야 비중도 지난 1999년 12.9%에서 2000년 17.9%로 5%포인트 늘었다. 아울러 정부의 행정종합정보화 추진으로 정부공공 분야도 지난 1999년 11.7%에서 2000년에 14.5%로 2.8%포인트 비중이 증가했다.

반면에 유통/서비스 분야는 지난 1999년 18.2%에서 2000년 7.5%로 10.7%p 비중이 줄어들었다. 유통/서비스 업체들이 지난 1999년 이미 데이터 웨어하우스, CRM도입을 추진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1999년 대대적인 전산 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에 2000년에는 상대적으로 비중이 줄어든 것이다.

1999년 주식투자 열풍에 편승해 사이버 트레이딩 시스템 도입에 일제히 나섰던 금융분야도 2000년에는 소강상태를 보였다. 35.1%에서 24.7%로 비중이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금융분야는 여전히 서버의 최대 수요처로 자리잡고 있었다. 실제 금융분야는 2000년 약 5천억 원의 시장을 형성, 최대 황금 어장임을 확인시켜줬다

가장 큰 서버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일반 제조업 분야의 비중도 줄어들었다. 일반 제조업 분야는 지난 1999년 15.7%에서 2000년 14.5%로 전체 서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었다. 비중은 줄어들었지만 일반 제조 시장은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를 반영하듯 서버업체들은 2001년 대부분 굴뚝산업의 온라인화를 내걸고, 일반 제조업 분야를 집중 공략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다.

 2000년의 수요처별 서버 매출 비중
2000년의 수요처별 서버 매출 비중

닷컴시장에서는 한국썬마이크로

2000년 국내 서버시장이 수직 상승할 수 있었던 데에는 각 업체들의 공격적인 마케팅도 한몫했다. 닷컴시장에 크게 인기를 끈 업체는 한국썬이었다. 한국썬은 예전부터 닷컴(.Com)의 닷(.)이 되겠다는 목표로 닷컴 기업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그 결과 2000년 초부터 유닉스라는 고가 장비를 주력으로 하는 데에도 불구하고 닷컴 기업들의 썬 장비 선호 현상은 두드러졌다.

특히 미드레인지급인 ‘썬 엔터프라이즈 3500’ 모델은 전 세계에서 미국 다음으로 한국이 판매 2위를 기록할 정도로 호조를 보였다. 또 대당 몇 십억 원을 호가하는 썬의 최상위 서버 제품군인 ‘엔터프라이즈 10000(E10000)’도 한국통신, 데이콤IDC 센터 등에 10여대씩 판매될 정도였다.

한국썬이 이처럼 닷컴시장에서 예상외의 선전을 펼치자 경쟁사들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특히, 윈도우즈 NT 진영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유닉스 진영의 대표 주자라면 윈도우즈 NT 진영에는 컴팩, IBM, HP 등이 포진해 있었다. 그 중에서도 윈도우즈 NT 시장에서 유난히 부진을 보인 한국HP는 일종의 쿠데타를 감행했다. 일명 ‘제국의 폭격’이라 불리기도 했던 인터넷제국과의 제휴 건이 바로 그것이다.

한국HP는 1999년 말 인터넷제국으로부터 하나의 제안을 받게 된다. 바로 1년 12개월 분납조건으로 200대의 넷서버를 공급해 달라는 것이었다. 당시 인터넷제국은 아무런 담보나 신용평가도 없는 상태였다. 오로지 사업 아이템만 가진 ‘빈깡통’이라는 평가를 받던 기업이었다. 한국HP로서는 큰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국내에서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200대의 서버를 한 꺼번에 구매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HP입장에서는 물량으로 보면 충분히 구미가 당기는 얘기였다. 국내 NT 서버 시장 점유율 판도를 단숨에 바꿀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인터넷제국이 사업에 실패할 경우 막대한 손실이 예상됐다. 하지만 한국HP는 ‘유닉스 시장에서 한국썬’, ‘윈도우즈 NT 시장에서는 컴팩’이라는 국내 서버 업계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선 어떠한 모험이라도 감행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고 있었다.

마침내 한국HP는 큰 위험을 감수하면서 인터넷제국에 200대의 서버를 공급하기로 결정했다. 한국HP의 이 같은 모험은 대성공을 거뒀다. 인터넷제국이 200대의 자사 서버로 전용 서버 호스팅 영업을 개시한 지 한 달여만에 기대 이상의 고객사를 확보해 추가 물량을 요청할 정도로 호조를 보인 것이었다. 이에 한국HP는 인터넷제국에 추가로 1,000대를 공급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한국HP가 당시 얼마나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던지 한국썬과 1/4분기 매출이 거의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

하지만 한국HP의 이 같은 행보에 자존심이 상한 것은 한국썬이 아닌 컴팩코리아였다. 윈도우즈 NT 시장에서 업계 1위를 자부해온 컴팩코리아가 한국HP의 파상공세에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었다. 컴팩코리아는 이에 대규모 금융리스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하며 ‘맞불작전’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특히, 컴팩코리아는 한국HP의 텃밭으로 인식돼있는 인터넷제국에 500여대의 ‘PLT DL360’ 기종을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전개했다.

 2000년 국내 서버 시장 현황(단위: %, 억 원)
2000년 국내 서버 시장 현황(단위: %, 억 원)

컴팩코리아는 이 같은 전략에 힙 입어 당시 6월말로 끝난 상반기 매출 조사 결과, NT 서버시장에서는 34.4%의 시장점유율로 여전히 1위 자리를 지켰다. 한국HP도 NT서버 1위라는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15.5%로 시장점유율이 껑충 뛰어 삼성전자, 한국후지쯔를 각각 4위와 5위로 주저앉히며 업계 순위 3위로 올라섰다.

컴팩, ‘썬번’ 전략 구사

하지만 업체 간 경쟁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IDC 시장을 둘러싼 ‘NT서버 업체 간’의 시장 점유율 싸움이 2000년 3/4분기부터는 유닉스와 NT서버 진영으로 나뉘어 경쟁을 펼치는 양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닷컴과 IDC 시장에서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컴팩코리아가 이번엔 유닉스 진영의 대명사인 한국썬에 정식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이른바 ‘썬번(Sun Burn)’ 전략이다.

안정성 논란으로 유닉스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NT 서버 진영의 대표 주자인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컴팩이 합심해 한국썬을 공동으로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가장 앞에서 총대를 맨 업체는 컴팩코리아. 컴팩코리아는 닷컴 시장에서 썬을 몰아내기 위해 구체적인 전략도 세웠다. 컴팩코리아는 1개의 CPU를 구매하는 사람에게는 2개짜리 CPU가 달린 서버를, 2개짜리 CPU가 장착된 서버를 사는 사람에겐 4개짜리 CPU가 달린 서버를, 4개짜리 CPU 서버 구매자에게는 8개짜리 CPU서버를 제공하는 안을 발표했다.

컴팩코리아가 얼마나 공격적인 마케팅을 구사했는지 짐작할만한 대목이었다. 한국썬도 이에 맞서 각종 프로모션 발표로 맞대응을 펼치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사안에 따라 대대적인 가격인하는 물론 각종 솔루션을 번들로 무상 제공하는 전략을 펼쳤다.

유닉스와 NT서버 진영의 경쟁은 결국 금융리스(벤더 파이낸싱)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이 국내에 도입되는 계기를 만들기도 했다. 돈이 없는 구매자에게 제품 구매를 유도하는 금융리스 정책을 도입한 것이다. 제품 가격을 할인하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제는 돈으로 고객을 사는 경쟁으로 싸움 양상이 달라지게 됐던 것이다.

자금 투자를 미끼로 서로 연합세력 확보 경쟁도 일어났다. 컴팩코리아의 ‘e-코리아’ 결성과 한국썬의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 하 장비 무상 제공’이 바로 그것이다. 비록 업체 간 과열 경쟁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서버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기회임에는 틀림없었다.

 업체별 서버시장 점유율
업체별 서버시장 점유율

시장 급팽창에 부작용도 많아

2000년 서버 시장이 확대되고 업체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서버 업체들은 많은 후유증을 앓기 시작했다. IDC가 바로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IDC 시장이 급성장하자 서버 업체들은 시장 장악력을 확대하기 위해 떠넘기기식으로 영업을 자행했다. 지금 당장 돈이 없더라도 제품을 가져간 다음 할부로 얼마씩 돈을 갚아 나가라는 식의 영업을 전개했던 것이다.

IDC 업체들의 영업이 활성화될 때는 문제 될 것이 없지만 경제상황이 어려워 질 것으로 옟측되던 2001년 초에는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2000년 하반기 대규모로 지어진 모 업체의 IDC의 경우 고객을 절반도 확보하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었다. 이런 현상이 심심찮게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당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간 문을 닫는 IDC도 조만간 생길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서버 업체들이 2000년 풍작을 거뒀음에도 불구하고 긴장의 고삐를 늦추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자신들이 서버를 공급한 IDC가 문을 닫을 경우, 막대한 금전적 손실이 불가피했으며 또 IDC에 이미 공급한 해당 서버 제품군들이 시장으로 흘러들어올 경우에는 기존 유통망 자체가 붕괴될 우려도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몇몇 업체들은 경쟁사 비방에 이를 역이용하기도 했었다. 2000년 IDC 시장에서 두각을 보였던 S업체의 악성재고가 3,500억 원에 달한다는 소문이 바로 그것이었다.

서버 업체들의 무분별한 영업에도 문제가 있었다. 시장 초기 로우엔드 서버를 구매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했다가 나중에는 로우엔드 서버로는 확장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대형 서버로 교체하라는 식으로 이중적인 영업 행태를 보였던 것이다. 물론 제품 구매자가 자신의 시스템 환경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제품 성능과 확장성이 어느 정도인지 구매자들에게 제대로 주지시키지도 않고 무조건 보다 성능 좋은 것으로 교체하라는 식으로 영업을 했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

이와는 별개로 한국썬은 유명세도 함께 치르고 있다. 썬의 유닉스 서버가 워낙 인기를 끌자 일반 시중에서는 썬 서버의 클론 제품이 활개를 쳤다. 클론 제품은 서버에 장착된 고가의 메모리를 떼어내고 대만산 저가 메모리를 장착해 시중에 판매된 제품을 말한다.

썬 서버가 워낙 인기를 끌자 용산전자상가에 있는 일부 업자들이 이 같은 클론 제품을 만들어 그레이마켓에 대량 유통시켰던 것이다. 비용문제 때문에 클론 제품이라는 것을 알고도 구매한 사람들이야 문제될 것이 없지만, 아무 것도 모른 채 이를 구매한 사람들은 향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어떠한 보상과 지원도 받지 못할 것으로 보여, 잡음이 예상되기도 했다. 한국썬은 무엇보다 클론 제품으로 인한 이미지가 실추되지는 않을까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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