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의 영향력 싸움 벌어지는 오픈소스 생태계
그동안 오픈소스 전략적 활용에 주목…코드 기여 문화 통한 역량 강화도 신경써야

[컴퓨터월드] 최신 IT 기술을 얘기하면서 오픈소스를 빼놓을 수는 없다. 오픈소스를 활용하는 역량이 부족하다면 AI, 빅데이터, 머신러닝, 클라우드 등 어느 것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이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투어 주요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대한 후원과 기여를 통해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국내 기업들 역시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고 효과적인 대응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으며, 정부 역시 기업들의 생존 전략을 지원하고 국내 오픈소스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정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오픈소스의 방향은 대기업 입맛대로

오픈소스는 프로그램의 소스코드가 커뮤니티 상에 공개된 것을 의미한다. 라이선스 정책만 준수한다면 누구나 자유롭게 소스코드를 가져다가 사용할 수 있고, 원한다면 소스코드의 개발 과정에 자유롭게 기여(Contribution)할 수 있다. 오픈소스를 활용해 SW를 개발할 경우 초기 개발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으며, 유명한 오픈소스는 전 세계 개발자들이 활발하게 개발 과정에 기여하기 때문에 발전 속도도 빠르다. 흔히 들어볼 수 있는 리눅스(Linux)나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안드로이드(Andriod), 빅데이터 분석이 유행하면서 각광받기 시작한 하둡(Hadoop) 등이 대표적인 오픈소스들이다.

오픈소스의 가장 큰 특징은 누구나 공개된 소스코드를 가져다가 사용하고, 누구나 개발 과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깃허브(GitHub)와 같은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보면 전 세계 개발자들이 실시간으로 소스코드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오늘날 오픈소스 생태계는 그렇게 순진하지 않다. 최근 오픈소스들은 개인 개발자들이 각자 시간을 쪼개서 소스코드 개발에 참여하기보다는, 특정 기업이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개발자들을 동원하는 경우가 많다. 개발자가 코드를 공개하고 거기에 관심을 가진 전 세계 개발자들이 협력해서 자유롭게 프로젝트를 꾸려나가는 프로젝트는 이제 보기 어렵게 됐다. 일각에서는 지금의 오픈소스가 변절됐다고 주장할 정도다.

예를 들어 한 기업이 A오픈소스의 1.0버전을 가져다가 독자적인 기능을 더해 상업용 제품을 개발했다고 하자. 기업이 비즈니스를 펼치다보니 1.0버전에 없는 새로운 기능이 필요해졌다. 그러면 기업은 내부 개발자들을 동원해 해당 기능을 개발해 추가하는 한편, A오픈소스의 다음 버전에 반영되도록 기여할 수 있다. 이게 받아들여져 1.1버전에 포함된다면, 이후 기업은 자사 제품에 포함된 A오픈소스를 1.1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할 때 해당 기능을 개발하지 않아도 된다. 제품 개발 코스트가 크게 낮아지는 셈이다. 반대로 1.1버전에 해당 기능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기업은 앞으로도 해당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 리소스를 투자해야 한다.

최근 기업들이 앞다투어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후원하고 내부 개발자들의 오픈소스 기여를 장려하는 데에는 지극히 상업적이고 전략적인 목적이 있다. 오픈소스는 이제 기업이 SW를 개발하는 방법론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기업이 처음부터 끝까지 SW를 개발하기보다는, 잘 나가는 오픈소스를 택해 커뮤니티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는 게 비용효율적이다. 개인 개발자들의 집단지성이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이끌어나가던 시절은 이제 옛말이 됐다.

한편 우리나라는 이러한 기업 중심의 커뮤니티 참여가 약하다. 기업들이 비즈니스 목적으로 기업 내 개발자들을 육성하고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오픈소스에 대한 투자와 기여가 자사의 비즈니스 성과와 이어진다는 인식이 약하다고 지적한다.


오픈소스 특징 고려하지 않는 공공사업

최근 몇 년 사이 정부에서는 오픈소스에 대해 호의적인 정책을 내놓고 있다. 공공기관에서 오픈소스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공개SW 도입 가이드’나 ‘공개SW 라이선스 가이드’ 등 실질적인 기술 및 정책 가이드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공공사업에서 오픈소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장하기도 한다. 지난해 개정된 SW진흥법에서도 공공사업에 오픈소스 활용을 강조하거나 국가 R&D 사업의 결과물을 공개SW로 배포하도록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오픈소스 활용을 촉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오픈소스 기반의 비즈니스를 펼치는 기업들은 실효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는 지속적으로 오픈소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공공사업에서 오픈소스를 활용하는 것은 기업들에게 매력적이지 않다. 이는 오픈소스 우선이라는 정부의 메시지에 기존의 제도들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과금 정책이다.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공개SW(Open Source Software)들은 대개 구독형(Subsciption) 과금 정책을 채택한다. 오픈소스를 활용해 제품의 개발 코스트를 낮추고 대신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상용 패키지 SW들은 제조 원가가 높아 비교적 높은 초기 도입 비용과 낮은 유지보수 비용을 요구하지만, 공개SW들은 초기 도입 비용을 낮추고 지속적인 연간/월간 사용료를 청구한다.

하지만 정부 공공사업에서는 이러한 오픈소스의 특징이 고려되지 않는다. 정부가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을 장려하면서 구독형 과금 정책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대다수 공개SW들은 상용SW와 동일한 과금 정책을 강요받고 있다. 심지어 개발 코스트가 낮다는 이유로 초기 도입 비용을 낮추는 경우도 있으며, 이 경우 낮은 초기 도입 비용과 낮은 유지보수 비용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한 오픈소스 기업 관계자는 “현재 자사 제품을 도입한 곳은 민간기업보다 공공기관이 더 많고, 당연히 업무 리소스도 더 많이 들어가고 있다. 하지만 매출 비중을 따져보면 공공이 20%, 민간기업이 80% 정도로 큰 차이를 보인다. 현실적으로 공공기관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으니 유지는 하고 있지만 수익성이 너무 낮다”고 토로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국내 기업들은 오픈소스에 대한 투자와 기여가 자사의 비즈니스와 이어진다는 인식이 부족하다. 이는 실제로 오픈소스를 활용한 비즈니스가 공공사업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국내 오픈소스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오픈소스 도입을 장려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관련 정책을 내놓기보다 현실적인 수익성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오픈소스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오픈소스 활성화의 핵심은 ‘산업 지향’이다”
심호성 한국공개SW협회 상근부회장


오늘날 오픈소스는 자연발생적으로 커뮤니티가 생기고 기업들이 후원하고 개발자들이 참여하는, 그런 방식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모든 글로벌 대형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은 기업들이 서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원하는 기능을 집어넣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게 가능한 이유는 오픈소스에 대한 투자와 기여가 자사의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진다는 계산이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는 오픈소스 생태계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 정부의 오픈소스 활성화 전략도 산업 지향적인 시각에서 추진돼야 한다. 산업 활성화가 전제되지 않은 오픈소스 정책은 당장 효과를 볼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 기업들이 오픈소스에서 가능성을 확인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이어나가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기업이 주도하는 오픈소스 생태계가 유지되려면 오픈소스가 산업과 직접적으로 연결이 돼야, 쉽게 말해 돈을 벌 수 있어야 한다. 국가 R&D 과제로 새로운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추진하더라도 이게 산업과 연관이 돼서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 기업이 오픈소스로 돈을 벌게 되면 이들에게 오픈소스에 관심을 가져라,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기여하고 후원을 하라고 말하지 않아도 먼저 나서서 할 것이다.

평범한 공공기관 오픈소스 도입 장려, 산업계 확산 전략 같은 것들도 필요하지만 핵심은 아니다. 개발자 특강이나 세미나 등을 통해 오픈소스 기여자들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것 역시 최우선 사항은 아니다. 오픈소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공공사업에서 성과가 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정부 R&D 과제로 개발된 오픈소스가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서 사용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해, 가장 산업 지향적이고 실전적인 오픈소스 진흥 전략이 나와야 한다.

커뮤니티와 코드 기여 문화 확산도 중요

한편 일각에서는 그동안 정부가 오픈소스를 활성화시키고자 시행한 정책들이 한 쪽으로 치우쳐있었다고 지적한다. 오픈소스 활성화를 위해서는 오픈소스의 사용자와 기여자가 모두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에서는 리눅스, 안드로이드, 마이SQL 같은 패키지 형태의 오픈소스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송상효 오픈플랫폼개발자커뮤니티(OPDC) 이사장은 “이제와서 상용SW 대신 오픈소스를 사용하라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예전에는 오픈소스가 상용SW의 대체품이었지만, 지금은 빅데이터‧AI‧IoT 등이 중요해지면서 오픈소스가 필수품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국내에는 아직 기업이 오픈소스에 기여하고 후원하는 문화가 자리잡지 못한 상태다. 개인 개발자들 역시 대부분 스스로 코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인식이 낮다. 경험해본 적도, 필요하다고 느낀 적도 없기 때문이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오픈소스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깃허브와 같은 커뮤니티 활동을 장려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효성을 거두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다만 정부가 오픈소스 커뮤니티 기여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령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에서는 매년 오픈소스 활용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교육을 제공하거나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 기회를 지원하고 있다. 예를 들어 NIPA의 ‘오픈소스 컨트리뷰톤’ 사업은 글로벌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기여하고 있는 멘토와 오픈소스에 관심이 있는 멘티들을 매칭해 실제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과정을 함께 진행한다. 지난해에만 26개 프로젝트에서 참가자들을 모집해 300명 이상의 멘티들을 양성했다.
 

큐브리드, 재단 설립으로 사용자 기반 확대

강동재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은 “지금 국내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오픈소스 기반의 성공 사례다. 이걸 한 건이라도 발굴해서 오픈소스를 하는 사람들이 지향점으로 삼을 수 있는 등대 같은 사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공적인 오픈소스 프로젝트 사례는 그 과정 자체가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국내에서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픈소스SW재단 등을 비롯해 오픈소스 관련 재단도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대부분 실패하거나 거점을 글로벌 재단으로 옮겼다. 대부분의 국내 오픈소스 재단들은 개업 휴업 상태다. 기업과 개인 개발자들의 참여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가능성 있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커뮤니티 채널을 운영해야 하는데, 핵심적인 메인급 프로젝트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시작돼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타조(TAJO)’나 ‘제플린(ZEPPLIN)’ 같은 오픈소스들도 대개 아파치 재단 같은 글로벌 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다. 오픈소스 기여를 통해 발전하려는 개발자들 역시 글로벌 오픈소스쪽에 참여하는 경향이 높아, 국내 오픈소스의 자발적 코딩 참여와 기여 생태계는 잘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2월, 국내 DBMS 전문기업 큐브리드가 미국에 큐브리드 재단(CUBRID Foundation)을 설립하면서 산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큐브리드는 2008년 자사 DBMS ‘큐브리드(CUBRID)’를 오픈소스로 전환했으며, 국내에서는 공공과 국방 시장을 중심으로 사용자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해외에서도 1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오픈소스 사례로 꼽힌다.

큐브리드 재단은 오픈소스 ‘큐브리드’를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겠다는 목표로 설립됐다. 재단 운영에서 수익성을 기대할 수는 없고, ‘큐브리드’는 130만 줄이 넘는 복잡한 소스코드로 이뤄져 있어 개인 개발자들이 흥미 본위로 접근하기도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큐브리드는 장기적으로 사용자 기반을 확대하고 오픈소스 본연의 방법론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로 재단 설립을 결정했다. 현재 큐브리드 재단에서는 루마니아의 아니아소프트웨어(Arnia software)가 기업 레벨의 컨트리뷰터로 활동하고 있다.

큐브리드의 미국 재단 설립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호의적인 시각을 보내고 있다. 아파치와 같은 글로벌 재단에 비하면 아직 재단 규모도 핵심 프로젝트도 미약하지만, 국내 기업이 글로벌 오픈소스로의 성장을 목표로 재단 설립이라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이 고무적이라는 설명이다. 오픈소스 ‘큐브리드’ 프로젝트를 기업이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대신, 큐브리드 재단이 전면에서 운영하면서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하고 의사결정을 내림으로써 개발자들의 관심과 참여의 허들을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코드 공개보다 중요한 것은 오픈소스다운 방법론”
송상효 숭실대학교 겸임교수 및 OPDC 이사장

SW진흥법을 보면 정부 주도로 개발한 R&D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라고 돼있다. 실제로 많은 정부 과제들이 소스코드를 공개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과연 제대로 된 오픈소스 진흥 방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오픈소스는 말 그대로 소스코드가 공개돼있다는 뜻이다. 가령 정부 R&D 과제를 수행한 다음 결과물을 깃허브에 공개하기만 하면 오픈소스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오픈소스인 척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런 과제 결과물들은 개인 개발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해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간혹 관심을 가진 개발자가 있다고 해도 관련 정보를 제공하지 못해 재사용이 불가능하다. 대응 채널이 없어 개발자의 피드백을 받는 경우도 드물다. 개발자들의 참여가 닫혀있는(close) 소스코드를 오픈소스라고 할 수는 없다.

오픈소스는 단순히 코드를 공개하는 것만이 아니라 오픈소스다운 개발방법론을 지켜야 한다. 프로젝트 외부에 있는 개발자들이 소스코드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와 유인책을 마련하는 한편, 누구나 소스코드를 다운받아 사용해보고 피드백을 제시할 수 있도록 커뮤니티 채널을 운영해야 한다. 프로젝트가 잘 운영돼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고 개발자들의 참여율이 높다면, 정부 과제가 종료된 후 다른 재단(Foundation)으로 옮겨 글로벌 진출을 도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픈소스 과제를 진짜 오픈소스처럼 운영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정부의 역할은 어렵지만 해야하는 일을 찾아서 해결해주는 것이 아닐까. 정부 주도의 R&D 과제를 통해 성공적인 오픈소스 프로젝트들이 늘어난다면 산업계 전반적으로 오픈소스에 대한 참여 문화가 확산되고 생태계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커뮤니티 지원, 국내 오픈소스의 성공요인

앞서 설명한 큐브리드는 민간기업에서 오픈소스 생태계 활성화에 고무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다. 한편 업계 관계자들은 민간기업이 수행할 수 없는 정부 주도의 대형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 기업과 개발자들이 앞다투어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통해 업계 전반의 오픈소스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최종적으로 산업계에서 비즈니스에 활용할 수 있는 모델까지 제시해 우수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정부 주도로 진행된 가장 성공적인 오픈소스 프로젝트 성공사례를 뽑는다면 단연 전자정부표준프레임워크를 꼽을 수 있다. 전자정부표준프레임워크는 한국정보화진흥원(NIA, 現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자바 스프링(Spring)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개발한 웹 기반 어플리케이션 프레임워크다.

전자정부표준프레임워크는 특히 개발 과정에서 오픈소스다운 개발방법론을 충실히 지킨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초창기 개발과 고도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 외에도 개발자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사업을 별도로 진행함으로써,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기업과 개인 개발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당시 NIA는 다년간 진행된 커뮤니티 지원사업으로 개발자들에게 무상 세미나를 제공하거나 핵심 커미터들의 활동을 지원해 기술적 리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전자정부프레임워크의 뒤를 이어, 최근에는 개방형 클라우드 플랫폼 파스-타(PaaS-TA)가 오픈소스 생태계의 차세대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다. 파스-타는 클라우드 시장 확산에 발맞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와 NIA가 주도적으로 개발한 오픈소스 플랫폼이다. 국내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70여 종의 오픈소스를 결합한 한국형 클라우드 PaaS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파스-타는 오히려 전자정부표준프레임워크와는 다른 행보를 걸으며 오픈소스 진영의 눈총을 받고 있다. 전체 소스코드와 가이드가 깃허브를 통해 공개되고 있지만, 정작 개발자들의 참여를 독려하지 못해 오픈소스다운 방법론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서는 개발자 커뮤니티에 대한 직접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따른다. 오늘날 오픈소스 생태계는 기업들의 전략적인 선택 없이는 성장하기 어렵고, 국내에서는 오픈소스 기여에 대한 문화가 활성화되지 못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 없이 자발적으로 개발자 커뮤니티가 성립되기는 어렵다. 전자정부표준프레임워크의 성공 역시 정부의 커뮤니티 지원 전략에 도움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같은 대형 오픈소스 프로젝트인 파스-타가 더 많은 개발자들에게 공유되고 커뮤니티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강력한 커뮤니티 지원 전략이 다시금 요구된다.

현재 NIA는 파스-타의 확산과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파스-타 관련 전문 기술지원이 가능한 기업들을 육성하기 위해 ‘파스-타 레디 인증’ 제도를 운영하고, 파스-타와 관련된 SW나 서비스에 대한 호환성 확인이나 플랫폼SW 비즈니스를 위한 확장성 확인 또한 추진했다. 이외에도 매월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파스-타에 대한 무상 교육을 제공하고 개방형클라우드플랫폼센터를 개소하는 등, 기존의 파스-타 유지관리 사업의 한계 내에서 생태계 지원에 나서고 있다.

김은주 NIA 공공클라우드지원단장은 “플랫폼 오픈소스를 만들고 공개하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며, 생태계를 지원하고 확대해나가는 것은 그보다 훨씬 크고 중요한 일”이라면서, “민관이 협력해 함께 생태계를 만들고 그 생태계를 해외로 확산하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고심하고 있으며, 올해 내에 관련된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믿고 따를 수 있는 오픈소스 정책 제시 필요

과기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국내 기업들이 앞다투어 개발자 연봉을 올리고 있는데, 필요로 하는 개발자 조건에 오픈소스 활용 경력이나 역량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이에 국내 오픈소스 생태계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정책을 준비 중이며, 현재 공공‧민간‧학계로부터 의견을 들으며 구체적인 과제를 발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오픈소스는 개발자들과 기업이 서로 나누고 공유하며 함께 발전하는 최초의 취지를 넘어서, 기업들의 역량과 비즈니스 성과를 놓고 겨루는 치열한 경쟁의 장이 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오픈소스 생태계를 주시하면서 글로벌 기업들의 오픈소스 전략을 분석하고 자사의 생존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디지털 뉴딜 등으로 정부의 IT 전략에 모든 관심이 집중된 이때, 국내 오픈소스 생태계의 성장과 기업들의 생존을 위해 현명하고 단호한 정책 제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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