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자원관리원, 오픈소스 DBMS 5종 우선 검토 제시

[컴퓨터월드] 전 세계 DBMS 시장의 탈(脫) 오라클 풍조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오픈소스 DBMS에 대한 관심은 매년 상승세를 더해가고 있다. 클라우드 전환이 기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기존 온프레미스 DBMS들로는 클라우드 네이티브라는 트렌드에 대응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가 클라우드와 오픈소스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으며, 클라우드 전용 센터를 표방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에서도 오픈소스 DBMS 도입을 권장하면서 시장 경쟁에 불이 붙고 있다.


오픈소스 DBMS, 상용 제품 인기 넘어섰다

내년도 입주를 앞두고 있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구센터(이하 제3센터)에서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시장의 격변이 예상된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지난달 13일, 제3센터에 입주하는 공공기관들에게 5개 오픈소스 DBMS 제품들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라고 제시했다. 내년도 상반기 입주 예정인 50여 개 공공기관이 대상이다. 국내 제품으로는 ▲큐브리드(CUBRID) ▲알티베이스(Altibase) ▲골디락스(Goldilocks) 등이, 글로벌 제품으로는 ▲마리아DB(MariaDB) ▲포스트그레SQL(PostgreSQL) 등이 선정됐다.

제3센터는 공공 IT 인프라를 클라우드 중심으로 재편하려는 목표로 구축됐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 5개 오픈소스 DBMS를 제시한 것은 이러한 목표를 고려했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전환과 SW정의데이터센터(SDDC) 구현을 위해서는 기존의 오라클(Oracle), 티베로(Tibero)와 같은 상용 DBMS 제품보다 오픈소스 DBMS가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한편 최근 민간 시장에서도 상용 DBMS를 오픈소스 DBMS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미 삼성이나 LG, 현대 등 국내 대기업들도 자사 시스템에 오픈소스 DBMS를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카카오는 지난해 전면적인 ‘탈 오라클’을 선언하면서 대다수 시스템들을 오픈소스 DBMS로 전환했다. 특히 오라클로 대표되는 상용DBMS의 텃밭이었던 금융권에서도 오픈소스 DBMS를 일부 시스템에 도입하면서 더욱 시선을 모으고 있다.

오픈소스 DBMS에 대한 관심은 이미 상용 DBMS를 뛰어넘었다. (출처: DB엔진닷컴)
오픈소스 DBMS에 대한 관심은 이미 상용 DBMS를 뛰어넘었다. (출처: DB엔진닷컴)

이는 비단 국내 시장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DBMS에 대한 관심도를 집계한 DB엔진닷컴(db-engines.com)에 따르면, 2021년에 접어들면서 오픈소스 DBMS의 인기는 상용 DBMS를 뛰어넘었다. 관계형DBMS(RDBMS) 분야에 국한해 살펴보면 2021년 4월 기준 1위는 오라클, 2위는 마이SQL(MySQL)이 차지했다. MS SQL서버(Microsoft SQL Server)가 3위를 기록했으며 포스트그레SQL과 IBM DB2 등이 뒤를 이었다. 여전히 오라클이 RDBMS의 최강자로 자리잡고 있지만, 마이SQL은 이미 오라클과 비슷한 수준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포스트그레SQL의 인기는 수 년간 지속적으로 유의미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마리아DB는 다른 RDBMS보다 늦은 2009년 발표돼 시작이 늦었지만, 전 세계적인 관심을 집중시키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DB 컨설팅 및 글로벌 DBMS 총판을 수행하는 한 국내기업 관계자는 “예전에는 오픈소스DBMS에 대한 자료를 책상 밑에서만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최근 클라우드가 각광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상용 DBMS와 경쟁하는 제품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면서, “오라클은 오랫동안 안정성이 담보된 우수한 DBMS고, 미션 크리티컬한 시스템에는 여전히 오라클을 쓰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나머지 일반적인 업무 시스템에서는 오픈소스 DBMS들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픈소스 RDBMS 관심도 순위 (출처: DB엔진닷컴)
오픈소스 RDBMS 관심도 순위 (출처: DB엔진닷컴)

클라우드 도입이 오픈소스 전환 가속

오픈소스 DBMS에 대한 관심은 클라우드가 촉발시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이 기업들의 과제로 자리잡으면서 클라우드 전환이 필수로 여겨지게 됐고, 이에 발맞춰 처음부터 클라우드 환경에 최적화된(Cloud Native) 시스템 개발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기존의 상용 DBMS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등 온프레미스 환경에 최적화돼있어 클라우드 환경과는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라이선스 정책을 놓고 보면, 기존 상용 DBMS는 대부분 CPU 코어 수나 서버 대수를 기준으로 라이선스를 구매하고 지속적인 유지보수 서비스를 받게 된다. 하지만 이는 클라우드의 장점인 민첩한 스케일 아웃(sacle out)과는 맞지 않는다. 필요에 따라 실시간으로 서버를 확장하고 싶어도 라이선스 수량이 제한돼 있다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오픈소스 DBMS들은 CPU 코어 수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사이트 라이선스(site license), 혹은 전사 라이선스(company-wide license) 정책을 내세운다. 사이트 라이선스를 사용하면 고객이 필요한 만큼 원하는 대로 DBMS를 확장할 수 있어 보다 민첩하게 시스템 확장 수요에 대응 가능하다. 비용 측면에서는 구독형(subcription) 과금 모델을 택해, 상용 DBMS 라이선스를 구매하는 것에 비해 초기 도입 비용은 낮지만 연간 사용료 및 유지보수 서비스 비용이 높은 편이다.

또한 오픈소스 DBMS는 상용 DBMS 제품에 비해 유연한 개발이 가능해, 다양한 최신 IT 기술들을 보다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 실제로 하둡(Hadoop)이 빅데이터 분석의 표준처럼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방대한 오픈소스 생태계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상용 DBMS 제품에 비해 기업의 요구사항을 반영하기가 쉽기 때문에 머신러닝이나 AI, IIoT 등 최신 기술을 사용한 IT 서비스 개발에 용이하다. 아키텍처적으로는 단일한 저장소를 사용하는 대신 자유로운 스케일아웃으로 서비스 확대에 대응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에 따라 클라우드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오픈소스 DBMS로의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혹은 당장 클라우드 도입 계획이 없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인 시각에서 오픈소스 DBMS 전환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 내에서 DBMS를 교체하거나 신규 도입할 경우, 과거에는 별다른 고민 없이 자사의 메인 DBMS와 같은 제품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하지만 이제는 해당 시스템의 역할과 필요한 기능, 향후 클라우드 서비스 전환 여부 등을 치밀하게 검토해 오픈소스 DBMS로의 전환도 적극 고려하는 추세다.


제품 비즈니스 모델 충분히 검토해야

다만 오픈소스 DBMS가 만능은 아니다. 오히려 업계 일각에서는 충분한 고민 없이 오픈소스 DBMS로 전환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IT에 대해 잘 모르는 임원급 고객들과 대화하다보면 이미 머릿속에 ‘클라우드는 리눅스에 오픈소스 기반으로 해야한다’는 인식이 박혀있다”며, “이들에게 오라클이나 사이베이스 같은 전통적인 DBMS의 필요성에 대해 얘기하면 낡은 생각이라며 손가락질을 당한다”고 지적했다. 최신 IT 트렌드에 맞추겠다는 의도로 자사 시스템에 대한 이해와 분석 없이 오픈소스 DBMS로 전환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상용 DBMS에 비해 오픈소스 DBMS가 가지는 가장 큰 문제는 버전 관리와 서비스 지원에 대한 문제다. 실제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오픈소스를 통한 비즈니스 생태계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오픈소스의 중요성이 부각된 지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오픈소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남아있는 이유다.

먼저 공개돼 있는 오픈소스 DBMS를 직접 도입해 사용하는 경우를 살펴보자. 자체적으로 오픈소스 DBMS를 다룰 수 있는 개발자가 확보돼 있다면 고려해볼 수 있는 선택지다. 흔히 커뮤니티 버전으로 불리는, 공개된 오픈소스를 사용한다면 당연히 추가적인 구매 비용도 들지 않고 개발의 자율성도 높아진다. 하지만 서비스 규모가 커진다면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하다. 대규모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오픈소스를 바탕으로 DBMS를 직접 개발해 운영할 수 있을 정도로 개발자 인력을 갖춘 기업은 국내에서도 한 손에 꼽을 정도다. DB 버전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직접 기존 시스템들과의 호환성을 검증하고 보안성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직원들의 순환보직이 필수인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몇 년 단위로 DB 담당자가 교체된다는 문제가 있어, 개발자 역량에 많은 부분을 기대는 이 방법은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업이나 공공기관들은 오픈소스 DBMS에 대해 전문적인 역량을 갖춘 외부 기업들의 도움을 받게 된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오픈소스 DBMS에 대한 서비스 지원에 주력하고 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오픈소스를 도입하고자 할 경우 커뮤니티 버전으로 시스템을 구축하고, 별도의 운영사업(SM)을 발주해 몇 년간 서비스 관리를 맡기는 식이다. 시스템을 구축한 SI 사업자와 기술지원을 맡는 SM 사업자가 해당 오픈소스에 대해 높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면 채택해볼 수 있다.

믿음직한 기술지원 기업을 찾기 어렵다면 오픈소스 DBMS를 상용화시켜 공급하는 벤더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가령 포스트그레SQL은 아파치 라이선스와 비슷하지만 독자적인 라이선스 체계를 가지고 있어, 커뮤니티 버전 포스트그레SQL을 가져다가 상용 DBMS를 만들어도 대외적으로 코드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 엔터프라이즈DB(EDB)가 공급하는 포스트그레SQL 기반의 PAS(Postgres Advanced Server) 역시 소스코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내에서는 인젠트가 커뮤니티 버전 포스트그레SQL을 기반으로 엑스퍼DB(eXperDB)를 만들어 서비스하고 있다.

이처럼 상용화된 제품은 오픈소스에 기반으로 두고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인 오픈소스를 도입하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기술적으로도 해당 제품을 개발한 기업이 특정 DBMS와의 호환성이나 DB 모니터링 등에 필요한 기능을 추가한 경우가 많고, 다양한 오픈소스를 결합해 데이터 플랫폼 형태로 제공하기도 한다. 특징적인 기능들을 더하고 사후 기술지원 체계도 상용 DBMS 수준으로 잘 잡혀있어, 단순히 커뮤니티 버전으로 구축하고 기술지원만 제공하는 경우에 비해 상당히 높은 사용료를 요구한다. 만약 상용 DBMS에서 상용화된 오픈소스 DBMS로 전환하면서 드라마틱한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했다면, 의외로 높은 연간 서브스크립션 비용에 놀라게 될 것이다.


큐브리드‧알티베이스‧선재소프트, 국내 3사 경쟁 격화

한편 국내 오픈소스 DBMS 기업들은 형태가 조금 다르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제3센터가 제시한 5개 DBMS에 포함된 국내 제품들은 모두 독자적인 DBMS를 개발해 운영하다가 오픈소스로 전환한 케이스다. 또한 자사 제품을 오픈소스로 공개하면서 별도의 커머셜 라이선스(Commercial License) 버전을 만들지 않고, 커뮤니티 버전과 엔터프라이즈 버전을 동일하게 제공하는 것도 특징이다.

큐브리드는 자사 이름과 같은 DBMS 큐브리드를 개발해 공급하고 있으며, ‘공공 부문 클라우드 DBMS 1등’을 목표로 공공‧국방 분야에서 독보적인 레퍼런스를 갖추고 있다. 이번 제3센터 이전에도 대전센터(1센터) 및 광주센터(2센터)에서 표준 DBMS로 선정되며 최다 레퍼런스를 확보했다. 특히 각 센터에 대한 기술지원을 위해 대전에 기술지원사무소를 갖추고 있으며, 광주센터에도 자사 소속의 DBA를 파견해 문제 상황에 즉시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큐브리드는 2008년 오픈소스로 전환됐으며, 국내외에서 30만 건 이상에 달하는 다운로드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오픈소스 전환 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2월에는 큐브리드를 전 세계적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목표로 미국에 큐브리드 재단(CUBRID Foundation)을 설립하면서 산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장기적으로 사용자 기반을 확대하고 오픈소스 본연의 방법론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현재 큐브리드 재단에서는 루마니아의 아니아소프트웨어(Arnia software)가 기업 레벨의 컨트리뷰터로 활동하고 있다.

알티베이스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이전받은 기술을 바탕으로 인메모리(In-memory) DBMS를 출시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디스크 DB에 비해 10배 이상 빨라 트랜잭션 처리 속도가 중요한 통신사, 증권사 등이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이후 알티베이스는 2006년 디스크 DB도 개발해, 인메모리 DB와 디스크(HDD) DB를 아우르는 하이브리드 DBMS를 표방하고 있다. 실제로 알티베이스의 많은 고객들이 인메모리 DB라는 특수성보다는 알티베이스 DBMS의 견고한 성능을 믿고 디스크 DB 혹은 하이브리드 DB로 활용하고 있다.

알티베이스는 지난 2018년 해외 공략을 위해 오픈소스 전환을 선택했다. 해외 기업들이 라이선스 제약 없이 자유롭게 알티베이스 DBMS를 다운로드해 직접 테스트하고 도입을 검토할 수 있게 됐다. 엔터프라이즈 버전과 커뮤니티 버전을 동일하게 가지고 가는 이유도 오픈소스 DBMS를 도입하려는 고객들이 알티베이스를 활용해보면서 직접 개념검증(PoC)와 벤치마크테스트(BMT)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현재 알티베이스 DBMS의 글로벌 다운로드 건수는 매년 수천 건에 달한다.

선재소프트는 최근 자사 DBMS ‘골디락스’의 오픈소스 전환을 발표했다. 국내 기업들의 클라우드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오픈소스 DBMS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을 포함한 공공기관에서도 클라우드 및 오픈소스 우선 정책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인메모리 DBMS 기술을 토대로 매우 빠른 트랜잭션 처리 성능을 내세우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지난 2017년에는 TPC(Transaction Processing Performance Council)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선재소프트의 오픈소스 전환에 의해 국내 오픈소스 DBMS 시장의 경쟁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제3센터가 공식적으로 5개 오픈소스 DBMS를 제시하면서, 내년도부터 제3센터에 차례로 입주하게 될 50여 개 공공기관들을 어떻게 붙잡을 지가 DBMS 기업들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정병주 큐브리드 대표는 “DBMS에 대한 수요를 등급별로 나누자면, 가장 중요도가 높은 등급은 한동안 오라클의 독주가 지속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전체 DBMS 시장에서는 5% 정도에 불과하며, 나머지 95% 시장에서는 국산 오픈소스 DBMS의 경쟁력이 충분히 궤도에 올라왔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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