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이, 블루투스 등 표준 제정으로 기술 관심도 증가
참여업체 늘고 제품 가격도 하락, 시장 경쟁 본격화

컴퓨터월드 2001년 3월호
컴퓨터월드 2001년 3월호

[컴퓨터월드] 2001년, 국내 무선 LAN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2000년에는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되지 못했으나, 무선LAN에 대한 표준이 제정되고, 연말부터 외산 공급기업과 국내 기업들의 대대적인 제품 출시로 시장이 확대되기 시작했다. 업계는 국내 무선 LAN 시장이 1천억 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2021년 현재, 일상에서 배제할 수 없는 기술이 된 무선 LAN의 20년 전을 살펴본다.


개화되는 국내 무선 LAN 시장

글로벌 시장에서 1999년부터 주목받던 무선 LAN 기술이 국내 시장에서도 주요 이슈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11Mbps의 속도를 지원하는 제품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와이파이(Wi-Fi) 표준이 제정되는데다 제품 가격이 하락하고 있었다.

높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2000년에 비해 2001년은 시장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무선 LAN 공급기업 및 제품이 크게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폭이 확대된 것도 시장 전망을 밝게하는 요인으로 뽑혔다. 당시 무선 LAN 제품을 발표한 업체만 10여개사 이상이었다.

사람앤컴, 알에프티엔씨, 크리웨이브, 와이드링크, 아크로웨이브 등이 본격적인 시장 공략을 위한 마케팅에 돌입했다. 특히 2000년 말 제품을 출시하고 본격적인 시장 공략을 선언한 업체 가운데는 한국쓰리콤과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등도 포함돼 있었다. 글로벌 기업의 무선 LAN 시장 참전은 시장 확대 그 이상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랐다.

시장조사기관인 IDC는 무선 LAN에 대해 ▲데이터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 무선의 PC 대 PC, PC 대 허브, 프린터 대 허브 등 ‘피어 투 피어(Peer to Peer)’ ▲LAN 대 LAN의 포인트 투 포인트(Point to Point) 등 하나의 건물이나 캠퍼스 안에서 무선의 연결성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기존 유선 LAN은 연선(Twisted Pair), 동축 와이어(Coaxial Wire), 광학 파이버 등이 사용되지만, 무선 LAN은 전자기 웨이브를 통해 데이터를 전송 및 수신하며, 파일 전송, 주변기기 공유, 이메일, DB 접속 등 네트워크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유선LAN을 확장하는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까지 무선 LAN은 대형 할인점이나 백화점 등 건물 내부의 공간 이동이 많은 업종에서 주로 사용되다가, 노트북 사용이 늘어나면서 일반 기업까지 영역이 확대되고 있었다. 외신들은 포드 자동차, 코카콜라, 허츠 코퍼레이션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무선 LAN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였다고 보도했다.

무선 LAN의 확산은 유선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곳에서도 추가적인 수요를 이끌어내고 있었다. 더불어 무선 LAN 도입이 어려울 것으로 여겨지던 분야로 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의료 분야였다. 병원에서는 무선 LAN을 활용해 의사와 간호사가 병원 어느 곳에서든 인터넷이나 병원 시스템에 접속해 환자 정보를 기록 및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하고 있었다.

항공 분야에서도 무선 LAN 도입이 활발했다. 일부 항공사는 승객에게 무선 LAN 카드를 빌려줘 여행하는 동안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공항에 대기 중인 승객이 무선 LAN을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국제 공항도 늘어나고 있었다.

2001년 유선 LAN과 무선 LAN 발전 추이 비교


유선 LAN 보다 비용효율 높은 것으로 평가

외신에서는 무선 LAN이 유선 LAN 보다 초기 구축 비용은 비싸지만, 구축 한 뒤 9.8개월이 지나면 유지비용이 같아지고, 그 이후부터는 비용효율이 앞선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사무실을 이전하게 될 경우 무선 LAN의 이점은 훨씬 크다고 덧붙였다.

와이파이에서 표준을 제정해 호환성 인증 등을 진행함으로써 제품 가격역시 크게 하락하고 있었다. 업계에서는 공급업체의 증가로 가격이 더욱 떨어질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당시 한 기업 관계자는 무선 LAN 구축 비용이 1년 사이 절반 가량 떨어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2002년이 되면 무선 LAN 제품의 가격이 노트북용의 LAN 카드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특히 무선 LAN 제품이 초고속 인터넷 상용 서비스에 도입될 경우 가격 하락 속도가 가속화 될 것으로 예측했다.

확장성이 뛰어난 것도 무선 LAN의 이점으로 꼽혔다. 11Mbps 제품은 2.5GHz 대역의 주파수를 쓰고 있었지만, 5GHz 대역의 주파수를 사용하면 22Mbps, 54Mbps 속도도 지원할 수 있었다. 더 나아가 31GHz 대역을 사용하면 패스트이더넷(100Mbps) 속도도 지원이 가능해 백본용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특히 5GHz 대역의 경우 표준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표준이 정해지고 기술 개발이 가속화되면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어졌다.

무선 LAN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그동안 국내 시장의 활성화가 더딘 이유는 가격적인 이유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무선 LAN 공급기업 관계자들은 제품 관련 문의는 폭증하고 있지만, 실제 판매되는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시까지는 유선 LAN과 가격을 비교, 특히 초기 투자비용을 비교한다면 차이가 컸기 때문이었다. 또한 11Mbps라는 성능적인 이슈도 문제가 되고 있었다.


호환성 이슈 이어져…헛점 많다는 지적도

무선 LAN 시장이 활성화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와이파이 표준이 제정되고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당시 형식 승인을 받은 무선 LAN 솔루션들은 서로 다른 공급기업의 AP나 무선 NIC(Network Interface Card)와의 호환도 문제없었다. 와이파이 표준을 통해 무선 LAN 제품들 사이의 상호 호환이나 보안에 관한 일정한 규약을 정해놓고, 이 범주를 따르는 제품에 인증을 부여했기 때문이었다. 다만 호환성이 완전하지 않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대표적인 문제는 암호화 이슈가 있었다. 당시 128비트 암호화 기술이 선호 받고 있었던 것에 반해, 와이파이 표준은 40비트 암호화를 한 카드에 대해 인증을 부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128비트 암호화가 적용된 제품의 경우 타사 AP와의 접속 문제가 제기되고 있었다. 회사별로 암호화 알고리즘이 다르면 연결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또한 Ad-Hoc 모드 호환 문제도 있었다. Ad-Hoc 모드는 AP없이 무선 NIC끼리 바로 통신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데스크톱과 노트북에 무선 NIC이 연결돼 있다면, 컴퓨터끼리 연결해 모두 인터넷을 쓸 수 있도록하는 기능이었지만, 호환성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었다.

호환성에 대한 문제에 대해 ‘업체들이 일부러 그렇게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호환성이 좋다면 추가 구매 시 같은 공급 기업의 제품을 산다는 보장이 없어지기 때문이었다.

2001년 세계 무선 LAN 시장 규모
2001년 세계 무선 LAN 시장 규모

 

무선 LAN 도입 선두주자는 대학교

무선 LAN 솔루션을 이용해 인터넷 접속망 구축에 가장 적극적인 분야는 ‘대학교’였다. 몇몇 학교들은 시장을 선도할 정도로 무선 LAN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었다. 한국 쓰리콤은 2000년 9월 국내에 제품을 공식 출시하는 것과 동시에 한림대, 동명정보대 등 구축 사이트를 확보했었다.

대학교들이 무선 LAN 도입에 적극적이었던 배경은 학교 건물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환경적인 요인때문으로 분석됐다. 이 경우 사용자의 증가로 회선을 늘리거나 인터넷을 사용하지 않던 건물에서 접속할 필요가 생겼을 때 땅을 파고, 케이블을 매설하는 등 많은 비용이 요구됐다. 무선 LAN이 유선 LAN에 비해 구축비용이 저렴해지는 것이었다. 또 대학교 이미지와도 관련이 있었다. 대학교의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 중 하나로 IT 인프라가 꼽히기 시작하면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무선 LAN 도입을 서둘렀던 것이었다.

대학교 못지 않게 무선 LAN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분야는 PC방이었다. 당시 성업 중인 대다수의 PC방은 개업한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상태여서 회선 용량 증설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도심이나 대학 주변에 PC방이 밀집된 상황에서 경쟁을 하다보면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 회선 증설에 투자가 쉬운 상황이 아니었다. 이에 PC방들은 대안으로 무선 LAN에 주목했다.

당시 PC방에서 무선 LAN을 활용해 회선 용량을 늘리는 법은 간단했다. 공동으로 비용을 내고 용량이 큰 회선 하나를 임대, 브리지를 이용해 서로 나눠 쓰는 것이었다. PC방 3개를 연결하면 비용이 오히려 더욱 싸졌기 때문에 업주들의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솔루션이었다. PC방의 경우 유지비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전용선 비용이었기 때문에, 당분간 무선 LAN 도입 붐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됐다.

국방, 행정 등 공공 분야에서는 무선 LAN 도입에 미온적인 반응이었다. 공공 분야의 반응이 좋지 않았던 이유는 보안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당시 미 8군도 무선 LAN을 구축, 운영하고 있었다. 미 8군은 자체적으로 만든 시큐리티 박스를 전산 시스템에 연결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 분야에서 무선 LAN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미 8군이 사용하는 것처럼 별도의 보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국산화 위한 해결 과제도 제기돼

국내 시장에서 무선 LAN이 하나의 솔루션으로 자리잡고, 또 국산화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해결 과제가 필요하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먼저 노트북의 보급이 보편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무선 LAN은 이동용 디바이스가 늘어날수록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노트북, PDA, 웹 패드 등 다양한 인터넷 어플라이언스가 보급돼야 한다는 것이 전제 조건이라는 주장이었다.

이러한 시장 추세에 따라 노트북과 무선 시스템의 결합을 위한 제휴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삼보컴퓨터, 삼성전자, 현대멀티캡, LG IBM을 비롯해 컴팩코리아, 한국후지쯔, NEC 코리아 등의 글로벌 기업들 또한 무선 LAN 카드를 장착한 노트북을 선보이고 있었다.

다음은 국산 장비들이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려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당시 국산 무선 LAN 제품들이 적지 않게 출시되고 있었지만, 미국 중심의 글로벌 기업들과 성능을 비교했을 때 기술적으로 뒤지고 있었다. 실제로 국산 제품들은 거의 대부분이 OEM 제품이었다. 인터실의 칩을 받아 그대로 제작하다보니 성능상의 차별화를 두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만 제품이 대거 국내 시장에 들어오면서 국산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되고 있었다.

국내 기업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개발비와 인증비였다. 국산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계측기 등 개발에 필요한 장비를 구비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지출된다고 얘기했다. 또 인증 비용도 부담이었다. 수출을 하려면 형식 승인 등을 받아야 하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었다. 이외에 802.11b 규격에 대한 표준화 작업과 아이템을 관리하는 WECA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1년 회원비 2만 달러를 내야했으며, 와이파이에 호환성 인증을 받는 데도 개별 아이템 당 2만 달러가 필요했다.

무선 LAN 비용 절감 효과
무선 LAN 비용 절감 효과


정부, 무선 LAN 상용 서비스에 부정적인 반응

무선 LAN을 활용하는 방안은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었다. ISP 입장에서는 상용 서비스 뿐만 아니라 타사와의 경쟁을 위해서도 무선 LAN에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그러나 무선 LAN을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에 정부의 반응은 단호했다. ‘2.4GHz 대역은 누구나 쓸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사업의 용도로 쓸 수 없다’고 못을 박아버린 것이었다. 또 여러 사업자가 무선 LAN을 이용해 서비스한다면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도 정통부의 지적 중 하나였다. 서비스 사업자들은 서로의 서비스 지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정부의 태도는 단호했다.


국내 업체들 고전이 예상된 무선 LAN 시장

무선 LAN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었지만, 국내 시장에 대한 전망은 부정적인 시각도 많았다. 시장 규모에 대해서도 3백억 원 규모에서 1천억 원 이상의 규모를 전망하는 등 반응이 엇갈렸다. 공급 기업들도 시장의 성장 기대치를 바탕으로 100억 원 매출 등을 목표로 내세웠지만, 말 그대로 ‘목표’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목표를 과도하게 설정하는 것 또한 이슈를 통해 시장을 키우려는 속셈이라는 해석도 있었다.

특히 국산 무선 LAN 공급 기업의 가시밭길이 예상되고 있었다.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매출도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무선 LAN 기술에 관심을 보이던 대학교 역시 정확한 사업 규모를 예상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특히 삼성전기의 참전 소식은 국내 중소기업들에게 부담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 시장 상황은 무선 LAN이 대세로 자리잡아가고 있었다. 인터넷 환경의 중심이 무선으로 변화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다양한 난관이 있긴 했지만 대형 SI 업체들도 본격적으로 무선 LAN 사업에 뛰어 들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시장이 외산 장비에 종속되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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