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월드] 최근 IT기업들의 개발자 연봉 인상 결정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파격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게임업계다. 2월 1일 넥슨이 전 임직원의 연봉을 800만 원씩 인상한다고 발표한 이후, 10일 넷마블도 전 직원 연봉을 800만 원씩 일괄 인상하고 신입 연봉을 개발직군 5,000만 원, 비개발직군 4,5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한다고 공지했다. 21일에는 컴투스·게임빌도 재직자 연봉을 평균 800만 원 인상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25일, 크래프톤이 개발자 연봉 일괄 2,000만 원 인상, 신입 개발직군 초봉 6,000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대우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게임업계는 지난해 비대면 트렌드에 따른 실적 향상에 힘입어 고용과 복지를 확대하고 개발자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이직이 자유로운 분위기라 대우가 좋지 않으면 인재 이탈 위험이 높고, 우수한 신규 인력을 유치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개발자들이 몇 년 전까지 하던 “40대가 되면 치킨집을 차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요즘은 옛말이 됐다. 오히려 10년차 이상 경험 있는 개발자가 귀하다.

이러한 움직임은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IT업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파악된다. IT업계 ‘대기업’이라 할 수 있는 네이버나 카카오는 개발직 초봉이 5,000만 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신생 ‘유니콘’인 배달의민족, 쿠팡 등은 개발자 초봉이 6,000만 원에 달한다고 한다. 당장에 네이버와 카카오 임직원들 사이에서 ‘서열이 밀렸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이러한 직원들의 불만에 응답해 몇몇 기업들이 연봉 인상이나 복지 및 인센티브 확대를 고려한다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사실 업계 상위의 규모 있는 기업들뿐만 아니라 중소 IT기업들 역시 개발자 채용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지 오래다. 모바일 홈쇼핑 포털 앱 ‘홈쇼핑모아’를 운영하는 버즈니는 2019년 대졸 개발직 신입 초봉을 4,000만 원으로 인상한 데 이어 2020년 말에는 5,000만 원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경력직은 실력에 따라 업계 최고 대우를 약속했다. 그러나 업계 최고 수준의 기준이 이제 한층 더 높아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클라우드 부문의 엔지니어 인력도 상당히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MSP) 업체들의 덩치가 최근 몇 년 새 급격히 커지면서 이미 IT업계 중소기업들은 관련 인력을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몇 년째 하고 있다. 클라우드뿐만 아니라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 트렌드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개발자 수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자 부족 현상이 중소기업을 넘어 대기업으로까지 번진 만큼, 앞으로 소규모 IT기업들은 인력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발자 모셔가기만으로는 IT업계가 직면한 인력 전쟁을 끝낼 수 없다. 기업들이 나서서 교육에 투자하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정부가 마련한 SW 관련 대학 및 대학원 인력들이 본격적으로 양성되는 데는 향후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따라서 IT 대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필요한 기술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연봉 인상 릴레이도 좋지만, 장기적으로 중소기업들을 포함하는 IT업계가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기반에 투자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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