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업계, 기존 사업 넘어 새로운 기회 포착해야

[컴퓨터월드] 2016년 3월,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전 세계에 충격을 준 이후 대한민국 IT업계에도 AI 열풍이 불었다. AI는 IT업계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이자 성장동력으로 떠올랐으며, 반대로 관심을 갖지 않으면 뒤처지고 말 거라는 하나의 경고 메시지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4년간 국내 IT업계는 AI를 연구하고, 또 도입하기 위해 많은 시도를 해왔다. 작게는 AI가 응답하는 채팅상담부터 AI가 추천해주는 기사, AI가 추천하는 상품 등은 물론이고 AI가 운영하는 데이터센터, AI가 잡아내는 보안 위협 등까지 B2C(소비자)부터 B2B(기업간) 부문을 아울러 수많은 도전과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물론 모두가 충분히 만족할 만큼은 아니겠지만, 실제로 이러한 AI를 구현하고 있는 기업들이 기술적으로는 물론 사업적으로도 성과를 보이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AI산업은 상당한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된다.

그리고 2020년 11월, 이 같은 AI 열풍이 IT를 넘어 문화계로까지 이미 번졌음을 확인할 수 있는 행사가 열려 기자의 눈길을 끈다. 바로 제1회 세계박물관 포럼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국제박물관협의회(ICOM) 한국위원회 및 아시아태평양지역연합과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 행사는 올해 ‘박물관과 인공지능(Museums and AI)’을 주제로 마련됐다. 행사는 지난 24일부터 오는 27일까지 4일간 이어지며, 유튜브 및 네이버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박물관과 인공지능이라는 주제에 맞게, 발표 내용 역시 그동안 IT업계의 수많은 AI관련 행사에서 발표된 내용들과 궤를 같이 한다. AI의 개념과 역사, 의미, 활용 등 기본적인 내용은 물론이고 AI와 윤리적 이슈, 사회적 의미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호주, 중국 등 해외 박물관의 AI활용 사례를 비롯해 국내에서는 국립중앙과학관이 AI 활용 사례를 발표하며, 국립중앙박물관이 지향하는 미래 스마트 박물관의 미래 등에 대한 내용도 공개된다.

이처럼 문화계에서도 미래 핵심 화두로 떠오른 AI는 앞으로 더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해나갈 것임에 틀림없다. 이미 온라인 쇼핑과 같은 비즈니스에는 알고리즘을 활용한 초기 AI 모델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 의료 부문 역시 진료나 영상 판독 등에 AI를 활용하고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물관과 같은 전시 부문 역시 AI를 활용한 사업 측면에서 많은 가능성이 있다. 박물관에는 전시,  콘텐츠, 그리고 교육 등 다양한 영역이 있으며, 그간 VR이나 AR 등을 활용해 전시 및 체험 부문에서 다양한 혁신 시도가 있었다. 최근에는 한층 향상된 AI 로봇을 도입해 안내를 돕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앞으로 박물관이 AI를 단순 안내만이 아닌 학예와 교육 업무 등에 본격적으로 도입하고 활용 범위를 넓힌다면, AI SW 기업들에게도 상당한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정부는 873개의 박물관 수를 2023년까지 1,013개로 140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미술관은 251개에서 46개를 더해 297개로 늘린다. 국민의 박물관·미술관 접근도를 높이고 이용률 역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물론 단순히 박물관의 수를 늘리는 것이 AI 도입과 활용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는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관련 예산의 책정과 집행도 이뤄져야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등 대형 박물관과는 다르게 수백 개의 국공립 박물관, 나아가 사립박물관에까지 AI가 역할을 하려면 많은 예산과 시간이 필요하다. 작게는 일선 업무를 담당하는 실무자들부터 각 박물관장, 나아가 국회까지 AI가 박물관에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깊은 공감이 선행돼야 하는 일이다.

국내 IT, 즉 SW시장이 좁고 해외 진출도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AI가 이제 광고, 금융 등을 넘어 문화계로까지 활용 폭을 넓히고 있다. 정부와 박물관계 역시 AI가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더 고민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그리고 SW업계는 이러한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 박물관과 소프트웨어 업계 모두, 포화 상태인 기존 시장을 넘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때 비로소 새로운 성장의 발판이 생긴다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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