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P 전략 수행과 대외사업 확대로 수익과 성장 두마리 토끼 잡는다"

한국HP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컴팩과의 합병 이후 기업 문화가 서로 다른 두 회사 직원간의 화합에는 문제가 없는지, 제품 통합에 대한 어려움은 없는지 그리고 두 기업의 합병효과가 어떻게 나타날지 등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HP의 최준근 사장을 만나 합병이후 한국HP의 변화사항과 향후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김선오기자 sokim@infotech.co.kr

-HP와 컴팩의 합병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거대 회사가 서로 합치다보니 합병에 어려운 점도 많았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합병작업은 어려웠지만 순조롭게 진행됐습니다. 두 회사의 통합은 법적, 물리적, 화학적 통합으로 나눌 수 있는 데 법적인 통합과 물리적 통합은 이미 마무리됐고, 화학적 통합은 아직 진행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법적인 통합은 지난 12월 31일에 끝났고, 물리적 통합은 강남에 있던 컴팩 사무실을 여의도 HP본사로 옮기면서 완료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화학적 합병은 컴팩과 HP 두 회사가 걸어온 길, 문화, 프로세서가 달라 시간이 다소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아직 화학적으로 완전히 하나가 됐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HP는 회계년도가 시작되는 지난 11월부터 새로운 조직으로 새롭게 출발했습니다. 합병의 성공여부를 논하기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한국HP의 경우 11월부터 시작되는 2003 회계년도 1/4분기에 4개 사업 본부가 모두 목표를 초과달성했다는 점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컴팩과 HP합병 후에 컴팩인력이 많이 떠났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또 두 회사 합병의 시너지 효과는 나타나고 있는지요.
=컴팩의 강성욱 사장이 떠나 컴팩 출신이 많이 떠난 것처럼 느껴진 것이 아닌가 합니다. 실제 컴팩보다는 HP인력이 더 많이 회사를 떠났습니다. 비율로 따질 경우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두 회사 합병의 시너지 효과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엔터프라이즈와 PC 분야에서의 시너지 효과는 엄청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HP는 유닉스 시장의 선두기업입니다.
그러나 NT 서버 시장에서는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반면 컴팩은 NT서버 시장을 주도해왔습니다. HP는 두 회사의 합병으로 유닉스와 NT서버 시장에서 모두 선두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컴팩은 또 노트북 PC시장에서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한 한국HP와는 달리 상당한 점유율을 갖고 있습니다. 이로써 한국HP는 PC시장에서도 그 위상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이외에 컴팩과의 합병으로 한국HP는 논스톱 컴퓨터 분야(탠덤 시스템)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됐습니다.
HP 본사차원에서도 컴팩과의 합병은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합병후 당초 두 회사의 매출을 합친 것보다 5%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는데 실제로는 10%가 줄어들었습니다. 수치만을 놓고보면 예상을 밑돌았으나 불경기라는 세계적인 시장상황을 감안하면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비용감소 측면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는 것이 HP의 자체 평가입니다.

-합병이전과 이후의 HP의 전략에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합병이후 HP의 전략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컴팩과의 합병을 통해 HP는 개인 사용자용 제품에서부터 기업용 서버, 그리고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IT 전 산업 분야에서 리더 업체로 올라섰습니다. 명실공히 종합 컴퓨팅 업체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지요. 그러니만큼 시장에서의 위상에 맞는 역할을 해야겠지요.
경기 침체와 IT 투자의 감소라는 표면적인 현상 저변에는 IT 산업의 구조적 변화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것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고객의 요구사항입니다. 이제는 독자적인 기술, 킬러 애플리케이션만으로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습니다. 고객들은 애플리케이션과 기술, 그리고 프로세스 간의 연결을 원하고 있으며 복잡성을 줄이고, 총 소유비용을 낮추고 싶어합니다. 향상된 생산성, 관리가능성, 호환성, 그리고 보안성을 원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복잡하게 만드는 어렵고 대단한 기술이 아니라 보다 쉽고, 재미있고,
생산성 높은 간편하고 편리한 기술입니다.
합병 후 하나의 회사가 된 HP는 네 가지의 기본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는 정보기술 투자에 대한 최고의 수익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둘째는 고객에게 간편하고 편리한 기술사용 경험을 제공하고, 셋째로는 항상 세계 수준의 가격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입니다.
넷째로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여하고, 기술산업을 리드하며, 파트너가 될 수 있는 곳에 인력과 투자를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및 파트너와의 우호적인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합병이후 사업부별 목표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ESG는 고객에게 원스탑 솔루션을 제공하고 저가격대 제품 라인업을 강화하며, 여기에 필요한 채널과 솔루션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기존 엔터프라이즈 어카운트 영업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HPS 사업부의 목표는 아웃소싱 분야 강화와 매출 확대입니다. 지난해 150~200억원대 매출 규모를 올해 500억원대로 확대해나갈 것입니다.
PSG 사업부는 타블렛PC 인지도 확산에 주력할 계획입니다. 또 통신 분야와 연계된 PDA 영업과 노트북 판매에 적극 나설 방침입니다. IPG 사업부에서는 기존의 주력 사업인 잉크젯 분야의 영업을 강화하면서, 로우엔드 레이저 판매를 확대해나갈 것입니다. 올해에는 복사기 시장에도 진출합니다.

-아무래도 HP의 최대 경쟁사라면 IBM을 들 수 있습니다. IBM은 비즈니스 온 디맨드라는 새로운 전략을 내놓았습니다.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HP의 전략을 소개해 주십시오.
=HP는 어댑티브인프라스트럭쳐(Adaptive Infrastructure, 이하AI)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AI의 기본 개념은 고객이 필요로 하는 요구를 즉각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기업들은 현재 비즈니스의 민첩성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엄청난 속도로 변하고 있고, 업체간 시장 경쟁 또한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기업들의 움직임은 회사의 생사와 직결되기도 합니다.
IT에 대한 투자대비 효과를 극대화해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향상시키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러나 기존 IT인프라로는 기업의 성공을 보장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 AI 전략을 도입한 기업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함으로써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습니다.
HP의 AI전략은 고객의 비즈니스규모에 따라 크게 두가지로 구분됩니다. 첫째, 중소규모의 IT환경을 구축/운영하는 경우로 서버와 스토리지를 포함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자체의 강력한 기능에 의해 고성능, 고가용성을 실현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유틸리티서비스를 지원해 고객의 RoIT를 극대화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전략은 대규모 데이터센터 규모의 복잡한 이기종 IT환경을 갖추고 있는 경우로, HP는 시스템관리소프트웨어인 오픈뷰(OpenView)와 유틸리티데이터센터(UDC)를 통해 자원활용율을 개선하고 미래에 대한 예측 및 대응능력을 개선하여 고객의 총소유비용(TCO) 절감하는 것입니다. HP의 AI 전략은 현재 실행이 가능해 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업체의 전략과 차벌화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업체가 모든 것을 다 제공하는 원벤더 전략이 아니라는 점도 HP의 장점입니다. HP는 HP의 핵심 인프라 기술과 HP가 잘하는 부분만 하고 다른 부분은 세계적인 업체와 파트너관계를 맺고 함께 일을 추진합니다. 한예로 미들웨어와 관련해 BEA, SAP, 오라클 등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좋은 기업 또는 위대한 기업을 얘기할 때 항상 HP가 거론됩니다.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사람을 매우 중시하는 HP의 철학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HP는 회사의 성장을 항상 직원들의 성장과 연결지어 생각합니다. HP는 또 자유분방하면서도 명확한 원칙과 목표가 있습니다.
현 피오리나 회장이 HP를 많이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과거의 HP정신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피오리나 회장의 주장입니다. 조직, 평가제도 등이 크게 달라진 것도 과거 HP의 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취지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제품 중심에서 고객중심으로 조직이 개편됐으며, 내부 목표만 가지고 평가했던 과거 평가제도를 고쳐 경쟁사와 시장상황들을 감안해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또 모든 경영진들의 보수를 성과급으로 바꾸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과거보다 긴장감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이러한 모든 노력들이 HP를 좋은 회사로 만들어가는 힘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많은 컴퓨터 업체들이 종합 서비스 업체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HP의 전략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IT회사들이 하드웨어 성장이 주춤하자 서비스로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HP는 기존 서비스업체와의 협력으로 역량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딜로이트, 오라클, BEA등과 더욱 긴밀히 협력해나가면서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나갈 것입니다. 테크놀로지와 관련된 고객 인프라는 HP가 직접 담당하고 ERP등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스와 관련된 것은 협력업체에 의존한다는 것이 HP의 기본 방침입니다. 잘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SI사업에서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웃소싱은 그런대로 괜찮습니다.
한국HP는 아웃소싱서비스 강화를 위해 전문 업체를 물색하고 있습니다. 국내 한 업체와 인수 마지막단계까지 갔으나 조건이 맞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습니다. 최근에는 이름을 밝힐 수 없지만 또다른 업체와 합병을 논의 중입니다.

-HP하면 프린터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강점이 될 수도 있지만 약점도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시장에서 HP가 어떤 업체로 평가받기를 원하는지요.
=HP의 프린터가 국내에 약 600만대 판매됐습니다. 그러니 프린터 업체로 인식될만 합니다. 그러나 이는 일반 소비자들의 생각입니다. 고객은 크게 기업과 일반 소비자로 구분됩니다.
일반 소비자는 HP를 프린터 회사로 인식하지만 기업 고객은 컴퓨터 회사로 인식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봅니다. 컴팩과의 합병이후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한 종합적인 홍보전략이 수립되고 실행될 것입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플러스(+)HP'라는 표어를 내걸고 "HP와 함께하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 는 홍보전략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될 경우 종합컴퓨터 업체로서 HP의 이미지는 더욱 높아질 것입니다.

-지금이 IMF보다 더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만큼 경제가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올 국내 IT시장을 전망하신다면.
=2000년과 2001년에는 IMF이후 중단됐던 투자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IT업체들이 호황을 누렸습니다. 그 이후 지금까지는 어려움의 연속이었습니다. 기업들의 금년 투자계획은 지난해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으나 이라크 등 국제적인 문제로 매우 유동적입니다. 물론 기업의 IT투자는 중단될 수없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입니다.
최근 발표된 내년도 경기전망 관련 자료를 보면, 국내외 IT경기가 내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세계 IT경기는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위험에서 벗어나는 올 하반기 이후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국내 IT경기도 내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반등세로 접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경제는 지난해 경제성장을 주도한 소비 등 내수시장의 포화상태로 성장률이 6%대에서 올 상반기에는 5%대로 다소 떨어지지만, 하반기부터 세계적인 IT경기 회복 움직임에 따라 국내경제도 회복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국HP는 합병 이후 양사의 장점을 서로 보완하는 완벽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게 되어 종합 컴퓨팅 업체의 리더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올해 시장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나, 완벽한 제품 라인업과 새로운 조직력을 바탕으로 합병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HP는 9.11사태이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재해복구 시스템, 국내 금융권의 합병 등으로 인해 스토리지 분야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특히, 엔트리/미드레인지 제품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국내 데스크톱 시장은 주춤하고 있으나 노트북 시장은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노트북 시장 2위 업체로서 올 시장점유율 20%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PDA 시장에서의 성장세도 꾸준히 유지하고자 합니다.

-한국HP처럼 큰 회사를 이끌어 나가시려면 나름대로 철학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철학을 갖고 회사를 운영하시는지요.
=특별하게 경영철학을 내세우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냥 남들처럼 하루 하루를 살고 있지요. 그러나 지금까지 회사를 운영하면서 얻은 경험에 의하면 HP WAY가 좋은 경영철학이라고 생각합니다. HP WAY를 계속 발전시켜 나갈 생각입니다.
직원이 기업에 얽매이지 않도록 배려하고,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회사의 이윤도 중요합니다만 직원들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직원들에게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발전해야 함은 물론이고요.
저는 한국HP를 최고의 인재들이 들어오고 싶어하는 회사, 고객이 가장 좋아하는 회사로 만들고 싶습니다.

2003/04 김선오
저작권자 © 컴퓨터월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