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23분기 연속 적자로 인해 사업 방향 전면 재검토 발표
국산 스마트폰 경쟁력 약화 등 우려 잇따라

[컴퓨터월드] 1월부터 모바일 시장이 시끌벅적하다.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 S21’ 시리즈를 기존보다 빠르게 출시해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한편, 국내 시장의 한축을 담당하던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루머가 불거졌기 때문이다.

철수 루머가 퍼져나가자 지난 20일 LG전자는 “모바일 사업과 관련해 현재와 미래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판단해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며,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LG전자의 이러한 입장 표명이 스마트폰 사업 철수 루머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방향 재검토 발표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 사업을 맡고 있는 MC사업본부가 2015년 2분기부터 23분기 연속 영업 적자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누적 적자는 무려 5조 원에 달한다. LG전자는 적자를 줄이기 위해 베트남 공장 이전, ODM(제조자개발생산) 생산 비율 확대 등을 추진해왔다. 따라서 이러한 방향의 연장선으로 철수설이 나오는 것은 놀라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다.

한편으로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 운영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는 발표 이후, 주가가 상당폭 증가했다. 지난해 말에 비하면 30% 이상이다. 주주들은 모바일 사업부를 LG전자의 애물단지로 취급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장기적인 트렌드를 봤을 때 스마트폰 사업은 포기하면 안 된다.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생각된다. 먼저 소비자 입장에서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선택지가 줄어들 것이란 걱정이다. 더불어 LG전자의 사업 철수 반사이익을 삼성보다는 애플이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산 스마트폰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업 철수 루머는 ‘LG 롤러블’ 등 차기 스마트폰 흥행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기대작인 롤러블 스마트폰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발표했지만, CES에서 롤러블 스마트폰을 공개한 것이 사업부 매각에 앞서 몸값을 올리기 위한 퍼포먼스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미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받은 것이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스위블 스마트폰 ‘LG 윙’은 물론, ‘LG 롤러블’ 등 새로운 폼팩터가 적용된 스마트폰은 사후지원이 중요하다. 해당 폼팩터를 지원하는 앱이 늘어나야 사용성이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루머는 사후지원 서비스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스마트폰 사업 철수가 가전 사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가전 부문의 트렌드는 ‘사물인터넷(IoT)’이다. 가전제품들이 인터넷에 연결돼 원격 제어가 가능해지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서 스마트폰은 IoT를 제어할 수 있는 플랫폼의 역할을 한다. 최근 삼성전자가 가전 사업에서도 ‘스마트씽스(SmartThings)’ 앱을 통한 연결성을 강조한다는 것을 생각했을 때,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는 가전제품 사업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물론 23분기 연속 적자, 누적 적자 5조 원의 사업부를 지속적으로 가져가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사업 방향의 변화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다만 사업을 포기한다는 선택지는 LG전자 브랜드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때까지 LG 스마트폰을 사용해온 고객들의 신뢰도 저버리는 일이다. LG전자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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